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32화 (132/244)

00132  1억 vs 7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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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폭격기라는 글자 앞에 괜히 '전략'이라고 붙은 게 아니다. B-2는 막강한 화력은 물론이고 레이더에도 거의 잡히지 않는, 미국이 자랑하는 초강력, 최첨단 전략무기다.

B-2 몇 대만 있으면 어지간한 나라 뭉개버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B-2는 어마어마한 폭격기였다.

그런데 얼스의 B-2.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구려'는 더 어마어마했다. '고구려'는 얼스가 가진 최고의 폭격기라고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제8 전투단에 속해있는 공격기 중 공대지 능력이 가장 월등한 타입의 폭격기였다.

폭탄 적재량 77톤에 이르며 날아다니는 요새라 불리는 전폭기다. 게다가 이 기체의 무시무시한 점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는데 로켓의 추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인 윙카도 상용화된 -비록 그것이 엄청난 부자들의 소유물일지라도-얼스다.

일부러 과시하듯 저공비행했던 '고구려'가 급작스레 하늘로 급상승했다.

" 미친... 저딴게 어떻게 가능해? "

" 수직 이륙기동이라니... "

" 뭐 저딴 게 다 있어? "

유토피아는 자연의 법칙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법칙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로켓이 이륙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작용, 반작용이다. 아래로 힘을 뿜어내면 아래에서 다시 위로 힘을 준다. 그게 수직이륙을 하는 힘이다. 그런데 그 힘이 강해도 너무 강하다는게 문제였다.

고구려를 향해 스펠을 외우던 400여명의 마법사들 -혹은 다른 클래스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공격을 한 것도 아니고 수직기동을 하는 데에만 그랬다.

" 보이지도 않잖아! "

" 도대체 어디 간 거지? "

" 저, 저기 자세히 봐! 자세히보면 분명 둥둥 떠있다고! "

판타리아인들이 우왕좌왕하며 난리를 피웠다. 어마어마한 기체다. 하늘과 색을 거의 같이하여 보호색 효과를 덧입혔다. 레이더에는 잡힐지 몰라도, 고고도로 상승한 '고구려'는 주변과 동화되어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힘들었다.

레이더에는 잡히지만,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든 수직이착륙 전략 폭격기. 고구려가 판타리아인들의 머리 위에 떴다.

" 젠장! 도대체 얼스놈들 뭘 꾸미고 있는 거야! "

* * *

항공모함은 바다위의 기지다. 최신예 전투기가 수십대나 들어갈 수 있고 이착륙을 할 수 있다. 항공모함 하나가 국가 하나의 국력을 뛰어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만큼 무서운 것이 바로 항공모함이다.

그런데 항공모함이 정말 무서운 건 혼자다니지 않는다는 거다. 항공모함 주위에는 각종 구축함과 핵잠수함등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야말로 바다의 군사기지라고 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전력이었다.

" 왜 현대전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스텔스 스텔스 하는지 알아? "

" 누, 눈에 안 보여서요. 아, 아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서요! "

군사지식쪽으로는 아는게 별로 없어도 이 정도는 안다구요. 주랑은 그렇게 주장하는 듯, 묘한 기대가 담긴 눈으로 윤석을 쳐다봤다. 별 거 아니지만 윤석은 주랑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 참 잘했어요. "

윤석이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주랑은 얼굴을 조금 붉혔다.

" 그 쪽으로는 잘 몰라서... "

그리고선 짧게 죄송해요, 하고 말했다.

" 네가 뭐가 죄송해? "

" 국방이나 군사... 그런쪽은 오로지 남자들한테만 맡겨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

" 그런의미에서 군필자인 오빠가 자랑스럽지? "

윤석이 킥킥대고 웃었다. 괜스레 가슴을 쭉 폈다. 주랑은 그 모습을 보며 풉,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오빠. 아저씨 같아요. "

넓어졌던 윤석의 가슴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대신 배에 힘을 꽉 줬다. 숨을 쉬기가 불편했다.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피부관리와 몸관리에 좀 들어가야되나 싶어 약간 후덕해진 뱃살을 만져보는데 주랑이 뱃살을 만지작거렸다.

" 귀여워서 좋아요. "

" 하긴. 내가 한 귀여움하지. "

" 틀렸어요. "

" 응? "

" 백 귀여움 쯤은 하는 것 같아요. "

옆에서 민혁이 들었다면, 똥을 싸라 똥을 싸. 핀잔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이 상황까지 오기도전에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든지. 어쨌든 윤석은 맞아. 백 귀여움쯤 하지.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 항공모함은 한번 뜨려면 호위병들을 엄청 데리고 다니거든. 그런데 스텔스 폭격기는 단독 작전이 가능해. 레이더에 잡히지 않으니까 그냥 가서 폭탄 들이부으면 게임오버거든. 맞는 입장에선 난데없는 불벼락이니까. "

" 아아. 그렇군요! "

" 그런데 스텔스기능이 없으면 제공권을 먼저 장악해야 돼. 그래야 폭격기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 "

" 그래서요? "

" 아니. 그냥 그렇다고. "

윤석은 킥킥 웃었다. 사실이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판타리아의 미개한 마법정도로는 -적어도 현재 모이고 있는 어중이 떠중이들의 마법이나 원거리 공격 정도로는- '고구려'를 타격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저공비행을 통해 확실히 기체를 보여주었고.

으아악!

크아악!

비, 빌어먹을!

그 기체는 높은 고도에서 77t on에 이르는 확산탄을 물을 쏟아붓는 것 처럼 쏟아부었다.

사후디 사막에 흙먼지가 일었다. 매캐한 화약내가 진동하고 모래 폭풍이 일었다. 하늘에선 지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뿜어져 나오고 그 뿌연 먼지 사이로 유저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건 그냥 가벼운 쇳덩이도 무서운 살상무기로 변한다. 잘못 맞으면 머리통이 깨지는 수가 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솟덩이도 아니고 얼스가 개발한, 그것도 대인 살상능력에 치중한 확산탄이었다.

확산탄이란, 모탄이 쪼개지고 수많은 자탄이 흩뿌려지는, 파괴력보다는 살상력에 중점을 둔 포탄이다. 그게 뿌려지자 사막은 그야말로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자신감을 갖고 모인 10만의 유저들이 녹아내렸다.

현대전에 있어서 숫자는 의미가 없었다. 괜히 설정상, 얼스의 군용물자가 다른 대륙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게 아니었다. 괜히 그들의 육체적 능력이 다른 대륙의 인간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아니었다.

녹는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순식간에 증발했다. 전략 폭격기의 배때지에서 떨어져내리는 77톤에 이르는 폭탄은 대도시 하나를 순식간에 궤멸시키고도 남을만큼의 위력을 자랑했다. 그냥 폭탄도 아니고 항공기 투하용 폭탄이고, 수직이착륙 폭격기. 그것도 '사이트 스텔스 기능(보호색을 덧씌워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기능)' 기능을 폭격기에 덧붙인 고구려를 개발한 얼스가 만든 항공폭탄이었다. 그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리 용병들이 몸빵이 좋아도, 체력이 많아도 그건 어찌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튼튼한 사람도 폭탄 맞으면 죽는다.

* * *

동영상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요즘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 모든 것을 통틀어서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것이 바로 얼스와 판타리아의 전쟁이었다. 유토피아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였고 그 곳에서의 전쟁은 현실세계의 그 어떠한 것보다도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동영상으로 인해, 얼스의 전력이 일부 공개됐다.

-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 얼스!

- 정작 전투에 참여한 인원은 200여명.

- 축구장 30배 넓이를 순식간에 초토화! 하지만 그것은 가벼운 몸풀기?

-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B-2? 그 것은 고구려.

- 베일에 가려져있던 얼스의 진정한 힘. 이 것은 빙산의 일각인가!

쿠과광. 콰쾅. 쾅!

콰광! 쾅! 쾅!

동영상 속 세계는, 그야말로 폭탄비가 내리고 있었다. 10만이 모여있든 100만이 모여있든 소용 없었다. 마법이 닿지 않는 고고도에서, '고구려'가 77톤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확산탄을 뿌려댐으로써 10만은 순식간에 전멸했다.

- 하지만 마도사들은 나서지 않아.

- 마탑. 유저들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 권고. 힘을 합쳐야 할 때.

동영상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건 아예 억울하다라고도 주장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실력이 엇비슷할 때 지면 억울하고 화가 난다.그러나 너무 압도적인 화력이었다. 포탈을 타고 얼마 이동하지도 않아 포탈게이트 곳곳, 총 4곳에서 40만에 달하는 엄청난 병력이 녹아내렸다.

유토피아 내의 신문에서도 이례적으로 '안졸리냐졸려'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워낙에 큰 사건이다보니 유저들도 유토피아의 신문과 방송에 귀를 기울였고, '안졸리냐졸려'라는 사람이 세계에서 단 한명뿐인 '군 클래스'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안졸리냐졸려'는 귓말과 쪽지를 모조리 차단해야만 했다.

" 뭣도 아닌 것들이 까불고 있어. "

별로 전쟁하는 기분도 안 들었다. 보고상으로 40만에 달하는 대병력이 녹아내렸습니다. 라고 들어봤자 감흥이 없다. 눈으로 접하지 못한 광경이라 40만이라는 것에 별로 감흥도 없었다.

" 쓰레기 오합지졸들이 모이는 거야 재래식 무기로 팡팡 터뜨려주면 되고... 진짜배기들은 도대체 언제 모이려나. "

" 준장님. 계속해서 집결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

윤석이 심드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 방구 좀 껴줘. "

" 예? "

" 생화학무기도 갈겨. 그거 어차피 이젠 쓰지도 못하는 구시대 유물이잖아. 이참에 팍팍 써버리는거야. "

============================ 작품 후기 ============================

방귀대장 뿡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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