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9 1억 vs 7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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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잉. 그랬어? 그 요망한 할아범 같으니라고.
아. 그랬구나! 나보다 35일 4시간 32초만큼이나 늦게 태어난 주제에 나보다 빨리 가버리다니. 하여튼 예나 지금이나 선민의식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이라니까!
엥? 그래? 얼마나 몹쓸 짓을 많이 했으면 그랬겠어? 마나가 용서하지 않았을 거야. 건방진 늙은이. 나 몰래 애새끼를 50명쯤 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리고 마도사들은 다시 연구에 몰두했다. 그들은 죽음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늘 밥 먹었니? 메뉴는 뭐였어? 하고 묻는 듯한 그들의 평온한 어조에 마도사들은 김이 다 빠졌다.
" NPC들을 포섭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 그렇죠, 아무래도... "
" 저 역시 얘기를 꺼내봤으나 별로 반응이 없습니다. 낄낄거리면서 웃더군요. "
" 기본적으로 죽음에 초탈한 모양입니다. 연구가 끝나지 않았다면 아쉬웠겠지만 끝내고 뒤져서 다행이라면서 좋아하더군요. "
NPC들을 끌어들이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길드퀘스트를 내렸지만 정작 그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려 들지는 않았다. 마도사 NPC들은 '죽음'자체에 별로 연연하지 않았다.그냥 아 그래? 연구가 끝나서 다행이야. 정도의 짧은 감탄사들을 남겼을 뿐이었다.
" 용병 NPC의 섭외는 어떻게 되어가죠? "
" 진행 중입니다. 역시 문제는 자금입니다만... 마도사들이 연합하여 기금마련에 힘써주고 있는 덕분에 크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 세계의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마도사의 직위'가 걸린 문제고 기금마련에 소극적이었던 마도사들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 유저들의 참여는 어느정도 되나요? "
" NPC를 포함해서 1억은 가뿐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 잘 됐군요. "
마도사 연합의 수장 벨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다. 사실 얼스 군 전체를 상대로 싸우라면, 그건 차라리 포기하는게 편할 정도의 극악한 난이도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이번 원정을 막아낼 '적군'은 '얼스의 군'이 아니라 '군인 클래스 유저'인 모양이었다. 그 유저에게 7천명의 병력이 할당되었고 그 7천명으로 1억을 막아내야만 한다는 소리다.
'우리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마탑에서 퀘스트를 내렸다. 그러나 NPC들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반대로, 얼스에서도 퀘스트를 내렸을 거고 NPC들이 적극적으로 -7천을 제외한- 개입하지는 않을거라는 판단이 섰다.
" 기본적으로... 얼스군은 방어력이 약합니다. 사실 공격력 자체는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죠. 다만 무서운 점은 엄청난 연사속도에 있습니다. 그 빠른 연사만 아니라면 포와 저격도 그렇게 무섭지는 않죠. 딜레이가 있으니까요. "
" 그리고 이번엔 저희는 물량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물량에서의 압도적인 우위. 이 것이 중요했다. 사실 7천명으로 10만명을 상대해 이기는 것도 기적이다. 그런데 10만도 아니고 100만도 아니고 1000만도 아니고 무려 1억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괜히 말도 안 되는 퀘스트를 내린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 우리는 죽으면 끝입니다. 마도사의 자리가 박탈되죠. 그러니까 우린 최대한 뒤에 숨어야 합니다. "
물론 저쪽에서도 그걸 예상하고 있을테지만 어쩔 수 없다. 체스나 오목을 하다보면 상대의 뜻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할 때가 있다. 지금 당장 막지 않으면 죽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 그것과 비슷했다. 선택지가 없었다 마도사들은 절대 앞으로 나설 수가 없다.
" 하지만 군 클래스 놈을 사살하는건 마도사 중 하나가 되어야겠지요. "
" 그래야 퀘스트가 클리어 될 테고 놈의 군 클래스도 없어지게 되겠죠. "
마도사들은 '군인'과 관련된 길드퀘스트를 극도로 꺼려한다. '군인'과 마주쳐서 싸우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마도사와 관련한 퀘스트를 수행중인 군인 역시 '마도사'에게 죽어야 도태된다.
" 놈 역시도 숨어 있을텐데요? "
" 어디에 숨어있겠습니까? "
" 글쎄요... "
" 계속 선동해야지요. 인터넷을 통해서건 무엇을 통해서건 자존심을 긁고 자극하면 언젠가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봅니다. 삼국시대의 명장들이 괜히 욕설에 발끈해서 멍청하게 뛰쳐나간 게 아닙니다.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 판단력이 흐트러지게 되고 발끈하게 될 겁니다. 더군다나 그 군클래스는 젊죠. 온갖 루머에 휩싸이면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올 겁니다. "
마연 소속의 마도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으로썬 그 방법 밖에 없다. '그' 역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다. 한번 죽으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까.
" 아니면... 플라티곤에 몰래 잠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군요. "
" 예? "
" 그들의 감시경보체계는 우리의 기척까지 잡아내지는 못합니다. 시스템 자체가 다르니까요. "
마도사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알기는 안다. 감시카메라와 온갖 추적장치가 있다하더라도 마법을 디텍팅해낼 수는 없다. 그건 상식이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그것이 실제 입 밖으로 언급되는 건 그 무게가 달랐다.
" 누가...? "
" 그건... 협의를 봐야겠지요. 제 생각엔 암탑소속 마법사 분들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
암탑은 대외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마탑이다. 따라서 마법도 알려진 것이 별로 없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도 비밀에 쌓여 있었다. 다만 암탑 소속 마도사 중 한 명이 스킬을 복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 이번에 유토매니아의 금고를 턴 것 역시 암탑소속 마도사분들이 벌인 것... 아닌가요? "
한쪽 켠에 무리지어 앉아있던 암탑소속의 마도사들은 침묵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마도사들도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써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들을 보며 침묵했다.
암탑소속 마도사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 우리는... 아닙니다. "
수장. 벨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아니라고 하시면 아닌 거겠지요. "
어투가 미묘하기는 했으나 마도사들은 그러려니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도사들도 암묵적으로 이번 '금고털이 사건'이 암탑에서 일으킨 거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대외적으로는 '금고털이 사건은 마연과 관련이 없다'라는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 뭐... 어쨌든 우리는 총알받이가 많습니다. 그 점을 톡톡히 활용해야만 하겠습니다. "
* * *
윤석은 유토피아 내에서의 주랑을 오랜만에 본다. 주랑은 요즘 게임에 접속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재신'으로 알려진 사람이 거주하는 저택 내의 NPC들이 황급히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사모님이 오셨어! 사모님이 오셨다고! 모두 몸가짐 똑바로 해! 이 저택 내에서 그 모든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바로 '사모님을 대함에 있어서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저택의 주인은 '안졸리냐졸려'인데 그 안졸리냐졸려를 꽉 잡고 있는건 바로 '세인트.A.아리에나' 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세인트.A.아리에나는 헌신적이고 순종적이며 아름답고 현숙한 연인이었다. 누가봐도 '안졸리냐졸려'가 꽉 잡고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집사이자 저택을 총괄관리하는 유나는 '안졸리냐졸려'보다 '아리에나에게 잘 보일 것을 제 1 행동강령으로 삼았다. 잡혀사는 것 조차도 느끼지 못하게 부드럽게 휘어잡는 능력. 오히려 자기가 상대를 휘어잡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능력이 사모님에게 있었다.
유나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여전히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십니다. "
" 다들 너무 환대해주셔서 창피할 지경이에요. "
주랑은 유나와의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윤석의 방에 들어갔다.
" 오빠! "
윤석은 구카스텐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구카스텐이 벌떡 일어섰다. 군인이 아니라 경례는 하지 않았지만 허리를 90도로 숙여 극도의 공손함을 보였다.
"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 아 아니에요. 여기 있어요. "
주랑이 황급히 손사래쳤다.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구카스텐을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
" 아이참... 안 그래도 되는데... "
한 마디만 더 중얼거렸을 뿐이다. 윤석은 피식 웃었다.
" 우리 둘 밖에 없으니까 좋다. 그치? "
주랑은 피이- 하고 다분히 작위적인, 그러나 윤석의 눈과 세상 온갖 남자들의 눈에는 틀림없이 귀여울 것이 분명한 모습으로 혀를 빼꼼 내밀고는 말했다.
" 인터넷에 오빠를 조롱하는 글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왔어요. 그럴듯하게 사실로 꾸며댄 것도 많구요. 거기에 또 사람들 휩쓸려서 난리도 아니에요. 사기를 쳤다느니 뭐 그런 허무맹랑한 것 부터해서... 어휴 정말!"
주랑은 어지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다. 부하직원이 아무리 실수해도 그녀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 바보같이 만만하게 얕잡혀 보일 법도 한데 주랑은 그렇지 않았다. 주랑은 주랑만의 카리스마도 있었고 그녀만의 묘한 매력이 있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화를 내지 않아도 다른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요상한 능력. 그걸 가진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냐마는 주랑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예외도 있었다. 바로 윤석이 관련된 일이었다. 사람들이 윤석을 조롱하고 놀리듯 말하자 주랑은 발끈했다. 괜히 화가 났다. 그냥 헛소리로 치부하면 될 일인데도 그랬다.
" 우리 주랑이 화났어? "
" 엄청 화났어요!"
윤석이 피식 웃었다.
" 그럼 뽀뽀해줘. 그럼 화 풀릴 거야."
" 절대로 그런 걸로 풀릴 리 없어요! "
" 아냐. 확실해. 내가 보증할게. 오빠만 믿어! "
주랑이 얼굴을 붉혔다. 괜스레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땅바닥을 쳐다보며 말했다.
" 키스라면 몰라도... "
더욱더 작은 목소리로,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주랑이 말을 이었다.
" 뽀뽀로는 어림도 없..."
에잇, 몰라! 하고 주랑은 윤석을 꽉 껴안아버렸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나중에 그녀는 이렇게 변명했다.
"화가 나서 어쩔 수 없었어요. 화를 풀기 위한 방법인 거에요. 저는 절대..."
"난 야한 주랑이가 좋더라. "
저는 절대 야한 여자가 아니에요, 라고 말하려던 주랑은 흠칫했다. 그리고 말을 바꾸었다.
" 키스 또 할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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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손목은 많이 나았으나
오늘 축구를 뛰다가 발등이 아작났네요. 발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다는... 내일 병원을 가야겠습니다.
전 아파야만 하는 인생인가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