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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플레이어-97화 (97/244)

00097  남자는 역시  =========================================================================

* * *

현실과는 상관없는 다분히 주관적인 허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면 곤란합니다.

* * *

계속해서 간을 보는게 보였다. 옆의 수행원을 말리려면 진작에 말릴 수 있었다.

" 싫은데요? "

김공진이 화들짝 놀랐다. 예상하지 못했다. 수많은 변수와 상황을 가정했었지만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싫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이유가 '그냥'이란다.

" 기, 김사장님... 분명 사장님께도 도움이... "

" 아 글쎄, 싫다니까요? "

" 예? "

" 그냥 싫어요. 논리적인 이유도 없고 정당한 이유도 없고 그냥 싫어요 "

그냥 싫다는건 정말 무식한 대답이지만 무식한 만큼 어떻게 설득할 수가 없다. 논리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윤석이 대놓고 인상을 찡그렸다.

" 기분이 무척 불쾌하네요. 자기 할 말만 툭툭 하다가 이내 불리해진다 싶자 얌체같이 말 바꾸는 거잖아요? "

" 그런 게 아닙니다. 김사장님한테 분명 도움이 되는 얘기입니다. "

" 아 글쎄 그니까 난 그 분명 도움이 되는 얘기를 별로 듣고 싶지 않다니까요? 국가에서 제게 해줄 수 있는게 뭔지,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군요. "

" 김사장님... "

윤석은 강짜를 부렸다. 이쪽은 아쉬울 게 별로 없다. 국가는 이쪽의 힘. 특히나 경제력을 탐낼 수 밖에 없다. 그 말은 즉 윤석이 국가마저도 탐을 내는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한 두푼도 아니고 월 3000억이다. 그것도 내수판매가 아니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 월 3000억이면 연 3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고, 지금은 현금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 죄송합니다. 이 쪽에서 너무 무례했던 모양입니다. "

윤석의 표정이 더 안좋아졌다.

" 무례했던 모양인 게 아니라 무례했었죠. 사과를 하시려면 제대로 해주세요. 저 기분 무지 나쁘거든요 지금. "

수행원이, '너무 무례하군요'라고 질타를 했을 때 가만히 있었다는 건 김공진도 수행원과 같은 생각이었다는 뜻이 된다. 그 말을 더 깊게 들어가보면 이 분은 무례를 범해선 안 되는 높은 사람이고 감히 너 따위가 무례를 행하면 안 된다. 정도가 되겠다. 다른 사람이야 어찌됐든 윤석은 그렇게 이해했다.

" 본론이라고 해봤자 이쪽에 무언가를 요구할 참이었겠죠. 제게 줄수 있는 것보다 제게서 받아갈 수 있는 것이 많을테니까요. 이거 하나는 확실하잖아요. 국가가 저한테 해줄 수 있는 것보다, 제가 국가한테 해줄 수 있는게 훨씬 많다는 거. 그럼 그 쪽이 부탁하는 쪽이라는 건데 부탁을하는 건지 명령을하는 건지. 도대체 분간이 안 되네요. "

윤석은 인상을 찡그렸다가 다분히 과장된 태도로 아! 하고 오른주먹으로 왼 손바닥을 탁 쳤다.

" 저랑 진짜로 얘기하고 싶으시면 저 분 짜르죠 그냥. 성의 표시로."

윤석은 수행원을 쳐다봤다. 수행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난데없는 개차반같은 주문에 김공진이 머뭇거렸다.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이면 저딴 제안을 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 그 것이... "

" 거봐요. 저랑 그토록 얘기하고 싶다고 말을 하면서 이런 요구 하나 제대로 못들어 주잖아요? 겨우 그 정도 마음가짐인데 제가 뭐 한 몇 억쯤 봐달라고 하면 제대로 해주지도 못하겠네요. 됐습니다. 할 얘기 없으니까 그냥 가세요. 가끔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놀러오도록 하죠. "

그 말에 여태까지 잠자코 듣기만 하던 민혁이 입을 열었다.

" 사장님. 유토매니아의 발전을 위해서 한번 쯤...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안드신다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

사실 여태까지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다. 저쪽의 기를 누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행동을 예측하기 쉬웠다. 겉으로는 공손한 척하지만 그래도 뿌리깊이 박혀있는 우월감이 있을거라 예상했고 윤석과 입을 맞추어 일부러 시비를 걸듯 얘기했으며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 물론 윤석의 진심도 어느정도 담겨 있었고.

그리고 논리도 이성도 통하지 않는, '그냥 싫어!' 를 남발함으로써 저쪽의 화를 돋구어-잘 짜여진 전략인지 아니면 윤석의 본심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판단력을 뒤흔들어 놨다. 심리적인 우위는 차지했고,

" 후... "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려던 모습을 취하던 윤석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앉았다. 이제 이쪽이 우위다. 뭘 하든지 어떤 협상을 진행하든지 심리적 우위에 있다는 건 좋은거다. 덧붙여 이쪽의  입장도 확실하게 전해줬다. 남은 건 저쪽의 선택이다. 유토매니아를 붙잡느냐, 아니면 이대로 보고 있느냐.

김공진이 잠깐 할 말을 골랐다. 차분히 생각했다. 그가 봤을 때 김윤석은,

' 수틀리면 이득이고 뭐고 때려칠 놈. 돈 많은 개차반.  '

처럼 보였다. 그 놈이 말했다.

" 그럼 얘기 한 번 해보세요. 어떤 얘긴지 한 번 들어보기는 할테니까. "

윤석은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냥 다리를 꼬는거면 상관이 없는데 그 태도가 무척 건방졌다.

' 새파랗게 젊은 놈이. '

하지만 공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하하-웃었다. 아까 윤석의 말대로 해외로 이민이라도 갔다가는 다른 의원들에게 욕을 엄청나게 먹을지도 모른다.

" 어서 말씀하세요. 저 바쁩니다. "

" 세금문제에 관해서...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면서 얻는 이득이라는 조항이 있는데...그 조항을 살짝 손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 어떻게요? "

" 유저들간의 거래활동을 중개하여 얻는 이득. 정도로만 손보면 될 것 같습니다만... "

공진이 말꼬리를 흐렸다. 윤석의 눈치를 살폈다. 윤석은 별다른 표정의 동요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 귀하께서 반길만한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

" 반기는지 안 반기는지는 제가 들어보고 결정해요. 여태까지 의원님의 태도로 봐서 그리 반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윤석은 심드렁한 태도로 공진의 말을 들었다.

* * *

민혁과 상의했다. 민혁은 완전히 회의적이지도  않아쏙 그렇다고 또 완전히 부정적이지도 않았다.

" 세금 대신 복지쪽으로 기부라... "

" 따지고보면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닌 것 같은데. 어차피 기부쪽은 계속해서 할 생각이었잖아. "

" 그렇긴 한데... 그 금액이 워낙 커서. "

" 너 나보고 100억 쓸때 사내놈이 째째하게 그거밖에 안 쓰냐고 뭐라 했잖아. "

" 그거야 그냥 하는 말이었지. "

김공진 의원은 유토매니아에 세금 특혜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냥 어지간히 10억 20억 버는 기업이면 모르겠는데 월 순익이 3000억이상 나는, 그것도 외화로 벌어들이는 돈이 훨씬 큰 유토매니아다보니 정치권에서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금 특혜이긴 특혜인데 완전한 특혜는 아니었다. 복지쪽 기부형식으로 돈을 기부해달라고 했다. 민혁이 말했다.

" 기업이미지를 위해서 투자하는 거라면... 국가의 힘을 등에 업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문제는... "

" 재원마련은 문제 없다고 봐. 한 삼일 정도만 이벤트형식으로 코드 10퍼센트 추가로 해준다거나하면 아마 구매자 엄청 늘어날거야. 서버가 폭주될 만큼. 한정된 기간. 한정된 가격이니까. "

민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 넌 지금 그 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 같다? "

" 지금 우리는 투자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누가 그랬더라? "

" 내가 그랬지. "

유토매니아는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다. 그것도 게임내 코드를 현금으로 바꾸어 파는 업체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50대 이상은- 그 행태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게임아이템으로 돈을 번다는 것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나이가 많은- 이 사회를 움직인다. 그런 사람들의, 유토매니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 뿐만 아니라 유토매니아의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서 투자와 기부. 사회적 기여는 필수라고 봤다. (더군다나 최근 터진 유토매니아 음모설을 덮기 위해서도 몇가지 방안을 생각했는데 사회적 기여가 그 중 한가지 방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 그러니까 평판이나 기업이미지등에 더 신경을 쓰며 그 것에 투자를 아끼면 안된다고 했던 게 바로 민혁과 박부장의 논리였다. 물론 주랑과 윤석도 그 것에 동의하는 바였다.

윤석이 말했다.

" 게다가 이번에 이상한 사건도 터졌잖아. 강도짓이나 한다고. 우리가 막대한 금액을 기부형식으로 해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면... 거기에 또 반박할 말이 하나 더 생기는거야. 우린 이만큼의 금액을 기부한다. 이렇게 기부를 하는 기업이 굳이 유저들의 것을 강탈할 필요가 있겠냐. 제법 그럴듯하지 않아? "

아무런 이유도 없이 복지지원을 하는게 아니다. 사실 김공진은 복지가 아니라 국방에 예산을 돌리고 싶어했다. 바로 전투기 교체 사업 때문이었다. 현재 노후화된 F-16 전투기를 4세대 (동북아)최강의 F-15K와 5세대의 F-35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국방부는 향후 약 10조원을 투입하여 사업을 완료하기로 계획하였으나 현재 예산부족으로 인해 계획에 계속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유토매니아와 유토피아를 통해 복지예산을 어느정도 충당하고 남는 예산을 국방으로 돌린다는 것이 김공진 의원과 그가 속한 당의 의견이었다.

윤석은 그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어차피 처음 1~2년은 계속해서 기업이미지를 위해 투자를 감행할 생각이었다. 그라고 돈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다. 몇 억정도는 아깝지 않지만 그 단위가100억 1000억으로 늘어나면 좀 부담스럽긴했다. 한달 수입이 3000억이고, 1000억이면 그 수입의 1/3이나 되는 셈이니까. 윤석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 문제는... 역시 금액이겠지. "

" 그렇지. 단순히 세금이라 생각해도 1200억인데. "

3억원 초과시 종합소득과세 기준이 수익의 38퍼센트다. 3000억의 38퍼센트. 대략 1200억정도 된다. 민혁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계속해서 고민했던 것을 입 밖으로 끄집어 냈다.

" 아니면... 우리는 새로운 과세제도를 건의할 수도 있다고 봐. 세상에 월 순이익이 3000억이 나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 그것도 시작단계에서. 전세계인을 상대로, 그것도 온라인상으로 물품을 파니까 얻을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 3000억이야. 이 정도면 뭔가 좀 수를 부려도 되지 않겠냐? "

" 예를 들면? "

" 우리가 미국에서 산다쳐봐. 기본과세 38프로에 주당 세금이 따로 붙어. 뭐... 없는 곳도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7~9프로 정도는 붙는다고 보면 돼. "

" 근데? "

" 우리는 법 38퍼센트의 세금을 정당하게 납부함과 동시에 일정액. 그러니까 예를 들어 한 달 100억. 대중들이 입을 떡하니 벌릴 정도의 고정액을 일정 계약기간동안 기부 형식을 빌어 내는거야. 퍼센트보다 그게 훨씬 더 이득일걸? 지금 금액의 2프로라면 60억이지만 지금 추세로봐서는 2프로가 100억을 초과하는게 그리 멀지 않을 거 같거든. "

게다가 김의원에 말에 따르자면 38퍼센트가 아닌 33퍼센트 정도까지 낮추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단다. 물론 대중들에게 발표는 안 되겠지만.

윤석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수틀리면 이민을 가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이미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느 나라들도 조사해놓았다. 심지어 카타르 같은 경우는 세금이 0퍼센트다. (물론 카타르는 워낙에 부유국이라 돈으로 어떻게 하기에는 힘들지만) 어쨌든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매달 수십에서 수백억을 절약할 방법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세간의 욕이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세금 탈피를 위해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민갔다. 유토매니아쯤 되는 거대기업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그랬다간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윤석과 민혁은 고민을 거듭했다. 한 두푼이 아닌 일이라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윤석이 말했다.

" 나 간다. "

" 어딜? "

" 유토피아. "

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꿈과 희망에 부푼 3P냐? 넌 진짜 주랑이 보기 미안하지도 않냐? "

" 주랑이도 야동은 마음대로 보라던데. 어차피 둘다 NPC라고. 너 야동보는 것가지고 뭐라 그러지마라. 남자 가오상하게. "

퍽이나 멋진 곳에 '가오'를 갖다 붙인다. 하고 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윤석은 유토피아에 접속했다. 윤석이 사무실에서 빠져나가고 나서, 민혁은 방문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 머리 아파서 조금 쉬고 오겠다고 말하면 될 걸 꼭 삐딱하게 야동이니 뭐니 지껄여요. 정 떨어지는 놈. "

============================ 작품 후기 ============================

현재 노후화된 F-16 전투기

→ 미래로 설정되어서 노후화된 기종으로 썼습니다. 아직 F-16은 꽤 훌륭한 기종이죠.

4세대 최강의 (동북아) F-15K를 5세대의 F-35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 유로파이터도 조건이 괜찮은데... 전 일단 그냥 F-35로 썼습니다. 이 소설은 전쟁소설도 아니고 그냥 '윤석이물'! 별로 중요한 거 아니라서... 다른 조건은 둘째치고 다음 F-X사업 기종 중 가장 비싼 F-35로 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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