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0 마도사연합의 반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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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는 유토피아를 다루는 각종 TV채널과 오프라인, 온라인 매체들이 즐비하다. 유토피아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얼스는 그 배경이 현대답게, 각종 매체와 소식통들이 존재했는데 그 곳에서 '안졸리냐졸려'가 대통령으로부터 은성훈장을 하사받았다는 소식이 그리 요란하지는 않게 보도되었다. 신경쓰고 보지 않으면 아무도 못보고 지나갈 딱 그정도. 그정도로 소개가 되었다. 사실 유저들이 유토피아 내에서 신문을 사읽거나 그 곳내의 소식을 알아보려 인터넷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유저들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될 만큼 '은성훈장 수여'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은성훈장]
얼스의 영웅에게 내려지는 징표. 은성훈장은 명예로움의 상징이며 부하들의 충성심과 사기를 고취시키는 힘을 가졌으며 상관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
필요레벨: 77
효과: 충성심 + 30
신뢰도 + 30
아이템의 능력자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 법 했다. 여지껏 윤석은 '충성심 +1'이라는 메세지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능력을 지녔다거나 어떤 스탯이라거나하는 건 밝혀진 게 없었다.
윤석은 이 것이 공적치를 채우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시스템이라고 해석했다. 그 말은 즉, 공적치를 모두 채우면 이 것이상의 무언가 커다란 보상이 있을 거라는 뜻이다.
' 아니면 말고. '
일단 부딪쳐 보는 수 밖에 없다. 이미 인터넷에는 유토피아를 공략하는 수천만가지의 글이 올라와 있지만 건 오퍼에 대한 것이나 현대의 군 클래스에 관해서는 올라온 것이 없었다. 건 오퍼든, 군 클래스든 윤석이 최초로 획득했고 최초로 플레이하고 있다는 뜻이다.(혹은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가 비밀리에 플레이하고 있다거나.)
그런데 문제가 조금 발생했다.
" 준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
윤석은 구카스텐을 보자마자 인상을 찡그렸다.
" 꼴이 왜 그래? "
마치 진흙탕에서 뒹굴기라도 한듯 그의 군복은 더럽기 그지없었고 그마저도 여기저기가 찢겨져 나갔다. 게다가 머리카락도 불에 그을린건지 꼴이 엉망이었다.
" 죄송합니다. 방심했습니다. "
" 방심했다고? "
보고를 들어보니 내용은 간단했다. 이번에 파견한 군인들이 패배했다는 거다. 총 전사자 80여명. 부상자 300여명. 그야말로 대패였다. 한 장소에서 당한 게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한꺼번에 당했다.
은성훈장을 받기 위해 얼스로 돌아와있던 차에 이런 참사가 벌어졌다. 어쩌면 그 곳에 없었던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NPC들이 이렇게 당했다는 건, 윤석은 무조건 당한다는 뜻이니까.
' 현대의 군 NPC를 격파했다고? 가능한 일인가? '
마탑의 NPC들이 움직였을 수도 있다. 아무리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는 그들이라고는 해도 마탑 바로 앞에서 마도사들이 죽어나가는데 무관심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 하지만 너무 일방적이야. '
정말로 쉽게 생각했다. 멀리서 위치만 바꾸어가며 저격하면 별로 위험할 것도 없었고 실제로 그랬다. 지난 며칠간 사상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만 봐도 이 작전의 위험도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갑자기 반격당했다. 유저들의 힘으로는 얼스의 군을 어떻게 할 수 없다. 물론 가까이 접근해서 마법발현을 성공했을 때에는 어찌될 지 모른다. 어쨌든 군 NPC는 다른 대륙의 다른 NPC들과 달리 맷집은 그리 강한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은 모자라는 신체능력을 과학기술로 채워넣은 부류다. 신체능력자체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뜻이 된다.
"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 알았어. 알았으니까 나가있어봐. "
윤석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구카스텐은 군화를 바닥에 척! 붙이고 경례를 한 뒤 돌아나갔다.
' 슐터로부터 소환이 없나...? '
일단 NPC가 죽었다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슬퍼하지는 않았다. 아끼는 프로그램이 지워지면 아까워는 할 지언정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NPC의 입장에서는 전사일지 몰라도, 유저인 윤석의 입장에선 그저 프로그램삭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 작전의 책임을 지고 슐터로부터 소환되면 그건 피곤해진다. 슐터 역시 NPC에 불과하지만 윤석의 인생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NPC다. 적어도 얼스에서 제대로된 생활을 꾸려나가려면 그의 눈 밖에 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실 이정도 피해가 나면 보고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보고를 할 수밖에 없다. 보고하지 않았다가 괜히 더욱 큰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잠시 생각을 추스린 윤석이 다시 구카스텐을 불렀다. 바로 문이 열렸다.
" 보고자료는 준비 됐나? "
구카스텐은 윤석이 다시 부를 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문 밖에서 대기하던 중이었다. 윤석이 그를 부르자마자 그는 냉큼 들어와서 대답했다.
" 이번 작전의 개요와 공적. 전공과 더불어 피해정도를 기록했습니다. "
" 그리고? "
" 피해 요인을 분석하여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을 표기했습니다. "
" 이건 지워. "
" 잘 못 들었습니다? "
" 이건 내가 직접 구두로 얘기하겠다. "
슐터에게 보고를 하긴 하는데 그냥 곧이곧대로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많이 죽고 다쳤습니다. 라고 말하면 아무리 신뢰가 돈독한 '안졸리냐졸려'라 할지라도 쉽게는 넘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 그래도...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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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로 슐터는 군인들의 죽음에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인상을 조금 찡그리고 흐음-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신뢰도가 30 만큼 떨어졌다는 알림음이 들려왔을 뿐이다.
' 신뢰도... 충성도에도... 구체적인 수치가 있는 건가? '
일단 스탯창에는 나타나지 않는 스탯이다. 그런데 아마 신뢰도와 충성도는 게임내에 영향을 미치는 히든스탯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일단 이건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 당장 급한 문제는 바로 슐터와의 대화였다. 슐터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그들은 위대한 희생을 가장 값진 값으로 치뤄낸 것 뿐이네. "
라는 말로 애도를 표하기는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그는 이번 작전의 결과와 피해정도를 대충 살펴보고 나서 무덤덤하게 말했다.
" 자 그럼 이제 미래지향적인 얘기를 해보자고. "
" 미래 지향적... 말입니까? "
" 그 거지같은 곳의 지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네야. 게다가 그 곳에 접함점도 가지고 있지. 샤무라고 했던가? 내부의적까지 만들었고. 게다가 이번에 그 잡놈들을 280여명이나 사살했네. 그 공적은 가히 칭찬할만 해. 작은 피해 때문에 너무 마음상해하지 말게. 그보다는 말이야. "
처음 가벼운 한숨을 내쉰 것을 제외하면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모양새라 윤석은 내심 기분이 묘했다. 슐터는 NPC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세계의 주민이다. 그런데 부하들의 죽음에 저토록 여유롭다는 건.
'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가... 아니면 지나간 일은 돌아보지 않는다는 주의인가... 그도 아니면 은성훈장의 힘이냐. '
어찌됐든 다행인 일이긴 했다.
" 이번 보고에 제법 흥미로운 구석이 있더군. "
" 그것에 관해 말씀드리려던 차입니다. "
슐터는 뚜벅뚜벅 걸어가 의자에 몸을 깊숙히 누이고 담배를 하나 꺼내물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윤석을 쳐다보았다.
" 계속해봐. "
이 부분이 바로, 슐터의 질책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준비했던 부분이다. 단순히 패배했다에서 끝나지 않고 패배를 했고, 그 요인이 이것이며 다음에 이 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고 했었다.
" 이번에... 패인은 바로 배틀필드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었습니다. "
슐터는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훅- 내뿜었다. 하얀 연기가 집무실안을 가득 채울듯 뿜어져나왔다가도 이내 투명하게 흩어져버렸다.
" 바로 그거지. 배틀필드가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뜻이야. 그리고 그 잡놈들에게 그걸 간파당했다는 뜻이고. "
이번의 작전의 패인은, 배틀필드가 붕괴됨에 있었다. 배틀필드는 마나를 사용하여 유지시키는 일종의 전투지역으로 그 안에는 각자 저장된 탄들이 있고, 배틀필드 시전자는 배틀필드 내에 저장된 탄들을 자유롭게 설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배틀필드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시전자의 'mp'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 급작스레 mp가 바닥남으로써 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배틀필드라는 무기체계에 익숙해져있던 군인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으며, 소지하고 있던 총알의 수도 굉장히 적었기 때문에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찰나의 틈을 통해 마도사들이 접근해왔고 스크롤과 협동마법을 통해 공격을 했다.
소총수들이 강한 이유는 바로 빠른 연사력에 있었다. 그 엄청난 연사력으로 전사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마법사들이 스펠을 외우지 못하도록 하는 게 소총수의 가장 커다란 강점인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마법사들의 마법이 떨어져내렸고 군인들은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들이 날고 기어도 적당한 거리를 -마법사들의 입장에서- 확보한 마법사들의 마법을 맨 손으로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피해가 좀 났다.
" 그래서... 새로운 전략은 준비해왔겠지? "
" 물론입니다. 이번 실패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았습니다. 같은 실수는 이제 없을 겁니다. "
" 그 말은 완벽한 대책이 갖추어졌다는 뜻인가? "
" 맞습니다. 배틀필드의 약점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범위입니다. "
" 다시 한번 임무를 주겠네. 그 개같은 판타리아인들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호된 맛을 보여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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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