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72화 (72/244)

00072  마도사와 마탑 퀘스트. 그리고 준장과 군 퀘스트  =========================================================================

* * *

윤석은 고스트필드를 펼쳤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스트필드' 스킬포토를 구카스텐이 사용하게 만들었다. 구카스텐은 참모형 장교. 계급은 대위이며 M/P가 무려 150만에 이르는 괴물이었다. (다만 H/P가 30만으로 매우 낮았다.)

덕분에 윤석은 마나 소모의 걱정 없이 고스트필드를 유지한 채 이동할 수 있었다. 이따금씩 샐리스트가 키기긱? 키기긱? 이상한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이쪽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공격을 하면 바로 풀리는 고스트필드지만 은신에는 무척 효과적이었다.

사막지대를 계속해서 걷다보니, 저 멀리 야자수 몇 그루가 보였다. 신기루인 것 처럼 아지랑이 사이로 아련하게 보이는 그 곳엔, 푸른색 웅덩이도 보였다. 잘 보이지는 않는데 그 옆엔 막사 비슷한 천막도 보이는 것 같았다. 걸음을 좀 더 옮겼다.

구카스텐이 말했다.

" 준장님. 트랩이 설치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NPC를 대동한 국지전. 사실 단순한 유저일 때는 이러한 국지전, 게릴라전이 시도때도 없이 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었다.

' 아... 그런 설정인건가. '

아마도 다른 유저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미리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동시접속자가 5억이다. 어쩌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건오퍼라는 직업을 받았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건오퍼보다 훨씬 좋은 직업을 어디선가 플레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지금 '군 퀘스트'를 수행하러 이 곳. 샐리스트 데져트까지 왔고 적진이리라 짐작되는 오아시스 근처에 도착을 했다.

" 스나. "

스나가 앞으로 한 발자국 움직였다.

" 예. "

" 저 안쪽이 보여? "

" 보입니다. 보초가 둘. 나머지는 휴식... 중인 것 같습니다. "

보초 둘에, 나머지는 휴식중이라... 윤석은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 여기서 저격은 가능해? "

" 가능은 합니다. "

가능은 합니다. 라고 말하고나서 스나는 그 외에 별다른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스나는 말꼬리를 늘어뜨리는 법도 없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법도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녀는 '가능은 합니다.' 라고 말을 했고, 그 말을 달리 생각해보자면 가능하기는 하나, 다른 문제점이 있다라는 뜻이 된다.

" 문제점은? "

" 이 쪽의 위치가 노출될 위험과 더불어, 저 쪽의 경계태세를 강화시키게 됩니다. "

윤석은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 쪽의 NPC는 물론 강하다. 그러나 아마 저쪽도 모두 NPC일테고 판타리아의 NPC역시 유저들의 기준으로 본다면 굉장히 강할 거다. 까딱 잘못해서 마법의 파편(?)만 얻어맞아도 즉사할 수도 있다.

" 근접전에서의 승리 확률은? "

이번엔 구카스텐이 대답했다.

" 90퍼센트 이상입니다. "

접근하면 이길 수 있다. 군인들은 대부분 총을 잘 다루지만, 그렇다고 근접전에 약한 건 아니었다. 상대는 마법소대다. 전사계열이 섞여있다면 모를까 단순히 마법사들만 모인 마법소대라면 근접전에서 거의 무조건 이긴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트랩'이라는 것이 걸린다. 광학센서에도 걸리지 않는 마법트랙이다. 종류는 여러가지. 폭발하는 것도 있고 단순히 경계알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거나. 일시적으로 눈을 멀게한다거나. 그 종류와 효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윤석이 말했다.

" 우린 원거리전을 펼친다. "

윤석은 군사전문가는 아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군필자다. 그리고 게임 경험도 많다.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지는 잘 몰라도, 어떻게 하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지는 잘 안다.

모두에게 고스트필드 스킬포토를 나누어 주었다.

" 포. 파이브. 너희 둘 부터. 준비해. "

윤석은 대략적인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강설아는 방어에 특화된 수계 법사다.

수계법사는 마법사 클래스들 중에선 데미지가 가장 약했다. 그러나 파티에서 힐러와 버금갈 만큼 선호받는 클래스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바로 '방어에 특화되었다는 점' 이었다.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는 대부분의 유저는 직접전투클래스를 선호한다. 그래서 법사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속성은 화 속성 계열과 뇌 속성 계열이었다. 그 두 속성이 가장 데미지가 강했으니까.

수 속성의 법사는, 법사 치고 데미지가 약한 편이었다. 다만 방어위주. 그러니까 아군을 보호하는 마법이 주를 이루는 클래스였다. 강설아는 수 속성의 법사들 중에서도 특별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10억 가까이 되는 판타리아 유저 들 중 겨우 0.1퍼센트만 소속될 수 있다는 -12마탑의 소속원이었다.

12마탑 중에서도 '얼음 정원에 높이 솟은 유크리하 빙탑' 소속이다.

'얼음 정원에 높이 솟은 유크리하 빙탑.'

보통 사람들은 줄여서 '유크리하 빙탑' 혹은 그냥 '빙탑'이라고 불렀다. 어쨌든 설아는 빙탑 소속 법사이며 이번에 탑에서 내린 퀘스트를 받아왔다.

' 얼스의 비밀 거점...'

12마탑에 소속된 길드원들은 일정한 퀘스트를 풀어나가야만 한다. 아무렇게나 12마탑에 소속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소속된다 하더라도 마탑에서 요구하는 퀘스트를 이행해내지 못하면 퇴출될 수도 있다.

' 무조건... 해내야 해. '

12마탑에 소속되면 분명 강한 스킬과 더불어 수많은 메리트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12마탑에 소속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12마탑에 소속될 수 있는 유저는 한정되어 있고.

' 나는 절대 도태되지 않겠어. '

그 히든클래스의 수를 조절하기 위한 시스템인지, 아니면 히든클래스의 페널티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탑 퀘스트'를 이행하다가 사망하게 되면 마탑에서 퇴출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탑 내에서 사망처리가 되어버린다. 마탑의 멤버. 즉 마도사의 지위가 박탈되고 마는 것이다. 마도사들은 그걸 '도태'라고 불렀다.

그녀는 퀘스트창을 살펴봤다.

[얼스의 비밀거점을 이용한 1개 소대 섬멸]

대마도사 콩크리트는 얼스의 비밀거점을 알아냈다. 콩크리트는 그 거점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생각이다.  얼스에 거짓정보를 흘렸다. 거짓정보에 속은 얼스는 1개 소대를 파견할 예정이다. 마탑 퀘스트. 얼스의 1개 소대를 완전히 궤멸시켜라!

하필이면 얼스의 1개 소대와 싸우는 퀘스트를 받고 말았다.

12마탑의 멤버들은 쉬쉬하고 있지만 얼스의 NPC들과 싸우는 퀘스트를 받으면 대부분 실패하면 보는게 맞다. 얼스의 유저는 최악이다. 정말 최약체 클래스다. 그런데 NPC는 달랐다. 현대의 군 NPC는 정말 강했다.

물론 이유가 있기야 있다. 마탑의 진짜 '고수'들은 밖으로 잘 나돌아다니지 않는다. 연구와 마법개발에 미쳐있다. 중원도 마찬가지다. 정말 강한 NPC들은 대부분이 문파 내에 혹은 세가 내에 은거기인이나 집안의 어르신으로 웅크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군 NPC들은 다르다. 강하건 약하건간에 일단 적진으로 나오고 본다. 그리고 현대의 군 NPC는, 장교보다는 부사관의 전투력이 훨씬 더 강했다. 직접 현장에서 전투를 치르는건 부사관이었는데, 그 부사관은 장교보다 계급이 낮다. 즉, 판타리아와 중원의 (계급 높은)고수들은 마탑과 문파 내에 있다는 뜻이고 상대적으로.

' 왜 현대 NPC는 더 센애들이 계급이 낮은건데? '

상대적으로 현대 NPC는 더더욱 강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계급은 낮지만 전투력이 더 강한 부사관들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니까.

' 언제 오는거야 도대체. '

그녀는 질 수 없었다. 도태되고 싶지도 않고, 그녀에겐 도태되면 절대 안 될 이유도 있었다.

' 절대.... 지지 않겠어. '

일부러 널부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마법트랙을 깔아놨고 근방 500미터에 접근하면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마법사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SOUND ALERT 마법이 발동할 거다.

오아시스 옆에서 널부러져 쉬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법사들 중 하나가 설아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 소대장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척이 감지되었습니다. "

" 얼스군이야? "

" 모르겠습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

" 디텍팅은? "

" 은밀하게 시도 중입니다. "

" 긴장 놓치지 말고 디텍팅 구현해. 얼스군이면 인정사정 볼 거 없이 퍼부어서 유인하고. 마지막으로 우리 트랩 확인해봐. "

설아의 명령을 들은 남자는 어깨를 돌리면서 아- 뻐근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곳에 처박혀 있어야 돼? 라며 막사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건 암호였다.

이미 준비는 완료되어 있고, 마법진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얼스의 군을 상대하기 위한 트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즉 모든 것이 양호하다는 암호였다.

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 얼스의 군이라면... 빨리 모습을 드러내라고. '

물론 얼스의 군 NPC와 싸우는 건, 거의 포기해야할 퀘스트지만 이번만큼은 자신 있었다. 상대가 현대군이니 만큼, 준비를 확실히 해놨다.

' 빨리... 와라! 우린 이기고 말테니까. '

트랩을 깔려면 기본적으로 마나석이 필요하다. 마나석은 마법진을 구동하는 일종의 원료. 그러니까 현대로 치자면 석유나 석탄처럼 에너지를 내는 물질을 뜻하며 '마나석'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먹만한 크기의 돌이 대부분이었다.

마나석은 종류가 다양했다. 그 종류를 '발견되는 특징'에 따라 분류해보자면 발광하는 마나석, 특수한 파장을 발동시키는 마나석, 일정한 온도를 가진 마나석, 주위의 온도에 따라 온도가 변하는 마나석 등이 있겠다. 그 외에도 지니고 있는 에너지에 따른 분류, 색상에 따른 분류, 크기에 따른 분류, 쓰임새에 따른 분류 등. 마나석을 분류하는 방법은 굉장히 많았다.

어쨌든 이번에 사용한 마나석은 특별한 파장을 발동시키는 마나석이다. 일부러 그 것을 사용했다. 상대쪽에서 알아채기 쉽도록.

설아는, 막사 안에서 얼스의 군을 기다리면서 주먹을 꽉 쥐고서, 손톱으로 손바닥을 자꾸만 찔렀다. 긴장됐다. 무조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얼스의 군과 싸우는 퀘스트' 다. 그냥 단순한 감이지만 왠지 얼스의 군일 것 같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손바닥에서 땀이 축축하게 새어나왔다.

' ... 상대해 주겠어. '

그녀는 절대 질 수 없었다. 지면 안 된다. 그녀는 절실했다. 절실한 만큼 준비도 열심히 해놨다. 이젠 기다리기만하면 된다.

디텍팅 마법에 감지된, 얼스의 군이라 짐작되는 물체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 작품 후기 ============================

귀속 NPC의 이름: 포

또다른 포병: 파이브

대마도사: 콩크리트(콘크리트x)

절대 대충 지은 거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 그렇게 이름 쉽게쉽게 짓는 작가아닙니다.

" 긁...적...작가...미친...놈..."

소총

" 사살해도 되겠습니까? "

스나

"......."

다음날 비츄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윤석이가 간다!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