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1 비장한 최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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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최후는 가슴을 탕탕쳤다. 저만 믿으세요. 라면서 자신감을 표현했다. 스스로 남자답다고 생각될 법한 모양새로 매우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제가 광역딜 위주로 스킬트리를 올려놔서 현캐 쓰는데는 거의 탑이거든요. "
화염계법사는 데미지가 강하다. 다른 것보다도 '딜'에 특화된 법사인데 그 중에서도 광역딜을 위주로하는 '사냥용 법사'와 PK를 위주로하는 PK법사로 나눠진다.
" 우와... 그렇군요. "
수희는 감탄하는 척 했다.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 오케이. 너 광역딜. 땡큐베리 감사다. '
참고로 수희는 PK법사다. 광역딜 법사에 비해서 사냥효율성을 낮지만 PK에선 훨씬 유리하다. 즉, 1:1로 싸우면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비위를 맞춰주었다. 최대한 방심하게 해놓고 뒤에서 후려치는 건 승리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여주니까.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면서 은근슬쩍 정보도 캐냈다.
" 우와... 화탑 히든 마법 진짜 데미지 장난 아니라던데... 우와. 진짜 대단해요. 혹시 쿨타임도 길고 그래요? "
" 쿨타임이...음 제일 큰 마법은 좀 길어요. "
" 우와! 몇 분 정도 되는데요? "
그랬다가 수희는 가증스럽게도 연기를 펼쳤다.
" 아니.. 죄송해요. 너무너무 궁금해서 그만 실례를 저질렀지 뭐에요. 이런 거 물으면 안 되죠? "
하지만 무척이나 궁금한 듯, 무척이나 아쉽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마탑의 법사들을 사냥하고 있는 샤무에게는 작은 거 하나하나가 다 정보다. 수희는 물으면 안 되죠? 하고 말하면서도 아쉬운 티를 팍팍 냈다. 적어도 유토피아 내에선 손에 꼽히는 미모를 자랑하는 수희가 그러한 태도를 보였고 결국.
- 사실 큰 거는 5분 30초정도 걸리고... 작은 건 2분 정도 걸려요.
귓말이 왔다. 그리고 비장한 최후가 말했다.
" 죄송해요... 이런 건 비밀이라... "
뒷통수를 긁적거리면서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너는 특별한 존재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못해도 너한테는 말해준다. 라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렇게 큰 비밀도 아니다. 일부러 티내려고 귓말로 하고서, " 죄송해요. 이런 건 비밀이라. " 라는 말은 일반채팅으로 했다. 일종의 허세다. 그는 수희의 눈치를 살폈다.
' 이만하면 감동할만 한데...'
그는 오늘 현캐를 쓸고나서,
' 경험은 별로 없을 것 같긴해도... 맛있겠어. '
수희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차있었다. 뇌용량의 90퍼센트가 수희와의 섹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나머지 10퍼센트는 마탑퀘스트에 대한 생각이었다.
' 마탑퀘스트도 뭐 별 거 아니네. 30명 죽이는거야 뭐. 껌이지. '
얼스의 NPC를 죽이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놀라 까무러칠 뻔 했다. 얼스의 NPC와는 싸우면 안 된다. 그건 100퍼센트 실패하는 퀘스트다. 그런데 다행히 NPC가 아니었다. 그저 얼스인이면 된다. NPC든 유저든 상관 없다는 뜻이고 당연히 유저만 죽일거다. 요즘 현캐가 많이 늘어서 30명쯤 잡는 건 일도 아니다.
마탑퀘스트도 수행하고, 덤으로 미소녀도 따먹고. 게다가 현캐들한테서 금품도 빼앗고. 오늘은 참으로 복 받은 날이었다.
'비장한최후'가 말했다.
- 지금부터는 파티채팅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사실 파티채팅으로하나 그냥 육성으로하나 별로 상관없다. '비장한최후'가 자신의 리더십을 뽐내기 위해 일부러 파티채팅을 주도했을 뿐이다. 명목상 파티장인 포르쉐가 고개를 갸웃했다.
- 이상하네요. 그새 현캐 숫자가 줄었나... 별로 없네요.
- 별로 없는게 아니라 아예 없는데요?
- 흠... 그러게요. 어째 현캐가 안 보이네요?
그런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3^%$ "
얼스의 비기너 시티 쪽이 아니었다. 방금전까지 걸어왔던 길. 그러니까 비기너 시티의 반대편 쪽이다. 등 뒤에서 들려온 그 소리에 전원이 즉시 몸을 돌렸다. 언제 나타난 건지는 모르겠다만, 현캐다. 그것도 하나.
' 현캐 하나? '
현캐는 만만하다. 그런데 한명밖에 없다. 그 즉시, 파티장인 포르쉐가 앞으로 나섰다. 죽이진 않더라도 일단 활동불능 상태까지는 만들어놓기로 했다.
" 무슨 배짱이냐! "
달려나가는데, 현캐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허공에 빵! 하고 권총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해보였다.
그와 동시에 풀썩.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만 들려온 게 아니다. 가장 먼저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이동한 포르쉐다. 명목상 파티장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실력과 결단력은 훌륭한 편이었다. 그러나 그 결단력은 지금 상황에선 그의 목숨을 빼앗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못했다. 그 황당한 결과를 마주한, 시체가 되어버린 포르쉐가 망연자실 중얼거렸다.
" 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현캐가 또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가증스럽게도 씨익 웃고 있었다.
" 개수작 부리지마! "
아까는 어떠한 술수가 분명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다고해서 누군가 죽을 리가 없다. 그건 상식이다. 그 어떤 히든클래스라고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 젠장! 도대체 뭐야 이게!
현캐가 손가락을 "피융!" 소리를 내며 튕기자 또 누군가 즉사했다. 즉사한 시체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수희도 두 눈을 꿈뻑거렸다. 사실 처음엔 수희도 놀랐다. 그랬다가 이내 상황을 깨달았다.
' 저격... 하고 있는거야? '
그렇게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 이건... NPC의 저격이라는 거야? '
그렇게 생각하면 설명이 된다. NPC가 어디선가 저격을 하고 있고 결국.
' 결국 똥폼이네 그냥. 완전 사기꾼. '
아주 꼴깝을 해요. 와 28살 먹은 아저씨가 유치해서는 와 왜 저런대? 속으로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움찔하고 '비장한최후'의 뒤에 숨었다. 비장한최후는 이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적어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다.
수희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에게 속으로 사기꾼이라 욕했지만 그녀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연기했다.
" 무, 무서워요. "
" 걱정마세요. 제가 있으니까요. "
응. 그래서 더 걱정이야 멍충아. 너 오빠한테 딱 찍혔다. 잘가 빠이빠이. 넌 내가 조금 있다가 확실하게 죽여줄게.
" 진짜진짜 고맙습니다. 덕분에 안심이 돼요. 너무 멋져요. "
립서비스한다고 돈 드는 거 아니다. 안심도 시킬 겸. 농락도 할 겸. 칭찬해줬다. 미인의 칭찬을 받은, 스스로 매우 남자답다 생각한 '비장한최후'가 자못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 이래봬도 제가 마도사입니다. "
으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 수희는 동경의 눈으로 비장한최후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한껏 힘을 얻은 비장한최후는,
" 적은 한명 뿐 입니다! 전사가 먼저 캐스팅할 시간만 벌어주세요. 제가 바로 사살하죠. "
뒤로 빠졌다. 전사클래스도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저 이상한 방법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서 나가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원래 마법사라는 클래스 자체가 뒤에서 딜을 먹이는 역할이지 앞에서 몸빵을 하는 클래스가 아니다. 그건 상식이다.
무려 마도사인 그의 말에 전사들이 힘을 얻었는데.
" 탕. 빠빠이. 타다당. 빠빠이. 탕! "
윤석이 또다시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냥 한 번 가리킨 게 아니고 양손으로 권총을 난사하듯 타당! 탕! 타다당! 탕! 탕! 육성으로 총성을 표시하며 손을 흔들어댔다.
" 으악! 뭐야 이게! "
그 누군가는 또다시 시체로 변해버렸다. 난데없이 시체로 변한 전사 하나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딴건 사기라고! 1주일이나 접속을 못하는게 말이 되냐고! 이딴게 어딨냐고 씩씩댔다. 윤석이 피식 웃었다. 시체가 무어라무어라 쫑알대긴하는데 그의 입장에선 그래봤자 개소리정도로밖에는 안 들린다. 아예 해석이 안 되니까.
별 거 아니다. 노딜레이 스킬포토를 활용한 저격샷이다. 노딜레이가 있으면 스나이퍼들이 딜레이를 갖지 않는다. 스킬포토로 만들면 '노딜레이'쿨타임도 없다.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다음은 누구로 할까나. "
윤석이 씨익 웃으면서 누군가를 가리키자,
" 흐익! "
그 누군가는 얼른 뒤로 빠졌다.
" 그럼 너로 할까? "
또 다른 누군가를 가리키자,
" 흐익! 해, 행복한! "
그 누군가도 뒤로 빠졌다. 장난기가 돈 윤석은 손가락으로 한 명씩 가리키면서.
" 누가 누가 좋을까. 알아맞춰보세요. 딩동댕. 척척박사님. 딩.동.댕! "
하고 누군가를 가리켰고 그 누군가는 뒷걸음질 쳤다.
" 동! "
마지막으로 가리킨 그 순간에, 전사가 풀썩 쓰러졌다. 시체로 변한 전사가 울분을 토했다. 뭐 이딴 개같은 경우가 다 있어! 라고 외쳐댔다. (물론 언어순화시스템에 의해 곧이곧대로 들리지는 않지만) 윤석은 판캐의 마법사가 마법영창을 외우듯 한껏 진지한 태도와 엄중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외웠다.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고추. 고추는 매워. 매우면 싸대기. 싸대기는 아파. 아프면 첫 경험. "
윤석이 뭐라고 지껄여도 판캐에겐 들리지 않는다. 윤석이 헛소리를 하는 모양새가 마치 무언가 커다란 것을 준비하는 듯 보여 판캐들은 긴장했다. 마법주문을 외우는 것만 같다. 비장한최후가 소리쳤다.
" 젠장! 빨리 거리 좁히라고요! 지금이 기회라고! "
무언가 큰 것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이 곳에 모인 유저중 최고수인 비장한최후의 말에 다시금 힘을 얻은 전사클래스 유저들은 달려나갔다. 그와 동시에 윤석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외쳤다.
" 주랑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
포가 발사한 플레임이 떨어져내렸다. 포가 플레임을 발사함과 동시에 옆에 있던 구카스텐이 고스트필드를 펼쳤다. 거의 한치의 오차도 없었고 비장한최후는 이 곳에 고스트필드를 사용한 NPC들이 잠복중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처음 말한대로 수희와 비장한최후만 남았다. 시체들이 울분을 토해냈다. 억울하단다. 윤석이 손바닥을 탁탁 털면서 씨익 웃었다.
" 자. 그럼 이제 메인 이벤트를 시작해보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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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남은 설날. 새해복 많이 받으시구요.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추천,코멘,쿠폰 주시는 독자분들 늘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갑은 엄청나게 가벼워졌군요.빳빳한 신권 총알 30장 준비했는데. 어딨지 내 총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