00213 천외천 36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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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외천의 무공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해진다. 세대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강해지는 무공이다. 무공 특성이 그랬다.
천외천 대장들은 크게 3대로 구분한다.
1세대는 가장 활동적이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현 천외천’ 대장들이다. 그들은 황제의 경호와 황궁의 안전, 그리고 요인 암살등을 목적으로하여 활발히 움직인다. 그 다음이 2세대다. 그들은 ‘전 천외천’ 대장들로 구분된다. 전 천외천 대장들은 현 천외천 대장들과 달리 시간적 여유가 많다. 무공수련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사실상 그들이 무엇을 하든 누구하나 제재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겐 자유라는 게 없다.
일평생을 황궁에서만 살아야하고 신변도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무공수련밖에는 없다. 그게 가장 익숙한 일이기도 했고. 어쨌든 그들은 계속된 무공수련을 통해 천외천의 무공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현 천외천 대장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중대한 일들을 -그러한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처리하곤 한다.
그리고 제 3세대가 바로 ‘전전 천외천 대장’들이다. 그들은 황궁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다만, 황궁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제약이 따른다. 천외천에서 얻은 모든 무공들을 봉인해야만 한다. 그러나 여지껏 그러한 전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그들 역시 2세대 전 천외천 대장들과마찬가지로 황궁에서 기거하면서, 청소를 하거나 말의 먹이를 주거나 심지어는 요리를 하거나 하는 등 자신만의 소일거리를 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1,2 세대와는 다른 점이 있다.
죽기 전에 ‘현 세대의 천외천 대장’에게 자신의 능력을 모두 전해주고 죽는다는 거다. 전해주는 능력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는, 당사자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다. 똑같이 100을 전해줘도 전부 소화하는 대장이 있고 10도 소화 못하는 대장이 있다.
지금 사황성의 무인들과 대치하고 있는 대장들은 능력을 이어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무장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직 ‘전전 천외천 대장들’의 능력을 완전히 소화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사황성의 무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안쪽에서 불어닥치는 거대한 기의 파동 때문에 잠시 싸움이 멈추었다.
“안에선 도대체 무슨 괴물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야?”
수희를 안아든 스나도 입술을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안으로 달려들어가고 싶었다.
“주인님...”
이 기의 파동은 정말 엄청나다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밖에서 느껴지는 힘이 이정도이면 저 안쪽에서 느껴지는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천외천 대장들이 이를 악물었다. 몸 안쪽으로부터, 뼈가 튀어나와 살갗을 뚫었다. 무공이 내는 파괴력을, 신체가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있음이다.
“그대를 죽이고, 우리도 여기서 뼈를 묻는다.”
이를 악물었다. 한 곳에 파괴력을 집중하는 무공이다. 하늘을 가르고 바다를 자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그 무력이 오로지 윤석에게만 향했다.
시야가 모두 가려졌다. 흰색의 기류는 어느덧 짙은 회색이 되어 소용돌이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윤석에게 들이밀고 윤석의 신체를 갈갈이 찢으려 들었다. 천외천 대장들은 이 한 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천외천 최강의 파괴력을 가진 무공이다.
반경 100km 이상(약 31,000=31,000,000,000)이 초토화되어 버린다. 위험한 반역자를 처단하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만 했다.
시간이 흘렀다. 대장들의 모습은 온전치 못했다. 입에선 시뻘건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군데군데 뼈가 튀어나와 있고 오른팔이 너덜너덜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후회는 없었다.
“해치...웠다...?”
눈에 보이지 않았다. 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거대한 풍압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체마저도 보존되지 못했다. 수억의 금군에게는 사실상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군사’를 막기 위한 집단이지 ‘초고수 개인’을 막는 집단은 아니니까.
그들은 윤석이 거의 단신이나 다름 없는 최소의 무인들로 황궁을 찾아올 거라는 것을 낮은 확률이나마 예측했고, 그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으며 덕분에 ‘안졸리냐졸려’라는, 자연경에 접어든 초고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대장들은 털썩 주저앉았다. 상처가 위중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지만 괜찮았다.
“황제를 수호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모두의 얼굴에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 사명을 지키지 못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군.”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들이 눈을 번쩍 떴다. 아무것도 없다. 없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무, 무슨...?”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조금씩 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기입자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사람의 형체를 갖추어 가는 듯 했다.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가르쳐줄까?”
윤석이 피식 웃었다. 사실 그도 안지 얼마 안 된 사실이다.
“이런 물리적 타격은 소용 없어.”
분명 강맹한 타격이었다. 파괴력 또한 엄청났다. 수십, 수백 키로미터를 박살내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그러나 그 뿐이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어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자연경에 들어선 윤석이다.
“바람이 바람을 때린다고해서 바람을 죽일 수 있나?”
불가능하다. 단순한 물리적인 타격은 윤석에게 털끝만큼의 피해도 끼치지 못한다. 윤석과 똑같은 경지에 들어선, 그러니까 ‘자연경’에 들어서 자연에 의지(살의)를 담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없다면 제 아무리 강맹한 공격도 무용지물이다.
- 자연경 이하의 모든 공격은...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인가...
천마는 낙담했다. 2만년간 세상을 헛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제 아무리 황궁이라지만, 자신과 거의 동등한 인물들이 36명이나 존재했다. 그리고 이 놈은 자신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토록 꿈에 바라던 자연경이었는데, 그 자연경이란 것은 상상 초월이었다.
그가 비록 2만년을 살아왔지만 200년도 채 살지 못한 사황성주와의 실력차이를 비교하자면 기껏해야 한 두수 차이였다. 고수들 사이의 실력차이는 그야말로 종이한장 차이이며, 누가 먼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실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곤 한다. 그런데 이건 그런 수준이 아니다. 아예 단계가 다르다. 한 수, 두 수라는 것은 어느정도 격이 맞을 때 쓸 수 있는 소리다. 자연경부터는 아예 ‘급’이 달랐다.
-공격에 동화가 된다라...
천마는 쉴 새 없이 그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놈들이 있었지...
2만년간 살아오면서 비슷한 놈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는 싸웠던 적도 있다. 생각해보니.
- 그것도 몇 번이나 있었어.
공격이 통하지 않았었다. 괴이한 기술을 익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것이 바로 자연경이었나보다.
-도대체 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지? 그리고 왜 여지껏 떠오르지 않았던 거지?
천마는 스스로 충격에 빠져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러한 놈들을 만났던 건 기억이 나는데 그것 자체를 떠올린 적이 없다. 승패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에게 기억이 조작당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어째서 역사는 그러한 놈들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놈들은 분명 자연경이었다. 자연경에 도달한 놈들이었는데, 그렇다면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놈들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대체 뭘 그렇게 계속 중얼 거리는 거야? 노망이라도 났냐?”
-노망은 개뿔! 이 몸은 위대한 천마시다! 너 따위 하등한 놈이 나의 현기어린 위대함을 알 수 있을까 보냐!
천마는 버럭 소리치고 나서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거 정말 이상하다. 그 놈들에 대해 따로이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냥 길거리를 지나가다 돌맹이 하나를 본 것처럼, 아예 인식조차 안하고 있었다.
천마가 무언가에 홀린 듯 또다시 중얼거렸다.
-역사는... 자연경에 대해 기술했지만 자연경에 오른 인간들은 기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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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의 충격으로 인해 천외천의 전 세대 대장들은 일어서지 못했다. 무언가에 홀린듯한 눈으로 윤석을 바라보았다.
“이 것이 자연경이란 말인가...”
자연경은 단순히 ‘무력의 강함’을 따지는 경지가 아닌 듯 했다. 기존의 무공과는 아예 성질 자체가 다르다. 기존의 무공에서의 공식이, 공격이 들어오면 회피를 하고 반격을 한다. 라면 자연경은 공격이 들어오면 공격과 동화되고 의지를 일으켜 공격을 한다. 정도가 될 것 같다.
“당대에 이러한 인물이...”
천외천의 대장들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무리를 해서인지 온 몸 전체의, 거미줄처럼 그어진 상처에서 피가 토해졌다. 윤석이 피식 웃었다.
“잠시 기절해 있도록 해.”
손가락을 튕겼다. 대장들이 쓰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방금 천외천 대장들의 공격으로 인해 마법의 운용도 자유로워졌다.
의술로는 저들을 치료할 수 없지만, 마법으로는 저들을 치료할 수 있다. 놈들의 의식은 잠시 잠재워두었지만 몸은 모두 치료를 시작했다.
“쓸모가 많은 놈들이겠어.”
3탑주의 비전을 이은 윤석이다. 죽지만 않았으면 되살리는 건 일도 아니다.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계속해서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분명히 중원의 건물인데... 마법진이 이렇게 촘촘하게 짜여져 있을 수 있나?”
아무래도 이상하다. 원래 세 대륙은 철저하게 적이라는 설정 아니었던가.
“천외천의 무공에는... 마법수식까지 포함되어 있질 않나...”
정확하게 파악은 하지 못했으나 분명 마법의 흐름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무공에 마법을 새겨넣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뭔가 이상해.”
예전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이 있다. 원래대로라면 언어조차 통하지 않아야했을 것인데, 얼스의 슐터와 천마는 내통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봐. 천마야.”
- 날 부를 땐 좀 더 공손하...
“죽고 싶냐?”
천마는 꼬리를 내렸다.
-... 가 아니라 왜?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얼스랑 어떻게 내통하게 됐냐?”
천마가 인상을 찡그렸다. 내통이라니. 뭔가 어감이 안 좋다. 그래도 묻는 말에는 대답을 열심히 했다.
- 황제의 명령이었지.
“네가 황제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받았어?”
- 나한테도 손해볼 것이 없는 명령이었거든.
천마는 새로운 육체가 계속해서 필요했고 따라서 전쟁을 일으킬 명분도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물자가 필요했다. 천마의 성지는 분명 넓고 비옥한 땅이었지만 대규모 군사를 자주 일으킬 만큼 모든 것이 풍요로운 땅은 아니었으니까.
그 필요한 물자를 상당부분 얼스에서 지원해줬었다. 얼스에 병력을 몇 번 보내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말이야... 정파에서도 이러한 명령을 받았고, 실제로 수행했다는 거야.”
정의맹 맹주가 되면서, 원래 무림맹에서의 일들도 많이 알게 됐다. 얼스의 사주를 받아 얼스에 공격을 감행했던 비밀 결사대가 조직되었던 적이 굉장히 많았다.
“더더욱 흥미로운 건 사황성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지.”
현 사황성주는 수희다. 사황성의 상황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그들은 돈으로 움직이기 매우 쉽다보니, 얼스를 상당히 자주 침범하고 공격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사실이 뭔지 알아?”
-그딴거 알까보냐.
천마는 헹, 코웃음 쳤다.
“그럼 듣지 마.”
천마가 황급히 말했다.
-조, 조금은 들어줄 의향도 있어.
윤석은 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오른손으로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기둥을 하나 만졌다. 마나를 운용했다. 황금빛 거대한 기둥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모든 중매인이 황궁이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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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좀 빠르긴 합니다만...
여지껏 뿌려놓은 떡밥 회수는 착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