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73화 (173/244)

00173  마교와의 전쟁 ep1  =========================================================================

* * *

처음 MLRS 포격은 미끼였다. 미끼란 사냥감을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너무 강한 미끼는 필요 없다. 사냥감을 잡아먹는 미끼는 미끼로 쓸 수 없는 법이다. 사냥감을 유혹하고 자극하며 시선을 끌어모을 수는 있는데 위험하지는 않은 것. 그게 미끼로써 적당하다.

MLRS가 그런 미끼였다. 마교 NPC들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위험하지는 않은 무기. 1차 포격때는 아마 놀랐을 거고, 2차 포격 때는 전열을 가다듬었을 것이며, 3차 포격부터는 성공적인 방어작전을 폈을 거다. 4차 때엔 방어에 익숙해지고, 5차 때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 6차때엔 더더욱 여유가 생기며 슬슬 방심할 때다.

그게 구카스텐을 비롯한 참모진이 5차포격까지 포격을 감행하고 그 이후에 '유령'을 출격시킨 이유다. 유령은 KCBU-580을 탑재한 무인 폭격기다. 로켓보다는 높게, 그러나 평시보다는 저고도로 비행했다.

"장로님. 뭔가 다른 것이 날아옵니다."

"부숴버려."

모든 NPC가 사황성주같은 눈을 가진 건 아니다. 수희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사황성주는 '천안'을 가지고 있다. 수희는 겨우 레벨 48에 불과하다. 그 레벨의 천안만 해도, 사기급이라며 방방 뛰었었다. 그런 능력이 모두에게 있을 리는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만전을 기하도록."

얼스의 중장 나부랭이가 사황성에 똬리를 틀었다는 건 들었다. 그래서 모략을 준비 중이었다. 어떻게든 얼스인들을 꼬드겨 사파인들과 마찰을 일으키도록 할 참이었다. 그런데 저쪽이 먼저 선수쳤다. 생각보다 상당히 빠른 움직임이었다.

하앗!

마교 NPC 하나가 뛰어올랐다. 아까까지 날아오던 폭발하는 그 것과는 상당히 다른 생김새였다.

생김새는 달라도 별로 위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그 자신을 믿었다. 내공과 육체 단련을 통한 스스로의 힘보다 강한 것은 없다고 믿었다. 그게 마교인들이 가지는 특징이다.

내공을 끌어올렸다. 여지껏 그래왔듯 반토막 내버리면 되리라.

그런데, 물체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아니?"

그와 동시에.

쾅!

자주포가 터져나왔다. 무려 30mm에 이르는 포탄이 마하 3이 넘는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마교인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포탄은 마치 하나의 소용돌이처럼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며 달려들고 있었다.

"으아악!"

쿠과광!

30mm포탄이 발검을 준비하던 마교 NPC의 배와 부딪쳤다. 내공으로 보호받던 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매캐한 화약연기가 치솟고 NPC는 뜨거운 화염과 시커먼 연기에 휩싸였다.

하늘로 뛰어올랐던 그는 타자가 쳐낸 야구공처럼 다시 땅으로 떨어져내렸다. 거기에 또다시.

쾅!

KCBu-580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KCBU-580의 자주포는 초당 1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무시무시한 성능을 지녔다.

쾅!

쾅!

쾅!

떨어지는 내내 마교인의 배에서는 폭발이 일었다. 내공을 일으켜 몸을 가까스로 보호하고는 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중심을 잡거나 반격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마교 NPC들을 이끄는 사마천장로는 땅으로부터 검기를 쏘아냈다. 푸르스름한 검기는 자주포를 쏘아대는 KVBU-580을 반토막 내버렸다.

그와 동시에 자주포에 얻어맞던 NPC는 땅에 처박혔다. 흙먼지가 자욱히 일었다. 땅에 3미터나 되는 구덩이가 생겼다. 뿌연 흙먼지 사이로 옷이 전부 너덜너덜해진 NPC가 피를 토해내며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장로님."

사마천은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저 괴상한 날 것들을 처리해!"

방금 사마천이 하는 걸 봤다. KCBU-580을 반토막 내버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KCBU-580은 확산탄이다. 그것도 자탄 하나가 CBU-58과 맞먹는 파괴력을 가진 폭탄이다. 참고로 KCBU-580하나 안에는 자탄이 무려 580개가 들어있다.

폭탄을 공중에서 제거할 수 있는 중원인들과 판타리아인들을 목표로하여 만들어진 첨단 무기다. 모탄이 갈라질 경우도 프로그램 되어 있다. 모탄이 일정량 이상의 충격을 받아 손상을 입으면 자동으로 자탄이 떨어져 내리고, 자탄 내의 RPM이 급속도로 높아지며 폭발하게 된다.

쿠과과과과과광!

모탄 하나당 자탄 580개가 떨어져 내린다.

쿠과과과과광!

내공으로 보호받는 귀에도 손상이 갈 만큼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하나당 580개. 마교인들이 순식간에 잘라버린 모탄은 무려 40발. 약 23000발의 자탄이 하늘을 뒤덮었다.

MLRS만 있을 때는 별로 문제가 안 된다. 그건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토록 수많은, 그것도 매우 강한 폭발력을 지닌 자탄과 함께 떨어져 내리면 굉장히 골치 아파진다.

삼다도가 화염과 불길에 휩싸였다. 무기에는 눈이 달리지 않았다. 마교인들과 상관없는 민간인들도- 그래도 역시 중원인이고 적이다 -, 그들의 집도, 땅도 모조리 파괴됐다.

정찰기와 폭격기를 묶어서 '유령'이라 칭하고 내보낸 이유는 바로 hallucination. 즉 환각효과를 위해서다. 중원인들은 뭐가 무인 폭격기고 뭐가 정찰기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같이 내보냈다.

MLRS로 시선을 끌고 방심을 유도한 뒤, 정찰기로 속이고 폭탄을 퍼부었다.

쿠과과과광!

중원과 삼다도는 8km가량 떨어져있다. 그러나 해안가 사람들은 천둥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사마천은 침을 퉤 뱉었다. 이건 끝이 없다. 뭔가를 잘라냈더니 거기서 수많은 또 뭔가가 나와서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그래도 알아냈다. 이 위력적인 무언가를 떨구는 것은 저 배를 열고 날아다니는 괴상한 물체다. 사마천이 직접 그 물체들을 떨궈버렸다.

과연 마교의 엘리트 NPC는 강했다. 그저 칼질을 몇 번 허공에 슥슥 한 것 같은데 무인 폭격기 4대가 거의 시간차도 없이 격추됐다. 그러나 사마천이 무인폭격기에 시선이 팔린 사이 MRLS 몇 발이 삼다도에 떨어져내려 주변을 또다시 초토화 시키고 있었다.

윤석은 다시 한 번 유령을 내보냈다. 제 8전투단의 모든 병력을 사용해서라도 이번 길드 퀘스트에 사활을 걸어야했다. 마지막 남은 무인 폭격기 6대가 다시 출격했다. 마하 4가 넘는 속도로 빠르게 날아들었고.

그와 거의 동시에 고구려가 날았다.

고구려가 먼저 출발했다. 그러나 고도는 좀 더 높이고 시각스텔스기능을 사용하여 (*레이더에는 잡히지만 육안으로는 보기가 매우 힘들도록 보호색을 덧씌우는 기능) 비행했다. 무인폭격기보다 조금 느리게 날았다.

다시 한번 무인 폭격기가 배를 열고 이번엔 HEI형 KCBU-580을 토해냈다. 현대사회에선 사용이 금지된 백린이 포함된 탄두다. 자주포형 KCBU-580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마교 NPC들은 이제 안다. 저 것 보다는 저 배를 열고 날아다니는 물체를 먼저 폭파시켜야한다.

사마천이 말했다.

"내가 화약을 한꺼번에 제거하겠다. 너희들이 저 몸통을 박살내!"

사마천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저 화약은 매우 성가셨다. 잘라내면 아주 작은 것들이 또 튀어나와 사방을 초토화시킨다. 그러지 못하게 아예 강대한 힘으로 공중에서 완전히 폭파시켜버리는 게 낫다는 계산이다.

한편, 상황을 분석하던 참모진이 보고를 올렸다.

"고구려 준비 완료!"

"예상대로! 레드! '밤'을 폭파할 것 같습니다!"

윤석이 숨을 들이마셨다. 레드는 사마천을 지칭하는 말이다. 할루시네이션 효과를 위해 정찰기를 날렸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니다. 정찰기는 지금도 상공을 날아다니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송해주고 있었다.

이때다. 이때를 위해 기다렸다.

"레드! 밤 폭파!"

"발사!"

"발사합니다!"

타이밍을 잘 노려야 한다.

소형 전술핵.

그게 아무리 강해도 마교 NPC들쯤 되면 공중에서 막아낼 수 있다. 그게 아니면 몇 명쯤 희생해서 몸으로 막아내고 내공으로 덮어쓰면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거창하게 시선을 끌고 타이밍을 노렸다. 가장 강한 레드. 즉, 사마천이 KCBU를 공격하고, 나머지 NPC들이 무인폭격기를 공격할 때. 거기에 보조적으로 MLRS가 시선을 끌고.

"전술핵 아리랑 지면과 접근. 약 3초!"

3초 남았다.

사마천이 무언가 발견했다.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 상공에 무언가 떠있는 것 같다.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니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전술핵 아리랑! 스텔스 정상! 궤도 정상! 올 클린! 1초!"

사마천이 검을 빼들었다. 이건 정말 느낌이 안좋다.

"비켜 이 새끼들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감에는 잡혔다. 여태까지보다 거대한, 훨씬 더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지면과 완전히 밀착했다.

그리고.

소형 전술핵 아리랑이 폭발했다.

"전술핵 아리랑! 명중!"

"전술핵 아리랑! 타겟제거 완료!"

소형 전술핵이라고해도, 그래도 핵이다. 다른 여타 재래식무기와는 그 파괴력의 정도가 다르다. 삼다도같은 섬 정도는 순식간에 날려 버린다. 삼다도 상공을 비행하던 정찰기들도 모두 폭파됐다. 화면에 잡히는 게 없다.

"코드네임 100조짜리 지우개 1단계 완료!"

"코드네임 100조짜리 지우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잡힌 화면은, 삼다도가 레이더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제 중원의 지도는 새로이 만들어야한다. 삼다도란 섬은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말 그대로 지워졌다.

"2단계 준비! 브라보 이상 없나?"

"여기는 브라보. 이상 없습니다."

타겟을 제거했다.

타겟은 바로 마교 NPC들이 아니었다. 마교 NPC들은 강하다. 적어도 소장 혹은 중장. 혹은 그 이상 급의 최상위 NPC들이다. 그들의 능력은 인간의 상상을 훨씬 더 뛰어넘는다. 타겟은 마교 NPC들이 아니라 바로 '삼다도'였다.

마교 NPC들이 아무리 강해도 물고기가 아닌 바에야 물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삼다도 근처에는 섬이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내륙이다. 사마천은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거다. 내륙이냐. 또다른 섬이냐. 그들에게 8km 혹은 그 이상의 거리를 달리는 건 문제가 안 된다. 심지어 땅이 아니라 바다에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섬으로는 갈 수가 없다. 그들도 많이 지쳤다. 섬까지 이동한 다음 또다시 이런 포격이 이어지면 버티기 힘들다. 그런데 그렇다고 내륙으로 가자니, 그 곳은 사파가 지배하고 있는 땅인데다가 어쩌면 함정을 파놓았을 수도 있다.

'제기랄...'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다른 방법이 없다. 결국 내륙으로 들어가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거다. 사실상 이제 윤석도 이제 시선을 끌 재래식 무기가 없다. 시선을 끌지 못하면 전술핵도 소용이 없다. 현재 윤석이 가진 무기로는 그랬다. 중요한 건, 사마천이 그 사실을 모른다는 거다.

내륙으로 향했다. 작전 시작 전, 해안가로 이동했던 2천명의 병력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작전대로 되어가고 있다. 레이더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들이 보였다.

"전원 전투준비!"

상급 NPC 2천명이 해안가에 진을 쳤다. 일렬로 섰다. 상공에는 병력을 엄호할 '한라 헬기'가 12대가 떴다.

상급 NPC들도 혼자서는 발사할 수 없는 연속 플라즈마 기관포가 무려 7문이나 배치됐다. 일반 기관총이 아니다. 총과 포의 개념이 합쳐진 개념의 무기다.

플라즈마란 물리학적인 개념으로 고체,액체,기체 외. 제 4의 물질상태다. 지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예로는 번개, 오로라 등이 있겠다.

플라즈마 상태는 기체를 초고온으로 가열하면 얻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고안해낸 플라즈마 캐논의 경우 1/10^10 단위의 극초단파 레이저빔을 사용한다.

그러나 얼스는 그보다 강한 1/10^18(1,000,000,000,000,000,000)단위의 극초단파 고출력 레이저빔을 한점에 집중하여 출력한다. 얼스의 과학력이면 이보다 더한 파괴력도 가질 수 있지만, 발사자의 안전을 고려하여 적당히 타협점을 본 것이 이 정도다.

플라즈마 기관포는 전자기학 개념의 3상이론을 채택하여 접목하고 있다. 세개의 상에서 레이저빔을 발사하는데 이 때의 '공기로의 손실'을 최소화하여 파괴력을 극대화시켰다.

7문의 플라즈마 기관포는 총 21다발의 플라즈마 레이저빔을 발사하게 되는 거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번개보다 훨씬 더 - 수천만배, 수억배 등의 숫자개념은 배제하기로 한다. 얼스의 과학자들의 이론대로라면 10^10배. 즉 100억배다. - 강한 빛줄기 21발이 빛의 속도로 날아가게 된다는 거다.

플라즈마 기관포 7문이 준비됐고, 나머진 백린 HEI 기관총을 준비했다.

"목표물 사정권 접근 15초 전!"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목표물 사정권 접근 10초 전!"

플라즈마 기관포를 발사할 군인들과 기관총을 발사할 군인들이 긴장했다. 방아쇠울에 손을 넣었다.

"목표물 사정권 접근 5초 전! 전군 발사준비!"

저 멀리, 수평선에서 검은 물체 몇 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3초 전!"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현재 윤석이 가진 무기로는 그랬다.

"쳇... 내 무기 꼬랐어..."

* * *

요즘 의욕이...

응원의 코멘트라도...  ☞☜

귀찮으신 분들은 추천이라도...

불쌍한 작가. 간만에 구걸 한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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