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0 중장 사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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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상 제갈열은 고심에 빠져들었다. 천외천 부단장 중 한명인 조운의 소식이 끊겼다. 그에 반해 정의맹 맹주는 단신으로 사황성을 치는데 성공했고, 그 와중에 부상을 입어 사황성주의 직전제자에게 패해 일보후퇴를 했다고 전해진다.
‘사황성에서... 필시 마주쳤을 터.’
제갈열은 그 나름대로 안졸리냐졸려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해왔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천마의 무공을 익히고 있으며 막대한 재물을 풀어 민초들을 구휼하고 당나귀성자라는 위명을 얻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유현성의 마을에서 ‘불지옥’이라는 이적을 일으켜내며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라는 소리도 종종 들려온다.
아마도 상당한 무력과 재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인물이리라 짐작되는데 그의 행보에서 황실을 위협할만한 것을 찾아보지는 못했다.
3일이 지나고 나서, 중신들이 들고 일어섰다. 오황제에게 ‘안졸리냐졸려’를 처벌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입을 모으니, 제갈열의 말을 듣고서 안졸리냐졸려를 은밀히 회유하려했던 오황제는 결국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고 황제의 명을 받든 조운을 죽인 안졸리냐졸려를 등용하자고 주장했던 제갈열과 제갈열을 따르는 관료들은 관직이 박탈당하거나 옥에 갇히는 등 일정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옥 중에 앉은 제갈열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황제가 은밀히 사람을 보내, 조만간 복직 시켜줄 터이니 마음 편하게 가지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을 전해주었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느낌이... 좋지 않아.’
승상의 자리를 맡고 있으면서 그는 ‘느낌’이란 것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는 주어진 정보와 형세를 살피는 것이 느낌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괜찮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느낌이 좋지가 않다.
‘놈이 실제로 조운을 죽였다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어.’
제갈열은 조운의 실력을 안다. 정의맹 맹주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조운과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는,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소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현 듯 과거의 한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3년 전, 용한 점쟁이라고 소문이 떠들썩하게 났던 곽희구란 자가 있었다. 그자는 요망한 말로 민심을 어지럽힌다하여 지방의 한 관아에서 처형당했는데, 껄껄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커다란 불이 일어 활활 타오르나 뜨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불을 잡을 수는 없는 법. 불을 잡으려 들다간 필경 해를 입으리니. 오호- 통제라. 하늘이 바뀌겠구나.
그리고 망나니의 칼이 떨어짐과 동시에 연기로 변하여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는데, 일종의 괴담처럼 전해지는 전설이었다.
‘커다란 불이 일어 활활 타오르나 뜨겁지는 않다.’
미신따위는 믿지 않는 제갈열이 눈을 감았다. 갑자기 온 몸이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불지옥과 비슷하지 않은가.’
불길이 일었으나 죽은 이는 없었다. 그것은 곧 뜨겁지 않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제갈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보니 저잣거리의 그런 늙은이의 전설까지 떠오른다.
황제의 밀사가 전언을 전해왔다.
“승상께서 복직하시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하십니다.”
“나는 괜찮네. 오히려 내가 높으신 그 분께 심려를 끼쳐드리는 것 같아 심히 송구스럽군.”
* * *
그 때부터였다.
역적이 되었다는 시스템 알림음을 듣고 나서, 그는 ‘카오’가 되었다. 카오의 단계는 크게 세단계로 나뉘어진다. 퍼스트 카오, 미들 카오, 풀카오. 뒤로 갈수록 사망시 아이템 드랍율이 높아지고 게임 내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런데 윤석이 받게 된 카오등급은 풀카오도 아니다. 이름하여 ‘슈퍼카오’. 아예 캐릭터 전체가 검게 물들어 버렸다. 누가봐도 카오임이 분명했고 풍기는 포스가 정확하게 ‘나 잡아봐라’다.
캐릭터의 인상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나를 잡으면 엄청난 경험치와 명성! 그리고 좋은 아이템을 떨구지!”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슨 효과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상당히 약해보인다.
“저거... 요즘 그 슈퍼카오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 온 몸이 검고... 연기같은 게 나고있고...”
“저거 잡으면 경치랑 아이템 엄청 좋은거 떨군다는데?”
“그래도... 그냥 카오도 아니고 슈퍼카오인데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
설상가상으로 현상금까지 걸리게 됐다. 현상금이 무려 10억 코드. 10억 코드쯤 되면 한 번 죽더라도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금액이다.
그때부터 윤석은 시달리기 시작했다. NPC는 물론이고 유저들도 윤석을 볼 때마다 달려들었다.
아주 무덥고 습한 여름날, 개천가에서 산책해 본적이 있는가. 개천가에서는 아주 작은 날파리들이 군집을 이루어 눈앞에 뭉쳐있을 때가 있다. 그 날파리들이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슬리고 짜증나며 매우 불쾌할 때가 많다는 건 사실이다. 일일이 손을 휘저어 쫓아내기도 해야 하고. 그러한 날파리 집단이 한 두 개가 아니라 수 백, 수천 개씩 된다면 아주 성가신 일이다.
윤석은 슈퍼컴퓨터 스파크에게 자문을 구했다. 현상황을 분석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계산해보라 명령했다. 슈퍼컴퓨터 스파크는 컴퓨터답게, 원인과 결과. 그리고 해석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서 알려주었다.
[현 시점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의 근본적인 주인님께서 반역자로 지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에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주인님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신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삭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죄인은 순순히 오라를 받으라.”
“저 말 한 삼천 번은 들은 것 같은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석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 말을, 거짓말 조금 보태서 벌써 한 3천번은 들은 것 같다. 스파크가 쓸데없이 정확한 통계결과를 알려주었다.
[정확하게 129번째 같은 말을 청취하였습니다. 3000번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오차 약 2225%입니다.]
“이번엔 좀 센 놈 같네.”
[데이터 분석결과. 천외천 소속 무장 중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세 명인 천외삼성 중 일인. 도성 박한천과의 싱크로율 95.6%입니다.]
도성. 박한천이라 짐작되는 남자는 한자루 거대한 대도를 어깨에 걸치고서 오만한 눈으로 윤석을 내려다보았다. 키와 덩치가 무척 컸는데 어림잡아도 2미터 50cm이상은 되어 보였다.
“이번엔... 거인이냐?”
천외천이란 놈들은 모두 큰 것들을 좋아하나보군. 윤석은 인상을 찌푸렸다가.
“그냥 좀 죽어라!”
윤석이 가진 능력 중 살인에 가장 특화된 것은 바로 ‘암탑주’의 독 활용 마법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양만큼, 원하는 세기만큼 독을 소환해낼 수 있다. 극독을 만들어내려면 재료들이 필요하지만, 일정수준의 독은 공기와 마나의 조합으로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비열한 놈! 그러나 네 놈의 얕은 수는 모두 꿰고 있다.”
그러나 도성은 독에도 만반의 준비를 해온 듯 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앗! 큰 기합성을 내지르며 도를 휘둘렀다.
윤석은 천마보법을 펼쳐 순식간에 몸을 좌우로 움직였다. 범인의 눈으로는, 신형이 살짝 흔들렸을 뿐이지만 윤석은 방금 거대한 도풍을 피해낸 거다.
‘천외천의 무공...은 귀찮은 타입이군.’
저번 조운이 그러했듯, 박한천의 무공도 공기를 압축하여 쏘아내는 형식인 것 같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박한천의 무공은 더 투박하고 더 컸으며 파괴력 면에 있어서는 더 위협적이라는 것이었다.
- 네 놈이 자꾸 어줍잖게 마법따위나 쓰려고 하니까 그렇지.
천마의 타박이 들려왔다.
- 잘 들어라! 대량살상에도 역시 나의 천마공은 최강이지만 그 중에서도 빛을 발하는 건, 일대일의 전투에서다.
천마가 타박하지 않아도 안다.
“에이. 내가 내 힘으로 싸워보려고 하는데 좀 끼어들지좀 마라. 멍청한 놈아.”
윤석이 중얼거리자 박한천은 움찔했다. 기묘한 사술을 부린다고 들었다.
“무슨 수작이냐? 누구와 대화하는 거지?”
윤석이 검지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볐다. 긴장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거 아니 한천아?”
“네 놈... 어떻게 나의 이름을...”
“너 수학문제 풀어봤냐?”
“헛소리!”
박한천은 윤석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듯 대도를 다시금 휘둘러 거대한 풍압을 일으켰다. 윤석은, 그 거대한 풍압을 막지 않았다.
박한천의 입에 비릿한 웃음이 걸렸다.
“끝이다! 이 대도풍력장의 위력 앞에서 만용을 부린 네 놈의 어리석음을 탓해라!”
바람이 점점 압축되는가 싶더니, 소용돌이와도 같은 형태로 윤석을 향해 뿜어졌다. 그 맹렬한 기세는 공기마저도 모두 갈갈이 찢어버릴 듯 했다.
“답지가 옆에 있는데, 그 답지를 안보고 스스로 풀어야 하는 학생들의 멜랑꼴리한 마음을 네가 아냐고?”
슈퍼컴퓨터 스파크의 지시를 따랐다. 천마보법을 끌어올리고 천마공을 끌어올렸다. 이미 윤석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바람을 아무리 모으고 모아도, 역시 본질은 바람이다.
- 이럴 수가...
천마가 신음성을 삼켰다. 이 것은 분명 ‘자연인’의 경지다. 천마가 그토록 갈구해왔던 경지이며, 자연경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이 경지에 이르면 신선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천마가 알기로 2만년간 자연경에 오른 사람은 없었다.
윤석이 말한 ‘답안지’는 즉, 슈퍼컴퓨터 스파크가 알려주는 방법이다. 스파크는 마치 사황성주의 천안처럼 각 상황에 맞는, 최고로 효율적인 방법을 분석하여 내놓는다. 윤석은 스파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캐릭터를 조작하려고 했다. 그랬다가 실수로 사황성주도 놓치고 조운도 죽어버렸다.
“마... 말도 안 돼!”
윤석을 감싼 회오리는 윤석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바람이 부는 들판에 누워, 산들바람을 맞이하는 소년처럼 그는 평안한 자세로 바람을 만끽하다가,
“나 열 받았어. 너네 다 죽었어.”
선전포고했다.
“황궁 이 개새끼들. 죽었다고 복창해라! 사람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윤석을 감싸고 돌던 흉포한 바람이 이내 그 방향을 틀었다. 커다란 비명소리가 바람소리에 묻혔다. 이로써, 천외삼성은 천외이성이 되었다.
윤석은 정의맹으로 향했다.
윤석의 상태를 본 많은 NPC들이 놀랐다.
“소... 소문의 반역자가 매...맹주님이셨습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윤석이 말했다.
“말도 안 되긴. 내가 황제가 될 거야.”
“매, 맹주님! 그건 바, 반역...”
“나 이미 반역자야. 다 죽었다고 전해.”
천마교의 NPC들은 무한 충성이다. 엎드려 절하며 만세를 외쳤다.
“천마 만세! 위대한 황제 만세!”
“황제폐하 만세!”
심지어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대사건이 터졌다.
당나귀 성자이자 정의맹 맹주가 바로 천마교를 접수했고, 그 병력들을 이끌고 반기를 들었단다. 그리고 현 사황성주 역시 정의맹 맹주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중원에서 절대로 뭉칠 수 없을 것 같았던 세 세력이 힘을 합쳤다. 그리고, 유저들은 잘 모르는 미지의 세력. 황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토피아 세계가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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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시험 볼 때, 답안지가 내 옆에 있었다면?
그나저나 무한도전 장윤주 노홍철 IF 편 재밌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