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77화 (177/244)

00177  그저 한숨 잤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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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는 마치 하늘이 외치는 고함소리 같았다. 하늘이 외치는 그 고함은 MLRS 수만 발을 동시에 삼다도에 폭격할 때의 거대한 폭음보다도 더욱 거대했다. 굉음과 함께 흑룡이 내리꽂혔다. 흑룡의 형상을 한 검은색 구름이 일직선으로 빛살처럼 쏟아져 내렸고.

사황성주 역시 내공을 끌어올렸다.

쿠과광-!!!

하늘이 외치는 고함. 천둥소리보다 더욱 거대한 폭음이 공간을 터뜨렸다. 만약 소리가 눈에 보이는 것이었더라면, 그 순간을 똑바로 바라본 인간은 실명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흑룡이 내리꽂히자 바다가 출렁거렸다. 그와 동시에 10만톤이 넘는 항공모함이 출렁이고 군 NPC들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피해가 없어...?’

사황성주는 이채를 띄고서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이 바다는 거대한 폭풍우를 마주한 듯 잔뜩 성을 내고 있다. 충격파가 어마어마했다. 과연 천마의 공격 다웠다. 수만 km를 가로질러 공격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강맹한 공격을 해낼 수 있는 이가 천마말고 또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 공격을 얼스군이 막아냈다.

스킬포토를 찢었다.

‘수호자의 결계-lv3’

건 오퍼 윤석이 수호자의 군복과 함께 얻어낸 궁극 방어스킬이다. 자신의 모든 mp를 소모해 모든 물리적 공격을 방어해낸다. 그 것을 사용 할때엔 이동도 불가능하고 공격도 불가능하지만, 방어적인 측면에 있어서만큼은 완벽한 스킬이었다.

이 완벽한 스킬을 뚫을 수 있는 ‘완벽한 공격 스킬’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것은 밝혀진 사례가 없다. 어쩌면 천마가 바로 앞에 있어서, 근접거리에 공격한다면 이 스킬이 깨질 수도 있겠다. 운이 나빠서, ‘모든 스킬을 무효화 하는 공격’이 있다면 수호자의 결계는 사라지게 되니까. ‘수호자의 결계’는 물리적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스킬이다. ‘모든 스킬을 무효화’같은 경우는 물리적 공격이 아니다.

천마쯤 되면 그런 공격이 가능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만 km를 뛰어넘어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상황. 얼스의 참모진은 90퍼센트 이상의 성공확률을 믿고서 작전을 감행했고, 윤석은 그 작전을 진행시켰다.

방어작전은 성공이었다.

“슈퍼 토마호크 발사준비 완료!”

윤석이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

“발사!”

슈퍼 토마호크가 다시금 창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러나 천마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금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에너지파동 감지!”

“전군 경계태세에 돌입하라!”

위이이잉-!

사이렌 소리가 다시 울렸다. 또다시 천마의 공격이 시작될 것 같다. 아까보다도 더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감지됐다.

“이걸 어떻게 하더라...”

사황성주가 힐끗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봤다. 그 무언가는 홀로그램 재생장치였다. 그 것을 본 뒤, 그는 바다로 뛰어내렸다. 흑룡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바다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었다. 함대와 바다. 그리고 하늘의 흑룡 앞에서 사황성주의 크기는 모래알처럼 작기만 했다.

“천마쯤 되면... 나도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텐데 말이야.”

분명 알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식한 공격을 해댄다는 것은, 저 쪽이 이 쪽을 얕잡아 보고 있는 거다. 적어도 사황성주는 그렇게 해석했다.

사황성주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힘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구카스텐이 보고를 올렸다.

“사황성주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십만톤이 넘는 항공모함 앞에서, 사황성주는 개미보다도 작은 인간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절대 그렇지가 않다.

“영웅놀이를 제법 즐기는 모양이야.”

“그렇습니다. 은미상단주가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습니다.”

은미는 확실히 대본을 숙지했다. 몇 가지 상황이 있을 것을 가정하고 그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미리 연습해놨다. 연봉이 2억인데, 밥값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은미는 사황성주에게, 여기엔 ‘자막’도 넣을 수 있고 ‘웅장한 배경음악’을 넣을 수도 있다고 사황성주에게 귀뜸해줬다. 사황성주는 그것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는 “민중의 영웅. 구원자의 표상. 멸악의 화신.”이라는 자막을 넣으면 어떨까하고 은미에게 묻기까지했다.

아무래도 현대인들과 사고방식이 약간 다른 모양이다.

사황성주의 주변에 금색의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하늘엔 검은색 흑룡이 천둥을 터뜨리며 포효하고 바다는 황금빛 물결이 잠식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주변을 황금빛으로 밝게 비추는 발광지는 다름아닌 사황성주였다.

“흑룡이라... 그렇다면 나는...”

바다가 또다시 출렁거렸다. 10만톤이 넘는 항공모함이 옆으로 쓰러질 듯 기울었다. 사황성주를 중심으로 하여 바다에 크레이터가 생겼다. 깊이는 약 5미터. 사황성주가 바닷속을 파고들어간 것 같다. 물로 만들어진 계곡 사이에 빠져들어 떠있는, 금빛으로 물든 사황성주가 외쳤다. 일부러 모두에게 들으라는 것인지, 그 소리가 매우 컸다.

“황룡 발진!”

바다가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는 이내 토네이도의 형상으로 변하여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용오름으로 변화했다. 황금빛 용오름 사이로 무언가가 하늘로 승천했다.

황룡이다. 하늘로부터 물고기들이 비처럼 내리고, 소금기를 머금은 굵은 물방울들이 폭포수에서 갈라져 나온 파편처럼 비산했다.

용오름이 걷히고 황금색 용이 흑룡과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결투를 오래가지 않았다. 하늘을 전부 덮을 듯한 흑룡이었지만 황룡에 비하면 그 크기가 매우 작았다. 최소한 하늘은 모두 덮었다.

“사황성주가 발현한 에너지 파동! 흑룡을 잡아 먹습니다!”

“길이로 따졌을 때 크기 약 32km!”

“32km 황룡! 7km의 흑룡을 삼킵니다!”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에너지와 에너지가 맞부딪쳤다. 위로 상승하는 에너지와 아래로 하강하는 에너지가 부딪쳤는데, 한쪽 에너지가 압도적으로 크다. 작은 쪽 에너지는 상쇄되어 마치 그 힘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윤석은 입을 쩍 벌렸다. 32km의 황룡이란다. 미터로 따지면 무려 3만 2천미터다.

보통 10미터의 구렁이만 해도 엄청나게 거대하다.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로 알려진 흰 수염 고래가 30미터가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미친 놈들...’

계속 보면서 느끼는 건데, 32km의 황룡을 구현해내는 사황성주나 수만 km를 격하고서 7km짜리 흑룡을 만들어내는 천마나. 다 미쳤다. 얼스만 강한 게 아니었다. 얼스가 강하면 마찬가지로 중원도 강했다.

천마의 공격을 무력화한 사황성주가 다시 갑판으로 올라섰다. 표정이 매우 흡족해보였다. 제일 먼저 ‘홀로그램 영상 재생장치’부터 찾았다. 내공으로 보호받는 그 것 말이다.

* * *

중원은 쑥대밭이 됐다. 마교의 침공으로 인해 정파쪽 구역은 거의 폐허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무사들의 피해보다도 민초들의 피해가 컸다. 전쟁난민이 떼거지로 발생했고 고아나 미망인도 많이 생겼다. 농경지는 망가졌고 민심은 굉장히 흉흉해졌다. 그나마도 치안을 담당해주던 정파세력이 지금은 사실상 거의 몰락한 상태여서 혼란에 빠져든 상태다.

“그거 들었어? 옆 마을에 당나귀성자님이 다녀가셨대.”

“진짜야?”

“그럼. 그 쪽은 지금 살았다고 잔치를 벌이고 있다나봐.”

“우리 마을은 도대체 언제 오시지?”

“그 분을 비롯해 사도라고 불리는 사람들 수천 명이 계속 북상하고 있으시대. 사방에서 난리야. 당나귀성자님이 중원 곳곳에서 은혜를 베풀고 계시대. 그러니까 우리 마을에도 곧 오실 거야.”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는 법이다. 혹자는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까지 표현한다.

사황성주는 ‘홀로그램 영상 재생장치’를 통하여 자신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혈마단을 복용한 마교인들을 쉽게 처리하고, 거기에 황룡을 소환해내 검은색 흑룡을 잡아먹었다. 바다와 하늘의 황금빛으로 물들여 ‘용신’이라는 별호까지 생겼다.

그러나 그건 정파인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파인의 지배를 받던 민중들- 에게는 조금 먼 얘기였다. 정파인들에겐 ‘기적을 일으킬 강한 무력’보다 당장 한 끼 식사가 더 중요했다. 당나귀성자는 그 한 끼 식사를 해결해 주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당나귀 성자는 아닌가 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코드를 풀어 빈민들을 구제했다. 한 명으로는 힘드니, 수많은 사람들을 ‘사도’라는 이름으로 풀어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단순히 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농경지 개간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원가나 다름없는 가격에 제공해주었다.

돈을 주고 나서, 싼 값으로 물건을 사란다. 이 어찌 고마운 일이 아닐쏘냐. 당나귀 성자의 위명이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도대체 어떤 분 이시길래 이런 일을 행하시는 걸까?”

“하늘이 내리신 분이지.”

“정말로 그렇구만. 하늘이 내리신 분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어?”

“그렇지. 어서 우리 마을에도 와주셨으면 좋겠어.”

이 프로젝트는 은미상단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은미상단은 원래 사황성에 뿌리를 둔 거대 유니온(중원식으로 표기하면 상단)이다. 그래서 정파쪽 구역에서 장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정파 세력이 무너져 내렸다.

그 세력을 은밀하게 도와주면서- 현실에서 얘기를 하고 게임 내 계약서를 작성한 뒤, 하청유니온을 부리는 형태로- 한편으로는 정파의 상권을 야금야금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일은 ‘당나귀성자’가 하는 일로 소문냈다. 여기엔 상철SC가 커다란 공헌을 했다. 또한 불기둥승부사로 유명한 네임드 유저이자, 무팀의 팀장인 정은현 역시 당나귀성자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고 있는 중이다.

정파 세력의 재건을 도운다. 물론 그들은 그게 은미상단의 힘인 줄 모른다. 은미상단의 하청유니온들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민심을 얻는다.

대대적으로 돈을 풀고 나서, 거의 원가와 다름없는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 다시 회수하는 형식이다. 선행으로 소문이 나는 것에 비해 손해는 별로 나지 않았다.

한편, 마교와 관련된 퀘스트를 끝마친 윤석은 상철SC로부터 찜찜한 분석결과를 받아보고 나서 슐터에게로 향했다.

‘어째...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면 할수록 좀 이상하단 말이야.’

상철SC의 보고를 받고나니 더욱 이상한 기분이 든다. 저번에 유토피아 사장이 했던 말도 있고해서 더 신경 쓰인다.

슐터에게 보고를 하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난이도 S의 길드 퀘스트의 보상을 받으러 가려는데 이상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20억의 인구가 ‘안졸리냐졸려’님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존경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20억 인구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당나귀성자의 칭호가 생깁니다.]

당나귀성자의 칭호가 생긴단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중원인들은 자신이 당나귀성자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지 않은가.

[수락 하시겠습니까? Y/N]

============================ 작품 후기 ============================

계속 강조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먼치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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