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7 주인공이 짜증내게 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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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에 의해서 천마교의 성지는 완전히 초토화됐다.
f-350k가 제공권을 장악하고 플라즈마 기관포와 마교병력이 지원병력을 차단했으며 그 위로 고구려가 날았고 베이스를 장악한 제 8전투단이 끊임없이 화력을 토해냈다.
20억 npc의 마음을 얻어 당나귀성자의 호칭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천마교도들의 마음을 얻어 천마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천마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클래스가 생긴 것. 그 이상이다.
먼저 이 곳은 천마의 땅이다. 초대 천마가 육신을 바꿔가며 2만년간 지배해온 땅이고 그 말은 즉 이 광활한 영토(?)가 바로 윤석의 소유가 되었다는 뜻이다. 천마의 영혼을 집어삼키고 났더니 이젠 땅이 생겼다.
그런데 더더욱 중요한 건 단순히 땅부자가 되었다는 내용이 아니다. 그 동안 얼스가 중원에 깊게 침투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얼스의 진짜 힘이라 할 수 있는 과학문명이 중원으로 침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기를 어찌어찌 가져간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베이스. 즉, 영토가 없으면 실질적인 지배력을 발휘할 수 없다. 최소한의 진지는 있어야 땅따먹기라도 가능한 거다. 그런데 이제 영토가 생겼다.
중원인의 아이템을 얼스인이 쓸 수 없는 것처럼, 중원의 땅에 얼스의 건물을 올릴 수 없다. 그건 시스템상 정해져 있는 것이어서 어떻게 손 쓸도리가 없다. 굳이 중원 땅에 무언가를 짓고 싶다면 무팀의 은미상단을 경유해서 중원 NPC들을 고용하는 절차를 거쳐 지어야 한다. 그 말은 즉, 최첨단 기지를 세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이곳은 천마의 땅이고 다시 말해 천마의 소유다. 그리고 현 시대의 천마는 얼스인이기도 하다. 더더군다나 이 곳은 중원의 NPC는 잘 침입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이기도 하다. 해발 40,000미터의 고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성지다. 숙련된 등산가조차도 8000미터를 오르기 힘들어한다.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대기 중 산소의 농도가 희박해져 숨 쉬기가 힘들다.
천혜의 요새인 천마의 땅을 얻었다. 윤석은 이곳의 왕이나 다름 없었다. 여기서 윤석은 하나의 최우선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군인과 마교인. 윤석이 없었다면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마찰을 제어할 강령이 필요했다.
군인과 마교인은 그 어떠한 일로도 서로에게 무력행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명령을 어기면 참수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이 곳은 천마의 땅이지만 군 NPC들에게는 중원 땅이기도 하다. 그 말은 이 곳은 전쟁지역이란 뜻이고 전쟁지역에서 지휘관의 말은 곧 하늘과도 같다. 천마교인들이야 윤석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 아니라 실제로도 죽을 NPC들이었으니 따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편, 정파와 마교. 둘 모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채 NPC간의 전쟁이 거의 종식 됐다. 정파의 입장에선 또다시 40KM를 넘어 성지를 공략할 여력도 없을뿐더러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지금 당장은 마교가 괴멸되다시피한 상태니까. (불과 5천 가량의 엘리트 NPC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마교 역시 재발호는 힘들다.
유저들에 대한 긴급소집령은 풀렸고 따라서 패왕과 무림맹- NPC들의 무림맹이 아닌 유저들이 만든 길드 개념의 무림맹- 의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중원에서의 길드전쟁 시스템은 상대의 본거지에 꽂힌 깃발 혹은 명패를 누가 먼저 탈취하느냐에 따라 갈라지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한 쪽은 사냥 시 메리트를 얻으며 상당한 경험치와 명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전력차이가 조금 있더라도 쉽사리 끝나지 않도록 깃발(혹은 명패)에는 자체적인 방어력이 있으며 어지간해서는 탈취하기가 힘들다. 유저들의 수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화력을 총동원해서 최소 2일 이상은 데미지를 줘야 탈취가 가능할 정도고 그 기간은 충분히 역전도 가능한 시간이다. 아예 본진의 방어는 포기하고 공격진만 구성해서 너 죽고, 나 죽고 식의 막무가내 전술까지도 가끔은 먹혀드는 판국이다.
“흠... 그래?”
윤석은 턱을 매만졌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 비록 첩자의 신분이지만 은현은 무림맹 소속이고 은미는 패왕소속이다. 큰 문제는 아니다. 은현은 무팀에 속해있는, 연봉 2억이 넘는 고소득자다.
은현도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어쩔 수 없죠 뭐. 패왕 밀어주기로 했으니까요. 더더군다나...”
은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수희도 패왕에 가입한 거... 알고 계시죠?”
“수희가?”
“네.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요게 오빠한테 말도 안하고.”
크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수희는 사황성주의 제자고 사파 소속이다. 패왕에 가입을 하든 말든 걸릴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윤석 옆에 앉은 주랑이 손을 내려 윤석의 손을 맞잡았다. 깍지손을 꼈다. 주랑은 윤석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다분히 동생을 아끼는 윤석은, 수희가 자신에게 아무런 언질도 없이 패왕에 가입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수희가 아닌 제 3자에게 들었다는 사실에 조금.
‘삐지셨구나.’
아주 조금 삐졌다. 하지만 주랑의 온기가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왔다. 수희 때문에 토라진 게 -1이라면 주랑의 온기는 +100만 쯤 되겠다.
“은현아.”
“네?”
“그... 중원에서 길드라는 게 말야. 뭔가 제약이라든가 자격이라든가 그런게 있는 거야?”
“일단 저희 무림맹 같은 경우는 정파 혹은 중도인만 받고 있어요.”
은현은 말을 끝마치고 은미를 쳐다봤다. 은미는 흠흠,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각 팀장들과 사장님이 모이는 이런 미팅자리가 편치 않은 듯한 모양새다.
“패왕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사파인을 영입하고 있어요. 딱히 열심히 활동은 하지 않더라도 일정수준 이상의 금액을 기부하면 명단에 넣어주기도 하고요. 패왕은 가입이나 탈퇴에 있어서 조금 자유로워요. 대부분의 사파길드가 그렇지만요.”
“그러니까 중원인 이기만하면 별로 문제는 없는 거네?”
“그렇죠.”
“오케이. 그럼 나도 패왕 가입할래.”
“네?”
은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참고로 말하자면 대외적으로 ‘패왕’의 ‘왕’은 패왕후다. 그리고 패왕후는 윤석의 귀속 NPC 스나다.
“나 킹왕짱에 넣어줘.”
“그, 그런 직책은 지금 없는데...”
은미는 말을 얼버무렸다. 은현이 팔꿈치로 은미를 툭툭 쳤다. 사장님이 만들라면 없는 직책도 만드는 거다. 아직 은미는 나이 어린 대학생이고, 사회생활 경험이 없다. 적어도 오빠인 은현은 그렇게 판단했고 나름대로 눈치를 줬다.
은현은 속을 태웠으나 막상 당사자인 윤석은 별로 꼬투리 잡을 생각이 없다. 꼬투리 잡으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그럴 생각조차 못했다. 쉽게 말해 은현 혼자 이유도 없이 괜히 마음 졸인 셈이다.
“음 그럼... 수희가 뭔진 모르겠지만 수희 부하로 넣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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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은 은미상단이 자금을 대어 건립되었으며 베일에 둘러싸인 히든클래스 ‘패왕후’가 길드장을 맡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닉네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반기를 든 세력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는 실력자라는 것만 알려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은미상단의 상다주인 은미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다. 윤석의 귀속 NPC인 스나다.
어쨌든 은미는 현재 패왕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1인자나 다름없다. 어차피 스나야 명목상으로, 무력이 필요할 시에만 꺼내 쓰는 카드이고 실질적인 운영은 은미가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1인자가 사실 1인자가 아니라는 거다. 사실 그녀는 윤석의 꼭두각시에 불과했으며 적어도 일에 관한한 윤석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그녀에게 있어서 일이라함은 유토피아였으며 윤석은 그녀에게 새로운 자리를 혹은 수희의 밑자리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윤석은 ‘행동 부대장’이라는 직책을 갖게 됐다. 수희가 ‘행동 대장’ 직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행동 부대장이라는 직책은 전혀 없던 직책이다.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
‘촌스럽게 행동대장이 뭐냐...’
윤석은 속으로 혀를 찼다. 오빠주거의 경우에서도 그랬지만 동생의 네이밍센스는 정말 최악이었다. 어쨌거나 행동부대장을 맡게 된 윤석은 패왕에 소속될 수 있었다. 윤석에게는 나름의 여흥이었다.
천마나 사황성주 같은 말도 안 되는 ‘우주괴물급 NPC’들만 상대하다가 유저들과 게임하려니 마음이 놓인다. 마음이 놓이는 정도가 아니라 신이 났다. 고수 중에서도 초고수가 초보채널에 들어가 정체를 숨기고 유희를 즐기는 거다.
수희가 맡고 있는 조직은 제 1 행동대였다. 일종의 전투단의 개념인데, 다른 곳과는 확실히 차별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일단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다른 ‘행동대’는 보통 사자단, 혈마단, 지옥단 등의 무협적 색채가 강한 이름을 띄고 있었으나 수희는 ‘제 1 행동대’라고 이름 붙였다. 숫자는 총 70 여명.
수희는 파이팅을 외쳤다.
“우리가 꼭 따내도록 해요. 제 1행동대가 짱 세다는 걸 알려야 해요.”
길드전쟁은 길드와 길드간의 전쟁이다. 그러나 길드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결투가 벌어진다. 바로 길드전 공적치다. 누가 더 많이 상대를 죽였느냐, 얼마나 조금 죽었느냐도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물(명패 혹은 깃발)에 누가 얼마나 데미지를 줬느냐가 중요하고,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탈취한 유저가 누구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길드전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고, 한 길드 내에서 공적치를 나눠갖는 것도 중요하다. 사냥 시 경험치이득이야 길드원 전체에게 돌아가는 거지만 그 외에 전쟁을 통한 경험치와 길드전 보상은 공적이 가장 높은 유저와 팀에게 돌아간다.
‘재미있는 시스템이네.’
윤석은 쿡쿡 웃었다. 길드전이라길래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 안에 또 세부 내용이 있나보다.
“이봐요. 부대장님.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죠?”
“네?”
윤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수희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제가 방금 전에 뭐라고 그랬는지 말해봐욧!”
팀원들, 즉 제 1행동대원들이 킥킥대고 웃었다. 발끈하는 수희의 모습이, 이들에게 별로 낯설지 않은 듯 했다. 윤석은 당황한 척 했다.
“그, 그게...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담부터 또 제 말 안들으면!”
수희는 스스로 엄하다는 표정을 짓고 허리에 양 손을 얹고 훈계하듯 말했다.
“안 들으면요?”
“콱 혼내줄 거에요.”
팀원들이 푸하하! 웃었다. 수희는 별로 근엄하지 못한 리더였다. 왜 웃어요 왜! 왜! 난 지금 엄청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데! 라며 또다시 발끈했지만 그건 역시 별로 위협이 되지 않았다.
“무조건 우리 팀이 1등! 1등! 알죠? 똥개단한테는 절대 질 수 없어요. 아니!지지 않아요! 지면 나 콱! 혀 깨물고 아파할 거에요.”
차마 혀 깨물고 죽는다고는 못하고, 아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윤석은 ‘똥개단’이 뭔지 알아봤다. 알아보니 ‘똥개단’이란 ‘백호단’을 의미하는 단어란다. 백호는 개과가 아니라 고양이과지만 수희는 그런 것 따윈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듯 했다.
지금 백호단과 자존심 싸움이 붙었단다. 백호단의 경우는 ‘공격’에 특화된 클래스들이 몇 모여있고, 따라서 ‘공격력’에 있어서만큼은 패왕의 모든 팀들 중 최고란다. 더군다나 백호단은 어떤 수를 썼는지 NPC하나를 섭외해 놨는데 그 NPC가 엄청나게 강해서 그들의 큰 전력이 된 상태고 패왕이 길드전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백호단이 공적치를 대부분 가져갈 거라고들 말하곤 했다.
“부대장님도 들어왔으니까! 음. 근데 부대장님 레벨이 어떻게 돼요?”
윤석의 현재 레벨은 183이다. 어차피 레벨이야 일반클래스들에게나 중요한 거지, 윤석같은 ‘건오퍼+천마’조합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초등학교 ‘6학년’과 서울대 ‘3학년’은 다른 법이다. 3보다 6이 큰 숫자인 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등학교 6학년이 서울대 3학년보다 지식이 많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레벨에는 신경 끈 지 오래다. 애초에 레벨은 이제 그냥 숫자다. 그러나 자신이 공개된 랭킹 중 최고위라는 건 안다. 그래서 조금 줄여서 말했다. 대충 100정도 되면 고수 소리 들으니 거기에 맞췄다.
“100 조금 넘는데요...”
수희가 입을 쩍 벌렸다.
“헐! 완전 초보신데 어떻게 부대장으로 들어왔어요?”
팀원들도 수군거렸다.
“100밖에 안 된다는데?”
“설마. 농담이겠지.”
“아니. 표정봐. 진짜 황당해하고 있잖아. 설마 여기서 100이 고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테고...”
“아이씨... 고수 영입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윤석에게 별로 곱지 못한 시선이 쏟아졌다. 길드전을 치르고 있는 중요한 상황인데 이 무슨 개떡같은 상황이냐며 대놓고 수군거렸다.
윤석은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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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개초보 됐어여...어떡하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