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39화 (139/244)

00139  오빠의 위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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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행인가, 특혜인가?

- 연간 1조 2000억. 홍대. 임자 만났다.

- 홍대는 지금 축제 분위기.

유토피아의 전쟁퀘스트는 전세계의 이슈가 되었다. 게임채널이 아닌 공중파 채널에서도 몇 번 방영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엔 공중파 채널에 몇 번 방영되는 게 아니라, 대대적으로 방송을 탔다.

1조 2000억이다. 어지간한 부자들도 감히 만져보지 못할 커다란 돈이다. 그런데 그걸 기부한다고? 이건 미친 짓이다. 홍대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 특히나 전교생, 전액 장학금 지급. 이 부분이 말이 많았다.

" 괜히 열폭하는 애들은 논리도 없고 그저 감성만 앞세워서 차별이니 뭐니 나선단 말이야. "

윤석은 인터넷 댓글들을 주르륵 살펴보면서 피식 웃었다. 대다수는 부럽다, 쩐다등의 반응이었는데 몇몇이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고 따지고 들었다.

- 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무리한 특혜를 주어, 학교의 위상을 끌어올리려는 저속한 수작. 저런 식이면 나도 명문대 하나 차리겠네.

윤석은 키보드를 두드렸다. 위 댓글에 댓글을 달았다.

- 사실 그 사람이 뭐 기업돈 빼낸 것도 아니고 자기돈 빼서 기부하는 건데 뭐가 특혜에요? 자기가 자기 돈 어디다 기부하든 자기 마음 아닌가? 열폭 쩌네요.

그러자 실시간으로 답글이 달렸다. 아이디는 gudt*** 였다.

gudt*** :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기 위치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제 멋대로 돈 쓰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거라는 걸 왜 모르죠? 빠.가인가?

윤석도 댓글을 달았다.

ohun***: 치킨 사먹는데도 남한테 허락받아야 되나요? 홍대학생들에게 좋은 거 아닌가요? 다른 학생들한테 피해가 간 것도 아닌데 왜 님이 나서서 난리죠? 그리고 빠.가라뇨. 넷상이라고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

홍대학생들한테만 좋은 건 아니다. 윤석은 어마어마한 기금을 들여 홍대출신의 졸업자들의 사업을 빠방하게 밀어주기로 했다. 그게 언뜻 보면 홍대출신 졸업자들에게만 좋은 것 처럼 보이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기업 위주다. 대기업에 모든 것을 퍼주고, 그 아래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형태다. 실례로, 덴마크의 경력 15년의 정규직 도축업자 (한국으로 치면 정육점)는 월급으로 700만원을 받으며 연 6주 의무휴일을 갖는다. 한국에서 10시간 일해서 5만원을 번다면 호주에서는, 10시간 일하면 18만원을 번다. 그렇다고 물가가 3배차이나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해왔고 -그 덕에 이토록 짧은 시간에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나 그 폐해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소기업에 막대한 자금력의 김윤석이 힘을 불어 넣어주는 거다. 윤석이 벌어들이는 돈이 한 달에 무려 6조다. 지금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월 10조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봤다. 한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하는 장사다. 그 규모가 엄청나다. 산하 기업이 많은 것도 아니다. 수익은 오로지 '유토매니아'의 것이다. 다른 대기업들처럼 서로 나눠갖고 하는 거 아니다. 유토매니아는 사람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복지는 물론 최고고 대우 역시 좋다. 그냥 손님 상담하는 텔러만 해도 월 수입 500만원이 넘는다. (물론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이다.) 한국 손님을 상담하는 텔러도 월 수입 300만원이 넘는다. 각종 수당이 붙어서 나오고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텔러들은 대부분이 여자인데 월차 쓰는 것에 전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남자들 역시 주 5일 근무에 월 2일 휴가가 주어진다. 물론 휴가를 쓰지 않으면 돈으로 환산해서 준다. 여느 대기업처럼 직원 자녀의 학비까지 모두 지원되며 병원비도 공제된다.

말 그대로 꿈의 직장이 바로 유토매니아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장 1위라는 통계가 나온 것도 바로 저번달이다.

그런 유토매니아가 힘 주고 밀어준다는 거다. 기업 성장하는 거 금방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있으나 기초자금이 없어 자신의 포부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홍대를 찾았다. 홍대 행정실도 엄청나게 바빠졌다. 회계관리를 위한 부서도 새로이 개편해야하고, 졸업자들의 아이디어를 다각도로 분석할 전문가들도 모아야했다.

어쨌거나 윤석의 밀어주기는, 중소기업들을 부흥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거다.

gudt*** : 넷상이라서 그냥 말하는 게 아니고 그 새.끼하는 꼬라지가 웃겨서 그런데요? 지 동생 다니면 그렇게 돈 퍼줘도 되나요? 나참어이가 없어서.

ohun***: 안될 것도 없지 않나요? 님한테 피해가 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흥분을 하세요? 웃기네요.

gudt*** : 밀어주려면 차라리 서울대를 밀던가. 홍대는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hun***: 왜 서울대는 되고 홍대는 안되죠? 뭐가 그렇게 웃긴지 설명 좀...

동생 다니는 학교에 1조 2000억을 기부하는데, 그게 그렇게 웃기는 일인가보다. 윤석은, 동생 다니는 학교에 기부하는 게 별로 나쁘다고 보지 않았다. 돈을 빼앗는 거라면 당연히 지탄 받아야할 일이지만 돈을 주는 건데 나쁠 리 없다.

gudt*** : 아 씨1발. 얼굴 맞대고는 한마디도 못할 새.끼가 자꾸 형이 말하는데 끼어드네. 오타쿠 새x야. 키보드 두들기면서 킥킥대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형이 말하는 거다.

예전 같았으면 욱했을지도 모른다. 원래 어중간하게 무언가 갖고 있는 사람이 잘 욱한다. 어느정도 재력이 있고 어느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더러 '너 능력 없어!'라고 말하면 욱하는데, 그런 말따윈 아예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능력자에게 '너 능력 없어!'라고 말해봤자 별로 욕도 안 된다. 정말 예쁜 애들은 못생겼다고해도 별로 상처 안 받는데, 어중간하게 예쁜애들은 못생겼다고하면 상처 받는것과 같은 이치다.

ohun***: 님 저 오타쿠 아니라능... 벤츠 끌고 다니고 있다능... 돈도 많다능... 엄청 이쁜 여자친구도 있다능...

gudt***  씨1발 니가 벤츠 끌고 다니면 난 람보르기니 끌고 다닌다. ㅈ밥아.

ohun***:  T_T 저 ㅈ밥 아니라능... 무섭다능... 욕하지 말라능...힝..

윤석은 피식 웃었다. 장난을 치기는 했는데 이만하면 됐다. 어차피 얼굴 볼 사이도 아니고 넷상에서 무슨 말인들 뭣하랴. 그런데 누군가 또 급속도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sain***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gudt***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하더니 이내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했다. sain***가 누군지는 모르겠어도 윤석의 편을 열심히 들고 있었다.

" 거 참. 누군진 몰라도 바람직한 놈이네. "

sain***은 몹시 흥분한 듯 보였다. 심지어는 육두문자까지 왔다갔다 했다. 윤석은 그런가보다, 하고서 인터넷을 껐다.

* * *

아오씨 열받아!

수희는 간만에 열 받았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윤석을 지지하는 '열혈팬'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피붙이고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다. 이유없이 욕을 먹고 있으니 괜히 열 받았다. 윤석에게 말해봤자, 아 그러냐? 하고 넘어갈 게 뻔해서 그녀는 뒷담을 열심히 들어줄, 같은 종족을 찾아야만 했다.

" 많이 화가 났네. "

" 진짜! 확 잡아다가 주리를 틀까부다! "

수희는 흥분해서 말했다가,

" 요! "

하고 존댓말을 붙였다. 그러면서 힐끗 주랑을 살펴봤다. 주랑은 역시나 눈 부신 미모와 한껏 자애로운 미소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주랑에겐 정말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냥 가만히 마주보고 앉아있기만해도 화가 풀리는 그런 기분이랄까. 여자인 자신이 이 정도인데 죽고 못사는 오빠가 보기에 이 여자가 얼마나 사랑스러울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주랑에게 한껏 속에 있던 말을 꺼내놓고나니 어느덧 진정이 된 수희는 머쓱한지 헤헷- 웃었다. 주랑은 수희의 말에 열심히 동의해주면서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 힐링이 된 거 같아요. 언니는 진짜 묘한 사람이야. "

덕분에 수희는 응어리진 마음을 풀 수 있었다. 요즘 SNS에 들어가보면 개나소나 힐링힐링하면서 힐링타령이고 수희는 평소 그걸 별로 달가워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오늘은 정말로 '힐링 됐어!'라고 글을 올리고 싶을 정도였다.

주랑은 생각했다.

'청소년 심리상담... 배워놓길 잘했어.'

주랑은 물론 윤석을 사랑한다. 그러나 사랑만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윤석의 지인들과, 특히 윤석의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 그래서 일부러 틈틈히 시간을 내서 청소년 심리상담에 대해 배웠다. 어차피 인터넷 강의로 공부할 수 있는 거라 시간 제약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봐야 민간 자격증밖에 딸 수 없지만 그래도 청소년 심리사담에 대해 배운 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됐다.

청소년 심리상담에 대해서 배웠다지만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걸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이해와 공감'이 주된 키포인트였는데 주랑은 나름대로 열심히 이론을 접목하여 수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덕분에 점수 왕창 땄다.

오늘 일부러 월차까지 쓰고서 수희 데리고 비싼 거 먹여가면서 얘기 들어준 보람이 있었다.

수희가 집에 돌아와 한마디 했다.

" 오빤 도대체 그런 언니 어떻게 얻었어? "

" 뭐가? "

" 주랑이 언니는 아무리 봐도 오빠같은 사람이랑 어울리지 않아. "

" 갑자기 뭐래? "

" 언니가 너무 아깝다고! 세상에 그런 여자가 어딨어! 바지 벗지마! "

" 야. 이번엔 사각팬티 안 입었어. 이거 CK야. 삼각 쫄쫄이. "

" 그런 걸 자랑스럽게 말하지 마. 이 아저씨같은 오빠야! "

* * *

유토매니아는 꿈의 직장이라 불린다. 그렇다고 엄청난 기술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엔지니어는 제외하고) 그렇다보니 경쟁률이 엄청났다.

그 엄청난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윤석의 비서가 되기는 쉬웠다. 수정 특유의 성격 탓이다. 예의는 잃지 않으나 할 말은 꼬박꼬박 다 한다. 그게 민혁의 눈에 들었다.

아무리 평등사회라고는 해도, 사회적 격차는 있기 마련이다. 말단 사원이 사장에게 말 함부로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말단사원은 사장을 어려워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사회에선 더하다.

그러나 수정은 조금 달랐다. 할 말 못할 말 못가리는 건 아니지만, 해야할 말은 똑부러지게 했다.

덕분에 윤석은 공황상태다. 수정이 스케쥴을 잔뜩 들고와서 일일히 읊는데 머리 터질 것 같다. 그만! 알았어요! 라고 해도 아랑곳 않았다. 예전에 입사할 때, '사장이 귀찮아서 싫다고 해도 무조건 끝까지 다 말해서 밀어붙일 것'이라는 괴상한 조항이 있었다. (물론 민혁이 만든 거다.) 그녀는 원리원칙대로 그걸 지킬 뿐이다.

" 으아아. 그래서 뭐요? 내가 지금 당장 해야할 거 하나만 말해줘요. "

윤석이 아무리 싫은 티 내고 귀찮다고 해도, 그녀는 할 말은 다 했다. 그리고 정리해줬다.

" 시간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울대 총장님이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이후에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하여 전국 32개 대학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윤석은 벌떡 일어섰다. 수정의 말을 계속해서 이어졌다.

" 그리고 하셔야 할 일이... "

" 나중에 봐요! "

윤석은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그는 수정을 어려워했다. 미운 건 아닌데, 어쨌든 좀 별로였다. 원리와 원칙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는, 그와 상극이었다. 원칙주의자인 수정은, MMS문자를 통해 스케쥴 내역을 깔끔하고 보기좋게 정리하여 윤석에게 보내주었다.

" 아오씨... 뭔 놈의 총장들이 다 러브콜이야. "

누구 하나를 보자니, 그랬다간 몇 십명을 다 봐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정중하게 요청해온 건데 다 거절하기도 좀 그랬다.

" 머리나 좀 식혀야지. "

윤석은 유토피아에 접속했다.

그에게 막중한 퀘스트가 하나 떨어졌다.

============================ 작품 후기 ============================

사랑받는 남자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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