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125화 (125/244)

00125  1억 vs 7천  =========================================================================

* * *

마도사 NPC는 기본적으로 마탑 밖으로는 잘 나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들은 엉덩이가 매우 무겁기로 정평이 나있으며 고질량의 엉덩이를 유지시키는 것은 바로 불타는 학구열이었다. 그들은 마법연구와 개발에 미쳐있는, 주민 NPC들이 말하는 것을 빌리자면 정신 나간 할아범들이었다.

화이어폭스가 흠칫했다.

" 사마디스님? "

화탑의 마도사 NPC. 유저들은 그 실체조차 잘 모르는 마도사 NPC들 마탑 밖으로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나왔다. 유저들이 웅성거렸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화염비의 실제 이펙트는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마도사 NPC가 직접 나타났다.

" 세상에... 저거 마도사 NPC 아냐? "

" 마탑 앞마당에서 싸워대니까 나온 건가? "

"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

유저 중 최강이라 알려진 화이어폭스의 최고급 마법 화염비와 라이트닝볼트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킨 사마디스는 잔뜩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 너냐? 너야? 앙? "

사마디스는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굉장한 팔자걸음이었다. 그는 노란머리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려고 했으나, 완력이 부족한지라 실패했다. 들어올리는 대신 팔을 마구 흔들었다. 노란머리의 몸이 떨리는 것 보다 사마디스의 몸이 더욱 많이 흔들렸다.

" 예? "

" 네 놈이 무식한 이상한 마법장을 발생시켜서 나의 연구를 망쳐놓았냐 이 말이얏! "

사마디스는 머리를 벅벅 긁고선 노란머리의 뒷통수를 한 대 후려갈겼다.

" 아아! 실험을 성공시킬 절호의 기회였는데 네 놈이 망쳐버렸어! 어떻게 책임 질 거야! 앙? 이 찌릿찌릿한 느낌은 전격계냐? 이런 썩을! 하필이면 찌릿찌릿 놈이라니!"

노란머리는 대놓고 인상을 찡그리지는 못했다. 마도사 NPC들은 괴짜가 많다. 수틀리면 MP통을 0으로 만들어버리는 괴상한 디버프를 걸어버릴 수도 있다. 눈치를 살폈다.

' 군은 언제...투입되는 거지? '

타이밍상 슬슬 투입될 때가 됐다. 사람들 앞에서 마탑을 공격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최강자 화이어폭스 -혹은 적은 병력으로 게릴라만 펼치는 약한 전력의 군을 얕잡아 본 마도사들-는 군 클래스를 쫓아갈 거다. 일단 시나리오는 그랬다.

" 죄송합니다. "

" 죄송하면 다야? 그러면 끝나? 이 놈아! 네가 지금 어떤 역작을 망친건지 알아? 앙? "

모른다. 안다고 해도 노란머리는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노란머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은 마치 나는 내 잘못을 알고 있으며 내가 벌인 일에 굉장히 통탄하고 있다. 라고 주장하는 것 처럼 처량해보였지만 사마디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 그렇게 불쌍한 자세 취한다고 내가 용서할 것 같아! "

노란머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 불쌍한 자세가 아닙니다. "

" 뭐얏? 이런 뇌가 쥐새끼만한 놈을 봤나! "

1초 1초가 1년 같았는데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이제 시간이 됐다. 노란머리는 황급히 블링크를 사용하려 했다.

' 젠장! '

딱!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노란머리의 뒷통수였다. 사마디스가 노란머리의 뒷통수를 강타했고 노란머리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 난 이쯤에서 빠져줘야 하는데! '

그의 다급한 속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사마디스는 노란머리의 귀를 잡아당겨 일으켰다.

" 어디서 잔꾀를 부려? 네놈의 이 무지막지하고 몰상식하고 버르장머리없는 짓거리를 뇌탑에 알리고야 말겠다. 내가 뇌탑 늙은이들이랑 한판뜨는 한이 있더라도 엄청난 항의를 하고야 말겠어! "

사마디스는 그렇게 말하고선 지금 자신이 어떠한 짓을 한건지 친절하게 설명까지 곁들여줬다.

" 네 놈이 전기장을 일으켜 내 마법실험을 망가뜨렸으니, 나도 마법장을 일으켜 네 마법을 방해해야겠다. 햇병아리 주제에 감히 누구의 실험을 망치는 거야! "

노란머리가 외쳤다. 그는 다급했다.

" 젠장! 이 정신나간 할아범이! 썩 꺼지지 못해! "

마법실력은 훌륭할 지 몰라도 언어폭력에는 그리 내성이 없었는지, 졸지에 정신나간 할아범이 되어버린 사마디스는 순간적으로 노란머리의 귀를 놓쳤고 그 틈을 타 노란머리는 황급히 블링크를 펼쳤다. 이 곳에서 도망쳐야만 했다.

쿵. 쾅. 쿵. 쾅.

한 마리의 코뿔소가 달려왔다. 그 코뿔소는 가히 사람의 형상이라 할 수는 있었으나 모습 전체를 보면 그리 사람 같지는 않았다. 자주포에 버금가는 거대한 포를 들고 쿵쾅! 쿵쾅! 지축을 울리며 달려오는 남자는 '포'였다.

" 나는... 빠른... 사나이다... 나는 빠르다... "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 나는... 대단해... 빠르고... 용감해! "

포를 발사했다. 그가 가진 102mm대구경 포가 포물선을 그리며 -그러나 거의 직선이나 다름없는 꼬리를 그리며- 떨어져내렸다.

" 심지어... 오래가는 사나이다! "

포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상황은 보지도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뚱떙이 얼스인 같으니라고! "

사마디스는 황급히 주문을 영창했다.

La Heitial Yuiqa shiquaetishio

순식간에 붉고 얇은 막이 생기면서 마탑을 둘러쌌다. 얇은 막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포가 쏘아낸 포는 그 불타는 막에 막혀 마탑에 부딪치지는 못했다.

Shiquaetishio!

사마디스가 또다시 마법을 펼쳤다. 거의 동간격이었다. 포와 쉴드가 부딪쳐 폭발하는 그 곳을 또다른 쉴드가 덮었다.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사용하여 두번의 마법을 동시에 펼쳐냈다. 현재 NPC들만 가능한 더블스펠이다.

두번째 펼쳐진 쉴드는 포의 파편이 주위로 터져나가지 않도록, 폭발의 여파가 다른 곳에 미치지 않도록 방어했다.

La Heitial Yuiqa shiquaetishio!

그 것만으로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또다시 쉴드를 펼쳐 폭발의 영향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사마디스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잔악무도하고 마법의 숭고함과 신성함따위 알 리 없는 저 괴뢰배같은 얼스인이 감히 마탑을 상대로 도발을 해왔다.

사마디스가 주먹을 불끈쥐고 외쳤다. 최상급 클래스의 유저인 화이어폭스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 뭐 해! 이 멍청한 햇병아리 종자야! 쫓아! 박살을 내야할 것 아냐!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마냥 당장 달려! 아니면 꼬리에 정말로 불을 붙여줄테다! "

한편, 포는 열심히 달렸다. 그는 평소 매우 느렸지만 오늘만큼은 빨랐다. 괜히 특전사가 아니었다.

" 나는... 빠르다... 빠르다! "

포를 내던지고 달리고 싶었지만 군사용품을 버리고 뛸 수도 없는 노릇이다.

" 나는... 숨이... 차다... 헥...헥. 힘이...든다! "

그래도 나는 용감하다! 라면서 열심히 달렸다. 등짝이 따가웠다. 나는... 따끔하다! 를 외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은 따끔이지만 까딱 잘못하면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다고 생각하자 포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무리 그가 용감무쌍한 군인이라고 해도 적의 본거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마탑에 대고 직접적인 공격을 한 것이 두렵지 않을 리가 없다. 그것도 혼자다. 지원군도 없었다. 뒤에는 마도사라는 놈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포는 따끔하다고 외치는 대신 진심을 담아 중얼거리면서 열심히 달렸다.

" 살려...줘... 부탁...이야 얘들아... "

쿵! 쾅! 쿵! 쾅!

땅이 울렸다.

* * *

마도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급작스런 퀘스트가 발발했다. 보통 퀘스트는 마도사 NPC와 직접 접촉을 해서 명령을 받는 식으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 마탑이 무뢰배와 같은 얼스인에게 테러당했습니다. 전 마도사들은 비상상태임을 직시하고 적의 도발에 확실한 응징해야만 할 것입니다. ]

[ 전 마도사들은 지금 즉시 마탑으로 집결해야 합니다. 마탑에서 각자에게 임무를 내릴 것입니다. ]

[ 제한시간 1:00:00 ]

제한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 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뭐야? "

얼스의 군인이 마탑을 공격했단다. 한가로이 사냥을 하던 마도사들도, 마도사의 직위를 위시하여 여자를 꼬여내던 마도사들도, 반대로 순진한 남자를 꼬셔내던 여마도사도, 던전 안에 있던 마도사들도. 예외는 없었다. 무조건적인 소집이었다. 게다가 이건 길드 퀘스트다. 길드 퀘스트는 실패했을 때에 리스크가 굉장히 큰 퀘스트다. 그냥 큰 게 아니다. 마도사의 직위를 박탈 당하는, 흔히 말하는 '도태'가 되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얼스랑 관련된 길드 퀘스트잖아... "

" 이거 백퍼 실패잖아... "

" 아냐. 혹시 몰라. 이거 전체 퀘스트잖아. 이 정도 규모면... 마도사 NPC들도 나설 수도 있다고. 그러면 어떻게 될 지 몰라. 혹시 알아? 이번에 NPC들이 대거 나서면서 얼스놈들한테 한 방 먹여줄 수 있을지. "

확실히 이 정도 규모의 퀘스트는 처음이다. 이건 개개인에게 할당되는 게 아니라 마탑 전체에 선포된 일종의 동원령이었다. 마탑 전체가 뜻을 모았다. 그도 그럴것이 동시다발적으로 12개의 마탑에 일제히 공격이 가해졌다. 그 공격이라는 것이 '전면전'을 벌일만큼 굉장한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마탑 자체에 펼쳐져있는 방어마법만으로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약한 수준의 테러였지만, 마탑을 직접 타격했다는 그 상징성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탑에 마도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게릴라성으로 군인 하나가 마탑에 직접적인 테러를 감행했고 그 것이 얼스의 정부가 주도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단다. 다만 그런 식으로 마도사들을 유인해서 마도사들을 죽였단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화탑이었다. 화탑은 노란머리와 싸우던, 화탑 마도사의 일인자인 화이어폭스가 죽었고 NPC인 사마디스마저도 죽어버렸단다. 다른 탑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유인당한 마도사들이 하나, 혹은 둘 씩 죽었다.

마탑은 즉시 마도사들을 소집했으며, 마탑의 수뇌부들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플라티곤에 항의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플라티곤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마도사들에게 퀘스트가 떨어졌다. 여지껏 있었던 모든 퀘스트들 중 가장 규모가 커다란 대형퀘스트였다.

게임을 다루는 온갖 매체에서 난리가 났다.

- 충격! 전 마도사들이 동원된 거대 퀘스트! 전 마도사 VS 군인! 힘 대 힘의 맞대결!

============================ 작품 후기 ============================

위급한 상황에 처한 포.

" 나는... 빠르다... 빠르다! "

허리를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 나는... 숨이... 차다... 헥...헥. 힘이...든다! "

그러다보니 숨이 저절로 차오르는 기막힌 현상 발생!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빠르게 움직인다.

" 나는... 빠른... 사나이다... 나는 빠르다... "

그러자 그녀도 몹시 만족한 표정!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눈썹을 보며 포는 희열에 젖고.

" 나는... 대단해... 빠르고... 용감해! "

마지막으로 자신감에 가득차오른다!

" 심지어... 오래가는 사나이다! "

같은 언어. 다른 해석.

포도 슬슬 힘이부쳤다. 그것이고개를숙이기시작했다.

" 살려줘....'얘들'아...."

...?

여러분은 지금 매우 급박한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긴급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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