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8 내 시급 440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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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의 일을 현실로 끌고와 계약을 진행하고 여러가지 관계들을 형성하는 건 별로 새롭지도 않은 일이다. 오월컴퍼니나 성철SC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다수정예회'역시 그와 같았다.
처음에 윤석은 다수정예회와 계약을 맺었고 그에 따라 스킬포토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판매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다수정예회의 유니온장인 '훌륭한섹시팬티'. 즉 박윤환을 유토매니아의 초빙하여 '유지관리 사업부장'에 앉혔다. 그에 그치지 않고 결국 유토매니아는 그 산하의 또 다른 유니온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또다른 유니온이라고 하기보다는, 박부장을 중심으로한 다수정예회를 유토매니아 아래 두는 구조였다. 물론 예전처럼 그저 게임 내에서 계약을 맺어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수익성이 떨어진다.
아예 최측근을 조합장으로한 유니온 하나와 아예 현실에서 계약을 맺어 월급을 주는 형식인데 이건 윤석에게도, 또 원래 다수정예회의 멤버들에게도 유리했다. 윤석은 수익성이 높아져서 좋고. 다수정예회의 멤버들은 예전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벌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어쨌거나 윤석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코드 기준으로 하루 30조. 가끔 RPG게임을 즐기다보면 고수들이 심심하다면서 초보들에게 돈을 뿌리곤 한다. 제 정신이 박혀있고 게임을 계속 즐길 생각이라면, '즐길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뿌린다. 직접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아이템이나 돈을 뿌리곤 하는데 하수들에겐 그게 굉장히 훌륭한 아이템이 된다.
마찬가지다. 윤석은 별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금을 동원하여 -도합 30조 코드- 사황성 일대의 비단을 독점했다. 그리고 금화상단을 초전박살내버렸다.
"금화상단이... 중장님 암살과 상당히 관련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암살의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처음 윤석이 정보를 얻어 토벌한 10곳 중 8곳이 금화상단과 관련이 있었다. 그 말은 즉, 금화상단이 중장암살을 의뢰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그 놈들이 도대체 왜 날 목표로 했을까?"
구카스텐이 아무리 똑독해도 모든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가설을 하나 내놓을 수는 있었다.
"금화상단이... 만약 얼스의 어떠한 유니온등과 이해관계에 있다면.... 암살 의뢰가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유니온과 이해관계?"
"예를 들어, 금화상단이 얼스로 진출을 하고 싶은데 방해되는 유니온이 있습니다. 그 유니온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중장님이라면... 중원의 생리라면 가장 쉬운 암살을 택할 것 같습니다."
그저 단순히 가정일 뿐이다.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그건 둘째치고 오월컴퍼니와 관련된 모든 곳들을 싹 다 말리기 시작했다.
오월컴퍼니는 정보팔이와 해결사 노릇 외에도 중원 내에서 몇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워낙에 규모가 큰 곳이니 만큼 커다란 기루 하나만 차려놔도 꽤 큰 수입이 나온다. 윤석만큼 천문학적인 수익은 아니어도 현실의 나이트를 관리하는 것 만큼은 나온다. 코드야 사겠다는 사람이 널리고 널렸다. 유토매니아보다 약간 싸게 팔면 금방 다 팔린다.
홍화루
오월컴퍼니가 운영하는 기루 중 하나다. 그 앞에 초호화 기루가 하나 생겼다. 음식은 최고급. 술 역시 최고급 기녀 역시 최상급.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홍화루보다도 쌌다. 재수없게도 이름이 청화루다. 청화루는 낮은 가격와 최상급의 품질로 이름을 드높였다. 은미상단이 밀어주는 기루였다. 사람들은 적자보면서 장사하는 사람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은미상단은 적자보면서 기루를 운영했다. 그래도 된다. 운영자금이 넘치니까.
"아름다운...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어!"
"은미상단인지 나발인지 하는 그 놈들이 뒤를 봐주고 있습니다!"
은미상단. 윤석이 뒤를 봐준다. 사실상 청화루 뒤에는 은미상단이 있는게 아니고 윤석이 있는 거다.
"저딴식으로 장사해서 뭐가 남는다고!"
"아마 꾸준히 적자일 겁니다. 저런식으로 장사를 하면 거의 천 혹은 억단위로 손해가 납니다."
"아이씨 아름다운! 친구 사랑이다!"
홍화루 뿐만 난리가 난 게 아니다.
시스루.
역시 오월컴퍼니가 운영하는 곳이다. 다만 이 곳은 술보다는 여자를 파는 곳이다. 말 그대로 남자들의 성욕을 해소시켜주기 위한 곳. 몸 파는 여자들이 있는 곳인데 이 곳 앞에도 똑같은 업종의 '시즈루'가 생겼다. 당연히 와꾸 -외모의 예쁨을 표현하는 비속어-는 최상급이었는데 가격은 시스루와 똑같았다. 같은 값 주고 더 예쁜 여자 찾는 건 남자들의 당연한 생리다. 시스루도 문 닫게 생겼다.
"거기서도 분명 월 천단위로 손해가 날 겁니다."
오월컴퍼니는 비상사태다. 현실에서의 사업보다 중원 내에서의 사업이 돈이 더 잘 됐다. 오월컴퍼니의 경우는 그랬다. 그래서 회사차원에서도 오프라인 상 사업은 거의 다 접었다. 넷상의 사업만 팍팍 지원하며 밀어붙였는데 이러다 깡통차게 생겼다.
김윤석을 한 번 이용해먹으려다가 된통 당하고 있다. 호구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거 제대로 잘 못 걸렸다.
"몇 달 버티면... 괜찮아지지 않겠어? 저 쪽도 손해 막심하다며."
손해 막심하다. 필요도 없는 비단 독점에만 10조가 날아갔고-심지어 독점과 기타 비용으로 30조가 들어갔단다. 황당하다.- 매달 1억이상의 손해가 난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 오월컴퍼니 기준으로 손해가 막심하다는 거다.
윤석이 은행에 돈만 넣어놔도 이자로 1억은 우습다. 1억은 이미 윤석에게 화폐가 아니다. 적어도 조는 되어야 좀 돈으로 쳐줄 정도다.
윤석은 분명 돈이 많다. 쓸 땐 아낌없이 펑펑 쓴다. 그런데 그건 자기가 쓰고 싶을 때 쓰는 돈이다. 돈 많은 호구로 보이기는 싫다. 얼마나 얕잡아봤으면 언질조차 않고 사기를 쳐서 자신을 꼭두각시 취급했을까 생각하니 열불이 치솟는다.
금화상단을 비롯해 홍화루, 시즈루를 망하게 만들어버렸다.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오월컴퍼니의 간부들과 최종욱이 윤석을 직접 찾아왔다.
윤석은 시치미를 뗐다.
"어쩐 일이세요?"
"죄송합니다!"
다른 사람들 보다 키가 약간 작았다. 170초반 정도 되어보인다.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그는 윤석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털썩털썩 주저앉더니 무릎을 꿇었다.
"뭐가요?"
"저희가 사장님을 농락했습니다. 전적으로 저희 잘못입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윤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홧김에 30조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덩치 큰 사내들 여럿이 몰려와 무릎을 꿇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한 번 봐주면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일벌백계.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지금은 불쌍한 척 하고는 있지만 이번에 한 번 용서해주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제 2의 오월컴퍼니, 제 3의 오월컴퍼니가 나올 수도 있다. 마음이 조금 약해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할 건 확실히 한다.
계약을 해지했다. 유토매니아 덕분에 유명해진 오월컴퍼니가 유토매니아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감히 유토매니아를 상대로 사기를 치다가 적발 됐단다.
M게임 매거진의 김나영기자는 윤석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받았다.
오월컴퍼니가 운영하는 두 군데 사업장이 새롭게 일어난 '은미상단' 때문에 망했을 뿐만 아니라 오월컴퍼니 자체가 사실상 망했다고 보면 됐다.
중장으로 흥한자, 중장으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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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에 오월컴퍼니 사태를 보면서 확실히 느꼈다. 할 땐 하는 놈이다. 사실상 이 업계 막강한 강자로 떠오르던 오월컴퍼니가 순식간에 망했다. 조금 과하게 손을 쓴 감이 없잖아 있지만 윤석이 굳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를, 서인석은 안다.
'본보기겠지.......'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오월컴퍼니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할 바에야.
"우리는 완전히 그쪽 편에 붙어야 합니다."
완전히 편가르기를 하는 게 낫다. 중장 쪽. 그러니까 윤석 쪽에 붙으면 떨어질 콩고물도 많다.
"차라리 잘 됐어. 이번에 생기는 무림맹에도 첩자들 심어 놓자고."
오월컴퍼니는 분해됐지만 그 안의 정보원들까지 모두 분해된 건 아니다. 상철SC는 진작부터 오월컴퍼니의 분해를 예상하고 있어서 정보원들을 대거 흡수할 수 있었다.
곧 창설되는 무림맹에도 첩자를 심어놓기로 했다.
"불기둥승부사가 중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합니다."
"불기둥승부사? 네임드 유저잖아."
"아!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최종욱이 벌떡 일어섰다. 불기둥승부사. 이미 알려진 네임드 유저다. 윤석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불기둥승부사에게 우리의 고문 역을 맡김과 동시에 무림맹에 침투시키면 될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고문을 외부에서, 그것도 윤석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네임드유저를 초빙하여 두고 그와 동시에 무림맹에 침투시킨다. 일석이조다.
"오! 괜찮은 생각이야. 좋아. 바로 시작하지. 요즘 최종욱 대리. 아주 마음에 드는데?"
윤석의 고교 동창 서인석은 신이 났다. 윤석과 만났다.
"네가 말한대로 금화상단은 오월컴퍼니랑 관련 있더라."
"어떤 관계인데?"
"오월컴퍼니보다 상위조직이라고 보면 돼."
그랬다. 유토매니아 아래에 '다수정예회'라는 유니온이 있다. 엄연히 하나의 조직이다. 그것과 비슷한 듯 했다.
"내가 오월컴퍼니가 조폭출신 애들이라고 얘기했었지?"
"그랬었지."
"금화상단 역시 조폭출신 애들이야. 이 쪽 업계에 빨리 뛰어들어서 꽤 큰 상단을 일궈냈는데 그게 금화상단이더라고. 뭐. 이번에 누구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완전히 쫄딱 망했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고는 오월컴퍼니가 쳤는데 그 대가는 그 위의 금화상단이 진 셈이다.
사실 그들의 출신이야 어찌됐든 상관 없다. 금화상단은 중원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리고 말야. 그... 정은현이라고 알지? 불기둥승부사."
윤석은 피식 웃었다.
"너네 신상털이까지 하냐?"
"일종의 정보파악이라고 해줘."
신상파악은 불법이다. 그런데 그것 마저도 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윤석은 잠시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지는 않았다. 딱히 화를 낼 영역도 아니고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개인정보 보안을 뚫는다는 것이 아주 쉬운 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불기둥승부사를 상철SC로 영입하려고 하는데, 네 생각을 듣고 싶어서."
"걔를 왜?"
"우리 자체적으로, 우릴 감사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야. 적당한 사람을 생각해봤는데 너랑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중원 내에서도 영향력있는 사람이... 불기둥승부사더라고."
아마도 이번 오월컴퍼니와 금화상단의 일로, 이 쪽 업계에는 단단한 경고가 됐을 거다. 정보를 주로 다루는 회사들이다보니 소문은 쉽사리 퍼졌으리라. 그냥 망하게 한 게 아니고 아예 씨를 말려 버렸다. 1000억이면 충분할 일을 30조를 들였다. 아예 비단 뿐만 아니라 몇 가지 사업을 석권하고 사황성과 연줄도 텄다.
그렇다면 단순히 씨를 말리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재기의 발판마저 완전히 무너뜨려버렸다고 보면 된다. 그 쪽(사황성)의 비단상권을 완전히 독점해버렸으니까. 윤석이 턱을 매만졌다. 생각해보면 은현에게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음... 내가 한 번 물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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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
"저도 이제 그럼 낙하산 되는 건가요? 헤헤,. 근데... 낙하산 되면 뭐가 좋나요? 전 이런거 잘 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