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83화 (183/244)

00183  주인공이 짜증내게 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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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 초대천마 혁거세가 마교를 만들었던 곳이며 최근 정파를 휩쓸었던 그 마교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 아. 정말로 오랜만이군.

천마는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사실상 천마가 천마산을 떠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서도, 그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표현하는 '영겁의 지옥'속에서 무수히 많은 세월이 지났고 그 세월 이후에야 천마의 산에 돌아오게 된 거다.

천마산은 그를 옥죄는 '천마력'이 있는 곳임과 동시에 그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기도 했다. 천마산을 보자 복잡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곳을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는데 이 모양 이 꼴이라니.

벗어나는 건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윤석의 신체강화에 쓰인 도구가 되어버렸다. 천마심법으로 인해 윤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강해진다. 그렇게 강해져서 얼스의 상급 NPC 소총을 단 한방에 날려버렸다.

거기에 천마석으로 신체를 또 강화한 거다. 설아의 말을 빌리자면 자크리트가 천마석으로 돌멩이를 강화하면 그 돌멩이가 핵폭탄이 될 것 같다고 말했었다. 안 그래도 강해진 윤석의 신체를 천마석으로 강화했다는 건 신체 상의 스펙만으로 놓고 보면.

- 신체는 거의 내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면 되는데 문제는 마기 운용능력이야.

천마도 인정했다. 신체 자체는 거의 자신의 수준에 도달했단다.

그러나 신체가 강해진다고 다가 아니다. 아무리 스마트폰의 스펙이 훌륭해도 어플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다. 제 아무리 훌륭한 하드웨어라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천마공이 있으니 괜찮겠지.

그러나 천마공은 그 부족한 소프투웨어적은 측면의 능력을 충분히 보강해주리라 생각했다. 천마공은 마기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천마만의 독문무공이다.

패시브 상태일 때엔 자동으로 마기를 제어하고, 액티브 상태일 때엔 수동으로 마기를 제어해줘야 한다. 만약 이러한 스킬이 없었으면 윤석은 게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마기를 주체할 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주위를 파괴하는 파괴자밖에 안 되니까.

윤석은 천마산 입구에 도달했다. 은신처가 따로 있을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모양이다. 대문짝만하게 '천마교'라는 거대한 명패가 있고 그 위로 잘 다듬어진 수많은 계단이 자리잡고 있었다.

-천마산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지. 병력이 적은 우리가 2만년 이상 버텼던 이유이기도 하고.

천마교도는 총 인구가 10억정도 된단다. 그 인구가 모두 무인인 건 아니다. 정파나 사파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숫자다. 사파의 경우는 무인의 수만 해도 20억이 넘었으니까.

그렇게 병력차이가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마교는 중원의 3대 세력으로써 그 입지를 당당히 할 수 있었단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천마산이라는 본진 자체를 공략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이들이 '천마산'이라고 부르는 이 곳은 가운데에 분지 형태의 넓직한 공간이 있다. (이 넓직하다는 것은 지구 기준이 아니라 유토피아 기준이다. 산 안에 거대한 분지가 있는데 이 곳에서 10억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천마산은 가운데에 커다란 분화구가 있는 형태의 산이었다.

그리고 이 입구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오르지 못할 만큼의 높이와 경사를 자랑하고 있단다. 이 높이를 뛰어넘으려면 상당히 수준 높은 무인이어야만 하는데, 그 높이를 넘을 수 있는 무인은 그리 많지 않단다.

물론 넘을 수 있는 무인들도 있기는 있다. 그러나 이 산을 오르다 보면 당연히 지치기 마련이고 그 상태에서 마교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무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됐다.

그리고 산을 넘고서도 온전히 체력을 보존할 수 있는 최고위급 NPC들은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으며, 그 수로는 마교의 공략이 불가능했다.

마교 역시 지난 세월동안 틈틈히 산 쪽의 경계를 강화해왔다. 입구 외에 다른 곳에 함정도 설치를 해놨고 쉴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독이나 기타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마교가 지난 세월동안 적은 수의 병력으로 이렇듯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군... 어째서 지키고 있는 놈들이 없지...?

천마가 흐음...이상하다는 듯 신음성을 냈다.

"원래는 누군가 있었다는 거냐?"

-물론이지. 입구 경계는 천마교도의 가장 중요한 임무들 중 하나니까."

"농땡이 피우나 보지."

평화가 지속되면 사람은 나태해지는 법이다. 윤석도 군대를 갔다왔다. 솔직히 말해서 병장 이후부턴 북쪽보다는 남쪽을 보면서 경계섰다. 북괴보다는 남쪽 간부들이 더 신경쓰였으니까.

- 느낌이 좋지 않아.

* * *

10억의 마교도를 얻으러 왔다. 저번에 윤석은 '용병술'에 지대한 재미를 느꼈었다. 새로운 취미를 찾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10억의 마교도를 얻는다는 것은 굉장히 설레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상황이 별로 좋지가 않다. 마교는 지난 2만년간 전쟁을 일으켜왔다.

역사는 지나간 발자취에 불과하지만, 그 발자취를 잘 더듬어보면 미래를 더욱 잘 설계하는 발판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2만년간 마교도에게 당해온 정파다.

-믿을 수가 없군. 9대문파와 5대세가를 포기하고 무림맹이란 상징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런 작전을 세웠었다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쩐지 정파 무림맹이 너무 쉽게 쓸려나간다 했다.

-그래서 백두천이 그렇게 영양가 없는 놈이었던 건가...

역대 무림맹주 중 최악의 약체였던 것이 기억났다. 시간은 없고, 이런 약체는 먹기 싫고. 그런데 거기서 당나귀 성자가 나타났다. 어쩌면 윤석이 천마의 영혼을 흡수하게 된 것은 커다란 운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파는 무림맹을 전면에 내세우고, 뒤에서 협잡질을 한 모양이다. 정말 귀재라고 할 수 있는 재원들을 몰래 빼내어 결사대를 만들고 산을 넘어 공격했다.

만약 천마가 있었다면 당하지는 않았으리라.

정파는 2만 년이 넘는 시간동안 당해왔다. 그에 대한 대책도 세워질 때가 됐다. 그들은 칼을 갈아왔고 덕분에 천마교를 접수할 수 있었다. 정파도, 마교도 피를 엄청나게 흘렸지만 결국 정파의 승리였던 것이다.

적어도 중원에는 그렇게 발표가 되었다. 미리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던 정파의 비밀 결사대들이 모여 천마교의 본진을 공격하여 마교를 소탕했다고 말이다.

윤석은 조금 짜증났다.

10억의 마교도들을 얻으러 왔는데 헛걸음만 했다. 그는 사마천의 신위를 똑똑히 봤었다. 10억의 마교인이라면 그 중에 사마천 같은 놈들이 몇 몇 더 있을 텐데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 버린 거다.

"우씨."

천마는 당장에 정파놈들을 족쳐야 한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윤석도 기분이 나빠졌다.

"시끄러워. 나도 기분 나빠."

생각해보니 열 받는다. 10억 명. 그것도 단일 무력으로는 중원인들 중 가장 강하다는 마교 NPC들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은미상단을 통해 정파의 재건을 도우며 정파쪽을 일으키려고 했었다. 그 모든 건 얼스에서 중원의 3각 구도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더 깊게 파고들어보면, 그들의 3각 구도가 얼스의 평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예 그럴 바에야 중원일통 하면 되는 거 아냐?"

윤석의 소유하지 못함에 대한 짜증은, 중원일통으로 귀결됐다.

* * *

예전 혁거세는 얼스의 통일에 지대한 공헌을 하여 귀머거리 영웅으로 유명해졌었다. 지금이야 이야기속에서나 나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중 하나지만, 윤석은 그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안다.

중원에서 넘어와 얼스를 통일 시켰다. 그렇다면 얼스에서 넘어가 중원을 통일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덕분에 집행관리부의 팀들이 바빠졌다.

그들은 최소 연봉 1억 이상의 고소득자들이며 이름난 네임드유저들이다. 그들은 사장님의 특별 지령을 받았다. 중원을 통일해버릴 거란다.

마교가 먼저 정파 세력을 약화 시켰다. 정파세력은 뒤에서 몰래 일을 꾸며 천마교를 정복했다. 그 와중에 힘이 약화됐다. 결과적으로 지금 중원에서 멀쩡한 세력은 사파밖에 없다. 그 정도면 해볼만 하지 않은가.

무팀만 바빠진 게 아니다. 판팀 역시 놀고 있을 수 없다. 비록 세력권은 판타리아라고 해도, 판타리아에서 무언가 도울 것이 있는지 여러모로 알아보고 있다. 또한 작전 세우는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주 수 있을 거다.

'갑자기 무슨 중원 일통이래... 가능하긴 가능한 거야?'

설아는 이번 사장님의 결심(?)에 대하여 고심하다가 이내 찔끔 놀랐다.

"최설아! 수업시간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네...? 네?"

"집중 안 할거야?"

"아, 아뇨. 죄송함다."

설아는 공부를 잘 못하는 편이다. 앞에서 성적 순위 세는 것보다 뒤에서 세는 게 훨씬 빠르다. '투 윙 마도사'까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게임을 그렇게 잘하려면 아무래도 공부까지 잘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니까 성적이 그 모양 그 꼴이지!"

"죄송함다."

설아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또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 과목은 도덕. 특히 반에서 예쁘장하다 싶은 아이들을 향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 선생으로 유명한데, 오늘은 설아가 걸렸다.

'어휴 오늘은 언제 끝나려나.'

한 번 걸리면 최소 5분은 물고 늘어지는 그 괴팍한 성격 탓에 그녀는 학생들의 기피대상 1호였다.

"그래서 대학 가겠어? 너 벌써 2학년이야. 이제 눈 깜짝할 사이면 3학년이고 수능을 쳐야한다고."

설아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게... 전 그냥 취업..."

유토매니아의 부팀장으로 입사하기 전에도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하려고 했었다. 가정형편도 어렵고, 걷지 못하는 언니를 부양해야 하기도 했다. 대학생활은 어차피 그녀에게 사치인 셈이었다. 그나마 (입사하기 전에) 게임을 통해 제법 쏠쏠한 수익을 올렸었고, 대학을 가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생각했다.

설아의 시큰둥한 반응에 남춘희는 더욱 열을 올렸다.

"취업을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요즘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데! 끽해야 시급 5천원짜리 싸구려 아르바이트나 하고 말겠지."

"......."

"언제까지 그렇게 아르바이트나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결혼하려면 돈도 모아야 하고... 그래. 지금이야 백만원 정도만 되도 크게 느껴지겠지. 하지만 나중되면 그렇지가 않아요. 지금 너희가 조금 놀고 조금 일하는 이 순간에 공부를 해야나중에 커다란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걸 명심..."

춘희는 열변을 토해내다가 말을 끊었다. 설아의 핸드폰이 울렸기 때문이다.

'아이씨... 망했다...'

소리를 안 꺼놨다. 하필이면 남춘희에게 걸렸다. 담임선생님한테도 얘기 들어갈 거고 핸드폰 3일 넘게 빼앗길 것 같다.

"수업시간에 누가 핸드폰 켜놓으래?"

"쌤..."

아니나 다를까. 남춘희는 핸드폰을 내놓으라고 했다.

"내놔."

"아 쌤... 한 번만 봐주세요. 네? 네?"

설아가 애교를 부리면서 제발 봐주세요, 얘기했지만 역시 소용 없었다. 설아는 울상을 짓고 핸드폰을 내밀었다.

"여기요."

춘희는 인상을 찡그리고서, 도대체 어떤 녀석이 수업시간에 문자를 보냈나 보려고 봤다. 사람에게 온 것은 아니었다.

<통장알림>

우리 09/18 11:20

*39172

입금 13,000,000 원

유토매니아월급

잔액 32,495,970 원

나름대로 굉장히 선호받는 직업군인 교사 위치의 남춘희는 입을 쩍 벌렸다. 남의 핸드폰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침을 꿀꺽 삼켰다. 노안이 온 것도 아닌데 안경을 위로 올려 쓰고 다시 한 번 살펴봤다. 틀림없이 1300만원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워...월급?'

기절초풍할 뻔 했다. 그녀는 시급 5천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알바생이 아니라 월급 1300만원을 받는 고소득자다.

어쨌거나 설아는 핸드폰을 빼앗겼고.

"너 부팀장이 연락이 안 되면 어쩌자는 거야?"

민혁에게도 혼이 났다. 민혁이 집행관리부의 팀원과 팀장들을 모으려고 했는데 설아가 연락이 안 됐단다.

"쌤한테 핸드폰 뺏겨서..."

민혁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이건 예상도 못했다. 그랬다.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시절에는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보다가 빼앗기곤 했었다. 너무 오래된(?) 옛날이라 잊고 있었다.

"허...참..."

어이가 없어 아무런 말도 못하다가 민혁은 설아를 끌고 핸드폰 대리점으로 갔다. 법인카드를 꺼내들었다.

"제일 좋은 걸로 3개 주세요."

"이, 이사님?"

"이제 연락 안 될 일은 없겠지?"

사람에겐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 중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을 뜻하는 말이다. 보통 사람에게 핸드폰 3개의 가격은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래서 '시간'과 '노력'등을 투자하여 좀 더 싸고 좋은 핸드폰을 구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민혁에게는 그 몇 만원(혹은 몇 십만원)이, 그것을 아끼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심력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 평범한 사람과는 기회비용 자체가 다르다.

설아가 방긋 웃었다.

"고맙습니다!"

"얼른 유토피아나 접속해. 오늘부터 프로젝트 들어간다니까."

"네!"

설아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건 분명 사치지만 어차피 공짜다. 행복해졌다. 오늘따라 남춘희가 좋게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흔한 고등학생의 월급.jpg

쉬어가는 스테이지였습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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