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98화 (198/244)

00198  도둑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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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두가 똑같은 지점에서 시작한다. 외적인 다른 부분, 예를 들어 부모의 경제력 능력이나 태어난 나라 등. 그러한 것들을 배제하고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태아가 되고, 그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고, 조금씩 성장해간다. 이건 모두가 똑같다. 뱃속에서부터 성인이 된 채로 나오는 경우는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얼스에서도 결코 찾아볼 수 없다.

어쨌거나 인생은 모두가 아기. 즉, 0살부터 시작이다. 유토피아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똑같은 선상에서 시작한다. 레벨 1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다른 요인들, 이를테면 인맥-게임 내에서도 인맥은 매우 중요하다-이나 행운이나 여타 다른 어떠한 것들과 스스로의 의지, 그리고 약간의 잔머리에 의해 조금씩 다르게 성장하게 된다.

안졸리냐졸려의 경우는 처음에 총잡이로 시작했다. 누구도 키우지 않는 쓰레기 클래스였다. 그러다가 언젠가 건오퍼로 전직하게 됐다. 사실상 많은 걸 가지게 된 지금에서야 건오퍼란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아도, 이 모든 것들을 이룰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바로 건오퍼다. 건오퍼가 없었으면 중장 윤석도 없고, 중장 윤석이 없었으면 천마 윤석과 당나귀성자 윤석도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정의맹 맹주 윤석도 없다.

현대는 공학이 굉장히 발달해있다. 공학은 인간의 윤택한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실제로 공학의 발전은 인간의 삶은 상당히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그 공학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 바로 자연학문(혹은 기초학문)이다. 온갖 수학, 과학적 지식들과 발견들이 없었으면 공학의 발전도 없다. 모든 공학은 기초학문에서 시작하는 거다. 마찬가지로 건오퍼가 바로 지금 윤석이 이룬 모든 것들의 초석이 된 클래스다.

윤석이 직접 가지게 된 클래스들은 어마어마하다. 일단 군인( 그것도 중장 ), 건오퍼, 천마. 거기에 새롭게 얻게된 지휘관까지. 거기에 당나귀 성자와 전쟁영웅의 칭호까지 가지고 있다. 그게 직접적으로 가지게 된 힘이고 부가적인 힘들도 엄청나다.

일단 대표적으로 다수정예회를 들 수 있겠다. 전투계열의 유저들은 NPC의 무력을 아직까지도 추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NPC와 유저의 격차는 애초부터 너무나 크게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전투계열이 아닌 타계열. 특히나 상인계열의 유저들은 이미 NPC들을 앞지른 경우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예가 바로 다수정예회 유니온과 은미상단이다.

다수정예회는 기본적으로 얼스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군에 건오퍼의 스킬포토를 납품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온갖 물품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산하에 수많은 하청유니온을 거느리고 있는 초거대 유니온이다. 인구가 600억에 달하는 얼스에서의 초거대 유니온이다. 그 힘이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다.

은미상단은 중원에 기반을 둔 거대 유니온이다. 다수정예회에 비하면 그 규모가 작지만, 그 성장세는 다수정예회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이는 중원의 전체적인 상황과도 크게 관련이 있었다. 원래 은미상단은 사황성에서부터 시작한 상단이었다. 다수정예회의 도움을 받아 비단을 매점매석한 것을 시작으로 윤석과 현실에서 계약하여 그 덩치를 점점 불려나갔다.

그런데 때마침 천마교와 정파가 전쟁을 벌이게 됐다. 전쟁은 상인에게 돈을 물어다주는 법이다. 전쟁없이 가장 안정적이었던 곳에서 덩치를 불렸기 때문에 사황성은 이미 은미상단이 완전히 자리잡은 곳이고, 황폐한 정파를 재건하는데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망이 매우 두텁다. 거기다가 당나귀성자를 위시한 정의맹이 바로 은미상단 편이다. 그 뿐이랴. 정파 뿐만 아니라 천마교의 천마 역시 은미상단 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은미상단이 바로 정의맹 맹주와 천마의 소유다.

그렇다보니 은미상단은 중원 전체를 마음놓고 활보할 수 있는 유일한 상단이었으며 독보적인 유니온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얼스와 비교했을 때에, 중원은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축이었는데 상계를 점령함으로써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능력까지 갖게 되었다.

거기에 한 클래스 내에 바운더리(*경계)를 갖고 있는 ‘슈퍼페리온’ 역시 윤석의 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군인은 명령을 반드시 이행해야만 하는 클래스이고, 슈퍼페리온의 유저들은 윤석을 사모(?)한다.

어쨌거나 윤석은 이토록 많은 힘을 갖게 되었다. 유저들 중에선 최강이라고 해도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할 정도다.

‘이건 도대체...’

[띠링. 시스템 퀘스트 발동]

[시스템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강제력을 가진 퀘스트입니다. 귀하는 전쟁영웅이자 진실한 지휘관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진실한 지휘관다운 퀘스트를 수행해야 합니다.]

도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진실한 지휘관다운 퀘스트를 수행하란다. 퀘스트 내용을 살펴보니 더욱 가관이다.

<진실한 지휘관>

진실한 지휘관다운 면모를 보이십시오.

내용: ?

등급: 시스템.

보상: ?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퀘스트는 처음 본다. 적어도 무엇인가를 하라고 알려주는게 퀘스트 아니던가. 진실한 지휘관다운 면모를 보이는게 어떤건지 윤석은 알 턱이 없다.

그러나 퀘스트의 내용은 둘째치고 지휘관 클래스와 전쟁영웅호칭이 생겨나면서 여지껏 가져왔던 것들은 마치 장난이었던 듯, 어마어마한 보상이 주어졌다.

지휘관 클래스는, 아무래도 호칭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이 인정하는 클래스인 것 같았다. 호칭은 NPC들의 인정이 있으면 생기고, NPC들이 인정하게 되면 차후에 시스템이 인정하게 된다. 지휘관 클래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시스템 슈퍼컴퓨터 스파크. 지휘관을 보좌합니다.]

평상시의 알림음과는 다른 알림음이 들려왔다. 뭐가 다른건지 정확하게 콕 짚어낼 수는 없지만 확연히 달랐다. 마치 외국어를 말하는데, 그것이 저절로 해석되어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벡터값이 존재합니다. 모든 값들을 최적화 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뭐가 생긴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시스템 슈퍼컴퓨터라는 것이, 모든 값들을 최적화 하겠단다.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최적화에는 약 18초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금은 사황성주와 대치상태에 접어들었다. 시간을 끌라는 요청에, 사황성주는 착실히 응해주었다. 이순신도 아직까지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은 것으로보아 사황성주는 상당히 협조적으로 응하고 있었다.

[최적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같은 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달라졌다. 원래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를 바꾸는 거다. 내가 바뀌면 상대적으로 세상 전부가 달라지는 법이니까.

[모든 상황과 능력치는 식별의 용이성을 위하여 10진수로 표기됩니다.]

슈퍼컴퓨터 스파크는, 말 그대로 슈퍼컴퓨터였다. 이 것이 어떤 원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무한대...라고?’

상대가 보인다.

슈퍼컴퓨터의 말대로 숫자로 표기되어 보이는 게 아니었다. 보면 그냥 읽혔다. 길을 가다보면 나무도 있고 가끔 상점에선 노래도 흘러나온다. 길을 걷는 사람은 나무를 보면 나무가 있음을 인지하고 노래가 들려오면 노래가 들려온다는 것을 안다. 그건 비장애인이라면 너무나 일상적이고 당연한 거다. 그것과 똑같다.

주변의 상황이 보이고 인지된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머릿속에 모든 것들이 수치화되어서 숫자로 느껴진다는 거다. 눈으로 보이는 것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스스로가 슈퍼컴퓨터가 되어 슈퍼컴퓨터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건... 천안과 흡사한 건가...?’

천안과는 느낌이 약간 다르다. 천안은 데이터의 수치해석보다는 본능에 더 중점을 둔 능력이다. 천안은 본능적으로 시전자에게 가장 뛰어난 방법을 일러주고 그 것을 선택하여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희의 말을 빌리자면, 시간의 흐름까지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의 계산은 본능보다는 모든 데이터들을 끌어모아 가장 합당하다고 할 수 있는 값을 해석하여 내보낸다. 이는 본능과 직관에 의존하는 천안보다 더 정확할 때도, 더 부정확할 때도 있다. 수치해석이란 100퍼센트 정확한 값이 아닌, 최대한 정확한 값에 근접하는 값을 도출해내는 법이니까.

사황성주의 총체적인 능력은 무한대로 표시가 되지만, 무한대를 0으로 만드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무한대를 0으로 만드려면 같은 무한대로 나눠준 뒤, -1을 해주면 된다. 무한대 영역까지 확장된 수학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슈퍼컴퓨터 스파크 역시 무한대에 가까운 연산과 계산을 수행함으로써 결론을 도출해냈다.

-미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

천마는 기겁했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실성한 사람처럼 계속해서 말도 안 된다며 중얼거렸다. 영겁의 지옥속에 갇혀있어 정신력이 많이 약해지고 연약해졌다고 해도 천마는 천마다. 2만년간 절대자로 군림했었다. 그런 천마가 지금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입어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바로 최적화의 결과다.

최적화. 윤석의 신체적 능력자체는 완벽했다. 이건 천마도 인정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힘을 활용하지 못했다. 하드웨어는 있는데 그 것을 제대로 구동할 시스템이 없던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몸은 있는데 뇌가 없다는 거다. 그 뇌를, 슈퍼컴퓨터 스파크가 대신하게 된 셈이다. 스파크는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던 천마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최적화 작업을 단 18초만에 수행해주었다.

그러니까 2만년 전에도 천하제일인이었던 천마의 모든 능력을, 윤석이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게 된 거다. 슈퍼컴퓨터가 계산해주고 그 것을 수행하는데 약간의 애로사항은 있을지 몰라도, 천마조차도 기겁할 정도의 능력을 윤석이 소유하게 된 거다.

“나 참... 이건 뭐...”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슈퍼컴퓨터의 최적화에 의해 천마의 모든 능력을 고스란히 이어받게 되었다. 이제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셈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이젠 천마의 힘이 제대로 발동 되기 시작한 거다.

중원인들은 사황성주와 천마를 동급으로 친다. 그러나 그 것은 틀린 말이다. 천마가 천마력에 구속되어 천마산에서 나오지 못해서 그렇지, 2만년간 절대자로 군림해왔다. 놀면서 무공을 연습했어도 2만년 동안 했으면, 고금 제일인이라 칭할만 할 것이다.

사황성주의 천안- 천안을 비롯한 모든 능력-은 분명 대단한 능력이지만, 본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천마공 역시 대단하다. 아니, 훨씬 더 굉장하다. 사황성주가 직관과 본능에 발군의 능력을 갖고 있다면 천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슈퍼컴퓨터 스파크의 객관적인 수치해석과, 천마의 직관이 합쳐지면서 최상의 이성적인 판단과 최상의 직관력을 갖추게 된 거다.

윤석이 ‘시스템이 인정하는’ 지휘관 클래스를 받게 된 것은 비유하자면, 최고급 다이아몬드가 박힌 황금열쇠를 받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열쇠만 해도 이미 엄청난 보물이다. 그런데 이 열쇠가 더욱 더 찬란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방문-이 방문이 바로 천마의 능력이고, 방문과 열쇠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진짜 보물의 방이 나타나는 거다- 을 열 수 있게 해준 거다.

슈퍼 컴퓨터와 천마공.

즉, 얼스 최고의 능력과 중원 최고의 능력이 합쳐졌다.

윤석이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시나리오는 둘째치고... 직접 해도 할 만 할 것 같은데...?”

============================ 작품 후기 ============================

1+1=무한대

천마.

네 몸과 마음과 보물 모두 내가 가져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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