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64화 (64/244)

00064  사내놈이 째째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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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팬의 심장박동수가 점점 높아졌다.

' 결국은... 알아차린 건가. '

'안졸리냐졸려'는 상대하기 편한 고객이었다. 원체 성정이 그런 것 같았다. 이것 저것 너무 따지지 않는 고객. 이쪽의 입장으로썬 고마운 고객이었다. 저쪽에선 1조 5천억이나 1조 6천억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듯 했었다.

" 그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근거 없는 소문이고 낭설일 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요. "

주랑이 시킨대로 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 다만... 지금의 독점 체제가 과연 저에게 유리한 것일까... 하는 의문은 드네요. "

" ....... "

다수정예회의 조합장 훌팬은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공급자는 단 한명 뿐이다. 어떤 히든클래스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군에서 반색하는, 무한매입을 결정한 스킬을 가진 히든클래스다.

그리고 독점 체제, 라는 것 자체가 윤석에게 유리할 리 없다. 독점이라는 건 경쟁상대가 없다는 거고 경쟁이 없으면 아무래도 발전도 없기 마련이다.

' 게다가... 1004 유니온이라면... '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마 더럽고 치졸한 짓까지 해서라도 윤석에게 이득을 더 줄 수 있을거다. 이제 겨우 고수소리 들을 법한 초보-유니온 간부들의 입장에서 초보- 상인 몇을 희생시키는 방법도 마다하지 않고 사용하면서 스킬포토의 가격을 올릴 작자들이다. 스킬포토의 가격을 장당 1원씩만 높여도 조 단위로 코드 수익이 늘어난다.

결국, 정공법밖에는 없었다.

" 다수정예회는... 믿을만한 유니온입니다. "

" 그건 물론 알고 있습니다. 와이투리스의 처분도 다수정예회에서 나서서 해주는 덕분에 아주 쉽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믿을 수 있죠. 다수정예회의 리더가 바로 유토매니아의 부장님이시니까요. "

윤석이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훌팬이 다시 말했다.

" 그렇게 큰 금액을 관리할 수 있는 유니온은 몇 되지 않습니다. "

" 그게 중요하죠. 몇 되지 않는다는 거. "

윤석이 씨익 웃었다.

' 이 타이밍에 웃는게 맞나? '

사실 윤석은 이 자리가 불편했다. 협상을 벌이고 상대에게 무언의 압박을 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도록 만드는 것. 그건 별로 익숙하지도 않았고 그다지 천성에 맞는 행동도 아니었다.

" 몇 되지 않는다는 건 몇은 있다는 소리니까요. 당장 떠오르는 이름만 해도 1004, 삼국지, 비상등이 있겠네요. "

" 당연히 그 쪽보다는 저희쪽이 훨씬 유리하실 겁니다. "

"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

훌팬은 스킬사용도 잊어버릴만큼 허둥거렸다. 아무리 경험이 있고 노련한 조합장이라도, 이건 너무 예상 외의 변수였다. 게다가 상대가 월 5000억(수수료와 세금을 떼기전)을 물어다 주는, 고객등급으로는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는 VIP중에서도 초특급 VIP다. 만약 저 쪽에서 1004 유니온이든 어디에든 지금 거래량의 반절만 뚝 떼어준다해도 다수정예회로써는 엄청난 손실- 수십억- 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고야 만다.

"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스킬포토의 가격을 협상보도록 하겠습니다. "

" 저는 좀 더 구체적인 약속을 원해요. 언제까지. 어느정도의 가격까지. 그래서 제게 어떤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지까지. "

" 그, 그건 지금 당장은... "

" 그렇다면 다시 연락이 오기 전까지 한 번 다른  유니온과도 접촉을 해보도록 하죠. "

윤석은 짐짓 일어서는 척을 했다. 듣다보니 뭔가 께름칙했다. 훌팬의 태도로 보나 말의 내용으로 보나, 스킬포토의 가격은 어느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일부러 스킬포토의 가격을... 내린건가. 주랑이 말처럼...?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기분이 썩 유쾌한 건 아니었다.

" 제가 들은 소문이... 거짓말이길 빕니다. "

그 말에 훌팬은 잠시 잠깐 생각에 빠져들었다. 여기서 강하게 나가느냐. 아니면 한 수 접어주느냐.

' 여기서의 결정이... 중요하다. '

그 잠깐 사이에 수 십번이나 갈등했다.

' 한 번 주도권을 내주면 끝없이 흔들릴 수 있어. '

윤석이 일어서려하자, 훌팬은 짐짓 언짢은 기색을 지었다.

' 도박이다. '

도박을 하기로 했다.

" 사장님. 도대체 어떤 소문을 들으신 겁니까? 저로서는 조금... 그렇습니다. 소문따위로 절 몰아세우시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요. "

만약 현실에서의 친분이 없었다면 대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저쪽은 유일한 공급자고, 이 쪽은 저쪽을 무조건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니까. 일부러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윤석의 부탁으로, 훌팬은 현재 유토매니아의 인사관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니까. 그 것에 최대한 의지해봤다.

" 박부장님. 몰아세우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런 소문을 믿지 않아요. 다만, 어떻게든 유토매니아에 이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윤석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 그리고... 부장님은 그 위치를 확실히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수정예회의 이득이냐. 유토매니아의 이득이냐. "

목소리에 힘이 담겼다. 사실은 이 쪽이 진짜 할 말이었다. 여기까지 끌고 오기 위해, 소문을 들먹이고 이득에 대해 들먹였다.

" 짧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부장님께서 유토매니아에 속하신 이상 저는 다수정예회를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 다수정예회가 정말로 믿을만한 유니온인지, 적어도 제게 있어서 믿을 만한 유니온인지. 그것이 먼저 선결되어야겠지요. "

짐짓 화를 내려던 훌팬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그에겐 다수정예회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유토매니아였다.

' 다수정예회가 잘 되려면... 유토매니아... 김윤석의 힘을 등에 업어야만 한다. '

윤석이 말했다.

" 제겐 다수정예회보다 유토매니아가 먼저입니다. 명심하세요. 지금 당장만 해도 저와 계약하고 싶어 안달난 유니온이 널리고 널렸다는 거. 저는 당연히 부장님을 가장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겠지만... 지금 이 곳에선 사장과 부장의 관계가 아니라, 고객과 업주의 관계입니다. 3일 드리겠습니다. 다수정예회가 정말 믿을만한 유니온인지 먼저 제게 믿음을 심어주세요. "

* * *

운영진으로부터 A등급 아이템을 지급 받았다. 사실 A등급 이상은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서 못 사는 경우가 많았다. 받아놓고나니, 왜 그런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라쿤테일스의 귀걸이]

지금은 멸종된, 눈동자가 아름답고 신비한 여우. 라쿤테일스의 꼬리털 한 가닥은 예나 지금이나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 꼬리털을 라미아 부족의 특수한 방법으로 100년간 제련하여 가공한 뒤 장신구를 만들면 라쿤테일스의 행운이 깃든다고 한다.

적용된 효과:

모든 스킬효과 2배 중첩.

괜히 A+등급. 아마존의 눈물이 4억 2천만원에 거래된 게 아닐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 받아든 A급 악세서리. 라쿤테일스의 귀걸이만 하더라도 스킬효과가 2배 중첩이다.

' 엄청나군 진짜... '

그나마 다행이라면 얼스캐릭터 전용이라는 거다. 판타리아나 중원에 이 정도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 있으면 밸런스 붕괴다.

예전, 호크와 2차 길드전에서 싸웠던 삼손의 경우 '역전의 용사'를 사용하게 되면 모든 능력치가 100퍼센트가 뻥튀기 된다. 그것만해도 엄청난 버프인데, 거기에 또 100퍼센트 버프가 걸리는 셈이 된다.

마법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밸런스 붕괴를 가져온다. 한방데미지로는 최강이라는 화염계 법사와 뇌전계 법사의 경우, 공격력과 방어력이 극과 극을 달리는 최고의 언밸런스 캐릭터다. 공격에 만 특화된 법사이고 그 데미지는 동레벨 전사의 몇배에 이를 정도다.

' 그리고 법사는 모든 공격이 스킬로 이루어져. '

모든 공격이 스킬로 이루어지는게 바로 법사다. 그런데 그 스킬 능력이 100퍼센트 뻥튀기 된다? 안 그래도 높은 데미지의 마법인데, 그 공격력이 2배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무캐에 이르게 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무캐는 집단전에선 약하지만 1:1에선 최강이라 불리는 캐릭터들이다. 개개인의 몸놀림과 무력이 무척이나 빠르고 이속(이동속도)과 공속(공격속도)가 무척 빠르다. 그들은 보법이라는 특수한 스킬을 기본으로 한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다른 캐릭터들보다 2배 가량 빠르고 정확하고 안정적이면서도 체력까지 유지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 스킬 능력치가 두배로 뛰게 되면 정말 답 없다. 모든 격투기에서 으레 그렇듯,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본적인게 바로 스텝이다. 그 스텝을 바탕으로, 안 그래도 빠른 무캐가 더욱 빨라지고 화려한 강력한 검술을 펼칠 수 있게 된다.

' 괜히 A가 아니라는건가. '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발표했다. 유저들에게도 스킬포토를 판매하기로 했다. 총잡이 유저를 늘리기 위한 방안인 셈이었다. 그 사실을 호크의 멤버들에게도 전했다. 민혁의 분류에 따르자면 '반 윤석파'인 종환이 발끈했다.

"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왜 우린 유료인데요? "

윤석도 인상을 찡그렸다.

" 제가 제거, 제 마음대로 주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죠? "

무척이나 기분이 나빠졌다. 물론 이쪽의 잘못도 있기는 있다. '내가 유토피아랑 합의봐서 이 정도 보상을 따냈다.' 라는 걸 직접 떠벌리지 않아서 저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보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A급 악세서리를 받은 것 자체는 기뻐하지 않고 감사해하지 않는 걸수도 있다. 특히 종환은 그 정도가 심했다. 감사해하는건 고사하고 오히려 화를 내고 있었다. 배틀필드와 스킬포토. 반 윤석파에게 공짜로 나누어주지 않는 것에 대해 화를 내는 듯 했다.

" 같은 호크였는데 왜 우린 돈을 내고 사야하고, 저쪽은 무료로 제공해주냐고요? 똑같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 제가 왜요? "

" 그야 같은 호크였으니까! "

" 근데요? "

종환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 아니 똑같이 고생하고 똑같이 게임하고 똑같은 길드였는데 왜 우리만 차별하냐 이 말입니다. 형평성에 맞게 똑같이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

윤석이 그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으며 고개를 우드득 돌렸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한껏 건들거리는 자세를 취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친다. 저런 논리를 펼친다는 건 정말로 개념이 없다거나 아니면 억지를 부리는 거다.

" 그러니까. 제가 제 걸로. 제 맘대로 선행을 베풀겠다는데 왜 당신이 난리냐고요? 저한테 500원이 있어요. 그 500원으로 내가 껌을 사먹든 과자를 사먹든 님이 참견할 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

윤석이 동의를 구하는 듯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몇은 동의하고 몇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윤석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없었으니까. 자기돈 자기가 마음대로 쓴다고해서 -나쁜 일이 아니라면-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다. 분위기가 윤석에게 좋게 흘러가는 듯 싶자 종환은 오기가 생겨 더욱 분노했다. 목소리를 높였다.

" 똑같이 해야 할 거 아냐! 그딴 게 어디있어! "

종환은 스스로의 화를 제대로 절제하지 못하는 건지, 윤석을 밀쳐냈다. 윤석은 남들 모르게 씨익 웃었다. 드디어 건수 잡았다. 사실 일부러 도발하기도 했다. 그 도발에 종환은 훌륭하게 넘어와주었다. 계속해서 살살 긁었다.

" 아오... 야 너 몇살이세요? "

실제로 나이가 어리거나 정신연령이 낮거나. 종환이 또다시 발끈했다.

" 아놔... 님 왜 반말하셈? 길드전 중 인가? "

윤석이 피식 웃었다. 주랑은 말했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 오빠가 정말 멋있다고. 그런데 그건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경우였다. 윤석은 대인배는 아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냥 그런 평범한 남자였다. 스트레스 좀 받으면 친구 붙잡고 술 먹으면서 뒷담화도 좀 하고, 억울한 일 생기면 여자친구 붙잡고 하소연도 좀 하고. 또 하소연 들어주기도 하고.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28살 남자였다.

' 꼬투리 잡았다. '

꼬투리 잡았다. 본보기도 보여야 한다. 개인적인 감정도 담았다. 계속해서 도발했다.

" 공산주의냐? 앙? 뭘 똑같이 해. 아름다운 행복한. 야. 너 20살이라고? 몇 살인지 솔직하게 안 부냐? "

다짜고짜 쏟아지는 윤석의 반말에 종환은 침을 퉤! 뱉었다.

" 16살이다. 왜? "

그 말에, 윤석은 더욱 도발했다.

" 내가 내거, 내가 주고싶은 사람한테 주겠다는데 왜 네가 나서서 난리야? 사기 싫으면 안 사면 그만이잖아. 어리다고 나서서 광고하니 지금? "

종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리다고 무시당했다. 화가 났다. 그의 생각으로는 당연한 말이었다. 같이 호크에 속해있었고 같이 고생했으니까 보상도 똑같이 받아야 한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선 맞는 말이었다.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 아름다운... 너 어린 놈한테 한번 알라뷰해볼래? "

결국, 열 받은 종환이 소총을 들어올렸다.

윤석이 씨익 웃었다.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천천히 걸어왔다. 가녀리기 그지없는 몸매인데, 몸에 짝 달라붙는 착각을 들게 만드는 군복을 입었다. 어깨에는 그녀의 몸보다도 더 커다란 저격총을 하나 들었다. 머리카락은 새빨간색. 포니테일로 머리카락을 묶어올린 그녀의 모습은 귀여움과 요염함을 동시에 갖춘, 그 예쁘다는 NPC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툴만큼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가 그 고운 입술을 열었다.

" 죽여 버리겠다. "

============================ 작품 후기 ============================

10대의 심리란 참 오묘합니다.

10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데 그걸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이 조금 있거든요. 가장 쉬운 예로 화가난 어머니가 " 너 나가! 꼴도 보기 싫어! " 라고 말했을 때, 그걸 진짜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어머니는 그 아들에게 평소 굉장히 잘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진심으로 어머니가 날 싫어한다.' 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제 3자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어쩌겠습니까 사람심리가 그렇다는데...사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딴거 못 보는 애들이(성인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상대하기 어렵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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