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59화 (59/244)

00059  마누라. 내가 간다!  =========================================================================

* * *

유토피아에서는 유저들의 반발을 의식해 호크의 길드전 참여를 중단시켰다. 그 이유는 바로 '길드전 본래 취지에서 너무 벗어나는 플레이'였다. 대외적으로 발표는 그렇게 됐고, 사람들은 -참고로 사람들은 대부분이 판캐나 무캐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대내적으로 윤석과 유토피아는 일종의 합의를 일궈냈다.

일단은 통합서버 개설. 윤석이 말했다.

" 설마 통합서버 개설 하나로 입 싹 닫을 참은 아니시죠? "

하명준은 손수건으로 또다시 이마를 툭툭 두드렸다. 안경을 고쳐썼다.

" 아... 물론 아닙니다. "

" 당연하죠. 그건 유토피아 측에서도 언젠가 할 업데이트였으니까요. 제가 알기로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건의를 했던데요. "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유토피아는 동시접속자가 5억이고 유토피아 사이트에 하루에 올라오는 글만 수만개다. 그 중의 일부는 '통합 교환 서버 개설'내용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유토피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게 이번, 유토매니아의 발호와 발맞추어, 약간 서둘러서 업데이트 하기는 했으나 전적으로 유토매니아 때문만은 아니었다.

" 그리고... 저 뿐만 아니라, 호크의 다른 길원들한테도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할 것 같네요. "

아직까지 유저의 힘은 NPC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길드전의 취지도 유저들끼리의 단합과 길드시스템을 활성화 시켜 유저들의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니었던가.

" 그대로만 갔으면 저흰 우승도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우승하면 S등급의 악세서리가 주어진다고 했었죠. "

" 그것이... "

스나. 소총. 포. 윤석에게 귀속된 NPC들이다. 사실 윤석도 놀랐다. 기본적인 능력치 자체가 유저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특히나 무서운 건 '소총'. 피통이 무려 100만에 이르는 괴물같은 능력치를 자랑하는 원사(진)의 소총은 순식간에 유저들을 학살해버렸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레벨 100의 탑랭커가 레벨 10의 초보를 학살해버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애초에 능력치 자체가 너무 월등하게 차이났다.

" 그게 형평성 때문에 아직 상부에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서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금방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 형평성이요? 지금 형평성이라고 하셨나요? "

처음보다 하명준을 봤을 때보다 훨씬 여유가 생겼다. 물론 나이도 많고 부장이라는 직함까지 달고는 있으나.

" 형평성을 따지면 안 되죠. 저흰 정당한 방법으로, 제게 귀속된 NPC를 출전시켰습니다. 그런데 출전을 제한 당했죠. 형평성을 따지려면 지금 당장 테이머와 정령술사, 충술사, 사술사. 소환 관련 클래스. 하여튼 귀속 NPC를 다루는 모든 클래스 출전을 중지시켜야죠. 저희가 지금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실텐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죠. 저희는 그냥 쉽게쉽게 고만고만하게 넘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

하명준은 계속해서 땀을 닦아냈다.

" 예.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 저흰 이번 일로 법원까지 갈 생각 하고 있으니까 조속히 답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예전과는 세계가 달라져버렸다.

게임의 일로 법원 가는 일은 없었다. 원래 유저끼리의 분쟁은 운영자에게 말하고 운영자는 내부 규정에 따라 분쟁을 해결했었다. 그러면 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유토피아는 이미 게임을 넘어서서 하나의 세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원래 법률상 100만원짜리 물품을 훼손시켜서 수리비가 120만원이 나왔다고 하면, 훼손시킨 가해자는 100만원만 물어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예외인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인 경우가 그랬다. 20만원짜리 애완견을 다치게 해서 치료비가 그 이상 나왔을 때, 법원은 그 애완견이 '반려동물'인 점을 인정해서 2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물어주도록 한 판례가 있다.

마찬가지다. 이미 유토피아는 하나의 세상이 되어버렸고, 단순히 게임의 일로 치부하지 않게 됐다. 새로운 사회현상이었다. 유토피아의 일로 상대방을 고소하고 고소당하는 일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벌어졌고 그 때마다 판사들은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어쨌든 이건 형평성의 문제다. 윤석은 버그를 사용하지 않았다. 해킹을 하거나 그 외에 다른 부조리한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정당하게 건 오퍼라는 클래스를 얻었고, 정당하게 군과 거래를 했으며, 정당하게 '군인'클래스를 따냈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귀속 NPC를 얻었다. 귀속 NPC가 강하든 약하든 그건 별개의 문제였다. 애초에 소환술사가 소환하는 정령이나 그 외에 다른 것들도 역시 귀속 NPC로 분류되니까.

일각에서는 만약 현캐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무캐나 판캐처럼 많았다면 호크의 처분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었다. 9대문파와 5대세가 캐릭터들은 대단히 강했지만 그 것에 토를 다는 유저는 없었다. 판타리아의 12마탑 캐릭터들 역시 강했으나 이번 같은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현캐는, 현캐를 지지해주는 기반이 없어서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명준이 말했다.

" 최대한 빨리 답을 내드리겠습니다. "

" 도대체 언제까지요? "

" 3, 3일 내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 * *

호크의 길원인 종환과 관중은, 게임을 하기 전부터 원래 친구였다. 페널티밖에 없다는 총잡이를 키우고 있고, 그 중에서도 소총수다. 그리고 사실 둘의 나이는 16살. 중학교 3학년이다.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어린 편이었다. 다만 키를 좀 늘리고 수염을 좀 만들고 약간 늙어보이는 얼굴을 만들어 20살이라고 거짓말했다.

종환이 말했다.

" 솔직히 이번 건은 길장 독단 때문에 일어진 일이잖아. "

" 그건 그렇지. 우리한테 말도 제대로 않고 NPC를 투입했으니까. "

그들은 억울했다. 3차전도 분명 이기긴 이겼다. 그러나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길장이 자기 멋대로 데려온 NPC때문이었다. 길드전의 본래 취지를 흐려버렸다는 이유로 호크는 출전자격을 박탈당했다. 사람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 요즘 길장한테 연락 해봤어? "

" 아니. 안해봤지. "

" 솔직히 우리도 따질 거 따져야 하지 않겠냐? 3차전 통과였다고. 5차전만 가도 B급 악세서리고, 그거 몇 백만원인데...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억울하잖아. "

종환은 호크의 길드원들을 불러놓고 이야기했다. 물론 길드장인 안졸리냐졸려와 실제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주랑과 민혁은 뺐다.

10명의 호크 길드원들은 6:4로 의견이 갈렸다. 6은 종환과 같은 의견이다. 길드장이 독단적으로 일을 벌여서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고, 4는 그 반대 의견. 어차피 윤석이 없으면 호크라는 길드 자체가 성립이 안 됐고 쓰레기 소총수를 여기까지 키울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종환이 목소리를 높였다.

"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거죠! "

종환과 반대의견을 가진 이성욱은, 흥분한 종환과는 달리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 여태까지 우리가 건오퍼의 힘을 빌어서 사용한 총알만 해도... 아니 애초에 우리끼리만 있었으면 1차전이라도 통과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 그 전에 총잡이 접었겠죠. "

" 물론 그 부분은 인정해요. 우리가 이토록 모일 수 있었고 총알값 걱정 없이 레벨 올리고 길드전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길장 덕분이긴 한데, 그래도 그거랑은 다른 문제죠. 우린 길드장 때문에 길드전 참여자격이 박탈됐으니까. 가장 큰 책임은 길장한테 있는 겁니다. "

이성욱은 천천히 일어섰다.

"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길장한테 직접 말하시는게 좋을 거 같네요. 저는 약속이 있어서 이만 로그오프 하겠습니다. "

어차피 답이 있는 토론은 아니었다.

모두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한 창혁은 씩씩댔다. 괜히 윤석에게 더 화가 났다. 다른 사람이 반발하고 보니 오히려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가져버렸다. 오기가 생겼다.

' 반드시 보상을 받아내고 말겠어. 그도 아니면... '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히든클래스는 히든클래스라고 밝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워낙에 귀찮게 한다. 히든클래스를 어떻게 얻었냐고 접근한다. 그리고 애꿎게 PK를 당하기도 한다. 히든클래스는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 확률도 높았으니까.

' 건오퍼라는 비밀을... 이 쪽이 쥐고 있다고. '

한편, 성욱은 로그오프를 하기전에 잠시 귓말을 보냈다. 마침 안졸리냐졸려는 접속중이었다.

- 길장. 잠깐 얘기좀 하자.

* * *

이성욱. 게임 내 아이디는 큰구름아저씨다. 나이는 31살. 그가 말했다.

" 아마 너한테 보상이든 뭐든 해달라고 할 걸. "

" 저한테요? "

나이는 성욱이 3살 더 많다. 윤석이 알기로 이성욱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 너 때문에 길드전 참여가 박탈 됐다고 생각하니까. "

" 형이 그렇다는 거에... "

성욱이 얼른 말을 잘랐다.

" 아니 난 반대지. 애초에 호크는 네가 없었으면 이루어질 수가 없었으니까. 호크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난 오늘부터 며칠 접속 못할 것 같아. 출장 가게 됐거든. 이런 분위기 좀 미리 알고 있으라고. "

성욱은 윤석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애초에 그는 윤석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고 이번 길드전 사건 역시, 어쩌다보니 운이 나빠 벌어진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의 생각에 김윤석은 잘못이 없었다. 어떻게하다보니 운 나쁘게 희생당했다고 생각했고, 그는 현캐 유일의 전투 길드로써 길드전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뒀었지 상품이 그렇게까지 탐이 났던 건 아니었다.

" 그렇군요. 고마워요 형. 신경써줘서. "

" 뭘. 난 너한테 여전히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는 축이고... 안 그래도 얼마 없는 총잡이들인데 겨우 이런걸로 의 상하고 그런 건 싫거든. 따지고보면 마음 고생도 네가 제일 많이 했을 거고. "

뭐 어쨌든 난 출장 준비도 해야하고... 나가볼테니까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고 잘 해결 보도록 해. 그렇게 말한 뒤 성욱은 로그아웃 했다.

윤석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미리 신경써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약간의 배신감, 그리고 또 이게 정말로 내 탓인가하는 자책감. 하여튼 복잡했다. 그리고 화도 조금 났다.

사정을 알게 된 민혁은 콧방귀를 꼈다.

" 깝치고 있네. "

" 뭐? "

" 명단 알아뒀냐? "

" 무슨 명단? "

" 친 김윤석 파와, 반 김윤석 파. "

" 미친 놈. "

"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어.애초에 호크가 누구 때문에 존속이 가능했는지. 누구 덕분에 길드전 1차, 2차를 모두 승리할 수 있었는지. "

말하다보니 약간 흥분했다.

" 그리고 애초에 따지려면 네가 아니라 운영자들한테 따져야지. 너 그 무슨 부장이랑 보상 얘기도 했다며. 그건 어떻게 됐어? "

" 조만간 보상 결정 된댄다.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어쨌든 보상 되는 건 확실해. "

법원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은 상태다. 사실 윤석에게는 길드전에 그토록 목마르지 않다.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걸로 고소까지 할만큼 길드전에 신경을 쓰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유토피아입장에선 그렇지 않았을 거다. 실제로 법원의 판결이야 어찌됐든 그들의 입장에선 유토매니아의 사장과 싸우느니 남 몰래 게임상 보상 해주는게 훨씬 이득이니까.

" 아오 그 새끼들은 네가 걔네 때문에 고소드립까지 쳐가면서 협상 벌이는 거 알긴 아냐? 그것도 유토매니아를 등에 업고 한판 뜨자식으로 부딪치고 있는 거 알긴 아냐고?  "

거기까지 말하고 민혁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 됐다. 그런 새끼들하고는 상종하지를 마. 지꺼 빼앗긴 거 밖에 생각 못하는 새끼들. 아. 내가 열이 받네. "

윤석은 민혁의 말을 듣고 잠깐 눈을 감았다.

두 세명이 모여 한 사람 바보 만들기는 무척 쉽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이면 더욱 쉽다. 잘못된 정보든 악의를 가진 거짓말이든 여러 사람이 입을 모아 주장하면 정말 그런가 싶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호크의 잘못이다'라고 말을 하다보니 왠지 모르게 조금 찔리긴 했다. 또 이유야 어찌됐든 NPC의 참전때문에 길드전 참여자격이 박탈 되었으니,  길드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었다. 그 미안함은 윤석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정말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그런데 민혁과 얘기해보고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 너 같은 친구놈이 하나쯤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가끔씩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피곤하지만."

딱 하나 알겠다. 다른 사람들이 다 네 잘못이다라고 말해도.

"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

이 놈 만큼은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가끔 고맙다고. "

민혁이 헹! 코웃음쳤다. 주랑이 소개시켜준다고 했는데도, 소개 받는 것에 대해 별로 열정을 가지지 않았던 민혁이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 고마운줄 알면 여자나 소개시켜주든가. 네가 은혜를 갚는 길은 그거 밖에 없다. "

윤석이 피식 웃고 말했다.

" 수희라고 내가 아는 애 있는데 어떠냐? 솔직히 이쁘잖아. "

민혁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딴 헛소리 할거면 그냥 가봐 자식아. 나 바쁘다. 하고 윤석을 툭 밀쳐냈다. 그리고 퉁명스레 내뱉었다.

" 하여튼 친윤석파 애들은 좀 이쁘게 봐주고 반윤석파 놈들은 그냥 조져. 똥 오줌을 못가리네 이것들이. "

" 너는? "

민혁이 인상을 더욱 찡그렸다.

" 당연한 걸 왜 물어? "

" 미안하다. 당연히 반윤석파지? "

민혁은 코웃음쳤다.

" 당연하지. "

============================ 작품 후기 ============================

3/3

미션 썩쎄스.

ㅡㅡv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