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58화 (58/244)

00058  마누라. 내가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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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졸리냐졸려'를 비롯한 호크에게는 매우 가혹했던 언론이었지만, '김윤석'과 '유토매니아'에게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온갖 매스컴이 달라붙어 유토매니아가 이번에 벌인 일에 대해 보도했다.

- 개 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

요즘 유토매니아는 또다시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나쁜 의미로 올랐다는 게 아니다.

게임속 머니를 현금으로 파는 행위는, 어떤 사람들에겐 상당히 부도덕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 유토매니아. 유토피아 캡슐 1,000,000개 기증.

유토매니아의 사이트는 서버가 폭주될 지경에 이르렀다. 기본 이용자수에 더해 전세계에서 '복지신청'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유토매니아 측에서 유토피아 캡슐 기증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토피아의 캡슐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유토피아 측에서도 원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노마진으로 캡슐을 팔았기 때문이다. 캡슐로 이득을 보지 않고, 싼 값에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여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조다.

하지만 한 개가 아니라 그 수가 100만개 이상 넘어가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30만x100만이다. 무려 30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오게 된다.

- 유토매니아와 유토피아의 합작! 그 시너지 효과가 대단해.

유토피아에서는 유토매니아의 행보와 발 맞추어, 유토피아 이용권을 코드로도 판매하기로 했다. 물론 유토피아 측도 바보는 아니다. 코드로 거래하게 되면 약 10퍼센트나 더 비싸게 받았다. 어차피 현금과 거의 동등한 가치를 지닌 코드다. 코드로 구매할 바에야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러나.

-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이들을 위한 유토매니아의 선택!

- 유토매니아와 유토피아가 손을 잡다!

- 어떤 이들에겐 기적의 선행!

유토매니아는 캡슐 100만개를 기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이용권까지도 제공했다. 유토피아와의 합작이다. 어차피 코드는 한달 1조 5천억이 들어온다. 모두 현금화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 코드로 이용권을 구매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기증했다.

전 세계에서 그 '100만' 안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유토피아는 가상현실 세계다. 비록 몸이 조금 불편하다 하더라도 괜찮다. 뇌만 멀쩡하면 된다. 그 곳에서는 장애를 가지지 않았다.

혹자는 말하곤 했다.

-어차피 가상현실. 그 곳에서의 만족은 진짜 만족이 될 수 없어.

- 게임머니를 파는 유토매니아의 수작질이다.

그러나 정작 혜택을 받게 된, 신체가 조금 불편한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우리에겐 새로운 삶. 장애를 가져보지도 못한 사람은 현재 우리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

-우리에겐 또다른 삶의 기회. 제발 우리의 기회를 박탈하지 말아달라.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그 동안, 생계 자체가 별로 여유롭지 못해 유토피아에 접속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유토피아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 수가 무려 100만이었다.

그 세계는, 신세계였다.

장애를 가졌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토피아 내에선 전혀 불편한게 없었다. 두 팔, 두 다리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으며 그 곳에선.

- 유토매니아의 기적. 장애인 일자리 창출 효과!

얼마든지 일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실 어지간한 사람들은 보조클래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다. 스킬 사용만 하더라도 레벨이 높아지는, 보조클래스만의 메리트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직접 전투클래스를 선택했다.

그런데 유토매니아의 지원을 받아 유토피아에 접속하게 된 사람들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보조클래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다. 특히, 얼스에서 그랬다. 그들은 유토매니아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유토매니아는 '다수정예회'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다수정예회'는 유토매니아의 지원을 받아 접속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었다.

현실에서, 장애라는 벽에 부딪쳤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유토피아는 자아실현의 공간이 되었다. 유토매니아의 소리함에는, 유토매니아를 칭송(?)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 중 몇 가지만 간추려 보자면,

- 저는 원래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고로 인해 4개의 손가락을 잃었어요. 한 때는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 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유토매니아 덕분에, 그리고 유토피아 덕분에 전 얼스에서 피아니스트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제 손가락에서 제가 연주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비록 NPC들이지만 제게 환호성을 해줍니다. 언젠가는 유저들도 제 연주를 들어주지는 않을까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적지만... 공연 수익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 달에 70만 코드 정도. 예전보다 실제 생활도 훨씬 편해졌습니다.이런 혜택을 준 유토매니아... 그리고 김윤석 사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 저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반신 마비로 인해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었죠.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근근히 목숨만 연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유토매니아를 통해 유토피아에 접속하게 되었고, 저는 유토피아의 한 빵집에서 제빵스킬을 배우고 있습니다. 급여도 받고 있습니다. 한달에 50만코드.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이 돈은, 제겐... 저라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건 절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희망이었고 기적이었습니다. 그 희망을 보여준 유토매니아와 김윤석 사장님께... 눈물로 감사를 표합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유토매니아를 통해 유토피아에 접속할 수 있었고, 그 곳에서 또 유토매니아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바람계곡에서 상담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NPC들에게는 힘든 문제들은 저한테 넘어오게 되죠. 손님들을 상대하는 거라 어렵고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 것마저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유토매니아 화이팅! 사장님 사랑합니다! - 바람계곡 텔러 남사원이.

유토매니아의 입장에선 사회의 눈을 의식해서 일종의 자선행사를 펼친 것이었다. 주랑의 생각이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가상현실세계인 유토피아로 초대해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자는 것. 비장애인에게 유토피아는 단순히 오락성 게임이라 할 지라도,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또다른 인생이 되어버렸다.

동시 접속자가 5억이 넘는 세계. 그리고 NPC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 충분히 또다른 세계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캡슐과 이용권을 구입할 여력조차도 없던 사회적 약자들이 유토피아에 접속하게 되고, 그들은 유토피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게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찾아보면 유토피아에는 일거리가 많았다. 청소부도 할 수 있고, 피아니스트도 할 수 있고, 작은 상점을 할 수도 있고, 나아가 다수정예회처럼 거대 유니온이 될 수도 있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가능했다. 노력과 성실성만 있으면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이 보장됐다. 그건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윤석은 유토피아의 마케팅 부장 하명준과 악수했다. 하명준은 손수건으로 연신 머리를 닦으면서 말했다.

" 대부분의 코드는 NPC에게 다시 되돌아갑니다. 쉽게 말해 코드가 지속적으로 소모된다는 뜻이죠. 그리고... 사실 이건... 뭐. 어차피 비밀은 아니지만... "

하명준은 큼,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비밀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었지만 아직까지 대외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 조만간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 업데이트요? "

" 예. 일단 기본적으로 코드가 NPC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지속적인 코드 소모를 의미하는 겁니다. 하지만... "

하명준은 조금 뜸을 들였다. 원래 이전부터 기획해왔던 업데이트이기는 했으나, 사실 유토매니아의 등장 때문에 조금 서두른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 하지만... 이용자가 많아지고 고수들이 많이 나타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코드의 가치는 하락하고 말겠지요. 저희는 무기 강화 시스템과 더불어 소소한 몇가지 업데이트를 할 예정입니다. 지속적인 코드 소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말이죠. "

" 무기 강화요? "

" 유토피아를 플레이 하시니까 알고 계시겠지만... 고수면 고수일수록 더 강한 장비와 무기를 갖고 싶어합니다. 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게 바로 강화 시스템이 될 겁니다. 일단은 +9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강화 성공률이라던가 소모 비용이라던가 하는 세세한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 그렇...군요. "

윤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는 된다. 코드 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코드 소모 방법을 모색했다는 것 같다. 윤석도 생각했던 적 있는 업데이트다. RPG에서라면 거의 필수나 다름없는 강화시스템.

하명준이 말을 이었다.

" 아. 물론. 원래 업데이트 예정이었던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김사장님께서는 별로 마음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

윤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나저나... 예전에 답 해주신다고 했던 건 어떻게 됐죠? "

" 아. 그것도 말씀 드려야 겠군요. 예. 상부에서도 승인이 났습니다. 저희 유토피아는 유토매니아의 사회 이바지 사업에 크게 감명을 받고,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측에서도 100만개의 캡슐을 전세계의, 캡슐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

" 이용권은요? "

" 김사장님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됐습니다. 유토피아 내에서 일정 부분 감당할 일만 감당하면, 이용권도 지급이 될 겁니다. "

유토피아 측에선 울며 겨자먹기였다. 유토매니아의 선행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었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일궈냈다.

많은 사람들이 유토매니아를 칭찬했고 찬사를 보냈다. 저런 기업이야말로 존경받아 마땅한 기업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올렸다. 그러한 상황에서 유토피아는 유토매니아의 선행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여론이 그랬다. 거대 기업은 사회적 시선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윤석이 물었다.

" 일정 감당 부분이란게 어떤 거죠? "

" 그동안 유저들이 기피해왔던 클래스들... 이릁테면 대장장이나 엔지니어같은 클래스들을 일정시간 이상 플레이 해줘야 합니다. "

윤석이 피식 웃었다.

" 이걸 또... 그렇게 이용하는군요. "

" 예...뭐. 선행은 선행이고 저희도 할 건 해야 하니까요. 기업의 입장에서 선행 역시 일종의 투자라는 거.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

유토피아는 '현재 NPC에게 넘어가 있는 주도권을 유저에게 조금씩 넘긴다'라는 것을 운영방침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유저들이 선택하는 클래스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좋았다. 전투클래스만 있어서도 안 되고 보조클래스만 있어서도 안 되니까.

" 그런데 어째서... NPC에게 있는 주도권을 유저에게 넘기려는건지는... 잘 이해 안 됩니다. "

NPC는 컴퓨터다. 유토피아측에서 컨트롤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니까 유토피아 측에선 유저가 주도권을 잡는 것보다 NPC가 잡는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 그런데... 왜...? '

하명준이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허허- 웃었다.

" 사업상 기밀입니다. "

윤석은 피식 웃었다. 기밀이라는데 뭘 더 물어보랴. 사실 그거야 유토피아의 운영방침이고. 일단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 저번에... 저희가 길드전에서 퇴출 당하면서 불이익 당한 거 보상... 더 기다려야 하나요? "

그리고 하명준이 말을 하기 전에 다시 빠르게 말했다.

" 이제 충분히 검토도 끝났을 텐데요. 저희가 인정하는 적정수준의 보상이 없다면... 결코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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