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61화 (161/244)

00161  각성하는 부자  =========================================================================

* * *

윤석은 이사를 했다. 사실 주랑이 혼수를 준비하기는 했었는데 스나이데로에서 사람을 따로 보내 이 집에 맞춤가구를 선물해주겠단다. 친해지는 계기 치고 조금 과한 기분이 들기는 했으나 윤석은 그 선물을 기분좋게 받아들였다.

윤석은 뒷 뜰을 워터파크로 꾸미기 위해 공사를 의뢰했고 앞 뜰은 조형전문가들을 불러 예쁘게 꾸미고 있는 중이다. 애초에 먼저 공사를 다 끝내놓고 입주했어도 좋았을 뻔 했더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주랑과 윤석은 새 집이 마음에 들었다.

3층짜리 대저택인데 별채가 하나 따로 딸려 있었다. 별채라고는 해도 서울시의 어지간한 빌라보다 좋았다. 별채는 2층인데 1층에 4호, 윗층에 3호가 살 수 있는 구조였다. 크기는 각 호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평균적으로 (실평수로)약 20평정도 됐다. 별채는 저택을 관리할 사람들에게 숙소로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윤석의 저택 오른편에는 주차타워를 하나 건설하게 됐다. 온도, 습도까지 완벽하게 조절해주는 최첨단, 최신식, 스틸 주차타워인데 총 14층 건물이며 승용차 기준으로 약 2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이건 주차장이라기보다는 최고급 자동차를 위한 자동차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물론 아직 완공된 건 아니지만 도면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이 작업은 독일의 유명 건설회사인 홀디브에서 맡게 됐다.

모든 것이 전자식으로 운영되며 1층과 꼭대기층은 윤석을 위한 자리이고, 나머지 자리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자리였다.

"장인어른 말씀을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네?"

"아무래도 몇 가지 일들을 벌여야 할 것 같단 말야."

"그래요?"

주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랬다가 윤석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안았다. 은은하게 비춰오는 황금색 전등빛이 주랑의 얼굴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어주었다.

"... 키스해 주세요."

"키스로 안 끝나."

"밤은 길잖아요."

결혼 이후, 주랑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낮에는 요조숙녀인게 맞긴 맞는데 밤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윤석을 위해 여러가지도 준비했다. 일부러 야시시한 속옷을 입기도 했고 언젠가는 한 번 교복을 입기도 했다.

비록 20대 중반에 이른 주랑이지만 교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고등학생이라고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여튼 주랑은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해봤다. 윤석이 좋아할 게 뭘까 고민했는데 결국 좋은 건 그런 부차적인 게 아니었다.

하아... 오빠... 주랑의 뜨거운 숨결이 가슴속으로부터 새어나와 윤석의 가슴팍을 훑고 지나갔다. 주랑은 윤석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가 몸을 휙 돌렸다. 윤석을 침대에 눕혔다. 윤석의 배 위에 앉아 윤석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봐도 예쁘고 저렇게 봐도 예쁘고 어쩜 그렇게 예쁘니?"

윤석은 손을 뻗어 주랑의 탐스러운 가슴을 매만졌다.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주랑의 왼쪽 유두를 살살 문질렀다. 분홍색에 가까운 유두가 봉긋 솟아올랐다. 딱딱해지는 게 느껴졌다.

"오빠 거... 더 커진 거 같아요."

윤석도 딱딱해졌다. 주랑이 허리를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파도가 출렁이듯 굴곡진 움직임을 보이다가 이내 태풍이 몰아치듯 빠르게 몸을 흔들었다. 숨이 가빠오는지 연신 거친 숨을 내쉬면서 야릇한 비성을 토해냈다.

"좋아요. 하아... 오빠라서 너무 좋아요."

그녀는 두 팔을 뻗어 침대에 지탱시키고 허리를 흔들다가 이내, 조금 울상을 지었다.

"힘들어요."

"주랑아."

주랑의 리듬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던 윤석은 몸을 일으켰다. 그 것이 삽입된 채로 일어나느라 속도는 조금 느렸다. 주랑과 윤석이 마주 앉았다. 몸이 가까이 붙은 만큼 윤석의 높이 솟은 그 곳이 주랑의 높은 곳을 찔렀다.

"오빠..."

윤석이 주랑의 귀에 살짝 키스하고서 말했다.

"여보 사랑해."

주랑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윤석과 가슴이 맞닿았는데, 주랑의 가슴이 위 아래로 빠르게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저두요."

주랑은 더욱 낮은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속삭였다기보단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여보..."

여보라는 말이 익숙치 않아서인지 민망해서인지, 따지고보면 별 것도 아닌 말인데 주랑은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윤석은 쿡쿡 웃고서 주랑의 입술에 살짝 키스한 뒤 아직까지도 삽입된 채 힘을 잃지 않고 있는 분신을 더욱 깊숙히 찔러넣기 시작했다.

"각오해. 오늘 밤은 길어."

윤석이 그렇게 말했다. 주랑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나 속으로 생각했다.

'밤 되게 짧던데...'

* * *

윤석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기로 했다.

자고로 한국에서 존경받는 부자가 되기는 힘들다. 물론 한국은 따지고보면 살기에 꽤 괜찮은 나라이다. 민족성이 강하고 위기 때마다 단결을 잘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기적의 나라다.

그러나 마냥 좋은 나라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까지 있는 나라다. 작은 나라이고, 무한경쟁의 풍토가 만연해있다보니 아무래도 여유를 갖지 못한 사람이 많다. 시기질투도 많은 축이다.

- 존경받는 부자 되기.

장인어른의 말씀을 받자와 윤석은 사회에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봤다. 단순히 기부하는 것보다 의미가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왕이면 지역사회 발전도 되고 나한테도 좋은 게 좋은 거잖아?"

그래서 연희동 주변을 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개발한다는 것이 땅을 뒤엎고 도로를 새로 깐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울에서 최고라 하면 보통 떠올리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압구정동, 청담동, 신사동 기타등등. 강남에서도 알아주는 동네다. 연희동을 그렇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혼자 살 수 없다. 아프면 병원을 가야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마트를 가야 한다. 인간사회는 각자 역할을 맡아 해낼 때에 챗바퀴 굴러가듯 굴러갈 수 있다.

"만약에 우리 아가가 태어나면 바로바로 진료 받아야 하잖아?"

"맞아요."

윤석은 주랑에게 허락을 받았다. 주랑도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해줬다. 지난 9개월간 여지껏 쓰지 않고 모아둔 돈을 계산해보니 90조 정도 됐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대강 사업을 진행하는데 22조가 들었으니 개인이 가진 90조란 정말로 어마어마한 돈이다. 용식의 말대로 썩혀두고 있는 돈이었다.

윤석은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을 짓는 것이 목적이었다. 연희동에 거대한 의료센터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소문에서 그치지 않았다. 유토매니아의 김윤석사장이 공약을 했단다.

연희동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 시키겠다.

공적인 자리에서 그러한 말을 한 건 아니지만 그 말은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대한민국 전체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싶지만 일단은 집 근처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대학병원급 의료센터에 최상급 의료기구를 들이기로 했다. 의료센터는 아예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다. 기본 착수금으로 800억이 들었다. 그러나 아마 의료센터 건물이 올라가는 동안, 쓰는 돈보다 쌓이는 돈이 더 많을 거다. 아무리 최고급 거대 의료센터를 짓는다고는 해도 하루에 1조를 쓰기는 힘들 테니까.

의료센터는 딱히 수익을 바라고 짓는 게 아니었다. 본전만해도 괜찮고 약간 손해를 봐도 괜찮았다. 용식이 말했던대로 윤석에게 몇 억정도 손해는 손해도 아니다. 오히려 그 작은 손해가 다른 사람들의 커다란 이익으로 돌아간다.

만약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에서 시작한 생각이었는데 스케일이 많이 커졌다. 의료비를 다른 곳에 비해 싸게 책정하여 이익을 줄이는 대신 만약 손해나는 부분이 있으면 윤석이 메꾸기로 했다. 다만, 윤석의 가족은 시설이용의 우선권을 가지기로 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윤석 소유의 의료센터인데 혼자 쓰기는 미안하니 여러분도 다 같이 쓰세요. 싸게싸게 해드릴게요. 이 정도가 되겠다.

"어린이집도 부족하다며?"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다닐 어린이집이 없으면 낭패다. 그 때를 대비할 겸, 지역사회에 이바지도 할 겸. 어린이집들도 세우기 시작했다. 의료센터와는 달리 원래 있던 건물들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비용은 크게 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지하철도 뚫고 싶었는데 그건 돈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일단 보류.

윤석은 아예 연희동 주민들에게 원하는 것, 있었으면 좋겠는 것, 있다면 지역사회에 발전이 될만한 것들을 추천받았다. 이건 동사무소의 도움을 받았다. 연희동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한단다. 대한민국 영공방위를 위한 KF-x사업에도 10조가 안 들어간다. 그런데 이 유토매니아 사장은 10조따윈 우습게 쓸 수 있는 모양이다.

거대 의료센터 -그에 따른 작은 병의원, 약국들이 벌써부터 생겨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집,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을 만들었다. 치안이 좋지 못하다는 곳도 조사받아 CCTV를 설치해줬다. 윤석이 자금을 지원하고 경찰서에서 실행했다.

연희동은 단숨에 유명해졌다.

압구정동, 청담동처럼 유명해진 건 아니다. 약간 의미가 다르다. 연희동은 6개월 이내에 서울시 내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 될 거란다.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했다. 국가도 못하는 걸 개인이 해내고 있었다.

연희동이 발전하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윤석 딴에는 미래를 내다봤다. 자식을 낳아 키우는데 그 자식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곳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장학재단을 하나 설립했다. 주랑이 반대했지만 이름을 결국 '주랑 장학재단'으로 했다. 연희동 사람들을 위한 장학재단이라 보면 됐다. 꿈이 있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받아 그 꿈을 밀어주는 재단이다.

물론 공부를 잘해도 준다. 그러나 '주랑 장학재단'은 공부보다는, 학생들의 비젼에 초점을 맞췄다. 음악을 하고 싶다거나, 예술을 하고 싶다거나, 소설가가 되고 싶다거나. 많은 아이들이 있을 거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하고마는 아이들을 위해 '주랑 장학재단'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명문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희동은 윤석이 이사오고나서 땅값이 껑충 뛰었다. 지금이야 어린이집, 의료센터, 장학재단 정도지만 나중에는 점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게 여론이었다. 집값, 땅값이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동사무소를 통해 지나치게 낙후된 집을 선정하여 리모델링사업을 지원해줬다. 동의 낙후된 곳들 수리도 지원했다.

건축계에 새바람이 불었다. 유토매니아 사장이 이사왔을 뿐인데 동네가 달라졌다. 윤석은 혼자 돈을 쓰지만 그 돈을 나눠갖는 건 수많은 사람들이 나눠 갖는다. 공사장의 인부들, 엔지니어, 어린이집 교사, 장학재단의 사람들. 윤석의 수익이 분배되면서 연희동의 경제가 살아났다.

그런데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기 마련이다. 이 곳의 땅값이 오를 거란 것을 알게 된 몇 몇 부자들이 투기를 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제가 활성화되는 건 좋은 건데...이런식은 좀..."

윤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분명 살기 좋은 동네가 되어가고 있는 건 맞는데 이런 부작용도 생긴다. 생각을 못했다기보다는 안했다. 그냥 이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윤석과 자리를 함꼐한 용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익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탓할 수는 없지."

"예..."

"불법도 아니고."

"예."

용식이 윤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래도 굉장해. 유토매니아의 사장이 대단하다 대단하다 말만 들었지 솔직히 나도 이 정도일줄은 몰랐어."

장인어른의 칭찬이다. 그 어찌 기쁘지 않을쏘냐. 아주 조금 우쭐해졌다.

"감사합니다."

"중요한 건 이거야. 불법이 아니라는 거."

"...예?"

용식이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윤석이 몸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귀를 용식에게 가까이 댔다.

"불법이 아니게... 응징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나?"

"응징... 말입니까?"

"자네는 돈 말고도 가지고 있는 게 또 있잖아."

용식은 쿡쿡 웃었다. 윤석의 표정도 조금씩 밝아졌다. 그랬다. 윤석은 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윤석이 씨익 미소지었다.

"그... 방법 말입니까?"

============================ 작품 후기 ============================

윤석: "각오해. 오늘 밤은 길어."

주랑:'밤 되게 짧던데...'

→ 이거시 바로클라스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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