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75화 (75/244)

00075  마도사와 마탑 퀘스트. 그리고 준장과 군 퀘스트  =========================================================================

* * *

윈텔은 확신했었다.

일단 길을 만들어주었다. 열을 사용한 마나석을 설치해서 틈을 주고, 이 쪽으로 유인했다. 그리고 이 쪽은 널부러진 모습을 보였다. 이 두가지 조건이면 반드시 쳐들어올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거기엔 허점이 있었다. '길을 만들어 주었다' 라는 건 허점을 보였다는 뜻인데 과연 상대가 그 허점에 속아 줄 것인가. 라는 의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일부러 '허점'을 보였는데 거기에 더해 다들 널부러져 있다. 라는 건 상대로 하여금 더욱 더 함정임을 의심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건 그랬다.

' 오히려... 피해가 적었어. '

그러나 괜찮았다. 어차피 마도사들은 NPC다. 그녀는 NPC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지도 않았고 애초에 몇 명쯤은 내주면서 얼스의 군인들을 끌어당길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얼스의 공격에 의해 마도사 넷이 죽었다. 그에 비해 군 NPC들의 피해는 단 한명 뿐. 그것도 죽은 게 아니라 활동불능상태에 빠져들었을 뿐이다. 전력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이다. 결국은 목적한 곳까지 왔다.

그녀가 생각했던 함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단순한, 1차원적인 작전이었다. 길을 보여주고 그 길을 따라 들어오면, 결국 이 오아시스 근처까지 올 거다. 오아시스 근처엔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마도사들의 힘을 빌고 마나석의 힘까지 응축시켜 만든 'Authectimula' 를 발동시킬 준비를 미리 해놓았다. 설치하는게 굉장히 까다롭고 어렵지만 위력하나 만큼은 확실한 고위마법이었다. 이쪽에서 커다란 마법을 발동시키면 현대에선 트랩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오히려 가까이 접근할거라는 것 까지는 예상했다. 마법이 사라지고 나서, 결국 그녀의 생각대로 -적어도 이 순간까지는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갔다고 생각했다- 얼스군은 가까이 접근했다.

" 드디어 걸려들었어! 발동 시켜! "

현캐들이 방심을 한 게 분명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 왜 발동을 안 해! "

마법 발동을 위해 후방에서 대기중일 것이 분명한 굴리안을 쳐다봤다.

" 굴리안...? "

그런데 굴리안은 이미 시체로 변해있었다.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 이럴...수가... "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방금전까진 분명 살아 있었다.

" 누구라도 좋으니까 가서 빨리 발동시키란 말이야! "

그녀는 할 수 없다. 기본적 마나 자체가 딸리고, 그 것을 구동할 만한 실력이 되지가 않았다. 마탑의 마도사들(NPC)쯤은 되어야 구동할 수 있는게 바로 'Authectimula'였다.

윤석은 당황해하며 소리를 버럭 지르고 있는 그녀를 한 번 살펴봤다. 일단 키는 무척 작았다. 로브를 입고 있어 몸매는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쯤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얼굴이야 유토피아다보니 기본적으로 예쁜 축.

' 분명 누군가를 닮긴 닮았는데... '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냥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때문에 뭐랄까, 죽이기가 껄끄러웠다.

' 죽이는게 맞긴 맞는데... '

이상한 기분이다. 죽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육감이라고 해도 좋고 단순히 그냥 잡생각이라고 해도 좋았다.

' 예뻐서 그런가? '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나이는 무척 어려보였지만 그래도 예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 아니... 이유는 잘 모르겠어. '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든 윤석의 명령은 유효적절했다. 소총수들이 접근해서 난사할 때, 윤석은 후방에 빠져있던 마도사 하나를 발견했었다. 그래서 스나에게 저격을 명령했다. 스나는 어김없이 저격을 성공시켜 그 마도사를 한 큐에 죽여버렸다.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뒤에 빠져있는 것이 수상해서였다. 너무 대놓고 뒤에 빠져 있었다.어쨌든 저격은 성공리에 끝났고 저쪽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여자는 그 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듯 싶다.

만약 윤석이, 윈텔이 내린 명령을 들었다면 정말로 어처구니 없어했을 것이다. 명령이라함은 상관이 부하에게 내리는 직무적인 지시를 뜻하며 그 명령은 간결하고 구체적이어야한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빨리 가서 발동시켜. 라는건 군필자인 윤석의 입장에선 도저히 명령 축에 낄 수가 없는 명령이었다. 구체적으로 누굴 짚어내 뒤로 빠지게 하고, 제대로 뒤로 빠질 수 있도록 다른 마도사들이 엄호를 하게 했어야 했다.

마도사들이 그 '허접한' 명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할 때에 군인들은 윤석의 명령을 착실히 이행했다. 마도사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NPC간에도 격차가 컸다. 앞서 설명했듯 판타리아와 중원의 '강한 NPC'는 집구석에 틀어박혀 잘 나오지 않지만 얼스의 강한 NPC는 직접 전장을 뛴다. 그 차이가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

" 포기해 꼬맹아. "

어차피 저쪽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아름다우신 분이라고 말을 하나 이 년아, 라고 말을 하나 꼬맹아라고 말을 하나 어차피 안 들린다. 여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윤석의 명령대로, 여자 한 명만 살려놓았다. 윤석은 여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 이건... 말도... 안...돼... "

윈텔은 풀썩 주저 앉았다. 망연자실한 듯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마도사는 이 주위에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저 쪽은 무려 10명이 넘어 보인다.

" 유...저? "

윈텔은 멍하니 윤석을 쳐다봤다. 현대의 군 NPC 사이에 유저가 한명 끼어 있었다.

" 유저가... 얼스에...? "

윤석은 인상을 조금 찡그리고서 여자를 쳐다봤다.

' 저쪽도 죽거나 하면 마도사 자격이 박탈 되는 건가? '

그렇다면 저 모습이 이해가 된다. 모르긴 몰라도 엄청나게 고생해서 마탑에 소속되었을 거다. 그런데 퀘스트 실패로 퇴출된다면, 좀 더 정확히 말해 사망처리 된다면 그만큼 억울할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싶다.

윈텔은 주저앉은 채 흐느꼈다.

" 살려 주세요. "

그 모습이 불쌍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것보다도 오히려 신경 쓰이는게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느꼈는데 이 상황이 낯설지가 않다. 저 얼굴이 눈에 익다. 그게 윤석을 자꾸 갈등하게 만들었다. 죽여? 살려? 그 스스로도 바보같다고 생각은 했다. 어차피 게임이다. 죽여버리면 그만인데 왠지 그럴 수가 없었다. 윈텔은 무릎걸음으로 기어와 윤석의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네?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요. 제발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단 말이에요. "

윤석은 인상을 찡그렸다.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 같기는 한데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는 않는다 윤석에게는 판타리아인의 말이 들리지 않으니까. 굳이 표현해보자면 ' ^##%^@&@@ '다.

" 뭐라고 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

윤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손바닥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윈텔은 무릎을 꿇은 상태로 두 손을 싹삭 빌면서 고개를 땅에 박았다.

' 아놔... 갈등 때리게 진짜... '

가까이서보니 중학생 정도로 보인다.

' 어차피 소탕이야... 뭐. '

윤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가서 소탕 제대로 했다고 보고하면 된다. 이번 퀘스트의 경우는 ' 몇명 사살 00명/00명 ' 이란 식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그런 경우는 실제 구체적으로 몇 명을 잡아 죽여야하는지가 할당되는 퀘스트인데 이번 퀘스트는 말 그대로 소탕작전이었다. 소탕했다고 가서 보고하면 된다. 문제라면 다른 NPC들인데.

" 스나. 소총. 포. "

예. 하고 지목을 받은 세 귀속 NPC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 지금부터 막사를 지켜라. "

예. 동시에 대답이 튀어나왔다. 윤석이 느끼기에,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스나의 대답은 다른 NPC보다 조금 느린 것 같았다.

구카스텐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 구카스텐. "

" 예. "

" 막사 안으로 아무도 들이지 말고, 적의 지원이 있을지 모르니 경계태세를 확실히 해. "

"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준장님은...? "

구카스텐이 눈치를 살피자 윤석이 씨익 웃었다.

" 전리품을 획득해야지. "

스나의 몸이 아주 조금 움찔했다. 그러나 정말 아주 잠깐이라 윤석은 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구카스텐은 의외라는 듯 윤석을 한 번 쳐다봤다가 이내,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 판타리아에 대한 정보를 캐내겠다. 내겐 방법이 있어. 그리고나서 내가 직접 사살하겠다. "

" 예, 알겠습니다. "

윤석의 명령에 따라 소총. 포. 스나가 막사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구카스텐이 입구에 섰다. 나머지 군인들도 주위를 경계할 수 있는 상태로 서서 사주경계를 시작했다.

윤석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매우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흐흐흐- 웃고는 주저앉아, 울고있는 여자의 허리를 감싸안고 일으켜 막사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구카스텐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 저런 어린애가 취향이셨던가. "

그와 가까이 있던 거한 포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 나는... 매우... 부럽...다... "

그리고.

" 긁...적...긁...적. 나는... 목을... 긁는다. 부러...워서..."

말한 뒤 매우 느릿느릿한 몸동작으로 목도 긁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했다.

" 매우...아름다웠...다. 마치... 아침...같군... 나의 거시기..."

그리고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군복 바지. 다리 사이가 사람팔뚝을 하나 넣은것 마냥 부풀어 올라 있었다.

구카스텐이 씨익 웃었다.

" 앞으로는 안졸리냐졸려 준장님의 뒤를 따라 다녀야겠어. 콩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

부대는 지휘관에 따라 그 분위기나 규범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전쟁을 하고서 적의 물품을 강탈하는 것과 여자를 취하는 것을 전리품 획득으로 치는 지휘관이 있는 반면, 그런 걸 엄격히 규제하는 지휘관이 있다. 어차피 판타리아인에 대해서는 대륙의 적이자 '인간 이하'로 생각하는 NPC들이다. 강간을 하든 살인을 하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구카스텐이 말했다.

" 스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

스나가 움찔했다.

" 아무것도 아닙니다. "

" 경계를 철저히 해. "

" 예. 알겠습니다. "

막사 안에선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신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 나의... 고추가... 점점...커진다... 신비...롭다. "

포의 그것도, 신비하리만치 커졌다. 스나의 어깨에 메인 저격총이 이상하게도 파르르 떨리며 딸깍딸깍거렸다. 야릇한 신음소리가 계속해서 커졌고 스나의 저격총이 우는 소리도 점점 커졌다.

============================ 작품 후기 ============================

아청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전 순수하니까요.

그래서 차기작은 침대위의 지배자로 결정 벌써 13편까지 썼다는...

새벽에 한편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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