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3 사살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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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한껏 치켜들고 매우 못마땅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수희를 보면서 윤석은 피식 웃었다. 하, 하긴... 민서가 좀 예쁘고 귀엽긴 해... 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석이 말했다.
" 네가 지금 생각하는 그거 아니거든. 나를 강민혁과 똑같은 놈으로 보지마. 기분 나쁘니까. "
윤석은 수희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렇게 세게 때린 것도 아니고, 주먹을 머리에 얹는 정도의 세기였는데 수희는 으아악! 비명을 크게 질렀다.
" 왜 때려! "
" 이게 때린거냐? 그냥 건드린거지. "
" 안 알려줘! "
수희는 맞은 것이 매우 분하다는 것을 주장하다는 듯한 태도로 고개를 휙 돌렸다.
" 떡볶이 사줄게. "
그리고 그 고개가 다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초. 고개의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 정말? "
" 물론이지. "
" 순대도? "
" 오케이. "
민서의 번호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민서의 번호를 알려주고나서, 수희의 눈이 또다시 가늘어졌다.
" 오빠. 근데 게임에서 물어봐도 되잖아. 혹시 직접 묻기에는 창피하다거나... "
" 시끄러워. "
그러자 수희가 설마, 설마, 설마,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들썩거렸다. 손으로 입을 가렸다.
" 설마 그거 몰랐던 거? 그랬던 거? 그런 거? "
윤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랬다. 그냥 게임에서 물어봤어도 된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킥킥대고 웃는 수희의 웃음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파고들었다. 바보냐! 어떻게 그 간단한 것도 몰라? 하고 비웃는 웃음소리가 매우 거슬렸다. 그래도 윤석은 민서의 번호가 핸드폰에 완전히 저장될 때 까지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수희의 방문을 닫으면서 윤석이 말했다.
" 순대 취소다. "
방문이 닫혔다. 말! 도! 안! 돼! 라고 외치는 수희의 목소리. 또 내가 잘못했어! 라는 사죄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서, 민서에게 연락을 취했다.
여섯 다리를 건너면 세계인은 모두 친구, 라는 말이 있단다. 실제 과학적인 실험이 이루어져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도 얼핏 들은 것 같다. 어쨌거나 이 번엔 동생 다리, 민서 다리를 건너 박민서의 아버지인 박윤환과 만나기로 했다.
윤석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 반갑습니다. 아시다시피 유토매니아 대표 김윤석입니다. "
사실 조금 떨리긴 떨린다. 그는 유토매니아의 대표이고 사장이기는 하지만 직접 경영에 나서지는 않는다. 코드를 벌기 위해 게임 내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경험은 생소한데다가,
' 이 사람이 훌팬이라고? '
유토피아 속 훌팬은 이 자리에 없었다. 유토피아 속 훌팬은 뭐랄까. 조합장의 이미지라고 하면 딱 들어맞았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적당히 넓은 어깨. 인자한 미소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고 도시적인 중년신사였다.
그러나 이 곳에선 아니다.
" 아, 반갑습니다. 민서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
손을 맞잡았다. 윤석은 순간 솥뚜껑을 잡은 줄 알았다. 손이 어찌나 큰지, 깜짝 놀랐다. 손만 큰 게 아니었다. 몸도 크고 얼굴도 컸다. 그리고 이 커다란 덩치가 살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놀랐다. 척 보기에도 단단해 보인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검은색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었으나 그 인상은 왠지.
' 씁...왕년에 이름 좀 날렸던 사람 같다. '
단도직입적으로 느낌만 말해본다면 조폭 두목의 느낌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화 속 떡대 두목정도가 되겠다. 기본적인 골격 자체가 일반인과는 확연히 달랐고, 그 골격을 뒤덮은 근육 역시 일반인의 수준이 아니었다.
윤석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떡대 앞에 서 본 것이 워낙에 오랜만이라 솔직히 조금 위축되긴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위축감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생김새만 산적두목같지 실상 예의도 바르고 성정이 거칠지도 않았다.(심지어 다소곳한 자세로 차를 마시는 귀티까지 뽐냈다. 물론 그 모습 조차도 위압감 넘치긴 했지만. )
"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저를 스카웃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
윤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 맞습니다. 다수정예회와의 거래관계도 더욱 돈독히 할 겸... 인사관리를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
박윤환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윤석과 헤어진 뒤 윤환은 곰곰히 생각해봤다.
' 유토매니아에서의 스카웃이라... '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을거라고 봤다. 임원급으로의 스카웃이고 여태까지의 사업경험도 높게 쳐준다고 했다. 게다가 사장 역시 젊고 능력이 있다. 비젼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 그 것... 때문에라도 김윤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해. '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서 자리를 뜨긴 했다. 그러나 윤환에게는, 그리고 다수정예회에게는 김윤석과의 보다 끈끈한 관계가 필요했다.
' 어쩔 수 없다. 이 제안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
게다가 임원급으로의 스카웃이다.
' 어차피 언젠가는 밝혀질 일.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나는 이 자리를 맡아야만 한다. '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음 날, 그는 윤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랑 대신, 유토매니아의 인사관리부장으로 발령받았다.
* * *
방송국에서 기자들이 앞다투어 달려왔다. 그러나 모든 기자가 인터뷰를 할 수는 없었다. 윤석이 애초에 기자회견을 가졌다면 좋으련만, 그 것도 아니었다. 운 좋게 윤석과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건 김혜선기자였다.
김혜선이 먼저 말했다.
" 이 번 강경조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는데... 사실 결정하는데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
김윤석은 거만하지 않은 태도로,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 아뇨.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저희 유토매니아의 직원들을 위한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
윤석이 한가지 결정을 내렸다.
유토매니아의 콜센터에 전화를 하려면,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가입을 한 뒤 새로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발급 받아야만 콜센터에 전화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발급받으려면 유토피아의 아이디를 인증해야만 했다.
전화 한 번 하려면, 실명인증을 해서 아이디도 확인하고 그 다음에 전화 전용 아이디(8자리숫자)와 비밀번호까지 발급 받아야만 한다. 그 것도 유토피아 아이디를 인증해서. 복잡하기 그지없다. 이용자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을 도입해버렸다.
김윤석이 말했다.
" 텔러분들 역시 저희의 소중한 직원들입니다. 유토매니아가 성장해가면 성장해 갈수록... 그 직원분들이 감당해야할 사회의 무게가 너무 컸습니다. "
유토매니아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텔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만큼 장난전화도 많이 걸려왔다.
" 저흰 직원 한 명 한 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은 주랑 때문이었다. 텔러는 아무래도 약자일 수 밖에 없다. 고객을 응대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 것을 악용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주랑이라고해서 그 피해를 피해다닐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전화는 무작위로 걸려오고, 주랑은 팀장이면서도 직접 일선에 나서 일을 처리하곤 했으니까.
주랑 역시 언어 폭력에 노출되기 일쑤였고 윤석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유토피아 아이디를 인증해야만 전화 연결이 되도록 했으며 언어폭력을 행사할 시 해당캐릭터의 유토매니아 코드 거래를 영구 정지시켜버렸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술자리에서 윤석의 말을 빌리자면,
" 깝치려면 깝쳐보라고 해. 씨팔놈들. 꼬우면 사질 말든가. "
정도가 되겠다. 그 말은 대외적으로,
" 저흰 직원 한 명 한 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
라는 말로 순화되어 표현되었다.
보통 무언가를 판매하는 입장은 고객에게 공손할 수 밖에 없다. 최대한 맞춰주고, 최대한 편의를 살펴준다. 그러나 유토매니아는 그러지 않았다.
고객이 불편함을 겪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가장 이상적이면서 원활한 코드 공급원은 유토매니아 뿐이다. 유토피아에서 작정하고 코드를 만들어 뿌리는 미친 짓을 벌이지 않는 이상, 유토매니아를 넘어설 회사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시장은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커지고 있고, 유일한 공급원인 유토매니아는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었다. 게다가 윤석의 머릿속엔 -사실 주랑과 민혁에게 주입받은 거지만- 코드의 획득속도를 높일 방법도 몇 가지나 더 들어있었다.
" 저희는 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
윤석이 힘주어 말했다.
" 우리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이윤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게 저희 유토매니아의 운영방침입니다. "
포장은 좋지만, 살테면 예의 갖춰서 사고 말거면 말라다. 우린 우리의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에게만 물건을 팔겠으니, 그럴 자신 없는 사람은 꺼지라는 말은 빙빙 돌려서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민혁이 킥킥대고 웃었다.
" 드라마 찍냐? "
일부러 목소리를 두껍게하고 익살맞은 표정을 지었다.
" 우리의 가족을 버리지 않는게 우리 운영방침입니다! 꽝! 꽝! 꽝! "
그리고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제스쳐를 따라하기라도 한 듯 책상을 탕탕 쳤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리고 윤석의 얼굴은 조금 붉어졌다.
" 뭐 인마. "
" 술자리에서 했던 말 왜 못 해? "
" 미쳤냐 그걸 말하게. "
" 내가 재연해줘? "
민혁은 큼, 큼, 헛기침을 두어번 한 뒤 술 취한 윤석을 흉내냈다. 술만 취하면 욕을 해대는 윤석의 주사를 콕콕 잘도 짚어냈다.
" 그 쌍놈들 다 꺼지라 그래. 그 딴 새끼들한텐 안 팔아. 앞으로 거래중지 시켜버리고, 씨팔... 나한테 걸리기만 해봐. 죽여버릴테니까! "
매우 훌륭하게 재연을 성공시킨 민혁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 민혁오빠. 지금 뭐 해요? 책 낭독해요? "
주랑의 매우 솔직한 감상평이 들려왔다. 민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혼자서만 그 연기에 만족한 듯 했다. 하여튼 이 커플 사이에 껴있으면 좋은 꼴은 못 본다 생각한 민혁이 얼른 나가려고 했는데, 주랑이 말했다.
" 오빠. 진짜 멋있었어요. "
주랑은 윤석에게 사뿐사뿐 걸어가 볼에 살짝 키스했다. 그리고 나가려는 듯한 민혁에게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원래 그랬다. 듣기 좋고 편안한 목소리였다.
" 밖에서 다 들었어요. 우리 오빠 정말 멋있기만 했는데 왜 그래요? 질투하면 보기 흉해요. "
목소리는 정말 듣기 좋은데, 그 목소리에 민혁은 심기가 몹시 불편해졌다.
" 아. 그래. "
거기에 더해 쪽, 소리도 들려왔다. 심기가 더더욱 불편해져 버렸다. 윤석이 나가고 나서, 주랑이 배시시 웃었다. 헤헤 웃으면서,
" 너무 심했나..."
머리를 긁적거렸다. 윤석이 말했다.
" 더 심한 게 좋은데. "
응큼해요! 라고 언제나처럼 말은 했지만 주랑은 피하지 않았다. 윤석의 폼에 쏙 안겨들었다. 윤석의 품 안에서 주랑이 말했다.
" 고마워요. "
" 뭐가? "
" 그냥 전부 다요. "
" 그게 제일 성의 없는 대답이라며? "
하긴 그건 그래요, 하고 주랑은 또 배시시 웃고 말았다. 그냥 좋았다. 품에 안겨 있는 것도, 윤석의 가슴팍에 코를 묻고 킁킁 거리는 것도. 입술을 맞추는 것도.
주랑이 말했다.
" 3차 길드전...은 절대 지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
윤석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한마디 내뱉었다.
" 정차장 척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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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타 : 팬티, 스타킹, 가터벨트...라고 이름 안지은게 다행일지도... [2013.01.23 00:31]
한 수 배워갑니다. 스승님;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셨네요.
아참. 그리고 제가 어릴떄부터 친한 여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예전 써든어택을할 때(얼굴도 이쁘장한것이;) 아이디가 '팬티를벗겨요' 였습니다. 거기서 영감(이딴게?) 을 얻은 민서가족 아이디가 맛팬 훌팬 화레팬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