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6 오빠의 위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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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약간 이상한 나라다. 다른 건 둘째치고, 적어도 군인에 대한 시선은 그랬다. 군인이란 자리는 굉장히 명예로운 자리다. 나라를 위해 내 젊음을 바치는 자리고 그 자리를 마땅히 존중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군바리'라고 하면서 깎아내리기 바쁘다. 한국에선, 병역이 의무다. 징집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군인들 스스로는 물론이고 사회의 사람들은 군인을 안타깝게 바라보거나, 혹은 조금 정도가 심한 사람들의 경우는 비웃으며 얕잡아 본다.
그러나 얼스에선 그렇지 않았다. 전쟁 중인 나라는 군부의 힘이 세다. 설정상 얼스는 판타리아, 중원과 끊임없이 대치중이며 곳곳에서 국지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군인'이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매우 명예로운 직업이고 대우도 무척 좋았다. 징집이 아닌 모병제이고 군인은 어지간한 '사'자 붙은 직업만큼이나 대우받고 존경받는 직업이었다.
병사만해도 그렇다는 얘기다. 병사가 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일정이상의 체력조건과 인성테스트를 통과하면 병사로 선발이 완료되었다. 부사관 같은 경우는, 병사에서 진급하여 부사관으로 진급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처음부터 부사관양성학교를 졸업하여 부사관이 되거나 부사관 시험을 통해 뽑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쟁률이 꽤 셌다.
그리고 장교가 있다. 장교시험은 무척 어렵다. 전쟁 중인 나라의 지휘관을 뽑는 것이다보니 그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웠고 시험 내용도 매우 어려웠다. 사관학교를 졸업한다고해서 바로 장교로 임관하는 것이 아니었고, 사관학교 졸업 후 또 시험을 쳐서 임관하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보니 장교의 위상은 매우 드높았다. (현실과는 달리) 소위만 달아도 병사나 부사관이 함부로 깔보지 못했다. 소위만해도 그랬다. 그만큼 임관이 힘들었다. 그런데 임관만 힘드냐고 묻는다면 그게 아니다.임관보다 진급이 더 어렵다. 군인만 60억인 세계다. 인구가 많다보니 날고기는 기재가 많았다. 진급 경쟁률이 무척 높다보니 진급도 잘 안 되었다. 그랬다. 소위보다는 중위의 위상이 높고, 중위보단 대위의 위상이 높다. 그리고 대위와 소령의 위상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난다.
소령과 중령은 더했고 중령과 대령은 더더욱 심했다. 대령까지만 진급해도 다들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지경이다. 대령까지 진급하는 건 변호사나 의사가 되는 일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라고들 말했다.
그렇다면 대령과 준장은 어떨까.
대위와 소령이 하늘과 땅차이라면, 대령과 준장은 태양과 지구의 차이다. 준장은 어딜가나 대접받는다. 7천명의 개인 병력을 통솔할 수 있는데, 겨우 7천명이라고 말하면 섭하다.
마도사들을 쓸어버렸던 병력이 바로 그 7천명이다. 1억에 달하는, 눈으로는 세기조차 힘든 개미떼를 쓸어버린 게 바로 7천명의 병력이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백병전? 다 옛날 얘기다.
고구려가 배때지 한 번 열면 수십만은 순식간에 녹는다. 다연장로켓포 한 번 쏟아부으면 축구장 3~4개 넓이는 그 즉시 초토화된다. 전투기 편대 한번 떠서 폭탄이든 소이탄이든 몇 번 쏴주면 역시 수십만 녹이는 건 일도 아니다.
그게 준장의 위상이다. 그렇다면 소장의 위상은?
"야. 소장만해도 사기였는데 이젠 중장이라고?"
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소장까지 진급한 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아이템과 스킬을 얻은 것 까지는 들었다. 날아다니는 '슈퍼전차', 아파치따윈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송골매를 하사받고 수호자의 군복을 받았으며 수호자의 결계라는 사기급 스킬까지 얻었다.
"다 내가 잘나서 그런 거 아니겠냐?"
윤석이 쿡쿡 웃었다. 민혁은 배알이 뒤틀린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서 퉁명스런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중장이 되서 뭐가 좋은데?"
"응. 너 엿먹일 수 있는 거."
윤석은 계속해서 쿡쿡대고 웃었다. 민혁은 이공계 출신이다. '많다'를 많다로 표현하면 성이 안 찬다. 구체적인 수치로 얼마만큼 많은지, 예를 들어 123만 4567과 같은 정확한 수치가 좋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엿 먹일 수 있는 것'은 그에게 별로 충분한 대답이 되지 못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엿 먹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엿 먹일 수 있는 것'이냐다.
"그러니까 어떻게?"
"있어, 그런게."
"닥쳐.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야. 여기 회사야."
"어쩌라고 빌어먹을 사장놈아."
민혁은 사장에 대한 예의와 공경심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도로 일관하며 의자에 앉았다. 윤석은 그제서야 민혁에게 중장으로 진급하고 나서의 메리트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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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강조하지만 이번 '싹쓸이 사건'은 원래대로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실로 치자면 빌게이츠, 워렌버핏, 만수르 등 세계를 통틀어서도 최고 유명인사들을 한꺼번에 몰살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도 무려 2만이나. 한 명, 한 명을 만나기도 힘든데, 한꺼번에 2만을 몰살시켰다. 덕분에 그 높은 위상의 중장직을 순식간에 얻어낼 수 있었다. 전쟁영웅 슐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초고속 승진이군.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과야. 정말 대단하네. 진심이야. 정말 대단해!"
슐터가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걸 처음 본다. 그만큼 많이 놀랐다는 뜻이다. 슐터 마저도 입을 쩍 벌렸다.
"감사합니다."
소장진급식을 한 것이 바로 몇 시간 전이다. 그런데 이젠 중장이다. 현실이라면 아무리 큰 공적을 세웠어도 불가능할 법한 초고속 승진이 이루어졌다.
소장으로 진급했을 때에, 날아다니는 슈퍼탱크라 할 수 있는 송골매를 하사받았다. 얼스의 최신기술이 집약된 디지털군복과 스킬도 따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소장과 중장의 차이도 엄청났다. 사실 이동수단으로는 더이상 혜택을 보기 힘들었다. '송골매'는 현재 군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헬기였으니까. 승차감이 별로 안 좋다는 것만 제외하면, 내구성과 작전유연성등 모든면을 고려했을 때 최고의 이동수단이었다. 적어도 윤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송골매 이상의 이동수단은 없을 거라고.
그러나 '얼스의 중장'이란 자리는 상식을 처참하게 깨부쉈다. 사실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치고는 거의 최고였다. 그러나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불편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맵도 굉장히 많다. 그리고 여지껏 밝혀진 맵만해도, 전투기를 타고 가지 않으면 한참 걸리는 곳이다.
군인 NPC만 60억인 세계이니 그 넓이가 짐작이 되리라. 일반 유저들은 전투기애 탑승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보니 일반유저들은 '고대시대의 유물'이라 설정된 포탈게이트를 타고 다닌다. 어쨌든 얼스는 매우 넓고 공중 급유기라도 대동하지 않는한 하늘을 나는 것들은 이동거리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하늘이 아니라 '바다'를 이용하는 이동수단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제 자리를 하나 더 맡아줘야겠어."
공적치를 완전히 꽉 채운 덕분에 초고속으로 승진했고 여태까지의 공로와 공적치를 인정받아 제 8함대의 지휘권을 얻게 됐다. 윤석이 말했다.
"이제 뱃놀이할 수 있어."
무언가 특출난 다른 것은 받지 않았다. 가짓수만 놓고보자면 소장진급시보다도 나쁘다. 받은 게 겨우 하나다. 제 8함대의 지휘권. 그러나 이 것이 시사하는 바는 남달랐다. 이 곳은 현실이 아니다.
현실에서라면, 육군과 공군력에 해당하는 '제 8전투단'의 병력과 해군력에 해당하는 '제 8함대'를 동시에 지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대 하나를 통솔하는 것만해도 이미 커다란 일인데, 전투부대 두 개를 동시에 운용하다니. 그것도 공군, 육군, 해군력 전부를 말이다. 제 8함대는 항공모함을 제외한 모든 함선이 있다고 보면 됐다.
제 8함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이지스함 3대. 구축함 3대. 유도미사일구축함 2대. 핵잠수함 2대. 순양함3대. 그 외 유류보급선과 탄약저장함 등이었다. '항공모함'을 제외하고서 함대가 꾸릴 수 있는 모든 전력을 갖춘 바다위의 떠다니는 기지였다.
사실상 항공모함전력은 있으면 물론 좋지만 윤석에게는 없어도 크게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에겐 8함대 뿐만 아니라 제8전투단도 있었으니까. B-2를 닮은 전략폭격기 '고구려'를 비롯한 F-22K 편대를 고루갖춘, 공군전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고 따라서 윤석은 이제 일선 지휘관들 중에선 가장 막강한 화력을 지닌 지휘관이 된 셈이다.
" 더더군다나 그거 귀속이라며? "
" 응. 귀속. "
더욱 놀라운 건 그 전력이 모두 '귀속'이라는 거다. 귀속과 귀속이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스나'와 '포' '소총'이 귀속 NPC다. 마찬가지로 '귀속함대'라 함은 이를테면 윤석의 아이템쯤 되는 거다. 쓰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서 쓸 수 있는 개인 아이템 말이다.
"진짜 대박이네 너..."
민혁은 쩍 벌이진 입을 다물 생각을 못했다. 그 역시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는 유저다. 요즘 바빠서 별로 접속하지 못한다고는 해도 윤석이 이루어놓은 성과에 부러워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마연은 거의 붕괴하다시피 했다. 마도사들 역시 그 입지가 굉장히 약해졌다. 숫자가 반수 이상 줄어들었다. 다 윤석이 죽여버렸다. (길드퀘스트 중 죽으면 도태되고 그 말은 즉, 마도사의 직위를 잃어버리고 평범한 마법사가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젠 일반유저들한테도 군인이 되는 길 좀 열어주려고."
"유저가 군인이 된다고?"
"엉. 물론 NPC에 비해 능력이 딸리니까 이병부터 시작해야겠지."
민혁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을 꿈뻑거렸다.
"너 이 새끼..."
사실 슐터에게 건의했으면 벌써 이루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윤석은 그러지 않았다. 만약 갑자기 특출난 군인유저가 튀어나오면 자리를 위협당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제 8전투단과 제 8함대를 소유했다. 8전투단만 있어도 판타리아 유저 1억을 쓸어버릴 수 있는 막강한 전력이다. 그 정도의 절대적 무력을 가졌는데 일반유저를 군인으로 입대시켜준다고해서 손해볼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윤석이 피식 웃었다.
"난 장군이라고. 일반유저들이 날 어떻게 보겠어?"
그리고 만약 정말로 일반유저들이 입대를 하게 된다면 그들에게 있어서 '안졸리냐졸려'는 튼튼한 구명줄이자 동아줄과 다름 없었다.
한참이나 지나고나서 민혁은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 널 신으로 떠받들겠지."
윤석이 말했다.
"빙고."
그리고 윤석은 시계를 보더니 찔끔 놀랐다. 황급히 일어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 야. 어디가? "
" 동생님께서 소환을 명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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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여동생 수희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