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80화 (180/244)

00180  그저 한숨 잤을 뿐입니다  =========================================================================

* * *

역천이라 함은 하늘을 거스른다는 뜻이다. 그 말은 즉, 유토피아 시스템과는 상충하는 것이란 뜻이기도 했다. 시스템이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그 것은 유저에게 오류로 해석되었다. 사실 오류와는 상관없이 윤석은 어차피 로그아웃을 할 예정이었다. 주랑이와 야외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카섹’이란 것은 굉장히 불편하고 힘든 중노동이어서 집에 돌아와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천마는 난관에 봉착했다. 2만년간 수도 없이 많은 육체를 얻어온 그였지만 이런 어이없는 경우는 처음이다.

‘뭐야 이거?’

대법을 실행하는 것에도 이제 도가 텄다.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있든 그건 문제될 게 아니었다. 이미 천기를 읽는 수준에 이르렀고 덕분에 당나귀성자가 누군지 금방 찾아냈다. 천기를 읽는 것은 인간이 해선 안 될 일이라고들 하지만, 이미 역천의 대법자체가 이미 인간이 해선 안 되는 일이다. 천마는 ‘당나귀 성자의 존재’를 읽어냈고 조금 살펴봤다.

알아보니 얼스인이다. 근골은 매우 나쁘고 무공에 대한 자질도 형편없지만 그런 건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천마쯤 되는 무공의 소유자는 단시간 내에 최상의 신체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오히려 육체나 정신이 약할수록 훨씬 좋다. (사황성주나 무림맹주 같은 경우는, 저항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반 쯤 시체를 만드는 게 대법을 실행하는 게 수월하다.)

천마는 지체하지 않고 대법을 실행했다. 실체없는 영혼이 천기를 읽고, 그 천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날아가 ‘당나귀 성자’의 몸을 접수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아무것도 없어?’

대법은 한 번 실행하면 되돌리지 못한다. 그래서 저번에 신승을 제압하려고 했을 때 엄청난 혈투를 벌여야만 했다. 내가 죽느냐, 네가 죽느냐의 싸움이다. 괜히 역천의 대법이 아니다.

그런데 역천의 대법이고 뭐고, 일단 제압할 상대가 있어야 제압이 가능하다. 방금 대법을 펼칠 때까지는 분명 당나귀 성자의 존재가 있었다. 침투 하는데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존재 자체가 갑자기 지워진 거다.

‘이런 우라질!’

싸우고 싶어도 싸울 상대가 없다. 주먹이 아무리 강해도 그 주먹에 맞아줄 상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격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와라! 나와! 나오란 말이다!”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건 처음이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지옥에 갇혀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살아있는 건지 죽어있는 건지조차도 구별이 안 되고, 시간의 개념조차도 없다. 말 그대로 무(無)다.

그렇게 3일이 지났다.

* * *

윤석은 주랑을 회사에 데려다줬다. 주랑은 지각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석이 베네노의 창문을 내리고 자신의 볼을 톡톡 건드렸다.

“뽀뽀.”

“회사 앞이잖아요.”

“뭐 어때? 부부사인데.”

주랑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윤석의 볼에 살짝 키스했다.

“오늘 뭐 먹고 싶어요?”

“주랑이.”

“그거 말고 음식이요!”

윤석이 킥킥 웃고선 김치찌개라고 대답했다.

“재료는 내가 사놓을게.”

산다고 해놓고 가사도우미 아주머니께 부탁할 셈이다. 윤석은 주랑이 손수 요리하는 것에 구태여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주랑이 좀 편했으면 좋겠다. 편하라고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불렀는데 다른 건 몰라도 요리는 자꾸 스스로 하려고 든다. 남편으로서 흡족하긴 흡족한데 주랑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알았어요.”

주랑이 회사에 들어가고서,

“나는 다 봤다!”

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있었는데 모두 매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고등학생이고, 아직 윤석의 지위와 사회적 신분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덕분에 윤석에게 더 거리낌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뭐가?”

“오빠랑 언니랑 키스하는 거 다 봤어!”

“방금 그건 키스가 아냐.”

“그럼 뭔데?”

윤석은 피식 웃었다.

“알면서.”

“나는 몰라. 그러니까 오빠가 가르쳐줘.”

“진짜 몰라?”

“응. 그니까 가르쳐줘!”

설아는 눈을 감고서 입술을 쭉 내밀고 윤석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는데,

“이씨!”

결국 베네노의 창문과 뽀뽀하고 말았다. 최고급 스포츠카는 뒤도 안돌아보고 앞으로 달려가 버렸다.

설아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에이 실패네. 아깝다! 뽀뽀 한다고 입술 닳는 것도 아닌데.”

설아는 멀어지는 베네노를 향해 소리쳤다.

“못된 아저씨!”

윤석은 백미러로 멀어지는 설아를 힐끗 쳐다봤다. 방금은 위험했다. 창문 올라가는 속도가 조금 느렸다거나 얼굴 떼는 속도가 느렸다거나 했으면 입술박치기 할 뻔 했다.

“어휴. 저 말괄량이를 어찌하나.”

미운 건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귀엽다. 여자로 느껴지진 않는다. 굳이 비유하자면 5살짜리 딸내미가 ‘난 아빠랑 결혼할래!’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회사 근처에서 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불편하다. 사람 윤석이 아니라 사장 윤석을 본다. 그래서 윤석을 대할 때 굉장히 가식적으로 대하거나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윤석도 그 사람들이 어렵다. 그러나 설아는 아니었다. 조금 버릇 없고 개념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윤석은 설아를 제법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러고보니 설하는 잘 지내나 모르겠네.’

지나간 옛 인연. 문득 궁금해졌다가는 이내 생각을 지웠다. 집에 도착해서 유토피아에 접속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 * *

언젠가 수희가 난리법석을 피웠던 적이 있다. 그 것은 그녀가 사황성주의 제자자리를 받고나서였다.

사황성주의 제자. 그것이 비록 진짜로 제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다 하더라도 스킬을 배워서 익힐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였다. 당시 수희는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스킬과 그 스킬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천안’에 대해 놀라움을 토로했었다.

사황성주의 스타일이 그랬다. 천안을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 자신이 가진 수많은 스킬 중 가장 유효한 스킬을 사용하는 것. 사황성주가 그랬고 수희가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수희에겐 딱 맞는 클래스다. 수희가 원래 플레이했던 마도사가 넓은 맥락으로 보자면 비슷한 계열이었으니까.

사황성주의 스킬들은 분명 사기급이었다. 종류가 그렇게 많으면 약한 위력도 있을 법 한데, 그 하나하나가 절세의 무공이라고해도 믿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거기에 천안과 합쳐지면 시너지효과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수희는 ‘사황성주의 제자’를 일컬어 ‘완전 사기’라고 말했었다.

사황성주가 수많은 스킬과 그 것의 사용으로 효용성의 극대화를 이룬 존재라면, 천마는 그 반대인 듯 했다.

“이게 뭐야?”

<천마심법>

초대 천마 혁거세가 창안해낸 심법.

2만 년 전 고금제일심법이라 일컬어지던 태청을령심법을 천마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이 창안해낸 심법. 천마는 천마심법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심법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걸작이라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천마의 모든 무공의 근간이 된다.

듣도 보도 못한 심법이 생겼다. 천마심법이고 종류는 패시브였다. 패시브란 말은, 딱히 사용하지 않아도 저절로 적용된다고 해석해도 괜찮다. 천마심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안졸리냐졸려’의 신체를 각성시키고 있었다.

“이거 버그야?”

<천마공>

초대 천마 혁거세가 창안해낸 무공.

무공에 관한한 희대의 천재였던 혁거세는 검법과 권법. 더 나아가 각종 무공을 하나의 무공으로 통합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이 무공을 천마공이라 부르며 마기를 다루는 방법이다.

천마공은 천마심법보다 조금 더 독특했다. 천마심법은 패시브 스킬이었는데 천마공은 패시브/액티브 중 설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현재는 패시브상태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천마심법과 천마공이 생겼다.

게다가 초대천마 혁거세란다. 자세한 건 모르겠다. 모르겠는 건 모르겠는 건데, 숨을 내쉴 때마다 마력이란 것이 쌓이고 있다. 그 수치가 기하급수적이다.

“어라... 키도 좀 커진 거 같은데...?”

거울 앞에 서봤다. 키가 좀 커진 것 같다. 팔 다리도 좀 늘어난 것 같다.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보기엔 무리수가 있을 정도였다.

“이거 뭐냐 진짜...”

어안이 벙벙해서 몸 상태를 살펴보는데, H/P와 M/P의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은 거의 백만이고, 그 수치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절대량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마력이란 것만 생기는 게 아니고 H/P와 M/P마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그것 뿐만 아니라 모든 능력치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계속해서 높아지는 중이었다.

“이건 어디...”

분명 좋긴 좋은 건데 이상하다. 이번에는 천마공을 액티브로 설정해봤다.

콰광!

쾅!

콰과광!

마치 폭탄이 터지는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쨍그랑!

거울이 완전히 박살나고 파편이 날아가는가 싶더니 이내 검은색 마기에 의해 미세한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창문도 깨졌고 근처의 책상이 가루가 되어 버렸다. 조금 크기가 큰 파편은 총알같이 날아가 벽면에 박혀버렸다.

윤석의 호위를 맡은 세 NPC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소총이 황급히 다가갔다가, 이내 크헉!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질 뻔 했다. 포가 얼른 소총을 부축해줬는데 제대로 부축하지 못하고 소총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백만이 넘는 소총의 H/P가 10퍼센트 넘게 깎여나갔다. 윤석도 깜짝 놀라 얼른 액티브기능을 껐다. 원래 액티브라면, 내가 무언가 직접 사용해야 작동하는 게 맞는 거다. 그런데 천마공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마기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아니 이게 마기가 맞긴 맞겠지?’

어이가 없다. 검은색 기운이 일렁거렸고 주위를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으며 소총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이 검은색 기운의 기본적인 속성은 ‘파괴’인 것 같았다.

“미안 소총.”

“아, 아닙니다.”

소총은 몸을 일으켰다. 얼떨떨한 눈으로 윤석을 쳐다봤다. 한편, 스나는 몽롱해진 눈으로 윤석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침을 꿀꺽 삼키고 입술을 혀로 한번 핥기까지 했다. 그녀는 넋을 잃은 채 중얼거렸다.

“멋있어...”

윤석은 인상을 찡그리고서 몸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지금 이건 대박이다. 그런데 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인벤토리에 이상한 게 하나 들어있었다.

붉은색 보석이었다.

“봉인된 천마의 영혼?”

주랑과의 데이트를 즐기고 나서 유토피아에 접속해봤더니 난데 모를 스킬들이 생겼고 힘이 생겼다. 이 힘은 지금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패시브스킬인 천마심법 때문인 것 같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젠 봉인된 천마의 영혼이란 보석이 인벤토리에 놓여져 있었다.

“뭐야 이게?”

아이템을 클릭해봤다.

============================ 작품 후기 ============================

Q: 피곤해서 한숨 잤을 뿐인데 저런게 가능한가요?

A: 왜냐하면 이 글은 먼치킨이니까요.

Q:2만년을 지내온 천마가 너무 쉽게 퇴장하는 거 아닌가요?

A: 왜냐하면 이 글은 먼치킨이니까요.

Q:이건 사기 아닌가요?

A: 왜냐하면 이 글은 먼치킨이니까요.

Q: (Any Question)?

A: 왜냐하면 이 글은 먼치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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