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9 마교와의 전쟁 ep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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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는 결국 오빠의 감언이설에 넘어갔다. 사황성주의 제자로 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수십조의 자본을 쏟아부으면 됐다. 방법은 쉬운데 가능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시도해본 사람이 없다보니 그 방법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사황성주의 제자가 되는 방법이 공개되어 있다면, 아랍 왕자쯤 되는 사람은 쏟아 부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것도 아니다. 윤석이 처음 발견해낸 방법이다.
수희눈 눈물로 '오빠주거'를 지웠다. 예전에 아이디를 만들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달랐다. 이제 아이디를 만들면 무조건 검사부터 받을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빠주거'와 같은 아이디는 쓸 수 없었다.
대신 더 충격적인 아이디를 선택했다. '주랑언니내꺼'라는 아이디다.
"아이디가 그게 뭐냐...?"
"뭐? 뭐? 나도 언니 좋아해."
"아니 그래도 주랑인 내건데. 아니 그보다 예쁜 이름들도 많은데 그게 뭐냐 진짜."
"남이사. 난 이 아이디 마음에 들어. 절대 오빠를 향한 불만 표출은 아니야. 신경쓸 거 없어."
수희는 결국 사황성주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은미가 '주랑언니내꺼'를 사황성주에게 추천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주랑언니내꺼'를 은미상단의 2인자에 앉혀야만 했다. 아무래도 사황성주는 제자보다는 은미상단을 거둬들임으로써 얻는 이득을 더 크게 보는 것 같았으니까. 은미상단의 2인자가 된 '주랑언니내꺼'는 윤석의 도움을 받아 사황성 곳곳에 뇌물을 엄청나게 뿌렸다. 금력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어쨌거나 수희는 사황성주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사황성주의 총애를 받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황성주의 제자가 된다함은 그에 따른 스킬들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은 초보다. 그러나 시기를 잘 만났다.
마교가 정파를 침공했고 사황성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전체소집령을 내렸다. 유저들을 말단 무사로 불러들여 매일같이 훈련을 시키고 있다. 사황성주의 제자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면 '무팀'을 시켜서 수희의 렙업을 도와줬을 거다. 무팀에 소속된 유저들 같은 고수들이 레벨업을 도와주면 그 성장속도는 상상을 초월할테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건 사황성주의 제자가 가지는 특별한 메리트였다.
"오빠. 이거 초! 초! 초! 초! 초! 대박이야."
"뭐가?"
"주랑언니내꺼 완전 사기야. 초! 초! 초! 사기캐릭이라고."
"그니까 뭐가?"
"완전 완전 완전 초! 초! 초! 사기라니까?"
"그니까 뭐가 사기냐고?"
"그런 게 있어."
윤석은 수희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세게 때리지는 않았지만 수희는 울상을 지었다.
"왜 때려!"
"예뻐서."
수희가 저도 모르게 아주 잠깐 히죽 웃었다가 얼른 표정을 지웠다. 다시 화난 표정을 만들었다.
"그럼 나도 주랑언니 때릴 거야."
몇 차례, 윤석이 보기에 의미없는 실랑이가 이어졌다. 실상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실랑이는 전혀 득이 없지만 수희에겐 그렇지 않았다. 오빠와 농담따먹기 하는 것이 그녀에겐 즐거운 취미 중 하나였으니까.
"사황성주는 미쳤어. 그냥 완전 스킬덩어리야."
"스킬 덩어리?"
"몰라. 익히고 있는 무공이 몇 천개가 넘는다고 하더라고."
"그게 가능해?"
"그니까 사황성주쯤 되겠지 뭐."
무공이 몇 천개라 함은, 그 무공 내의 스킬들의 수는 몇 만 혹은 몇 십만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어쩌면 억단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지금 내가 레벨이 딸려서 못배우는 것들도 엄청 많은데 지금 가진 스킬만 한 3천개 쯤 될 걸?"
윤석은 입을 쩍 벌렸다.
"너 지금 레벨이 몇인데?"
"47인가? 48인가?"
"너 키운지 일주일도 안 됐잖아."
"그니까 초! 초! 초! 사기라니까 이거?"
유토피아는 레벨업이 어렵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되서 48이란다. 보통 유저라면 빨라도 세 달은 족히 걸린다.
"레벨업도 레벨업인데 이거 천안이라는 기본 패시브 스킬이 있거든. 이게 대박이야 오빠."
"천안?"
수희는 판타리아 캐릭터를 플레이 해봤다. 그것도 네임드 유저였다. 대인전 최강의 마법사 길드 샤무에 속해 있었으며 비교적 간단한 마법들을 캐스팅하여 싸우는 형식의 대전 마법사였다. 대전 마법사는 상대와 자신의 리치(*공격 거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타이밍을 잘 재야하며 눈치도 빨라야 한다.
오빠주거를 플레이했던 수희답게 그런 부분에 있어선 특출난 편이었다. 그런데 '천안'은 그런 것따윈 전혀 필요도 없게 만들었다.
"그 오빠. 3차원 평면도 있지? 내 눈에 그게 쫙 펼쳐져. 저쪽 공격이 언제 들어올건지, 얼마나 강한 공격일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지 그게 다 보인다니까? 심지어 상대방 H/P랑 M/P까지 다 읽혀. 막막 상대방하고 내 사이를 막 분해하고 막막 그 뭐야? 캐드? 그런 거로 완전 그려 놓은 거 같다니까? 근데 더 어이없는 건 뭐냐면..."
수희는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완전히 흥분했다. 유토피아를 오랫동안 플레이해온 유저답게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사기급 능력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더 흥분해버렸다.
"내가 스킬 3천개 갖고 있다고 그랬지?"
윤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침을 꿀꺽 삼켰다. 사황성주의 제자라는 것이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하겠냐 싶은 마음도 솔직히 조금 있었다. 자신은 얼스의 중장이 아니던가.
"아... 아무리 오빠라도 다 말해줘도 되나 모르겠네?"
수희는 약을 올리려는 듯 킥킥대고 웃었다. 그랬다가 한 대 더 얻어맞았다.
"우씨! 말 안해줘!"
윤석은 자신만만하게, 수희가 중학생시절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읊어줬다.
"세상 모두가 날 배신해도 내 동생만큼은 내 편일 걸 안다니까?"
효과는 확실했다. 수희는 굉장히 불만인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모두 털어놓았다.
"누가 날 공격하잖아? 그럼 음...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시간이 멈춘다고 그래야 되나? 그 상황에 맞는 스킬들 목록이 좌르륵 펼쳐져. 처음엔 1초밖에 안 되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지금은 한 3초 넘는 거 같아.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거야 천안이란건."
"말도 안 돼. 시간이 멈춘다고?"
"모르겠어. 하여튼 거의 그런 느낌이야."
윤석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수희의 레벨이 겨우 40대다. 그런데도 저 정도다.
물론 상대적인 것이긴 할 거다. 수희가 상대하는 몬스터 혹은 유저라고 해봐야 어차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한 상대와 싸울 때에만 이렇게 발동될 수도 있다. 격차가 많이 나는 고수와 싸운다거나 하면 저 스킬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황성주라면? NPC들 중에서도 최강의 NPC다. 어쩌면 중원 내에서 가장 강할지도 모르는 NPC이다.
"엄청나네 진짜..."
어쩌면 '제 8함대'와 '제 8전투단'을 동시에 끌어다가 폭격해도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황성주의 제자인 수희가 겨우 이정도인데 사황성주는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가졌을지 짐작도 안 된다.
그랬다가 윤석은 괜히 생색냈다.
"너 오빠덕분에 그런 사기 캐릭터 얻은 거 알지? 고마워해라."
* * *
마교는 굉장히 강했다.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그 개개인의 무력이 엄청났고 무림맹은 전투에서 계속해서 패배하여 뒤로 밀리고 밀렸다.
윤석은 슐터에게 제안했다.
"지금 중원은 매우 혼란스런 상황입니다. 이 때를 틈타 공격한다면 중간에서 굉장한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중원의 세력을 약화시킬 좋은 기회입니다."
"조금 더 기다리게."
슐터 역시 중원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예상으로는 마교가 무림맹을 접수할 수 있을 거라고 보네. 아무리 늦어도 세달 안에는 말이야."
"...그렇습니까?"
"마교인들은 언제나 정파를 쳐서 승리해왔지. 지난 역사가 그걸 증명해주네. 그러나 그 승리는 오래가지 않았어. 조만간 놈들은 다시 자기들의 산으로 도망치게 될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슐터는 설명을 이었다.
"우리는 중원의 세 세력이 언제나 균형을 이루고 있길 원하네. 그래야 우리도 편안할 수 있는 거야."
중원은 세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 균형이 깨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마교가 무림맹을 접수하고나면, 이후에는 아마도 사황성과 전쟁을 치를 거다. 마교가 이기든 사황성이 이기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원이 통일되고 나면.
"그 땐 우리들에게까지 눈을 돌리게 될 거란 뜻이야."
얼스 NPC들은 강하다. 그러나 백병전에 있어서는 중원 NPC들보다 약하다. 얼스의 NPC들의 진짜 강함은 최신 현대기술에 있다. 그러나 중원 NPC들은 순수하게 육체의 강함으로, 과학기술로 무장한 얼스 NPC들과 맞먹는다.
그런 의미에서 중원이 통일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소수 게릴라 병력들이 마음 먹고 치고 들어오면 얼스는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니까. 현대전이 아무리 최신식 무기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특수전 병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수전 병력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병력이다. 그런데 중원 NPC들은 일당백의 특수전 전력들이다.
"우린 그들의 영토에 마음먹고 침략할 수가 없어. 자네도 알다시피 포탈게이트는 우리의 뛰어난 군수물자를 이동시키지 못하지. 반대로 그들은 이 쪽에 쳐들어올 수 있게 되네. 우리는 총만 들고 가야하는데 저쪽은 전투기를 끌고 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 말이야."
판타리아의 경우와는 다르다. 판타리아인, 그 중에서도 진짜 실세라고 할 수 있는 마도사들은 별로 호전적이지 않다. 그들은 마법연구에 미쳐 있으며 마법연구에 목숨을 거는 특이 종자들이다. 실제로 마법연구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면 세상의 어떠한 일에도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중원인들은 매우 호전적이다. 호전적인데다가 강하기까지하다.
"그래서 우린 그들의 역사에 일부 개입해왔지."
"그렇...습니까?"
"우리가 그들의 역사에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지 않나?"
윤석은 슐터를 쳐다봤다.
"유일한 방법...말입니까?"
슐터가 윤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바로 자네 말이야."
윤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강명호의 '그 말'을 듣고 난 다음이다. 괜스레 긴장 됐다. 슐터가 말을 이었다.
"일단은 마교가 승리할 때까지 기다리게. 그 때 다시 명령을 내리겠네."
"알겠습니다."
* * *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슐터가 장담했던 것처럼 마교는 무림맹을 접수했다. 정파쪽 NPC들이 무려 3억명 가량 사망했다. 그에 비해 마교는 약 6천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파의 전체 무사 NPC가 약 25억이고 그 중 3억이 죽었으면 약 1/8의 NPC가 죽은 셈이다. 마교의 전체 무사 NPC는 약 10억. 그 중 8천만명이 죽었으니 약 1/13의 병력손실이 발생했다.
무림맹은 패배를 선언했고 강제해산 됐다. 무림맹의 고위 NPC들과 9대문파, 5대세가의 NPC들은 숙청을 당했으며 마교의 핏빛 통치시대가 도래했다.
윤석은 슐터에게 불려갔다.
"이제 때가 됐네."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길드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길드 퀘스트다. 아무리 중장이어도 길드퀘스트 중 사망하면 군인의 신분을 박탈당한다. 절대 죽으면 안 되는 퀘스트가 발동 된 거다. 예상은 했지만 아무래도 긴장은 좀 됐다.
슐터가 말했다.
"자네만 믿네. 자네밖에는 믿을 사람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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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랑인 내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