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55화 (55/244)

00055  사살 하겠습니다  =========================================================================

* * *

현캐가 반란을 일으켰다. 현캐 유일의 전투길드 호크. 그 호크가 2차전을 통과했다. 그것도 강력한 맷집을 자랑하는 방어력 위주의 전사들까지 꺾어버렸다.

정은현은 호크의 길드전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 오빠. 뭐 알아낸 거 있어? "

사실 은미는 요즘 호크를 응원하는 중이다. 만약 은현이 자기가 약속한대로 웃통 벗고 만세삼창을 했다면 또 모를까, 지금은 무조건 호크 편이다. 그래서 속으로는 못 알아냈으면 좋겠다! 라고 외치고 있는 중이다.

" 아니. 모르겠어. 우리가 이기려면 일단 스킬이나 탄 종류. 그리고 길드장의 존재. 그 두가지가 제일 먼저 선결돼야 하는데..."

정은미는 호크를 응원했으니만큼, 호크의 길드전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 응? 오빠. 여기 다시 틀어봐. "

" 아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라. "

" 아 그러지 말고. 여기. 여기. "

정은미는 마우스를 빼앗다시피해서 동영상을 리플레이 시켰다.

" 여기 이거 봐 오빠. "

" 뭔데? "

" 여기, 이 부분. 헤라클레스가 몽둥이 휘두르려는 이 부분. "

정은현은 동생의 말이 전혀 미덥지 않았지만 열심히 살펴봤다.

" 갑자기 다 움찔하면서 막으려고 들잖아. "

" 아 멍청아. 여긴 호크가 헤라클레스 유인하는 장면이잖아. "

정은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뭔가 이상한 것 같긴 했는데 잘은 모르겠다.

" 하긴... 그건 그래... "

그러다가 은미는 자신이 저도 모르게 은현을 돕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이번에 오빠 확 져버려라! 무조건 져! 이 구라쟁이야! 하고 마음 속으로 저주아닌 저주를 하고서 말했다.

" 아 맞다. 오빠. 아빠가 밥 먹으래. "

" 나 길드전 준비떄문에 바쁘다고 그래. "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게임 준비때문에 밥을 거른다는 건, 정차장의 집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은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

방문을 열고 나가면서 말했다. 응원을 하긴 했다.

" 화이팅! 꼭 져. "

* * *

- 이번에 호크에서 약간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유저가 아닌 NPC 세 명이 포함되어 있군요?

- 네. 귀속 NPC인 듯 한데요.

- 귀속 NPC에 관해 설명 좀 해주시죠.

- 예. 귀속 NPC는...

귀속 NPC는 유저에게 소속된 NPC다. 가장 쉬운 예로 판타리아의 정령술사, 테이머. 혹은 중원의 충술사,뱀술사등을 들 수 있겠다. (유토피아에서 NPC는 나름의 인공지능을 가진, 몬스터를 제외한 모든 시각적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정령술사는 정령을 소환한다. 그리고 그 정령은 귀속 NPC로 분류되며 주인의 말을 따르게 된다. 뱀술사나 충술사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NPC로 분류된다. 즉, 한 유저에게 속해 있는 형체와 인공지능을 가진 어떠한 것을 통틀어 귀속 NPC라고 한다.

- 그도 아니면 용병일 수도 있겠지요!

-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용병은 길드에 소속되기가 힘들지요! 그렇다면 귀속 NPC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주위는 시끄럽다. 중원의 네임드 길드와 최약체 길드가 맞붙는다고 난리가 났다. 시끄러운데.

' 누구냐... 길드장은... '

길드장이 누군지 찾아야한다. 그게 힘들다면,

- 우린 시작하자마자 산개해.

- 오케이.

- 산개해서 쓸 수 있는 엠피 모조리 사용하더라도 광역스킬 되는대로 다 뽑아내. 어디에 숨어 있을 지 몰라. 일단 맞으면 쟤네 녹을테니까.

- 오케이.

이미 입을 맞춰놨다. 마지막으로 작전을 점검했다. 분명히 호크는 다시 은신을 펼칠 거다. 은신 스킬은 분명 은신에는 훌륭한 스킬이다. 그러나 공격을 하면 바로 풀린다.

' 헤라클레스는 몰라서 당했다 치더라도... 우린 아냐. '

광역공격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이쪽은 정통검사 클래스들이 주를 이룬 불기둥이다. 각자 가진 광역스킬도 거의 없을 뿐더러 엠피 소모 대비 효율이 낮다.

' 그래도 상대가... 현캐니까. '

모든 전투클래스 중에서 최약체라 평가되는 현캐다. 검사가 펼치는 광역공격도 어느정도 먹혀들 거란 계산이다.

- 확실한 건, 스나가 포병보다 딜레이가 길어.

지금 당장, 길드장을 찾을 수는 없다. 애초에 모두가 똑같이 생겼다. 여자 스나이퍼 하나와 엄청나게 큰 덩치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두가 똑같다. (일단 이 둘은  NPC이고, 따라서 길드장일 리는 없다.)

- 각자 위치에서, 두 명은 작전 짠 대로 포병 맡고.

이 쪽은 몸놀림이 빠르다. 정통검술을 익혔고 화려하지 않은 대신 기본에 충실했다.

- 나머지 둘이 스나 알라뷰.

머리를 짜낼때로 짜냈다. 애초에 현캐길드를 상대로 머리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 현캐 따위한텐... 질 수 없어. '

- 드디어! 중원의 그 유명한 불기둥과! 호크가 맞붙습니다!

길드전이 시작되었다. 무적타임 3분이 세팅되고, 각자 진을 갖추기 시작했다.

* * *

민혁이 말했다.

- 저쪽에서 산개하고 있어.

그건 보면 안다. 윤석이 대답했다.

- 나도 알아.

- 그렇다는 건, 세번째 작전으로 가야겠네.

- 오케이. 다들 세 번째로 간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 오케이.

- 라져.

- 오케이.

- 오케.

현캐는 아무래도 머리를 더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몸이 약하다. 기본 스탯도 딸리고 기본 능력치 자체가 월등하게 차이가 난다. 그걸 총알빨(?)과 특수스킬 빨, 그리고 대인전에 특히 강한 스나이퍼빨로 이겨내왔다.

어쨌든 현캐는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고, 그 다양한 변수에 맞춰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특수효과를 가진 탄이 있을거란 예측은 이미 넷상에 퍼진지 오래다. 그렇다면 저 쪽에서도 그에 맞게 준비를 해왔을 거다. 방어구나 악세서리를 항마력에 중점을 뒀을 거다.

어느정도나 항마력에 집중 투자를 했느냐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무작정 특수스킬에 의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는 않는다. 전력이 노출되었다는 건 이래서 나쁘다. 선택지가 줄어드니까.

무적 타임이 지나가고.

- 7초 남았어!

- 오케이.

윤석이 고스트 필드를 펼쳤다. 고스트 필드. 건오퍼 포함 도합 13명이 은신을 사용해 몸을 숨기고.

그에 맞서는 13명의 무캐가 검을 고쳐 쥐었다. 예상대로다. 예상대로 현캐가 움직여줬다.

- 예상대로야! 모두 숨었어.

- 광역 스킬 준비하고! 뭐든 좋으니까 아무데나 때려갈겨!

5초.

13명의 무캐는 광역 스킬을 준비했고.

건오퍼 김윤석은, 건오퍼 특수스킬 '노딜레이' 를 '스나'와 '포'로 설정했다.

3초.

무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초기에 잡아야 한다. 거리를 허용하면 무차별 난사하는 괴상한 탄  때문에 거리를 좁히기 힘들 거고, 그렇게 시간을 벌어주면 무시할 수만은 없는 데미지의 포병의 공격이 날아들 거다. 포병의 공격은 장비를 손상시킨다고 알려져있다. 그렇게 되면 소총수의 공격도 무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저 쪽엔 일격필살의 스나이퍼가 있다.

정은현이, 그리고 불기둥의 멤버들이 검을 꽉 쥐고서 전방을 주시했다. 손바닥에 땀이 새어나왔다.

1초.

자신이 가진 광역스킬을, 약속된 포인트대로 쏟아부기로 한 불기둥이다. 불기둥 승부사가 마지막으로 외쳤다.

- 다들 시전햇!!!

0초.

길드전 시작.

우와아아!!!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진짜 시작이다. 그리고 이내 입을 쩍 벌렸다.

불기둥 소속 검사 13명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산개했던 검사들의 검이 움직임과 동시에. 스킬을 시전했다. 무캐의 광역 공격은 대부분이 검기로 이루어진다. 반달 모양의 커다란 검기 여섯개가 사방에서 동시에 날아들었고.

그와 동시에.

풀썩.

풀썩.

두 무캐가 쓰러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잠시잠깐 당황하는 틈을 타고. 포병의 플레임이 날아들었다.

- 말도 안 돼!

- 포병이랑 스나 딜레이는 어떻게 된 거냐고!

- 당황하지마! 포병은 헬렌이랑 아빠가 막아! 약속한대로 움직여!

윤석이 배틀필드를 펼침과 동시에 현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관중들이 흥분하고 해설자들도 흥분했다.

- 이럴수가! 검기의 돌풍 속에서! 현캐 두 명이 그대로 케이오!

- 그러나 그와 동시에 검사 둘도 차가운 시체로 변해버렸습니다!

- 어떻게 된 거죠! 스나이퍼는 딜레이가 엄청나게 길텐데요!

노딜레이의 힘이다. 그리고, 현재 유저들과는 그 격이 다른 NPC. 스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나는 단 한 발의 총알로 관통샷을 성공시켜 무캐 둘을 사살해버렸다.

- 포병의 포가 날아듭니다!

- 스턴효과와 장비손상의 특수효과가 있는 포병의 포 공격! 과연 불기둥에서는 어떤 전략을 준비해 왔을까요!

불기둥승부사가 말했던 '아빠.' 즉 흑비룡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이 연습해왔고 써먹었던 기술이지만 포탄을 상대로 써먹은 적은 없다.

' 어차피 여긴 게임이야! '

무기를 파쇄하는 스킬. '파검기'다. 검기를 검에 둘러 상대의 무기를 파괴하는 스킬이고, 그 것이 흑비룡과 헬렌의 손에서 펼쳐졌다.

72mm 대구경 포탄이 눈동자 속에서 점점 커지고.

" 하아아앗!!! "

커졌던 포탄 가운데로 검이 파고들었다. 바로 눈 앞에서 포탄이 양 옆으로 갈라졌다. 정확하게 두 토막 냈다.흑비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해... 해냈다! '

그러나.

꽝!!

' 빌어먹을! '

쿨럭, 쿨럭. 기침을 했다.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흑비룡은 죽지 않았다.

- 이런 아름다운!!! 헬렌이 알라뷰잖아!

- 행복하다! 내 장비!!!

- 흑비룡님! 아...아... 어떡합니까 이거!

포탄을 잘라내는 것 까지는 성공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잘려나가면서 폭발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포탄은 목표물에 부딪치면 폭발한다. 칼 역시 일종의 목표물이고 검기를 통해 잘라낸다고 해봤자 폭발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포를 쏜 게 바로 '포'다. 스나가 관통샷으로 두 명을 사살했다. 그리고 포의 포가 흑비룡의 장비를 완전히 망가뜨려버렸고 헬렌을 죽였으며 그에 인접해있던 또 다른 무캐의 장비를 손상시켰다.

엄청난 덩치의 포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씨익 웃으면서 매우 느릿느릿한 어조로 말했다.

" 나이스...샷. "

벌어진 입 사이로 하얀 치아가 보였다. 더욱 느린 목소리로 또 말했다.

" 굿... 샷... "

일단은 나이스샷이 맞다. 스나가 두 명을 사살했고 포가 한 명을 사살했으며 두 명의 장비를 망가뜨렸다. 이 쪽은 소총수 둘이 사망했다. 나이스....샷... 하고 말했던 포는 또 느릿느릿하게,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재생한 것 처럼 엄지손가락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선 여전히 느린 몸동작으로 다시 손을 들어올려 머리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 머리가...간지...러...워. "

그리고 육성으로 자신의 몸동작을 생생히 묘사했다.

"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다."

그리고 또 말했다.

" 나는... 강력...해. "

한 발을 발사한 '포'는 매우 여유로웠지만 다른 유저들은 그렇지 않았다.

남은 소총수 여섯. 스나이퍼  2. 포병 2.

그리고 남은 검사 11.

현재 전력 10:11

무캐가 한 명 앞선다. 그러나 무캐 둘은 장비가 많이 손상되었다.

그러나 무캐는 현재 산개한 상태. 소총수가 움직임을 묶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기둥승부사는 PK(비무)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플레이어다.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포병과 스나이퍼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공격을 펼친 건 그렇다 의외였지만, 어쨌든 기회는 온 거다. 포병과 스나이퍼는 딜레이가 기니까.

불기둥승부사가 외쳤다.

- 사방에서 거리 좁혀!!! 좁히기만 하면 죄다 알라뷰다!

============================ 작품 후기 ============================

윤석이가 간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꾸만... 자꾸만... 다른 글이 쓰고 싶어집니다. 제목은 '침대위의 지배자'가 어떨까 싶은데... 참습니다. 나중에 써야지 쿨럭.

몹시 죄송합니다만 대신 이 글이 조금 야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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