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0 각성하는 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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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순수익 1조. 한달 수익 30조에 이르는 걸어다니는 거대기업 김윤석이 드디어 결혼한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배우자는 신성전자의 딸 이주랑이다.
그 소식은 텔러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그거 들었어? 팀장님이 신성전자 딸이었대."
"진짜? 우리가 아는 그 신성전자?"
신성전자가 초거대기업도 아니고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지만, 그래도 유토피아의 발전으로 인해 관심있는 사람이면 알고 있는 건실한 기업이다. 적어도 재벌소리 들을 정도는 된다.
"역시 그런 사람 쯤 되니까 사장님 만나는구나..."
"끼리끼리 논다더니 그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네."
유토매니아의 텔러하면 그 어떤 대기업보다도 높게 쳐준다. 요즘 현실이 그렇다. 평소에는 어깨에 힘 주고 다닐 수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다. 유토매니아의 사장 김윤석과 신성전자 사장 이용식의 딸 주랑의 결혼 소식에 텔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근데 그거 알아? 팀장님이... 그 뭐야...그..."
말을 하던 여자는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어려워 하다가,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되게 힘들었었나봐. 그 때 뭐라도 해보겠다면서 어디더라... 하여튼 무슨 조그만 회사에 취업했는데 우리 사장님을 그 때 만났대."
"사장님이 조그만 회사에 있었어?"
"그것도 엄청 설움받는 막내 직원이었다던데?"
"에이 설마! 말도 안 돼."
말 된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기 마련이다. 윤석은 정차장에게 시달림받던 막내 대리였다. 정차장 딸내미인 정은미의 수강신청을 대신해줬다가 제대로 못해서 욕 먹은 적도 있다.
"어쨌든 그 때 어떻게 서로 눈이 맞았나봐. 그 때만 해도 우리 사장님은 봉 잡은 거였지."
"그러게? 네 말대로면 사장님 그 땐 완전 별 볼일 없던 남자였을 거 아냐?"
"......."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말을 하던 지선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입사 동기이자 동갑인 미나가 말을 멈췄기 때문이다. 뭐랄까.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랄까. 지선은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요. 사장님이 봉을 잡은 게 아니고 제가 봉을 잡은 거에요."
"티, 팀장님."
저번 사건 이후로 텔러들은 주랑을 아주 편하게만은 대하지 못한다. 11명이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그건 완벽한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주랑은 평소의 주랑다운 기분 좋은 미소를 띄우고서 깜짝 놀란 텔러들을 달래줬다.
"놀라지 말아요. 오히려 전 기분이 좋은 걸요? 절 그만큼 좋게 생각해주는 거잖아요."
그랬다간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아참. 하나! 우리 사장님은 별 볼일 없는 사람 아니었어요."
텔러들은 주랑의 말에 빠져들었다. 주랑이 이렇게 사적인 얘기를 오래 하는 것을 처음 본다. 그 사적인 얘기라는 것의 주제가 '윤석'이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윤석 자랑'쯤 되는 것인데 남의 연애사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는 법이다.
자랑의 주된 내용이란, 정말 사랑하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 빈 자리를 메꿔준 게 윤석이었단다.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호기심도 많이 생겼단다. 열심히 일을 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실수도 있고 자신에게 그 실수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그게 싫지가 않고 좋았단다. 기타등등. 자기 얘기를 별로하지 않는 주랑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윤석얘기라서 그런가 보다.
"제가... 너무 주책 부렸죠?"
"에이~ 아니에요. 너무 재밌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느새 텔러들은 주랑과 친구라도 된 듯 편하게 웃고 떠들었다. 주랑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평소 친근하고 따스하게 다가가지만 막상 만만하게 보지는 못하게하는 특별한 매력.
"....... 그래서 여기까지 왔답니다."
"그런데 고백은 따로 없었나 봐요?"
주랑은 입술을 앞으로 조금 내밀었다.
"제대로 된 고백은 못 받은 거 같아요."
기껏 한다는 게 물어보고 프로포즈한다거나, 정말 뜬금없이 프로포즈 한다거나. 아무리 주랑이 천사같아도 그런 것보다는 근사한 프로포즈 한 번 받아보고 싶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도 좋아요. 저는 그 분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행복하거든요."
평소 맞춤법 틀리는 것에 예민한 미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너무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말인데...'
그리고 말했다.
"'정말 정말' 부러워요."
주랑은 기분좋게 웃었다. 정말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미소에 텔러들은 부러움을 넘어서 경외감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저렇게 행복한 표정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미나가 중얼거렸다.
"그런 표정은 사장님만 짓는 건줄 알았는데..."
"네?"
"사실 사장님은 팀장님이랑 같이 있으면 항상 그런 표정이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좀 바보 같은 표정이요.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표정이요! 미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주랑의 표정과 윤석의 표정은 분명 비슷하긴 한데 주랑의 표정이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이라면 윤석의 표정은 행복하지만 얼빠진 바보의 모습이랄까.
8시 45분.
언제나 그렇듯 텔러들은 일을 시작하기 앞서 간단한 체조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주랑이 공식적으로 결혼발표를 했다.
"시간 되시는 분은... 오셔서 축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축의금은 상한선 정해놓을 거에요. 5만원 이상 하시는 분은 감봉 3개월! 농담 아니에요."
주랑은 간만에 기분좋게 웃었다. 텔러들에게 있어서 5만원은 별로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히 부담주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들에게 결혼식에 오라는 것조차도 부담일 수도 있지만 이 정도 부담은 지워주고 싶었다. 오랜만에 욕심 좀 부려봤다. 돈 같은 건 안받아도 괜찮은데 팀원들의 축하 정도는 받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윤석과 주랑의 결혼식 날, 텔러 전원이 참여하여 축하해줬다.
* * *
윤석과 주랑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혼수며 집이며 여러가지를 알아보고 준비하느라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윤석과 주랑은 아니다.
집은 윤석이, 혼수는 주랑이 하기로 했는데 불과 하루도 안 걸렸다. 마침 연희동에 120억짜리 매물로 나온 초호화 대저택이 있어서 현금으로 매입했다. 지금은 없지만 옆 부지도 사들여서 주차타워를 하나 세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도 쓰고, 이웃들에게도 도움이 되라고 말이다.
뒷 뜰에는 축소된 형태의 워터파크를 짓기로 했다. 200평 쯤 되는 작은 앞 뜰은 이미 정원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전문가들을 불러 좀 더 동양적인 느낌의 정원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윤석이 120억짜리 집을 해버리는 바람에 주랑은 상대적으로 돈을 아주 조금 썼다. 이것 저것 최고급으로 맞추느라 10억 정도 들었다.
아무리 신성전자의 딸이라지만 10억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윤석은 그 돈도 못 쓰게 하려했지만 용식이 '날 무시하는 거냐!'라고 화를 내길래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어떤 부자들은 너무 호화스럽게 결혼하면 욕을 먹곤 한다. 그러나 윤석은 아니었다. 이미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기부를 한데다가 서민층으로부터의 지지도 대단했다. 게다가 주차타워를 짓는데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하겠다하니, 이 얼마나 남을 위하는 부자란 말인가.
결혼식은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치러지게 됐다. 윤석의 일가 친척들과 주랑의 일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윤석은 거기서 낯익은 얼굴도 봤다. 예전 윤석에 의해 된통 깨졌던 김웅민이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주랑의 법적 오빠라고 보면 되는데, 주랑과 웅민은 서로 암묵적인 동의하에 모르는 척을 해왔단다. 그런데 결혼식에 참석했다는 건 이제 어느 정도 서로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았다.
결혼식은 비공개로 치러졌다. 그런데 특별한 사람들도 참여했다.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자존심. 람보르기니사의 사장 안젤로 피이로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는 명품, 구찌의 사장 파스텔로.
그 외에도 루이비통, 프라다, 페레가모등 대중적으로 알려져있는 명품 브랜드의 사장들을 비롯하여 대중들은 잘 모르는 스텔라 메카트니, 몽클레르, 스나이데로, 코사벨라 등. 이태리에서도 내노라하는 명품 메이커의 사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유토피아를 플레이하고 있으며 현대 군 클래스를 새롭게 키우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
이탈리아인은 아니지만, 스위스 명품 시계의 최고봉 바쉐론 콘스탄틴의 사장 바이로쉐까지도 참여했다.
이들은 축의금을 따로이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최선을 다한 선물을 하나씩 내놓았다. 윤석에게 포커스를 맞추지는 않았다. 자고로 장수를 잡으려면 장수가 탄 말을 쏘아야 하는 법이다.
주랑이 원할 법한 것들을 선물했다.
구찌에서는 최고급 신상 백을, 루이비통에서는 최고급 신상 장지갑을, 스텔라 메카트니에서는 최고급 신상 숄더백을, 최고급 다운코트를 색상별로 7가지 준비했다. 페레가모에서는 남성용 최고급 구두를, 프라다에서는 커플용 선글라스를 선물했다.
가장 큰 출혈(?)을 감수한 건 스나이데로였다. 스나이데로는 이탈리아에서도 손 꼽히는 최고급 명품 가구를 생산하는 브랜드다. 윤석의 집에 어울리는 가구들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이탈리아의 자존심 저희 스나이데로에서 책임지고 신혼집을 아름답게 꾸며드리겠습니다."
모든 선물들은 그 값어치를 떠나 윤석을 기쁘게 만들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걸 다..."
게임 내에서와는 달리 통역이 필요했다. 통역은 저번에 봤던 마르코가 맡았다. 양복을 입은 사장들은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초대해줘서 고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선물공세는 성공인 듯 싶다. 사장들도 기분이 좋아졌다.(안젤로가 2억짜리 선물을 보내서 300억으로 되돌려 받았다.)
"사장님이 기뻐하시니까 저희도 기분이 아주 좋네요."
"이렇게 선물들을 주시니 저는 너무나 황송하죠."
윤석과 사장들은 일일히 악수했다. 사실 결혼식날 신랑에게 시간이 많이 허락된 건 아니다. 신랑은 아주 바쁘다.
윤석은 약속했다.
"제가 따로이 자리를 만들어서 대접하겠습니다."
사장들은 매우 기뻐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역시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법이다. 안젤로가 어깨를 바짝 폈다.
"그러게 내가 뭐랬나?"
"가볍게 선물했는데 윙카면... 따로이 자리를 만들어 대접하는 건 도대체 어떤 거지?"
현실에선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가졌다는 남자들 -스텔라 메카트니는 여자다-이 호탕하게 웃었다. 결혼식 축하하러 날아왔는데 오히려 더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유토매니아 김윤석,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얼스의 중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맺게 됐다. 행복해졌다.
유토매니아 식구들과 일가 친척들, 특별한 손님들의 축하아래 초호화 결혼식은 끝이 났다. 식사값, 화환, 예물 등 비용이 10억이 넘게 들었다.
일반 대중들도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유토매니아는 사장의 결혼 이벤트로 코드를 1주일 동안 10퍼센트 저렴하게 팔았다. 그건 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번 기회밖에 없다는 듯, 사람들은 앞다투어 코드를 샀고 덕분에 일주일 동안 벌어들인 현금의 양은 평소에 비해 3배가 넘었다.
원래 하루 3조가 평균적인 거래량인데 10조로 껑충 뛴 거다. 그러니까 1주일만에 70조 가까이 벌었다. 전세계의 돈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결혼식은 별 탈 없이 끝났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속에 한 쌍의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윤석은 주랑에게 키스했다. 사람들 앞에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겠습니다!"
크게 말했다. 그것도 만세를 하면서 무려 세 번이나 그랬다.
한편, 윤석의 결혼 소식을 기사로 접하게 된 설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흥!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거 아냐!"
설아는 쇼파로 쪼르르 달려갔다. 멍하니 앉아있는 설하의 옆에 앉았다.
"언니. 힘 내. 저 오빠는 내가 반드시 꼬실게."
"그런 말 하면 못 써. 아무리 네가 학생이어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거야. 결혼은 신성한 거야."
"헹! 몰라몰라몰라몰라!"
설아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골키퍼 있어도 골 들어간다니깐?"
설하는 철없는 동생에게 무언가 말을 해주려다가 말았다.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가지만, 그렇다고해서 골키퍼가 바뀌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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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된 말씀이오나 저는 전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앞으로 절 일렉트릭비츄라고 불러주...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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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자존심 저희 스나이데로에서 책임지고 신혼집을 아름답게 꾸며드리겠습니다.( 중장님. 영혼이라도 바칠테니 윙카의 자비좀.이 이병을 굽어살펴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