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43화 (143/244)

00143  중원도 슬슬 움직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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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에게는 세 명의 귀속 NPC가 있다. 데이터상으로 가장 약한 스나의 능력치부터 열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름: 스나

성별: 여

나이: 28

클래스: 특전사

계급: 상사

특기: 저격

H/P: 538,290/538,290

M/P:455,506/455,506

처음 스나를 귀속시켰을 때엔 상사(진)이었으나 지금은 상사다. 28살에 상사의 자리에 오른 부사관은 군인만 60억인 이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포가 있다.

이름: 포

성별: 남

나이: 32

클래스: 특전사

계급: 원사

특기: 포격

H/P: 703,959/703,959

M/P: 521,595/521,595

포는 스나보다 더한 괴물이다. 32세의 나이에 원사다. 게다가 스탯 자체가 '힘'에 치중되어 있어서 완력은 중원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또 소총이 있다.

이름: 소총

성별: 남

나이: 38

클래스: 특전사

계급: 준위

특기: 침투. 지휘. 게릴라.

H/P: 1,594,203/1,584,203

M/P: 932,404/932,404

소총은 스나와 포를 지휘하는, 이를테면 윤석의 오른팔 쯤 된다. 능력치상 포와 스나를 압도하며 H/P가 백만이 넘는다. 현재 서버랭킹 1위의 윤석의 H/P가 10만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따지고보면 너무한 능력차이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계급은 낮지만 -부사관이므로- 그들의 육체적 능력치는 얼스의 모든 NPC들을 통틀어서도 단연 최상위다. 보편적으로 NPC가 유저보다 훨씬 강한데 이 세 명의 NPC는 모든 NPC들 가운데서도 1퍼센트 안에 드는 전투력을 갖춘 군인들이니 말 다했다. 예전 마도사 NPC 중 하나인 사마디스를 쉽사리 죽일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전투에 특화된 특전사이자 최강의 NPC들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마디스 역시 강력한 마도사임에는 틀림없지만 마도사들 중에서도 1퍼센트 안에 드는 대마도사라 하기에는 힘들었던 데다가, 이 쪽은 얼스의 최강 NPC들이자 살인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특전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가 마도사가 아니라 판타리아의 어쌔신 NPC들 중에서도 이름 높은 '쉐도우' 라든가 검호 NPC 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툰다는 '검왕'쯤 되었다면 이 세 NPC들이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어공부 잘한다고 수학까지 잘하는 건 아니다. 운동잘한다고 공부까지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도사라고해서 무조건 싸움박질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윤석이 소유한 이 세 NPC는 귀속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귀속 NPC라함은 거의 아이템과 같다고 보면 됐다.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그런 아이템 말이다. 귀속 NPC는 소환의 형태로 부리게 되는데 어느덧 윤석의 옆에서 세 명의 NPC가 자리잡고서 주위에 포진한 9명의 유저들을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둘러봤다.

스나가 붉은색 머리카락을 끈 하나로 질끈 동여매고서 말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능력치상 소총과 포가 스나보다 훨씬 강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능력치 상이다. 소총과 포는 언제나 스나에게 한 수 물러준다. 왜 그런지는 그들도 몰랐다. 다만 스나 잘 못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물론 스나가 명령에 불복종한다거나 상관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 둘은 스나의 행동을 어지간해서는 제한하지 않았다.

윤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15초 주겠어."

"알겠습니다."

원래는 10명이 이 곳에 있어야 맞다. 그런데 세 명이 추가됐다. 소환의 형식을 빌어 3명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소환술사라면 인간을 소환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소환한다 치면, 인간형의 정령이나 마족이 대부분인데.

- 이럴수가! 구, 군인이 소환됐습니다! 정령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족이나 그 외 다른 어떤 것도 아닙니다! 확실히 군인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자가 침을 튀겨가며 외쳤다. 그랬다. 확실히 군인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 이, 이럴수가!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유, 유토피아를 뜨겁게 달궜던, 그, 그 주, 중장 캐릭터입니다! 주,주, 중장 캐릭터 유저가 실제로 나타났습니다! 저 세 명의 NPC! 분명합니다! 현대 유일의 장성급 캐릭터! 거대 퀘스트에서 1억에 달하는 판타리아 유저들을 몰살시켰던 그 유저입니다! 아! 아아 이럴수가!

유토피아 내의 유일무이한 장성급 유저. 그는 이미 유명했다. 판타리아 유저 1억을 학살한 그야말로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 현 유토피아 내에서 가장 유명한 유저가 아니던가.

"마, 말도 안돼!"

"저런 대형 유저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이벤트에 참여해?"

"빠, 빨리 사진 좀 찍어봐!"

사람들이 대형스크린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캡슐 근처의 경호원들 -사실 경호원이라고 하기보다는 행사 진행 스탭에 가까운-이 잔뜩 경계하며 윤석이 들어가 있는 캡슐 주위를 철통같이 보호하기 시작했다.

"대박이다! 중장이래!"

"중장이 떴대!"

대한민국 인구의 대부분이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는 지금, 중장유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 중장의 인기는 탑급 연예인이나 영화배우보다도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는 않았다. 놀이공원 일대가 떠들썩해졌다.

스나는 사실 병과로 보자면 '저격병과'다. 그녀의 이름이 스나인건 그녀가 스나이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에 좀 더 커다란 카테고리 내에서 살펴보자면 그녀는 특전사였고 저격 외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녀는 권총 하나를 꺼내들었다. 포가 스나를 엄호했고 소총이 윤석 주위를 지켰다.

"스나... 뭔가... 무섭다. 나... 어깨가 부르르 떨린다... 신나하는 것...같다..."

포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관중들은 놀라워했다. 그러나 직접 서바이벌에 임하고 있는 다른 9명만큼 놀라지는 않았을 거다.

"아, 아름다운!"

그 놀라움때문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남자 유저 하나가 스나의 단도에 목숨을 잃었다. 스나의 권총은 단지 위협용인 듯 싶었다. 그녀는 권총보다는 나이프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은 듯, 두번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한 명이 죽고나서야 나머지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 일단 힘을 합쳐서 NPC부터 처리하죠!"

모난 돌은 정 맞기 쉽상이다. 누가봐도 저 군인 NPC는 이 곳의 최강자였다. 힘을 합쳐 없애고, 그 다음 싸우는 게 낫다.

- 아! 새댁볼에뽀뽀! 여군 NPC의 무자비한 손속 아래 차디찬 시체로 변해버렸습니다. 아름다운! 한 마디 단말마가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는 지금! NPC가 또다시 달려갑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군요!

스나가 달려오는 것을 본 '명언'은 자신의 도끼를 높이 쳐들었다. 방금 죽어버린 '새댁볼에뽀뽀'는 마법사였다. 그래서 지척거리에 다가온 저 NPC에게 항거하지 못하고 그냥 죽어버렸다.

'나는 달라!'

그는 근접전 전투캐릭터고 마법사처럼 허무하게 죽지는 않을거라 다짐했다. 아무리 군 NPC라고 할지라도 그는 자신의 힘을 믿었다.

"어딜!"

도끼를 휘두르려는 찰나.

- 이럴수가! 명언 역시 탈락! 여자 NPC가 노리던 건 명언이 아니었습니다! 명언 앞에서 허리를 숙여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간 뒤 그 뒤의 소서리스에게 권총을 겨누었고!

탕!

총성이 울려퍼졌다.

어쌔신계열의 소서리스가, 스나의 권총에 미간이 뚫려 즉사했다. '소총'과 '스나'의 합작이었다. 스나가 시산을 분산시킨 뒤 커다란 동작을 유도하고 그 틈을 타 소총이 명언의 급소에 탄환을 명중시켰다. 그와 동시에 스나가 그의 몸을 스쳐가듯 빠져나와 근처의 소서리스에게 총을 발사했다.

말로는 길었지만 순식간이었다. 눈에 힘주고 집중하지 않으면 움직임을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할만큼 은밀했고 순식간이었다. 특전사가 괜히 특전사가 아니다. 특전사 중에서도 최강의 능력치를 자랑하는, 살인 전문 특전사들의 움직임은 과연 대단했다.

순식간에 3명의 유저가 죽어나갔다. 그제서야 유저들이 한 곳으로 모여 긴장하기 시작했다. 스나도 잠깐 멈추고 숨을 골랐다. 기습을 통해 3명을 쓸어버렸지만 나머지 6명이 진 비슷하게 무리를 이루고 있으면 아무리 스나라도 당당하게 쳐들어가기는 좀 그렇다. 물론 그녀의 능력치상 이길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전술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다 됐다.

윤석이 입을 열었다.

"스나. 복귀해."

윤석의 말에 스나는 순식간에 몸을 돌려 윤석에게 되돌아왔다. 그리고 윤석을 향해 원거리 공격들이 쏟아져내렸다.

-살아남은 6명의 유저들! 아! 우연인가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유저가 무려 4명이나 됩니다! 거기에! 대인전 최강의 마법사라는 샤무! 그 중에서도 오빠주거가 살아있습니다! 스펠을 외웁니다!

화살과 표창, 마법들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윤석은 당황해하지 않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바람 좀 맞는다고 사람은 죽지 않는다. 그 바람이 초속 100미터쯤 되는 초강풍이나 토네이도쯤 되면 모를까 그냥 일반적인 바람 정도는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윤석의 여유로운 태도에 수희는 이를 악물었다.

오빠한테 잔소리 듣는 건 듣는 거고, 게임은 게임이다. 이건 이겨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이벤트에서 꼭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무조건 내가 이겨야한단 말이야!'

우승상금이 1억으로 급 조정되기 전에도, 이 이벤트의 우승상금은 무려 500만원에 달했다. 이 정도면 꽤 큰 규모의 이벤트였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주눅들도록 일부러 샤무 망토도 둘렀고 일부러 닉네임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유저들이 주눅들수록 이길 확률이 높아지니까. 그런데 조금 문제가 생겼다. 오빠가 나타나버렸다.

'어쩔 수 없지.'

그녀가 상대를 상대할 때, 그것도 힘든 상대를 만났을 때 사용하는 마법이 있다. 그녀만의 특별한 시동어를 지정해놓고 사용하는데, 이전에 윤석도 본 적이 있다. 애로우 계통의 마법을 응용한 그녀만의 마법이다. 그녀가 시동어를 외쳤다.

"오빠 한 번 주거! 두 번 주거! 세 번 주거!"

이 마법은 지금의 '오빠주거'가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수희의 비장의 기술쯤 되겠다.

-나왔습니다! 오빠 한 번 주거! 두 번 주거! 세 번 주거! 저 시동어 이후엔 그녀의 마법을 본 유저가 없다고 합니다! 저 마법 이후엔 모두 차가운 시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이, 이럴수가! 애로우가 끝없이 늘어납니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오늘 도대체 제가 말도 안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고 있는 거죠!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이판사판이다. 그녀가 응용할 수 있는 애로유 계통의 마법들이 허공에 숭숭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폭풍우 속 장대비처럼 윤석을 향해 쏟아져내렸다.

"와... 저건 무슨 메테오 스톰같은데..."

"아니... 저런 게 가능해? 아무리 애로우가 쉬운 마법이라도 저렇게 중복시키는게 말이 되냐고?"

"샤무잖아."

"아무리 샤무라고 해도..."

관중들은 신이 났다. 핸드폰 혹은 디카를 들고서 지금 이 광경을 찍어댔다. 간단한 마법인 애로우가 거의 무한에 가깝게 중첩되면 어떤 위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흥분했다.

-엄청납니다! 마치 불꽃놀이를 땅에 쏟아 붓는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대인전 최강의 마법사 길드 샤무의 초창기 멤버의 힘 입니까!

사방에서 난리법석을 피우건 말건, 윤석이 말했다.

"불꽃놀이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동생아."

============================ 작품 후기 ============================

처음 설정당시 군인만 60억인 거대 세상이었는데 6억이라고 표시한 부분이 좀 있네요. 60억 입니다. 그래서 유저의 '조'단위에 달하는 '현금 거래'가 유토피아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구요. 지구와 비교하면 곤란합니다. 그런데... 슬픈건... 60억에서 6억으로 바뀌었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 몇 천명이 보는데 흙흙...

* * *

레알 불꽃놀이 스타또.

수희: "아.안댕. 난 꼭 이겨야 하는뎅. 꼭 이겨야만 하는뎅...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뎅..."

윤석: "그럼 네가 주인공 하시던가."

작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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