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6 남자는 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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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미지가 좋아지는건 힘든데 나빠지는 건 한순간이다. 한번 까딱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 쉬운 예로 동반성장위원회의 경우를 들 수 있겠다.
동반성장 위원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사회적 갈등문제를 발굴, 논의하여 민간부문의 합의를 도출하는 동반성장 문화확산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 위원회다. 이 동반성장위원회의 책임자가 공문에 청첩장을 끼워넣어 대기업 임원들에게 뿌렸다가, 그 것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어 자진사퇴까지 한 사례도 있을 정도다. 청첩장을 돌리는 건 어떻게보면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사회적신분이 있고 그렇다보니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었었다.
어쨌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 혹은 기업은 뭐 하나 삐꺽 거리면 욕 먹기 쉽상이다. 그래서 모든 행동, 말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유토매니아는 졸지에 돈을 팔고 빼앗는 악덕 기업이 되어버렸다. 민혁이 인상을 찡그리고서 말했다.
" 근데 웃긴건... 거래량은 여전히 증가추세라는거지. 결국 지껄이는 놈들은 지껄이고 살 놈은 산다는 뜻인데... "
확실히 그랬다. 비난여론이 이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거래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여론과 실적은 지금 어떠한 상관관계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간만에 회사에 출근한 윤석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 그래도 이 헛소문을 잡긴 잡아야할텐데. 괜히 욕먹으니까 슬슬 짜증나."
" 경쟁업체라든가... 아오씨...어떤 미친놈이 이딴 짓을 벌인거야? 유토피아에 연락해서 NPC들 대거 투입시켜서 보안 강화시키면 안된다냐? 경비 NPC들 있잖아. 너 얘기는 해봤어? 이 사장놈아. "
" 해보기야 해봤지. 날 너무 놀고먹는 사장으로 몰아가지 마라. 안 그래도 여론 나쁜데 너까지 그럴거냐? "
유토피아에 연락을 안해본 건 아니다. 윤석은 유토매니아의 대표의 자격으로가서, 유토피아의 부장과 직접 얘기를 나눴었다. NPC를 대거 투입해서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건의했으나 건의는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어쌔신 역시 정당한 클래스이고, 정당한 행위를 막을 수는 없단다. 그 정당한 행위는 유저들에 의해 바로잡혀야하며 세 대륙의 NPC를 한 곳에 모아놓는 행위는 유토피아의 '대전제'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단다. 이를테면 얼스의 NPC가 판캐를 건드리면 판타리아의 NPC가 가만히 있지 않고, 판타리아의 NPC가 무캐를 건드리면 중원의 NPC가 가만히 있지 않는단다. 그건 제일 기본적인 시스템이고 대전제라서 어떻게 건드릴 수가 없는 부분이란다.
" 일단 말은 그렇다는데... 좀 의심스럽긴 해. 일부러 이런걸 조장하고 있는건 아닌지. 솔직히 대전제고 나발이고 며칠정도 시간투자해서 패치하면 될 거 같긴 하거든."
" 패치가 그렇게 쉽냐? 진짜 간단한 패치 하나 하려고해도 몇날 며칠은 걸리는데. 특히 유토피아는 뭐 패치든 업데이트든 하려면 최소 한달은 계획 잡고 뭐하고 해서 해야한다더라. 시스템이 엄청 복잡한가봐. "
" 하여튼 거기서 NPC를 투입하는 건 안된다더라. 그니까 좀 의심이 생기는 거야. 일부러 방관하는 것 같잖아 꼭. "
" 이걸 조장해서 유토피아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뭔데? "
그것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유토매니아를 모함해서, 유토피아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뭔지 모르겠다. 민혁이 말했다.
" 유토피아의 술수는 아닐거야. 아이씨... 어쨌거나 이건 뭐 일단 조금만 미루고, 오늘 약속 잊지는 않았겠지? "
" 알아. 인마. "
사실 어제 주랑과 통화를 한 덕분에 기억했다.
" 다행이네. 정도를 지나치게 벗어난 멍청이는 아니라서. "
오늘은 유토매니아의 설립 이래로 가장 큰 거물이 방문하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윤석도 정장을 빼입고 출근했다.
" 슬슬 시간 됐는데... "
" 나참. 우리가 많이 크긴 했나보다. "
일평생 살아가면서, 선거유세때를 제외하고 언제 국회의원을 한 번 만나보겠냐 싶다. 그것도 저쪽에서 정중하게 먼저 부탁해왔다. 한달 수익이 현재 3000억에 육박하며 앞으로 더욱 그 덩치를 불릴 것이 분명한 유토매니아다. 단순히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하고 있는 기업이다.
윤석이 언제나 강조했듯 동시접속자 5억이 한달에 만원만 현질을 해도 5조원이 생긴다. 게다가 이번에 다수정예회가 유니온의 이미지를 깎아먹으면서까지 필사적으로 협상을 성공시켜 코드 취득량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여태까지는 '탄생성 스킬포토'를 1000장과 배틀필드 스킬포토 하나를 묶어 패키지로 팔았다. 그렇게 50억개를 팔면 5조코드의 이득이 생긴다. 거기에 마력탄 생성스킬포토와 배틀필드 스킬포토 10억개를 팔아 3조의 손해를 보고, 결국 남는 이익은 2조 코드. 거기서 세금을 50프로 징수하고 다시 다수정예회와 5:5로 나누어 결국 윤석의 손에 남게되는 건 한달에(게임 시간으로) 5000억 코드가 된다.
그런데 다수정예회에서 어떤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패키지의 단가를 올리는데 성공시켰다. 윤석은, 이 얘기를 할 때에 박부장의 표정이 무척 썼다는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수정예회에서도 꽤나 큰 출혈을 감수했을 거라고 막연하게 예상했다. 그것 뿐만 아니라 계약자체를 비밀거래에서 일반거래로 전환하게 되면서 수수료를 20퍼센트나 절감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달에 들어오는 코드 수익이 한달에 10조다. 게임시간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힘들고 가늠조차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수익이 떨어지는 거다.
" 많이 컸지. 우리가 현금화를 못해서 그렇지 코드로만 따지면 월수익이 30조가 넘는데. 1년이면 무려 3600조라고? 어마어마한거지 진짜. 삼성전자가 연매출이 200조인데. 순익말고 매출이. "
현금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유토매니아가 창설된 이래로 코드의 현금화는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 100억 수준이다. 한달에 30조를 벌어들인다쳐도 결국 실제로 현금화되는 건 겨우 1퍼센트 정도밖에 안된다는 뜻이다. 윤석이 물었다.
" 지금까지 쌓인 코드가 얼마라고? "
" 대충 14조쯤 될 걸. 정확한 건 확인 해봐야 돼. "
" 이걸 어떻게 현금화 하느냐... 그게 문제네. "
" 그렇지. 이제 수수료도 덜 떼고 스킬포토 판매 수익도 늘어나면서 코드 쌓이는 속도도 엄청 빨라질건데... "
지금까지 쌓인 코드도 제대로 다 처분하지 못했다. 물론 다 처분할 필요는 없다. 유토피아는 이미 또다른 세상이고 그 곳에서의 부자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현실보다 유토피아를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많을 지경이다. 그러나 윤석은 코드보다는 현실의 돈이 더 좋았다.
" 야 민혁아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거든. "
" 좋은 생각? "
" 어. 솔직히 우리 코드는 남아돌잖아. "
" 근데? "
" 코드로 홍보하면 어떠냐? 판캐랑 무캐 좀 고용해서 현실이 아니라 유토피아 내에서 광고를 때리는거야. 어차피 쓰는거 팍팍 써서 홍보 확실하게하면 현금화 속도가 더 빨라질 거 같은데. 지구 반대편에서도 거래하러 달려들테니까. 세계를 상대로 하면 한달 몇 조씩 버는 것도 꿈은 아닐 거 같은데. "
'5억명이 한달에 만원만 현질을 해도 5조원이다.' 라는 것을 모토로하여 윤석이 지난 며칠간 머리를 굴리고 굴려서 짜낸 생각이다. 앞으로 현금이 더 필요하게 됐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 안녕하십니까. 김공진입니다. "
바로 국회의원과 만남때문이었다. 여지껏 유토매니아는 언론조작을 위해 꽤 많은 돈을 쏟아부었고, 국회의원들에게 뇌물도 많이 먹였다. 사회적선행도 많이 베풀었고 덕분에 기업이미지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기업이미지가 직접적으로 밥 먹여주는 건 아니었다.
예전부터 계속 얘기되었던 게임관련 법 제정. 유토피아는 하나의 사회현상이었고 '게임을 하면서 얻은 이득'에 대하여는 높은 세율을 적용시키자는 주장이 여러차례 재기되었었다. 이번엔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면서 얻은 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무려 70퍼센트나 뗀다는 조항이 통과됐다.
몇가지 세부사항이 있기는 있었다. 500만원 이하는 일반세금과 똑같고, 500만원~1000만원은 33퍼센트. 1000만원 이상은 43퍼센트.. 5000만원 이상은 53퍼센트. 1억 이상은 70프로. 말도 안 되는 조항이다. 1억 이상 70프로라는 조항은 윤석과 몇몇 유니온들을 노린 조항일 것이 틀림없었다.
처음의 만남은 제법 순탄한 분위기였으나,
" 저는 그거 못 냅니다. 70프로요? 그건 도대체 어떻게 나온 규정이죠? 제가 1억벌면 7천만원이 세금이라고요? 제가 한국인인건 맞는데 그렇다고 애국심 투철한 애국용사는 아니거든요. 70프로 그거 내느니 미국가서 떵떵거리고 살랍니다. 시민권 취득? 그거 별로 안어렵거든요. 지금 저희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월 3000억입니다.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제가 그런 세금을 내고서 이땅에 붙어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
말이 길어지자 분위기는 그리 화기애애하지 못했다. 국회의원 김공진을 수행하는 수행원이 옆에서 발끈했다.
"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
" 뭐가 지나친데요? "
" 이 분은 국회의원이십니다. "
" 근데요? 국회의원인데 제가 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틀린 말 했어요? 세금 70프로? 그게 법입니까? 제가 유토매니아를 설립하는데 나라에서 뭘 해줬는데요? "
여태까지 처먹은 뇌물만해도 수십억은 되잖아 이 새끼들아. 윤석은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 대답해봐요. 그쪽 분은 세금 몇프로 내요? 그쪽 먼저 70프로 한 번 내볼래요? 기분 안 나쁠 거 같아요? 법이 딱 우릴 노리고 만들어진다는데 기분 안더러우면 그게 인간이에요? "
" 그래도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십니다.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십니다. "
" 부모님 살인자 앞에두고서 예의 운운할 아저씨네. "
윤석이 비아냥거렸다.
" 그거랑은 경우가 다르지 않습니까? "
" 달라요? 10억때문에 살인이 일어나는 세상이에요. 근데 유토매니아 월 순이익이 얼만지 알아요? 3천억이거든요. 인건비다 뭐다 다 빼도 3천억이 남는다고요. 그거에 70프로? 2100억? 손에 칼만 안들었지 순 날강도잖아요. 내가 2100억 바칠테니까 어디 다른나라 국적 달라하면 안 줄 거 같아요? 제가 예의를 갖추길 원한다면 예의를 갖출 수 있는 대화를 해주시겠습니까? "
윤석이 대놓고 인상을 찡그렸다. 일부러 더 그랬다. 사실 수행원한테만 화가난 게 아니었다.
' 잠자코 닥치고 있겠다 이거지? '
국회의원이라길래 좀 대단한 놈일줄 알았다. 일부러 약속을 잡고 찾아왔다는 건 세금 70프로 이면에 또 어떠한 것을 약속해주기 위해서 온 건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수행원이 옆에서 발끈하는데도 잠자코 보고만 있었다. 수행원이 국회의원보다 높을 리 없다. 조용히하라고 한마디만 하면 금방 조용해진다.
그 말을 달리하자면 국회의원이란 놈은 이 쪽을 만만하게 보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찔러나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윤석의 말투가 더욱 삐딱해졌다.
" 국회의원이 말하면 아 예... 아예... 죄다 들어야합니까? 굽신거려야 합니까? 기분 나빠서라도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네요. 오늘부로 유토매니아는 해외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
그 말이 떨어지고나서야, 김공진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 잠시만요, 김윤석 사장님. "
" 아뇨. 전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요. 70프로든 80프로든 마음대로 때리세요. 법이 적용될 때 쯤 전 여기 없을테니까. VIP 대우 받으면서 어디다른 곳에서 떵떵거리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죠. "
윤석의 말을 끝까지 들은 김공진이 넉살좋게 웃었다.
" 자자. 그러지 마시고... 제가 그저 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으면 굳이 이렇게 사장님을 직접 뵙자고 했겠습니까? 자자. 진정하세요. "
국회의원이지만 한 수 접어줬다. 사실 70프로의 세금을 떼는게 가장 최선책이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적었다. 막말로 김윤석이 어디 다른 나라로 이민간다고 하면 반길 나라 널리고 널렸다. 한국은 김윤석을 잡아야한다. 일단 김윤석의 입장은 떠봤다. 김윤석은 강경했다. 강경한 태도로 봤을 때 자신의 힘과 능력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쉽게쉽게 어르고 달래기는 글렀다.
' 하기야 나 같아도 그딴 법이 있으면 이민가고 말지.'
찌르기는 해봤으나 역시 실패다.
' 단순 찌르기는 이 정도면 족해. '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 진짜 본론을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김사장님께도 도움이 되는 얘기입니다. "
윤석이 대답했다. 칼같이 말을 잘라버렸다.
" 싫은데요? "
윤석의 반응에 김공진은 정말로 당황했다.
" 여태까지 찌를거 다찔러놓고 아랫사람이 함부로 나서는것도 다 묵인하고나서, 이제 본론 시작하겠다 말씀하시면 거기 제가 따라야 됩니까? 정말 제멋대로군요. 대단히 마음에 안듭니다. "
============================ 작품 후기 ============================
연참 불가.
요즘 너무 바쁩니다 ㅜㅜ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도 좀 있고...
연참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저를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