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04화 (204/244)

00204  중장 사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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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무캐는 '육체적인 강함'으로 대변되고 판캐는 '정신적인 강함' 혹은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대변 된다. 현캐는 '현대 과학기술력'으로 대변된다. 군인 클래스를 잃으면서 현대 과학기술력은 거의 잃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육체적인 강함과 초자연적 능력을 한꺼번에 갖춘, 그것도 두 대륙을 대표하는 초천재들의 능력을 한꺼번에 갖춘 윤석은 현재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캐릭터의 닉네임은 '안졸리냐졸려'. 안졸리냐졸려는 마음도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느긋한 윤석의 마음과는 달리, 중원의 분위기는 평안하지만은 않았다.

정파와 마교간의 거대한 전쟁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황성주가 큰 부상을 입었다. 요양하는데 족히 몇 달은 걸릴 부상이란다. 그런데, 그 공백을 메꿔줄 2인자인 수희는 아직 힘이 많이 약했다. 사파는 본래 의협심이나 충성심과 같은 가치들보다는, 실익을 따라 움직인다. 그 말은 즉, 사황성주가 건재할 때에는 사황성주에게 충성을 바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얼마든지 배신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천마교의 세력은 상당히 약화된 상태고, 정파의 정의맹은 발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세력이 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파의 많은 무인들이 사황성주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봉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그 와중에도 빛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천재들끼리 모아 놓더라도, 등수를 매기게 된다면 1등은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사파는 세 세력으로 나뉘어졌다. 기존의 사황성주를 지키려는 세력과 광견 조천독이 이끄는 광군, 서생 유재운이 이끄는 현군.

사황성의 통치 아래 놓여있던 사파의 영역이 세 개로 쪼개진 셈이다. 지금 윤석이 발을 딛고 있는 이 곳, '장유성의 마을' 은 광견을 이끄는 조천독의 관할지역이다. 조천독은 광견이라는 별명이 붙은 NPC다. 광견은 즉 미친개라는 뜻이다. 민초들의 식량을 빼앗는 건 일상 다반사고 얼굴이 반반한 계집들을 강간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다만, 그 무력이 남달라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딱히 제지할 사람도 없었지만.

"왜 여기에서 보자고 했어?"

"여기가 그 조천독이란 놈의 근거지라며?"

"그니까 나한텐 위험한 곳이지."

"이 오빠가 있는데 뭐가 위험하냐?"

윤석은 콧방귀를 꼈다. 그러나 수희는 태생적으로 윤석을 별로 못 믿는다.

"오빠가 있으니까 위험하지."

그리고 윤석이 어떤 힘을 가지게 됐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오빠만 믿어."

윤석은 장난스레 쿡쿡 웃으면서 수희의 앞머리를 슥슥 문지르듯 쓰다듬었다.

"내가 애냐!"

수희는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발끈 하면서 몸을 뒤로 뺐는데.

'역시 못 피하네.'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앉아 있는 상태이고 또 전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수희는 사황성주의 직전제자이다. 일반적인 유저들보다는 한참을 앞서나간 상태다. 하물며 윤석은 '현캐'다. 육체적인 능력은 가장 뒤떨어지는 캐릭터다.

'천마의 힘이 대단하긴 대단한가봐.'

천마의 힘이 대단한 건 맞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그런 경지가 아니다. 슈퍼컴퓨터와 마탑주의 힘까지 이어 받았다. 1+1은 2가 아니다. 쉬운 예를 들어 보겠다.

전투기만 있으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조종사 없는 전투기는 고철에 불과하다. 전투기 없는 조종사도 역시 별로 쓸모가 없다. 그러나 전투기와 조종사가 합쳐진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된다. 윤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슈퍼컴퓨터 스파크라는 매개체를 통해 3탑주의 마법과 천마의 능력이 합쳐졌다. 최적화란 이름으로 말이다.

"오빠. 뭔가 수상해."

"뭐가?"

"굳이 이렇게 사람 많은 곳으로 오라고 한 것도 이상하고. 하필이면 조천독의 근거지라는 것도 이상하고."

"여기가 제일 맛있다고 해서 부른 거지 뭐."

윤석은 태평스레 말하며 곁눈질 했다.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됐는데."

"응?"

"기다려봐."

윤석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오빠 엄청 수상해. 수상한 냄새가 나."

그리고 그 냄새는 곧 현실이 되었다. 허리춤에 칼을 찬 무사 세 명이 주점의 문을 발로 박차고 들어섰다. 그리고선 매우 건들대는 모양새로 윤석과 수희를 향해 걸어왔다. 수희 앞에 멈춰섰다.

"이봐."

"네?"

"너 우리 좀 따라와야겠다."

세 남자의 덩치는 매우 컸다. 인상도 험상궂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마에 '犬이 새겨진 노란색 두건을 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무서움(?)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개견'자가 새겨진 노란색 두건은 바로 조천독의 광군임을 증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은 조천독의 본거지이며 광군의 위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수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싫은데?"

"싫은데? 이 계집년, 혀가 매우 짧구나!"

남자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바닥만한 계집아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분단다. 옆에서 다른 남자가 차분하게 말렸다.

"독사.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아직 어린 아이 아닌가? 우리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겠지."

남자의 말에 독사라 불린 남자는 후- 크게 숨을 내쉰 뒤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마에 이게 보이지 않나보지?"

"눈알이 달린 이상에야 보이겠죠."

"어려서 이게 뭔지 모르나 본데 말이야."

"설마 그딴 걸 패션이라고 주장하진 않겠죠?"

수희의 말에 남자는 "패...패션?" 이라며 당황해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괜히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은 바로 위대한 광군임을 증명하는... 컥!"

잡소리 하고 있네. 수희는 별로 힘쓰지 않고 세 남자를 때려눕혔다. 눈 깜짝할 새였다. 손바닥으로 남자들의 배를 툭툭 건드리기만 했는데 남자들은 별로 반항하지 못하고 풀썩 쓰러져버렸다.

"까고 있네."

쓰러진 남자를 축구공 차듯 발로 가격한 뒤 수희는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동생아. 너 말버릇이 좀 고약하다?"

"응? 내가 뭐?"

“까고 있네? 그딴 거? 까긴 뭘까 이 가시나야?”

“오, 오빠? 이, 이상하네. 오빠 귀가 좀 이상해졌나봐.”

수희는 과장되게 크게 웃었다. 윤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황성주 밑에 있더니 입이 더러워졌어."

사황성주를 죽여 버려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수희는 헤헤- 웃었다. 저도 모르게 성격이 나온 듯 싶다. 아니야. 오빠의 착각이야. 나처럼 이쁘고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 더러운 입을 가졌을 리 없잖아. 손사래치며 활짝 웃어보였다. 주점의 주인이 은근슬쩍 다가와 어서 도망치라고 귀뜸해주었다. 지금 건드린 게 바로 조천독의 광군이라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윤석이 피식 웃었다.

"저 쪽에서 찾아오라고 기다리고 있는 거니까 괜찮아요."

"어휴... 젊은 양반. 지금 광군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 본데 이러다 진짜 경을 쳐요! 어서 도망..."

말을 하던 중년의 남자는 얼른 몸을 돌렸다.

"여기가 그 건방진 계집년이 있는 곳이렷다!"

* * *

건방진 계집년이 있는 게 맞긴 맞는데 그 계집년은 하필이면 사황성주의 제자다. 아무리 유저와 NPC간의 격차가 있다고는 해도 사황성주의 제자쯤 되면 평범한 NPC정도는 찜쪄 먹고도 남는다.

“오빠. 이거 다 예상하고 있었지?”

이제 주점에 남은 건 반 시체가 되어 골골대고 있는 남자들과 주점의 주인, 그리고 윤석과 수희 뿐 이다.

“글쎄...”

“무슨 꿍꿍이야? 이제 말할 때도 됐잖아.”

아무래도 이 상황을 일부러 꾸민 것 같다.

“내가 아무리 킹왕짱 세졌어도 사황성주 놈도 역시 세긴 세잖아. 그니까 사황성주 자리를 노리는 놈들 중에 대빵을 한 번 족쳐보려고.”

그런 이유도 있고, 새로이 얻게 된 힘들을 시험해보려고 한다. 시험해보는데 어중이 떠중이로는 안 된다. 적어도 조천독 정도의 고위 NPC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왕에 시험해보는 거, 명성도 얻고 힘도 과시하고, 그리고 사황성주와 한판 싸우기 전에 몸 풀기도 해보고. 일석 삼조가 아니던가.

결국 주점의 주인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다. 조언 하나를 남겼다.

“방금 처자가 때려눕힌 사람은 조천독의 처남일세. 어떻게 하려고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나?”

주인은 혀를 끌끌 찼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겼다. 주점이고 뭐고 일단은 도망쳐야겠다. 일찍이 미친개 조천독의 악명은 자자하지 않던가. 그런 주제에 자기의 처는 끔찍이 아낀단다. 덕분에 처남인 강가필이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다녔는데, 그 강가필을 방금 수희가 때려눕혔다. 그냥 때려눕힌 것도 아니고 반쯤 시체를 만들어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소식을 접하게 된 조천독은 불같이 성을 내는 아내 강가연을 위해 자신이 아끼는 부하이자 광군의 무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박유현을 보냈다. 박유현은 한 자루 장창을 다루는데, 그 솜씨가 무척 빼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사내였다.

윤석은 창을 든 박유현을 힐끗 쳐다봤다. 박유현은 수희를 보자마자 대뜸 살기를 내뿜었다. 윤석은 피식 웃었다. 살기가 제법 날카로웠다만은,

“용을 쓴다 용을 써.”

윤석이 슬쩍 일어섰다. 수희가 물론 강해지긴 강해졌지만 저 NPC는 아무래도 수희가 처리하기엔 힘들다. 윤석은 코를 팠다. 수희가 옆에서 인상을 썼다. 우웩. 더러워! 거의 3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오빠를 봐왔지만 더러운 건 더러운 거다.

윤석이 말했다.

“너 광군에서 좀 센 편이냐?”

그러자 박유현 옆에 선 NPC하나가 대뜸 소리쳤다.

“이 분이 그 유명한 일만장창 박유현님이시다!”

그의 얼굴엔 ‘일만장창’을 모시는 졸개로서의 자부심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개뿔.”

윤석은 손가락으로 코딱지를 튕겼다. 코딱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돌진해 박유현의 이마를 강타했다. 박유현의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박유현은 두어 발자국 뒤로 밀려나며 넘어질 뻔 했는데, 뒤의 NPC들이 그를 받아냈다.

“비겁한 놈! 기습이냐!”

코딱지를 던지는 것이 기습이라면 기습이겠냐마는,

“진짜 기습은 이런 거지.”

이미 윤석의 몸은 마탑주들의 마법을 익힌 지 오래다. 컴퓨터를 어떻게 만들고 조립하는지, 어떻게 구동시키는지는 몰라도 된다. 일반 사용자는 마우스만 딸깍딸깍 누르면 된다. 윤석이 마법을 사용하는 건 그것보다 훨씬 쉽다.

[슈퍼 포이즌]

암탑주 자크의 비전이 녹아든 마법이다.

지금 판타리아에서 가장 명성을 떨치고 있는, 노란머리를 위시한 샤무는 간단한 마법들을 조합하여 최강의 마법사들로 거듭나 있는 상태다.

그런데 암탑주 자크의 마법들을, 그중에서도 간단한 마법들을 응용하면.

“으아아악!”

이름 높은 일만장창 박유현은 장창을 떨어뜨리고 바닥에서 떼굴떼굴 굴렀다. 암탑주 자크의 마법 중 슈퍼 포이즌이다.

이로써, 윤석이 천마심공을 운용해 던진 코딱지는 암탑주 자크리드의 슈퍼포이즌에 의해 세상에 둘도 없는, 무시무시한 암기가 되었다. 그 결과는, 즉사.

“어라. 죽을 정도였나?”

윤석은 목덜미를 살살 긁었다. 아직까지 이 몸의 힘을 제대로 잘 모르겠다. 이론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아는 것은 약간 다르다.

“비겁한 새끼! 도, 독이냐!”

“무사의 수치도 모르는 놈!”

무사들은 멀찍이 떨어졌다. 독은 사파인들도 꺼리는, 매우 파렴치한 무기다. 윤석은 마탑주들의 지식을 응용해 간단한 마법 하나를 만들어 냈다.

“위대한 무공. 코딱지 분신술!”

암탑주의 극독 마법이 새겨진 코딱지가 여러 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그 코딱지는 천마심공의 운용을 통해 산개했다. 결과는 역시 모두 즉사. 코딱지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일부러 한 놈 살려두었다.

“임마. 너. 조천독이보고 나오라고 해. 정의맹 맹주께서 직접 나오셨다고 전하고.”

============================ 작품 후기 ============================

정의맹 맹주의 위대한 코딱지

어김없이 등장한 작가의 병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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