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01화 (201/244)

00201  도둑왕  =========================================================================

유토피아의 하부장이었다. 하부장은 예전에 봤을 때 보다는 날씬해져 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땀이 많이 나는지 맨질맨질한 이마를 수건으로 연신 닦아냈다.

“큰일이라도 났으면 어쩌나... 정말 다행입니다.”

“유토피아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봐요?”

게임 내에서 유저가 기절하는 일은 없었다. 죽음은 있을 지언정 기절은 없었다. 처음 겪는 현상이고, 실제 유저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상대가 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칭송받는다고 할 수 있는 김윤석이 아니던가.

하부장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되게 어렵게 말씀하시네요. 그렇게 큰 문제였나요?”

“이미 저희의 사정은 모두 알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현재 저희로서는 해결 불가능한 것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어떤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지금 그 세상을 유지하고 관리하기만 해도 벅차잖아요. 너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알아들었습니다.”

윤석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하부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유토피아의 부장 쯤 되면, 그 누구도 함부로 못하는 자리다. 거짓말 약간 보태서 어지간한 그룹의 총수쯤 되는 위치다. 사실상 그 정도 되는 사람이 열심히 설명하고 말을 하고 있으면 그래도 들어주는 게 예의다. 만약 윤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말을 끊고 대충 알아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면, 하부장도 조금 화가 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하부장은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밥을 먹고 숨을 쉬고 변을 보는 일은 인간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 것도 굉장히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아예 기분이 나쁘다는 인식 자체를 안했다. 다만, 그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모, 목소리가 너무 크십니다.”

하부장은 주위를 둘러봤다. 손님을 위한, 유토매니아의 접대실이다. 아까 하부장의 요청으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인 없는 고급 커피머신과 R&B풍의 잔잔한 발라드만 하부장의 신경을 요란스럽게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없어요. 걱정 마세요.”

하부장은 잠시 안절부절 못하더니 이내,

“기절은 현재 중장유저에게만 통용되고 있는 현상이며, 실제 유저에게는 아무런 악영향이 없다고 발표해도 되겠습니까?”

“제 몸에 악영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사실상 악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한다.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는 거다. 유토피아라는 세계는 지금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세계다. 그걸 알고 있는 윤석이고, 이번 일은 유토피아 측에서 컨트롤 할 수 없던 문제였다. 뇌파를 사용하는 게임이니 만큼, 강제적으로 로그아웃을 당했을 때에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를 일이다.

“남의 일이라고 너무 무책임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윤석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으나 하부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아...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언짢으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눈 앞의 일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보니, 작은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하부장은 지금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머리를 조아렸다.

“아니에요. 어차피 아내가 하도 성화를 부려서 병원에도 다녀왔는데 별 이상 없대요.”

주랑은 가끔 아주 완강해진다. 그 것이 윤석의 건강과 관련된 것이면 더욱 심하다. 그럴 때에 윤석은 주랑을 이기지 못한다. 강제종료가 되었을 때, 주랑은 만사를 다 제치고 달려와 윤석을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란 검사는 모두 받게 했었다. 심지어 비뇨기과 검사도 받았다. 말 그대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이루어진 대대적인 정밀 검사였다. 자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직 까지는 별 이상 없단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하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병원비는 이 쪽에서 부담하겠다며 연락을 달라고 했다. 윤석의 입장에서는 푼돈이지만, 이걸 거절할 필요도 없는 거고 만약 거절한 사실을 주랑이 알게되면 아주 조금 잔소리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윤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관념이 매우 희박해진 윤석과 달리 주랑은 만원, 2만원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다. 윤석이 돈을 함부로 쓴다고해서 주랑이 바가지를 긁거나 타박을 주는 것은 아니었으나, 윤석은 괜히 눈치가 보였다. 무언의 잔소리였다. 실제로 주랑이 압박을 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윤석 혼자 찔리는 것일 수도 있다. 주랑은 그런 묘한 능력을 가졌다. 평소엔 윤석이 하고 싶은대로 다 하게 놔두고, 언제나 모든 일을 응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윤석이 주랑을 꽉 잡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윤석이 잡혀 사는 거다. 더욱 신기한 건 윤석은 스스로가 잡혀 산다는 자각이 별로 없고 주랑도 스스로가 윤석을 잡고 산다는 자각이 없다. 이러나 저러나 잘 만난 부부인 셈이다.

어쨌든 하부장과의 만남은 적당히 끝났다. 주랑은 아예 29박 30일 휴가를 냈다. 1분 1초도 윤석과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했다.

“안 돼요!”

“주랑아.”

“그렇게 애처로운 눈으로 보셔도 소용 없어요.”

“주랑아.”

“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에요.”

윤석은 침대에 앉은 채, 옆에 앉은 주랑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슬그머니 손을 내려 주랑의 가슴골에 손을 넣었다. 주랑이 벌떡 일어섰다.

“저, 저도 하,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오빠 몸에 어떤 이상이 생겼는지 아직 확실하게 나온것도 아닌데 오빠 무리하게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주랑은 부드럽지만 완강하게 말한 뒤, 약간 빠른 걸음으로 방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윤석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쳇.”

다른 건 다 좋은데, 딱 두가지가 안 좋았다.

한 가지는 유토피아에 접속할 수가 없다는 거고, 한 가지는 주랑이 윤석을 흥분시키지 않겠다며 스킨십을 거부하고 있는 거다. 그 두 가지를 할 수 없으니 삶이 무료해졌다. 그러던 찰나, 연락이 왔다.

* * *

안젤로 피이로체, 바쉐론 콘스탄틴, 파스텔로. 모두 이탈리아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람보르기니와 바이로쉐, Gucci의 사장 직함을 달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을 필두로 하여 사회 각층의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모였다.

바로 슈퍼페리온의 파티 때문이다. 슈퍼페리온은 유토피아 내 군인들이 가입된 단일 조직이며, 다른 클래스의 길드와 같은 개념이다. 이번에 윤석과 함께 퀘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들이 한 것이라곤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 밖에는 없었지만.)

그들은 비록 유토피아 내에서는 약자들일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오죽하면 재계에 발을 들여 성공하고 싶으면, 군인이 되어 슈퍼페리온에 가입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고 있을까.

딱히 기준선을 둔 것은 아니다만 일전에도 설명했듯 군인 클래스에는 어느 정도 여유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었고, 그들은 그 나름대로의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게임 내의 ‘무력’보다 현실의 ‘재력’과 ‘명성’으로 더욱 유명해진 슈퍼페리온이다.

윤석은 그들의 격에 맞게 성대하게 파티를 열어주었다. 2박 3일간 각각의 테마를 갖고 열린 이 파티를 위해 윤석은 5성급 호텔을 통째로 전세 냈으며, 총 280억 가량의 돈을 사용했다. 말 그대로 별들의 잔치였다.

슈퍼페리온의 유저들은 파티를 즐기러 맨 손으로 오지 않았다. 윤석이 시킨 것도 아닌데 나름대로의 성의를 보이겠다고 이것 저것을 준비해왔는데 혹자는 물품으로, 혹자는 유로화로, 혹자는 달러로, 혹자는 원화로 성의를 표시했다.

일정이 있어 파티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도 꽤 됐는데, 그 들 대부분이 윤석에게 파티를 축하하는 의미로 선물이나 현물을 보내왔다. 그 수가 거의 1만명에 육박하다 보니 그 약간의 성의라는 것이 조금 커다란 규모가 되어버렸다.

그 커다란 규모의 ‘성의’를, 윤석은 혼자서 독식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공짜로 들어온 거다. 슈퍼페리온의 이미지도 드높일 겸, 군인 클래스를 홍보도 할 겸(군인 클래스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훗날, 중장인 자신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또 지역사회에도 이바지 할 겸.

“뭐... 엄청 큰 돈은 아닌데 그래도 복지재단 하나 어떻게든 굴릴 정도는 되는 것 같아.”

“저는 오빠가 너무너무 자랑스러워요.”

“어차피 꽁돈인데 뭐. 280억 썼는데 2000억으로 돌아왔네.”

엄청나게 큰 돈은 아니었다만 그래도 장학재단 하나 굴릴 정도의 성의는 되었다.

- 슈퍼페리온 장학재단 설립! 자산 규모 2000억!

- 이 시대의 성인 김윤석. 그 선행의 끝은 어디인가.

이미 윤석은 개인이 감당하기에 충분하고도 차고 넘칠 만큼의 일을 했다. 개인적인 기부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 (다른 기부를 제외하고서라도 1년에 1조 2000억의, 평범한 사람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만큼의 기부금을 낸다.)를 기부하는 윤석이다.

더군다나 밀양 사람들에게는 거의 신처럼 추앙받고 있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걸 개인이 해결했다. 뿐이랴. 역시 천문학적인 외화를 국내로 끌어들임으로써 경제를 활성화시켰다. 일개 개인이 돈을 끌어모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돈벌이’는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단순히 그런 간접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연희동을 아예 새로운 곳으로 갈아엎으면서 건설업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건 단순히 건설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살기 좋은 곳이 되면서 인구가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 당연히 시장이 활성화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윤석은 주랑복지재단을 설립함으로써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꿈 있는 청소년들을 지원함으로써 단순히 돈을 많이 베푸는 부자가 아닌 꿈을 베푸는 부자라고까지 불리고 있다.지금 윤석은 대통령보다도 더한 지지를 받는 국민적 영웅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윤석인데, 약간 문제가 생기긴 했다.

“그런데 접속불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서 조금 불안하네...”

“접속불가요?”

주랑은 윤석의 무릎에 앉아 윤석과 눈을 마주쳤다. 두 팔을 벌려 윤석의 목을 감싸 안고서 입술이 닿을락 말락한 상태로 윤석을 올려다보았다. 주랑은 기분이 좋았다. 정밀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윤석의 몸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응.”

윤석은 주랑의 셔츠 안으로 손을 쑥 밀어넣고 주랑의 탐스러운 가슴을 한 손으로 꽉 쥐고서,

“물컹물컹. 물컹물컹.”

만지작 거리면서 굳이 입으로 소리를 냈다.

“물컹물컹이 뭐에요!”

주랑은 불만인 듯 말하면서도 윤석이 애무하기 편하도록 허리를 살짝 뒤로 젖히고 눈을 조금 감았다. 윤석의 손 끝으로 전해지는 그 감각에 집중하는 듯 했다.

“그럼 몰캉몰캉?”

윤석은 쿡쿡 웃으면서 주랑의 가슴을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스킬포토라는 건 내 스킬을 복사하는 거거든.”

“네?”

윤석이 손을 멈추자 주랑은 눈을 다시 뜨고서, 아주 조금은 불만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방긋 웃었다.

“너 지금 얼굴 찌푸렸지?”

“아니에요. 오빠가 잘못 보신 거에요.”

“아닌데. 분명 찌푸린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내가 몰캉몰캉 안해줘서 그래? 그래서 삐졌어?”

윤석은 익살맞게 쿡쿡 웃으며 아예 양 손을 주랑의 옷 속으로 넣어 브레이지어 컵 속으로 파고 들어가 주랑의 탄력있는 가슴을 마구 주물럭 거렸다.

“물컹물컹! 물컹물컹!”

주랑은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물컹물컹이란 단어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듯,

“물컹물컹은 도대체 뭐에요?”

하고 약간의 불만을 표시했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야릇한 비성과 함께 호흡이 조금씩 가빠져오고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스가 ( *스킬포토를 제작하는 npc. 현재는 대공장 단지의 주인이다.) 내 스킬을 복사하려면,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그니까 게임시간으로 20일에 한 번은 나한테 스킬을 지급 받아야 하거든.”

하으...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주랑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윤석의 손길을 받아들이는데 집중한 나머지 윤석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지난 3일간 정말 힘들게 참아왔다.

“못 참겠어요!”

주랑은 윤석을 살짝 밀쳐 넘어뜨렸다. 윤석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주랑의 거친 손놀림에 윤석은 헛웃음을 한번 지었다. 아무리 밤에는 변하는 주랑이라지만, 주랑은 언제나 순종적인 요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순종적인 것은 고사하고 다분히 적극적이지 않은가.

“주랑아. 너 언제부터 이렇게 적극적이었어? 완전 변태네 우리 주랑이.”

옷 위로, 용트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윤석의 그 것을 주랑이 깔고 앉았다.

“모, 몰라요. 오빠가 나빠요. 오빠 때문에 나 완전히 이상해졌잖아.”

“이상한 거 아니야. 좋은 거야. 아주 잘 학습하고 있어.”

윤석은 누운 상태로 쿡쿡 웃었다. 주랑이 완전히 발기된 그 곳에 올라앉은 상태다. 꺾이는 것 같다. 그런데 기분이 워낙 좋아서 별로 아프게 느껴지지는않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거 보이지? 이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윤석이 자신의 그 것을 콕콕 찔렀다. 주랑은 고개를 갸웃 했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주랑이 꺼?”

윤석은 피식 웃었다.

“그것도 맞긴 맞는데, 이 상태를 다른 말로 풀발기라고 하는 거야.”

주랑은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풀발기?”

생소한 용어에 주랑은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윤석은, 유토피아의 일은 조금 있다가 생각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나도 주랑이 꺼 할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