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12화 (212/244)

00212  천외천 36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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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가 봉인 당했다. 시간을 천천히 들여서 이 마법장 -결계-를 없앤다면 없앨 수는 있겠으나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지금 당장 거기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만큼, 놈들이 만만치 않다.

‘천외천 18대장이라...’

천외천은 비밀에 쌓인 조직이다. 그나마 얼굴이 알려진 인원은 천외삼성이라하여 단 세 명 뿐이다.

‘하나하나가 천마에 버금갈만한 능력이라니.’

놀랐다. 중원의 절대적인 지배자인 줄로만 알았던 천마와 버금가는 힘이 무려 18명이나 포진해있다. 정확히 따지자면 천마보다는 반 수 정도 아래다. 그야말로 백짓장 하나 정도의 차이다. 아무리 강한 천마여도 실수 한 번에 패배할 수도 있는, 그런 강자들이 모여 있었다.

‘역시 황궁인가.’

그러나 지금 윤석은 천마를 뛰어넘었다. 천마가 그토록 갈구했던 ‘자연경’에 이르렀다. 자연 자체가 바로 윤석이고, 윤석이 의지를 품는 순간 그 모든 의지가 곧 공격으로 뒤바뀐다.

‘단순히 무공만으로는 제압이 힘든데...’

한다면 할 수는 있겠는데, 그 다음이 문제다. 이 대장들 너머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18명의 기세는 윤석이 함부로 힘을 소모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어떻게 한다...’

이 놈들을 전력으로 때려눕히고 잠깐 어디서 쉬었다가 다시 돌아올까 생각도 했다가 이내.

“아쉽게도 너희들 상대는 내가 아냐.”

윤석은 피식 웃었다. 서둘러 왔는데, 때마침 잘 됐다. 오빠! 하고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포니테일의 붉은 머리를 하고 있는 여자가 조용히 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사황성의 장로와 전투단장 이상급 NPC 120여명이 도착했다.

세간에는 정의맹과 천마교의 잔당세력이 집결하여 반란을 일으켰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이미 정의맹, 천마교, 사황성 그 모두의 주인은 윤석이나 다름없다. 대외적으로 정의맹과 천마교의 무인들을 데리고 군사를 일으켰고 비밀리에 사황성의 세력으로 결사대를 만들었다. 그 결사대가 지금 막 도착했다.

“너희는...?”

무명이 대도를 조용히 들어올렸다.

“대장들은 들어라. 우리는 죽음으로 저들을 막는다.”

“알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광철! 미혁! 중석! 너희 셋이 안졸리냐졸려를 전력으로 저지해라. 나머진 애송이들을 처리한다.”

사황성 휘하 수희와 스나가 이끄는, 사황성 내 120명의 최상급 NPC가 15명의 대장들과 피 말리는 사투를 시작했다. 실력이 천외천 대장쪽이 위고, 숫자는 사황성쪽이 위다.

수희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오빠! 약속했던 치킨 30마리! 잊지마!”

치킨 30마리가 아니라 치킨집 30개를 사줄 수도 있는 윤석이다.

“어디 오빠한테 사기를 치냐! 30마리가 아니고 20마리였거든!”

윤석도 본격적인 싸움에 참여했다. 자연경에 들어서고나자 모든 것이 눈에 보인다. 움직임. 숨소리. 흐름. 윤석의 의지와 신체 자체가 자연과 다름없다. 윤석의 몸이 일순간, 사라졌다.

윤석을 전담하기로 한 3명이 순식간에 경계태세를 취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보. 보이지 않는다...?”

“어디냐!”

기감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위, 위다!”

대장들의 머리 위에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2초 정도 시간이 흘렀다. 천외천의 12대장인 이광철이 인상을 구겼다.

“우리에게...뭘 한거냐?”

윤석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거, 거기서라!”

윤석을 막아섰던 3대장이 걸음을 옮기려했다. 순간.

“어. 어. 어라...?”

3대장의 목이 떨어져 내렸다. 윤석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러게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고 했잖아.”

* * *

천외천의 18대장. 지금은 15대장이 된 그들과 사황성인원들을 뒤로하고 안 쪽으로 더 진입하자, 아까의 18명과 비슷한 기세를 내뿜는 노인들이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었다. 18대장과 똑같은 무기인 대도를 땅에 꽂고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느껴진다.

‘오히려 천마보다도 강해.’

“천외천의 전대 대장들인가?”

아무래도 그 말이 가장 타당한 것 같다. 그 크기가 더 강할 뿐, 기백과 기세. 그 모든 것들이 아까 본 18대장과 비슷했다. 똑같은 무공과 똑같은 경험과 똑같은 지위를 가지지 않았다면 가지지 못할 법한 기세였다.

18대장의 중앙에 앉은 남자가 일어섰다. 흰 수염이 배꼽에 닿을만큼 길었다. 바람이 불었다. 흰 수염이 흔들렸다.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군. 그대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자연경에 입성했는가?”

“천마의 말로는 그렇다고 하더군.”

“우리는... 아마 여기서 자네를 막지 못하겠군.”

노인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까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노인들의 표정은 모두가 엄숙했다.

“우리 대에서 천외천의 맥이 끊기다니.”

노인은 윤석을 쳐다봤다가 말했다.

“적인 그대에게는 황당한 말이지만, 우리에게 아주 잠시만 시간을 줄 수 없나? 7번 절을 하는 동안만 기다려주면 고맙겠군.”

그들은 윤석의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노인들이 전부 일어섰다. 땅에 꽂은 대도에 대고 7번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동작은 누군가의 구령에 맞추기라도 하는 듯,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째에. 전설로만 전해지는 자연경에 들어선 윤석이다. 그의 몸이 곧 바람이 되었다. 윤석의 몸이 바람결에 흩어졌다. 윤석의 검이 정중앙 노인의 왼쪽 가슴에 틀어박혔다. 노인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았다.

윤석은 그 옆 노인의 팔을 베었다. 팔이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그러나 절을 하는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미련하게도, 공격을 받으면서도 7번의 절을 끝마쳤다. 그 와중에 세 명이 죽었다.

“이제 시작하지.”

살아남은 15대장이 땅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가슴을 찔렸고, 입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노인이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사정에 손속을 두어서 고맙네.”

“.......”

15명의 전(前 )천외천 18대장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윤석의 몸도 연기처럼 흩어졌다.

노인이 선창했다.

“실체를 잡을 수 없으나.”

앞으로 진각을 내뻗었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14명의 대장도 그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무릎을 구부리고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낮추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14대장이 복창했다.

“실체를 잡을 수 없으나.”

노인이 다시 선창했다.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니.”

대도를 지면과 평행하게 들었다. 팔을 뒤로 뺐다. 검 끝에 하얀 기류가 모이면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흰색의 기류는 점점 커지더니 이내 하나의 작은 폭풍처럼 변했다.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니.”

서로 다른 15방향에서 원형의 구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최종장. 비기. 파천절해회절비”

노인이 팔을 앞으로 뻗었다. 대도가 앞으로 쏘아짐과 동시에, 14명의 노인들도 팔을 뻗었다.

“파천절해회절비!”

대도 끝에서 회전하며 소용돌이치던 하얀색 기류가 빛줄기처럼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거세게 회전하는 기류가 태풍을 일으켰고, 그 충격파에 의해 거대한 천둥소리가 터져나왔다.

사황성의 무인들과 대치하던 현 천외천 18대장의 1대장 무명이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그 것을 사용하셨나...’

파천절해회절비.

무공의 창시자인 초대 천외천 제1대장 채조현의 성명절기인 회절비에서 유래한 기술이며 현재 천외천의 모든 무공중 최강의 파괴력을 가진 무공이다. 다만 운용 방법 중 일부가 소실되어서 두 가지 부작용이 생긴 무공이다. 하나는 위력이 훨씬 강해졌다. 회절비는 본래 채조현이 ‘즐겨쓰던’ 기술이었다고 전해진다. 즐겨썼다함은 파괴력이 매우 큰 기술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세대를 거듭해오면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 파괴력이 점점 강해졌고 이름 역시 회절비에서 파천절해회절비로 바뀌게 되었다.

파천절해회절비는 점점 위력이 강해졌다. 둑에 아주 작은 구멍이 뚫리면 처음엔 미세한 물줄기만 새어나오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구멍은 커지기 마련이고 이내 그 둑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파천절해회절비도 그렇게 점점 위력이 강해져갔는데, 제 19대 천외천의 대장 중 한명이었던 사일현이란 대장이 그 기술을 사용했다가 몸이 터져 죽었다는 비사가 전해진다. 그 이후로도 종종 파천절해회절비의 위력을 몸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리고 22대 천외천 제1대장 임욱은 그 기술에 제약을 걸었다. 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졌던 고인들을 기리기 위해, 7번 절을 해야만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다. 사실상 천외천의 대장급 인사들이 전투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건 그만큼 위험한 순간이라는 뜻이었고, 그러한 순간에 7번이나 절을 하고 있을 여유가 있을 리도 없다. 따라서 이 기술은 사실상 금지된 기술이나 다름 없었다.

단순히 기류가 몰아치는 것이 아니다. 시전자의 내공과 기류를 함께 모아 회전시켜 강렬한 충격파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여 회전시킨다.

현대로 비유하자면 시전자의 능력이 일종의 진공을 만들어내는 모터가 되어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시키는 거다.

사황성의 무인들과 천외천의 대장들도 싸움을 멈췄다.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빨려들어가지 않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수희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수희 살려!”

스나가 수희를 껴안았다. 땅에 검을 깊게 박아넣고 몸을 지탱했다. 천외천의 18대장 중 한명인 조여광이 입술을 깨물었다.

“파천절해...회절비...”

현 세대의 천외천 무장들에겐 거의 전설이나 다름없는 기술이다. 실존하되 한 번도 사용해보지는 못하는 무공. 그것을 전세대의 대장 18명이 마음 굳게 먹고 발산했다.

“그렇게 강한 놈이란 말인가...”

그는 안다. 전대 천외천 대장들이 얼마나 강한지. 27대 천외천 대장들은 역대 최강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렇게 강한 무장들이 동시대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할 정도로, 그 면면들 모두가 대단한 대장들이다. 그 대단한 대장들 모두가 합심하여 파천절해회절비를 펼쳤다.

“주변 백리(*약 40km)...아니... 삼백리(*약 120km)는 초토화되겠군...”

황궁은 무사할 거다. 괜히 황궁이 아니니까. 황궁은 최고의 기술사들이 모여 지은 건물에 판타리아의 최강의 마법들과 결계들이 겹겹이 중첩되어 보호받는 건물이다. 그러니까 황궁은 무너지진 않는다. 다만, 반경 삼백리쯤 되는 곳에 모여 있는 모든 집들과 땅이 초토화 될 거다. 그 정도의 세기다.

쿠과과과광!

충격파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명이 외쳤다.

“모두들 충격에 대비하라!”

이 정도 충격이면 아마도.

“놈은 죽었을 것이다.”

전 천외천 대장들이 얼마나 살아남았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놈은 반드시 죽었을 거다. 7번의 절을 정말로 했는지 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이번 전쟁은, 천외천의 승리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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