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3 중장 사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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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넌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거야!
아마 넌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거야!
두 남자는 요상한 술수라도 부린 것인지 동시에, 그것도 완전히 일치된 목소리로 얘기를 이어갔다.
"지금 이 몸은 원래 붕괴되었어야 맞는 건데 말이야. 자크 똥덩어리가 그 몸을 바쳐서 지켜냈단 말이지. 근데 자크는 방어마법에 특화된 똥자루는 아니야. 완벽하지 못했어. 물론 내가 했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렇게 말하고선 두 남자는 서로를 노려보며,
"아니! 그건 나야! 나만이 가능하지!"
"아니! 그건 나야! 나만이 가능하지!"
라고 외쳤다가 이내,
"그렇다면 결투다!"
"그렇다면 결투다!"
까지 외치고서 또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결투따윈 없었다. 2만년을 살아온 천마지만 이런 괴팍한 놈들은 처음 본다.
이야기는 상당히 길었다. 중간중간 쓰잘데기 없는 괴상한 설명들- 이를테면 위에서 언급한 '그렇다면 결투다!'같은-도 많이 껴있어서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어쨌거나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그러니까 너희가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이 놈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이 말인가?"
천마의 질문에 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리의 위대한 유산을 후세에 남기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치욕스러운 일이 없으니까."
"너희는 얼스와 적대관계 아니었던가?"
"헹! 그딴 거 알 게 뭐냐! 우린 우리의 위대한 유산이 사라지지만 않으면 돼."
두 남자는 국제정세나 정치관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오로지 자신들이 갈고 닦은 것들이 사리지지 않는 것에만 중점을 두는 듯 했다.
천마가 딱 잘라 말했다.
"싫다."
그러나 두 남자는 여유롭기만 했다. 만담을 나눈 듯 대화했다. 천마의 의중따윈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것 같았다.
"싫을 수가 없을 텐데? 넌 영원히 거기서 잠들어야만 할지도 몰라."
"아니지. 저 놈탱이들 하는 말 못 들었나? 이 놈 이거 불태워 버린다는데. 기생할 육체가 사라지면 이 놈도 사라지겠지."
"그런가?"
"그렇지. 그렇지 않더라도 요 놈은 자기의 육체를 되찾을 방법이 전혀 없을 걸?"
천마가 움찔했다.
"그렇다면 그 말은 내가 내 육체를 되찾을 방법이 있다는 뜻인가?"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수도 있지. 자크 똥덩어리, 그리고 위대한 나의 능력이 합쳐진다면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천마는 크흠... 신음성을 내뱉었다. 언제까지 이 육체에 머물러 있을 생각은 없었다. 사실 방법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뛰쳐나가 새로운 육체를 찾고 싶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없던 차였다.
"좋아. 수락하겠다. 그런데 어째서 이 놈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거지?"
천마의 질문에, 두 남자는 헹! 코웃음 쳤다. 검지손가락으로 목덜미를 벅벅 긁으면서 못마땅한 듯 말했다.
"호의라니? 이 놈에게 호의를 베푸는 게 아냐. 빌어먹을 얼스놈들이 이상한 광선을 쏘아대는 바람에 자크똥덩어리가 뒈져버렸어. 마지막 순간에 이 놈에게 자기의 모든 걸 다 줘버렸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린 이 놈을 살려내야만 하는 거야."
"그런데 문제는 이 놈을 살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 원래 죽었어야 할 놈인데 자크 똥덩어리가 억지로 살려놓은 거거든."
"우린 죽을 때 우리의 모든 것을 가장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야만 해. 마탑주의 사명이자 의무지. 그게 우리 마법발전의 근간이기도 하고. 하필이면 그게 이 놈이었어. 이 놈을 죽이면 지난 7천년간 쌓여온 암탑의 마법이 사라지는 거야. 그것만큼은 막아야지."
그리고선 이야기가 또 샛길로 샜다. 언젠가 한 번은 고양이에게 비전을 넘겨버려서 고양이로부터 그 지식을 빼내는데 엄청 고생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또 한참의 시간을 보내버렸다.
'미친놈들...'
천마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다. 천마로 치자면, 천마심공을 제자도 아닌 누군가에게 넘기는 셈이다. 만약 천마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다. 제 3자에게 절세의 무공을 전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요지는 간단했다.
암탑주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걸작품 -천마로 강화된 신체-이 '암탑주의 계보'를 이었다. 그런데 그 놈이 죽기 일보직전이란다. 그걸 살려내려면 '생명력'을 담보로한 마법을 통해 살려내야만 하는데, 두 마도사의 생명력은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힘들단다. 안 그래도 세대교체를 위해 준비하던 차였고, 마침 암탑의 계보를 이은 '걸작품'이 나타났으니 이 놈을 살려내고, 자신들의 계보를 잇게 한다는 거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 천마가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 * *
접속은 가능했다.
"나 참..."
중장의 직위는 박탈당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사처리가 되어서 대장으로 진급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허울뿐인 것이었다. 따라서 군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은 박탈당했다. 귀속 함대, 귀속 전투단, 귀속 NPC. 그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커다란 것이 생겼다.
이번 전투로 인해 슈퍼컴퓨터 스파크를 얻었다. 이 것은 '군인클래스'이기 때문에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영웅'으로 인해 가지게 된 능력이다. 따라서 건재했다. 이 능력은 사황성주의 '천안'에 비견되는 능력으로 천마의 모든 능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천마의 힘을 이었고, 천마교도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천마교의 힘을 지니고 있는 상태다. 거기에 현재 그는 당나귀성자로서 정의맹 맹주다. 중원을 삼등분하는 세 세력 중 두 세력을 윤석이 접수한 상태다. 거기에 더해 사황성주는 큰 부상을 입고 요양 중이며, 덕분에 사황성주의 제자인 수희에게 권력이 많이 승계된 상태다. 거기에 더해 정파, 사파, 마교를 자유롭게 오가며 거래를 할 수 있는 은미상단은 윤석의 직속상단이다. 다시말해 중원의 힘을 거의 다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얼스에서의 힘도 역시 만만치 않다. 군인의 힘은 잃었지만 '건오퍼'란 클래스는 여전하고 전쟁영웅의 칭호도 여전하다. 슈퍼페리온 역시 건재하며, 무엇보다도 이미 초 거대 유니온으로 성장한 '다수정예회'가 바로 윤석의 직속이다. 건오퍼 스킬의 판매가 불가능해진 지금, 그 위세가 한층 꺾였고, 덕분에 힘이 약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수정예회는 그 것외에도 전자, 기계, 의학 등 엄청나게 많은 거래를 자랑하는 초거대 유니온이 된지 오래다. 당장 무너질 정도의 타격을 입은 건 아니었다.
"문제는... 상층부가 일부러 내 죽음을 조장했다는 건데..."
몸 안에 천마가 없었다면 전혀 몰랐을 내용이다. 천마로부터 상당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상층부에서는 자신이 제거 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따라서 혼수상태가 된 자신에게 약물을 투여하여 타살시킨 뒤, 급하게 화장을 하여 증거를 없앴다.
"건오퍼 스킬판매는 힘들겠어."
군 상층부는 윤석이 죽은 줄로만 안다. 만약 두 마도사의 힘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것은 곧 캐릭터의 삭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도 아니면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이 초기화 된다거나.
어쨌거나 그들의 시도는 두 마도사에 -정확히 말하자면 세 마도사-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마도사들에 의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힘 외에 새로운 힘이 생겼다. 군인의 힘을 잃은 대신,
"마도사의 계보를 잇는다라..."
마도사의 능력들이 전해졌다. 자초지종은 천마에게 들었다. 이 몸에는 괴상한 마법이 걸려 있었다. 일종의 안전장치였는데, 암탑/화탑/목탑의 비전을 전한다는 약속을 어길 시에는 캐릭터의 삭제가 이루어진다는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물론, 이 것은 퀘스트로 처리되어 있었다.
군 상층부에 의해 죽었고, 마탑주들에 의해 되살아났는데 군인의 힘은 잃고 마도사의 힘이 생긴 셈이다.
슈퍼 컴퓨터 스파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적화가 되지 않은 항목 93847361794432625373894027846739487263개. 최적화 하시겠습니까?]
* * *
마탑주의 비전을 잇는다는 것은 그렇게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복사 진행 중. 현재 14%]
애꿎게도 이 능력들을 복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대단하다는 슈퍼컴퓨터 스파크조차도 단시간에 해내지 못했다.
최적화 하는데에 무려 14일이 걸렸고, 또 그것을 복사하는데 12일이 걸렸다. 이 것은 중노동이었다. 최적화와 복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른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자꾸만 초기화되어 다시 0프로. 다시 말해, 게임시간으로 26일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어야만 했다는 뜻이다. 말이 쉬워 26일동안 가만히 있는 거지 그건 엄청난 중노동이었다.
어쨌거나 마탑주들의 능력을 복사하는데에 성공했다. 아마 마탑주들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복사를 끝마친 뒤, 윤석은 포탈게이트를 타고 화탑으로 향했다. 판타리아의 지형과 탑의 위치는 모두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워프."
간단한 시동어로 탑주의 방에 들어섰다. 그리고 머릿속에 새겨진 대로, 마도사 하나를 불렀다. 윤석의 얼굴을 본 마도사는 흠칫 놀랐다가는 이내 윤석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윤석은 머릿속에 저장된 대로 화탑주의 모든 능력을 전이시켜 주었다. 그리고 명예화탑주의 칭호를 얻었다.
거기서 다시.
"워프."
목탑주의 방에 들어서서 똑같이 행했다. 명예목탑주가 되었으며 현재의 목탑주가 윤석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워프."
암탑주의 방에 들어섰다가 천마심공을 끌어올렸다. 천마심공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목탑주의 자동 방어마법 '오토매틱 윙즈'가 저절로 발동 되었다.
윤석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넌?"
윤석이 손에 들린 무언가를 슥 쳐다봤다. 예리한 단도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누군가 암살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암탑 소속의 마법사였다.
"또 너냐?"
윤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처음 보는 NPC지만 암탑주 자크가 남긴 기억 속에는 이 NPC의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암탑은 조금 특이했다. 마탑주의 목에 단검을 가져다 대는데 성공하면 마탑주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화탑주, 목탑주, 암탑주, 거기에 천마의 힘까지 이어받은 윤석에게 공격을 성공시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방금의 공격은, 마치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로 장갑차를 공격한 것보다도 못했다.
"이 놈은 왠지 주기 싫은데."
그러나 퀘스트는 퀘스트다. 안하면 캐릭터가 삭제될지도 모른다. 싫어도 하는 수 밖에 없다.
덕분에 윤석은 명예 암탑주가 되었고 현재의 암탑주가 무릎을 꿇었다. 시간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목탑, 화탑, 암탑의 비전을 잇게 해줌과 동시에 슈퍼컴퓨터 스파크의 능력으로 그 모든 능력을 흡수해버렸다.
NPC하면, 유저보다 훨씬 강한 개체들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천외천의 존재라 여겨지던 천마와 탑주들의 힘을 얻었다.
윤석이 씨익 웃었다. 힘을 얻게 됐다. 그것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힘이다.
현캐이기도, 무캐이기도, 판캐이기도 한 '안졸리냐졸려'가 귓말을 보냈다. 무캐들의 용어로 전음이다.
-동생아. 너 어디냐?
-사황성!
-기다려. 거기 치러 간다.
-엥? 친다니?
윤석이 태평스레 말했다.
-너 사황성주 시켜줄게.
머릿속엔 앞으로 해야할 일들의 청사진이 그려졌다. 엄청나게 강한 힘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니까 가장 먼저,
-제일 쉬운 거 부터 차근차근 하자.
제일 쉬운 거부터 하기로 했다.
-뭔 말이야?
-사황성주를 알라뷰... 아니.
마법을 썼다. 세 마탑주의 마법이면 언어정도 조작하는 건 일도 아니다.
-사황성주를 죽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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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모두 실행 가능한 -이를테면 사황성주 죽이는 것만큼 쉬운- 계획들을 세우시고 모두 성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