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4 마교와의 전쟁 ep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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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정예회같은 경우는 막 입사한 신입도 연봉 3억이 넘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정예회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말 그대로 엄청나서 그렇다. 다수정예회가 관리하는 코드가 수백조다. 물론 얼스의 규모를 살펴봤을 때 '엄청나게 특출난 대 유니온'이라고 하기에는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작은 기업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쨌든 다수정예회는 이름처럼 다수 '정예회'였다. 연봉 3억이 넘는 자리다. 아무나 안 뽑는다. 각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집행관리부의 판팀, 무팀은 비록 연봉은 사업관리부(다수정예회)보다는 적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거고 실상은 매우 높다. 최하 연봉이 초봉기준으로 1억이었으니까.
유토매니아가 아무리 돈이 넘치는 기업이라도 1억을 줬으면 1억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나오긴 해야한다. 유토매니아는 기업이지 자선단체가 아니었으니까.
민혁이 물었다.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연희동 땅 어쩌고 저쩌고는 괜찮았는데 다음 계획은 있는 거냐?"
"계획?"
"판팀이랑 무팀. 그냥 둘 거냐고!"
민혁의 입장에서 판팀과 무팀은 크게 쓸모가 없다. 게이머의 눈으로 보면 모르겠으나 이사의 눈으로 보면 전혀 필요없는 조직이다.
평소와 다르게 민혁은 매우 못마땅한 듯 했다.
"실적도 없어.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냐. 출근 할 필요도 없어. 유토매니아가 아무리 좋은 회사여도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아. 그 얘기 하는 거냐?"
"농담할 생각하지 마. 나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야. 이건 일적인 얘기라고."
윤석이 실실 웃고 있자 민혁은 기분이 나빠진 듯 인상을 구겼다. 회사의 관리와 운영은 민혁이 여태까지 도맡아와서 해줬다. 그 와중에도 싫은 소리는 거의 한 적이 없다. 있어도 장난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화가 조금 난 모양이다. 보다보다 못해 입을 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팀과 판팀에 들어가는 돈이 한달에 얼만지 알아? 월급으로만 30억이 넘어. 한 달 30억. 여기에 우리가 의례적으로 지급하는 경조사비와 의료비 지원, 학비지원 기타등등까지 다 하면 들어가는 돈을 넉넉잡아 40억은 잡아야 돼. 솔직히 말해서 그게 작은 돈은 아니잖아."
"작은 돈은 아니지."
40억은 큰 돈이다. 살면서 40억을 만져볼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정도다.
윤석이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짜식아. 너무 흥분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
"그 생각을 구체적으로 좀 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사장님?"
민혁은 여전히 인상을 펴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은 민혁의 기분이 조금 풀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척하면 척이다. 여지껏 같이 지내온 시간이 얼만데 그것조차 모를까.
"설마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팀을 짰을까봐."
"그니까 그 생각이 뭐냐고?"
"다수정예회를 만들 거야."
"다수정예회?"
다수정예회는 물론 있다. 얼스에서 활동중인 거대 유니온이다. 수많은 하청 유니온을 거느리고 있으며 유저들의 유니온들 중에선 단연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내가 중원에 가봤는데... 세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더라고."
"마교, 사파, 정파?"
"응. 그 중에 사황성쪽은 장사하기가 엄청 쉬워. 거긴 진짜 돈만 있으면 다 되는 곳 이거든."
사황성 쪽은 '은미상단'이 이미 자리 잡았다. 주로 취급하는 것은 비단이며 그 외에 주류 장사와 유흥 장사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다수정예회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뒷 배경이 뭔지는 알지?"
다수정예회가 클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뒤에 중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은미상단이 크기 위해선 또 누군가가 버티고 있는 게 좋다.
"지금 당장은 수익이 안 날수도 있어. 나중을 보려고 생각 중이야. 일단은 은미상단을 키우는데 집중할 거야. 그리고 나중에 판타리아 쪽에도 진출해야지."
물론 거래를 하기 위한 서버는 따로 있다. 자유무역지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유토매니아의 코드 거래도 자유무역지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것은 유저들의 편의를 위한 서버이지 실제 유토피아의 NPC들이 이용하는 곳은 아니다. 따라서 규모가 매우 작을 수 밖에 없다.
"얼스와 판타리아, 중원을 잇는 무역단체를 만들 거야."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유저들을 대상으로 했으면 자유무역지대만 써도 무리가 없다. NPC들을 그 대상으로 하면 그 규모가 수십배는 커진다.
"그러기 위해서 세력을 만든 거고."
"흠..."
"일단 우리가 팀을 만들어 놓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수정예회를 보면 중심에 다수정예회가 버티고 있고 그 아래에 하청 유니온들이 있는 구조다. 유토매니아가 실제로 돈을(현실의 화폐) 주는 것은 불과 100명 남짓이다. 나머지는 넘쳐나는 코드로 대신한다.
마찬가지로 구심점이 되어주는 판팀과 무팀을 창설한 뒤, 그 아래로 세력을 모으는 거다. 코드는 어차피 숨 한 번 쉴때마다 쌓여간다.
"구심점을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코드로 세력을 불리면 되는 거니까."
"거기까지 생각했다고?"
민혁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인상을 구겼다.
"너한테 미리미리 말 안한 건 미안하다. 근데 네가 요즘 너무 바빠 보여서 말이야."
얼스에서 중장질(?)을 하다보니 말발이 늘었다. 되도 않는 연설을 하다보니 이제 익숙해졌다. 거기에 민혁이 완전히 넘어온 듯 했다. 그런데 민혁이 조금 이상했다. 기침을 한 번 크게 하더니,
"바쁘긴 내가 뭐가 바빠?"
윤석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윤석이 호오- 하고 민혁의 얼굴을 요목조목 뜯어봤다.
"나한테 뭐 숨기냐?"
"숨기긴 개뿔."
"뭐 숨기냐? 빨리 말해라. 안 그럼 잘라버린다."
"시끄러워. 나 바빠. 일 해야 돼."
"안 바쁘다며?"
"바빠!"
민혁은 윤석을 내보냈다. 야 이 새... 아니, 이사님. 도대체 나한테 숨기는 게 무엇입니까? 윤석은 민혁에게 떠밀려 나가면서 캐물었다. 그러나 그딴 거 없어! 라는 말만 들려왔다. 윤석은 피식 웃었다. 뭔가 숨기는 게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짜식... 연애라도 시작했나?"
그런데, 느낌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무언가 떠올라 버렸다. 번개가 머리를 뚫고 지나간 듯한 기분이다.
* * *
책상 아래에서, 여자 하나가 기어 나왔다.
"아휴, 깜짝이야."
깜짝 놀랐다. 저도 모르게 기침이 나와서 들킬 뻔 했다. 안 들키려고 민혁이 더욱 크게 기침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당황했다.
"나도 놀랐어. 그 놈 당황하게 만드려고 일부러 괴상한 질문 던져놨는데... 뭐 어쨌든 잘 지나간 것 같아."
"숨어 있는데 완전 스릴 있었어."
민혁은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여자는 그 손길이 기분 좋은지 헤헤- 애교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우리 이런 거 알면 오빠 엄청 놀라겠지?"
"그냥 말할까?"
"안 돼!"
"안 돼?"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오늘은 안 돼. 오늘은 수업 있다고 오빠한테 거짓말 했단 말이야. 그런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걸리면 완전 혼나."
여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나는 성인이고! 대학생이고! 완전 완전 어른인데 왜 오빠 눈치를 봐야하지! 하고 넋두리를 늘어놓다가 또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맞아. 어른이 오빠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
"응응. 맞아 맞아."
그녀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목이 빳빳하게 굳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호오? 민혁이 놈이 요즘 무슨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나 했더니... 네가 만든 거냐?"
"오빠...?"
"오늘 내가 점심 먹자고 그랬을 때 뭐랬더라. 오빠랑 엄청나게 먹고 싶고 완전 데이트 하고 싶은데 학교 가야되서 어쩔 수 없다고 그랬지? 예전에 내가 도시락 한 번 싸달라니까 요리 같은 거 절대 못한다고 그랬던 게 누구더라...?"
윤석은 도시락 뚜껑을 열어봤다.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사랑스러운 남자친구분께서 아주 싹싹 다 드셨네? 오호라. 그러고보니 괜히 화난 척 하면서 무팀 판팀 이러네 저러네 한 것도 다 괜히 나한테 수작을 부린 것이렷다?"
윤석이 수희 앞에 섰다. 수희는 얼굴이 완전히 빨개져서 아무런 말도 못했다. 눈도 못 마주쳤다. 이 놈의 오빠가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문을 열고 되돌아온 모양이다.
윤석이 수희의 양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언제부터야?"
"며, 며칠 안 됐어."
윤석이 허리를 조금 숙였다. 수희와 눈을 마주쳤다. 코가 거의 맞닿았다.
"솔직하게 말 안할래?"
그러고보니 이상하긴 했다. 그가 봐도 수희는 예쁘다. 인기가 많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 흔한 남자친구 한 번 안 사귀었다. 누가 만나자고 조르고 조르면 겨우 한 두번 만나주지만, 일부러 정떨어지는 짓만 골라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민혁이 대신 말해줬다.
"6년 넘었다."
"오, 오빠 군대 있을 때 다시 사귀기 시작했어."
윤석이 군대에 있을 시절. 그 때가 22살이었다.
"이런 씨불, 너 이 양심없는 새끼야. 그 때 수희 16살이었잖아?"
"그 땐 아청법이 없었거든."
민혁은 윤석의 시선을 피하고서 멋쩍게 웃었다. 윤석은 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둘이 지나치게 어색해하고 그러더라."
둘이 사귀었던 적이 있다. 수희가 초등학생이고 민혁이 중학생일 때 말이다. 그 일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서로 어색해하고 했었는데 연기였던 모양이다.
"오, 오빠가 군대가고 나서 나 엄청 외롭고 그랬는데..."
수희는 오랜만에 솔직해졌다. 오빠 따윈 완전 별로야! 라고 항상 거짓말하지만 오늘은 약점 잡혔다.
"그 때 이 제비같은 놈이 너한테 꼬리 친거지?"
윤석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한 번 치고 못마땅한 얼굴로 수희를 바라봤다. 수희와 눈을 마주쳤다. 다시 코가 닿았다.
"너 오빠 눈 똑바로 봐."
"시, 싫어!"
"좋은 말로 할때 봐라."
"이씨..."
이러니 저러니 해도 수희는 윤석 못 이긴다.평소에는 수희가 이기는데 진지해지면 윤석이 이긴다. 결국 수희는 아주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윤석과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 윤석이,
"오, 오빠...?"
웃고 있었다.
"화 안났어?"
"글쎄. 만약 22살때 내가 알았으면 저 새끼 죽빵부터 갈겼을 텐데..."
22살과 16살의 교제.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다. 그 때 알았으면 정말로,
"그 땐 진짜 친구고 뭐고 죽빵부터 갈겼다."
그랬을텐데 지금은 아니다. 둘 다 어엿한 성인이다. 그리고 민혁이라면 정말 믿을 수 있는 놈이다.
"진짜 화 안난거지 오빠?"
"안 났어. 둘이 사귀는데 내가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니고."
"다행이다!"
수희는 윤석을 와락 껴안았다. 윤석은 피식 웃었다. 화 날일은 아닌데 수희가 저혼자 가슴 졸였을 것을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다.
"둘이 예쁘게 잘 사귀길 바란다."
윤석이 수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귓가에 아주 작게 속삭였다.
"대신 앞으로 외박하면 죽는다. 알지?"
수희가 울상을 지었다. 윤석이 또다시 속삭였다.
"엠티같은 거짓말 안통하는 거 알지? 나 총장님이랑 가까운 사이야. 엠티 자체를 금지시켜 버릴 수도 있어. 알지?"
수희가 더더욱 울상을 지었다. 오빠가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건 좋은 거고 축복을 해주는 것도 좋은게 맞긴 한데, 상당히 보수적인 -적어도 수희의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오빠'라는 걸 잊고 있었다.
평소 행실을 보면 절대 보수적인 사람이 아니다. 굉장히 개방적인 사람인데,
'꼭 나한테만 보수적이더라!'
수희는 조금 불만이 생겼다.
"오빠... 근데 나 진짜로 엠티...있는데...?"
그 말에 윤석이 무슨 말을 속삭인 건지 대충 알게 된 민혁은 괜스레 민망해져서 흠흠- 헛기침을 했다. 화장실 간다며 나갔다.
"갔다와."
윤석이 쿡쿡 웃었다. 수희는 그 웃음이 왠지 불안했다. 윤석이 어깨를 들썩이며 걸음을 옮겼다.
"오빠 어디가?"
"네 남자친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하나 해야 하거든. 유토피아 접속할 거야."
"집 가는 거면 나도 데려가. 엄마아빠 여행갔단 말이야. 혼자 있으면 무서워. 오빠 집에서 잘래."
어딜 남의 신혼집에 기어들어오려고 그러냐, 싶다가 윤석은 이내 말을 바꿨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위험하다. 친구인 민혁은 믿지만 남자인 민혁은 못 믿는다.
신혼이지만 윤석은 수락했다.
"알았어."
============================ 작품 후기 ============================
윤석/매월 1000억씩 기부하는 남자(29)
"조심해. 내가 말만 하면 홍대 전체 엠티가 캔슬될 수도 있어. 엠티도 없는 학교 다니고 싶은 건 아니지? 오빠 진지해. 궁서체야."
한다면 하는 시스콤.
홍대 학생들 긴장좀 해야할 듯. 맘만 먹으면 홍대 신촌 일대 모텔이 사라질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