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3 마도사연합의 반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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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한번 떠주겠어. 라는게 바로 윤석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쓸어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부하들을 많이 잃었다. 그들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NPC다- 그들을 잃은 것 때문에 슐터로부터 질책이 들어온다면 곤란해진다.
" 어쩔려구요? "
" 한자리에 모은다음에 싸그리 끝내버려야지. 일단 마연이랑 우리 외에 다른 놈들한테 목격도 되어야하고."
" 목격이오? 한 자리에 모아요? "
" 주랑아 너 길거리 지나다니면 사람들이 막 쳐다보고 그러지? "
주랑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막 쳐다보는 건 기본이고 아예 주랑을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도 있을 정도였다. 주랑은 모르는 척 했지만 그런 상황이 하도 여러번이다보니 슬슬 눈치 챘다. 지하철을 타려고해도, 주랑이 기다리는 주변으론 유독 남자들이 많았다. 어쨌거나 남자들이 저절로 꼬이는 것. 그건 분명 잘못된 건 아니었지만 괜스레 윤석의 눈치가 보였다.
" 기분 나빠요? "
" 아니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너를 보면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거야. 왜냐하면 네가 지나치게 예쁘거든. "
오빠도 참... 하고 주랑은 얼굴을 붉히며 윤석의 옆구리를 아주 살짝 꼬집었다.
"그거랑 마찬가지로 유인을 하면 돼. 오기 싫어도 올 수 밖에 없도록 사람들 앞에서 일을 벌려야지. "
윤석은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요즘은 현대 전투클래스도 많이 늘었다. 그 클래스가 좋은 클래스라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할 만은 했다. 히든 클래스가 배틀필드와 탄생성 스킬포토를 굉장히 저렴하게 팔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킬포토를 구입하는데 한가지 조건이 생겼다. 일종의 약관 같은 것이었는데, 간단하게 싸인만 하면 끝나는 문제여서 사람들은 대부분 싸인을 했다. 내용인즉슨, 길드전에서 억울하게 퇴출당했고 판캐와 무캐에 의해 설움을 당해야만 했던 -윤석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판캐와 무캐들이 현캐를 사냥했었고 그 일은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억울함을 토로하고 이제는 그 판캐와 무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것을 지지하겠냐는 질문이었고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그 것에 동의해주었다. 어차피 판캐/무캐와 현캐와의 싸움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니까. 서로를 몬스터처럼 취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에 싸인을 하는 것 정도는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것에 사인을 한다고해서 어떠한 일이 벌어진다거나 메리트 혹은 페널티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럼으로 인해서 윤석은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판캐와의 싸움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 알리는 셈이 되고, 이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지표가 되어주었다.
" 유나. 서명을 받은 게 어느정도 돼? "
" 대략 3천만 정도 됩니다. "
전체 유저의 수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였지만 그렇다고 3천만이 아주 작은 숫자도 아니었다. 현실에선 만명만 서명받아도 많이 받았다고 쳐준다. 그런데 그 1000배인 1000만이다.
유나가 안경을 고쳐쓰고는 윤석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물었다.
" 정말로... 싸우실 겁니까? "
" 왜? 걱정되냐? "
유나는 잠깐 멈칫했다. 그랬다가 무미건조하고 사무적인 태도로 입을 열었다.
" 이 집의 모든 식구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 물론 저 역시 포함입니다. "
" 그래. "
윤석은 대충대답했다. 유나 뿐만 아니라 대저택의 모든 NPC들이 윤석을 힐끔힐끔 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집안의 NPC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모양이었다.
" 자. 그럼 가볼까. "
"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
" 걱정마. 안 죽어. 죽어도 다시 살아나. "
윤석은 킥킥대고 웃으며 유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고 유나는 공손히 길을 비켜주었다.
" 포. 소총. 스나. 무비무비. "
소총은 '무비무비'라는 말이 무슨뜻인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으나 대충 눈칫밥으로 알아내고선 재빨리 윤석의 에 따라붙었다.
" 개같은 판캐놈들. 제대로 부숴주자고. "
" 예. "
" 예전처럼 유인은 샤무가 맡는다. 그리고. "
포의 얼굴이 구겨졌다. 인상을 찡그린건 아닌데 낯빛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침을 꿀꺽 삼켰다.
" 꿀꺽...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
그리고 또 중얼거렸다.
" 나는... 빠르다.... 누구보다... 빨라...아주아주... 빠른 사나이다. "
" 그래. 네 어깨에 많은 것이 달렸어. "
" 이...이런 중책을 맡겨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죽을만큼... 감사합니다. "
포의 얼굴이 그리 감사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윤석은 고마워한다니 다행이군. 하고 말해 포의 낯빛을 더욱 어둡게 만들어 주었다.
작전의 개요는 이랬다. 일단 대외적으로 군이 큰 타격을 입어 당분간은 전력을 보강해야한다는 소문을 흘려놓았다. 그리고 그 것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게릴라병력을 약간씩 보낸다는 소식을, 설아를 통해서. 그리고 노란머리를 통해서 은연중 흘려놓았다.
그 상태에서 샤무. 그 중에서도 특별히 컨트롤이 뛰어난 몇몇이 대놓고 마탑에 도전장을 내밀거다. 여기엔 있지도 않은 A급 악세서리를 준다고 허위약솔을 곁들여주었다. A급 악세서리인 아마존의 눈물을 개인전 참여 종목으로 내밀었고 그 미끼를 덥썩 문 마도사들은 유인 당하게 된다. 유인한 마도사를, 포를 위시한 게릴라 병력이 재빨리 해치우고 단 한명만 살려서 되돌려 보낸다.
" 그렇게 되면 지금 자신감에 찌들어 있는 마도사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게릴라 병력을 쳐부수러 쫓아오겠지. 아참. 중요한 거 잊지마. 마탑을 직접 타격해야 돼. 걱정마 포. 너만 유인하는 게 아냐. 가기 다른 곳 12곳에서 똑같은 작전이 진행 될 거라고. 힘 내! "
윤석이 포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사실 쫓아오기는 쫓아올 거다. 다만 자신감에 찌들어서 쫓아온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쫓아올 수 밖에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마탑을 직접적으로 타격해야한다는 거다. 그게 진짜 노림수다. 그렇게 되면 아마 마탑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테고 길드퀘스트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게 최후의 노림수다. 그냥 마도사들을 죽이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아예 마도사 직위를 박탈시켜 버릴 생각이다.
" 이쪽의 수가 적다는 걸 확인한 놈들이 너를 잡으러 병력을 보내면 2km밖에 있던 우리가 이동해서 박살내줄게. 네가 우리쪽으로 빨리 도망친다면 15분이면 서로 만나겠지. 딱 15분만 열심히 달리면 돼. 너 빠르지? "
" 저는... 빠릅니다... 아주....빠릅니다. "
" 설마 지금 겁 먹었나? "
" 절대...아닙니다...저는... 용감합니다. "
" 그래. 넌 용감해. 그리고 아주 빠르지. 네 힘을 보여줘! "
포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 나는... 용감하다... 빠르고...용감한 사나이다... 빠르고... 용감하다... "
* * *
마탑은 각기 속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화탑의 경우는 '화'의 속성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화탑은 매운 뜨거운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화탑 근방 반경 100미터 내에는 '초열지옥'이라 불리는 일종의 결계가 펼쳐져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은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화탑의 마도사들에게 이 열기는 별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물론 초기에는 이 곳에서 쉴새없이 죽어나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초열지옥'을 쉽고 간편하게 통과하는 법을 알고 있고 또한 그 길을 몰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열기가 이글거리며 올라오고 봄날의 아지랑이를 수백개는 한 곳에 중첩해 놓은 듯한 공기의 흐름이 눈에 보였다. 아지랑이의 안개 사이로 저 멀리 보이는 화탑은 붉은색 넘실대는 막대사탕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 안, 입구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마도사 연합 소속이며 이번에 샤무의 도전을 받아들인 네임드 유저 화이어폭스다. 그는 '화염계 마법사'들 중에서 강자를 논할 때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상급 네임드 유저였다.
" 노란머리라... "
노란머리에 대한 정보는 오래전부터 입수해왔다. 그는 노란머리가 별로 두렵지 않았다. 정말 신경쓰이는 건 노란머리가 군 클래스와 손을 잡고서 이상한 술수를 부릴 수도 있다는 거다.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
물론 아주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구경꾼들이 상당히 많이 모였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허튼 짓은 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곳은 판타리아다. 똥개도 제 집 앞마당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게다가 그냥 판타리아도 아니고 마탑 앞이다. 군 클래스가 어떤 수작을 부리든지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만약 마탑 바로 앞에서 수많은 판타리아인들이 학살당하면 마도사 NPC들이 나설것이란 생각이었다.)
' 오늘은 참견쟁이 사마디스가... 마탑에 있는 날이지. '
그래서 오늘로 날짜를 정했고 장소를 마탑앞으로 정했다. 사마디스 역시 마도사 NPC이고 참견하기를 좋아해서 마도사들은 그를 참견쟁이라고 불렀다.
' 그러니까... 허튼 수작은 부리지 못할 거야. '
기본적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사마디스는 얼스인이 마탑 앞에서 활개하는 것을 두고볼만큼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 와라. 노란머리! '
============================ 작품 후기 ============================
힘들지만 오래가는 지X
용감하고 빠른 X루
" 나는...용감하다...용감하고 빠른 사나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