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2 별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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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이 접속 했을 때. 알림음이 들렸다. 새로운 창이 떴다.
[띠링. 군인 클래스로의 전직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국방성 플라티곤에서 장군의 직위를 하사 받으십시오. ]
국방성 플라티곤.
중원의 9대 문파/5대세가. 그리고 판타리아의 12마탑과 비슷한 단체라고 보면 된다. 현대. 그러니까 얼스의 국방력을 책임지는, 한국으로 따지면 국방부정도 되는 기관이다.
국방성을 책임지는 4성장군이자 얼스의 영웅인 슐터가 직접 직위를 내려줬다. 게임이니만큼, 너무 복잡한 절차는 생략했다. 이를테면 애국가를 부른다거나, 병사들을 강제동원해서 군가를 부른다거나, 그 외에 다른 행사를 한다거나.
얼스의 국방을 책임지는 슐터는 매우 근엄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 그대는 우리 얼스의 자랑스런 장군 중 한 명으로써의 발돋... "
말을 하길래,
Skip.
고민하지 않고 그냥 스킵해버렸다.
" 그리하여 우리 플라티곤.... "
Skip.
" 1성 장군의 직위를 내리며... "
Skip.
스킵할 수 있는 건 모조리 스킵했다. 장황한 말을 모두 듣지 않게 하기 위한 유토피아측의 배려인 듯 했다. 여기까지 배려를 해놓았다는 건, 여기까지 유토피아에서 예상을 해놨다는 소리도 된다.
' 무지막지한 페널티... '
전체 이용자중 그 차지 비율이 0퍼센트나 다름없는 현대 전투클래스.
' 도저히 갱생 가능성이 없는 전투클래스가... 처음으로 공기관에 소속됐다. '
여기까지 예상을 해놨다는 소리는, 그 건.
' 그 엄청난 페널티를 준 이유가... 바로 이 것 때문이었나. '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혹시 또 모른다. 건 오퍼 말고도 그 어떤 다른 클래스가 있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현대에서 어떤 무언가를 하고 있을지도. 또 누군가가 이미 소리소문 없이 군에 소속 되었을 지도.
' 그러나 아마 없겠지. '
아마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건오퍼로의 전직은 그렇다 치더라도 쓰레기도 그런 쓰레기가 없다. 기껏 처음 받은 스킬은 배틀필드와 탄생성인데, 심지어 배틀필드는 필요 엠피가 2만이라 아예 펼칠 수 조차 없었다.
게다가 인트만 올려서 안 그래도 최약체인 총잡이가 더더욱 무력해졌으며 제대로 들 수 있는 총이라곤 전직 전의 가장 기본적인 소총 밖에 없었다. 건 오퍼로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토피아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런 캐릭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엠피의 절대량을 2만이상 높여주는 패시브 스킬이 생기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건 오퍼는 괜히 있던 클래스가 아니었다. 초반의 그 엄청난 페널티를 감수할 무언가가 있었고, 그게 바로 이 군과 연관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예상이 그렇다는 거다.
' 중원과 판타리아의 경우를 봤을 때... 이건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될 거야. '
[ 띠링. 군인 클래스를 획득했습니다. ]
[ 띠링. 준장의 직위가 수여됩니다. ]
[ 띠링. 준장으로써의 권한을 누릴 수 있습니다. ]
[ 준장의 역할과 의무. 권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원하십니까? Y/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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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스- 플라티곤에 새로운 준장이 한 명 생겼다.
전쟁중인 국가에선, 당연히 군인의 위상이 높다. 그 중에서도 장군. 즉 별이라 하는 계급을 하사받았다는 건 굉장히 명예로운 거고 적어도 얼스 내에선 '한 끗발' 한다는 소리다. 그 준장의 이름은 '안졸리냐졸려'.
게임 내에선 다소 멋드러지지 못한 이름을 가진 윤석은,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캡슐에서 빠져나왔다. 침대에 누운 채 발을 까딱거리며 군인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 전쟁 발발시... 무조건적인 참여... '
부가적인 내용으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그건 유저인 윤석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는 내용이었다. 죽어봤자 괜찮다. 어차피 게임이고, 다시 살아난다.
' 그리고 전쟁은... 아마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더라도 국지전 규모의 작은 전쟁 뿐이겠지. '
설정 자체는 전쟁 중이다. 그러나 대규모 전쟁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거다. 유저들이 판타리아와 중원에 고루 분포되어 있고 얼스에도 조금 있다. 이 세가지 세력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절대로 할 수가 없다. 그건 이 유토피아를 망쳐버리는 일이 될테니까.
' 아니면 이벤트 형식으로 일어나거나. '
그도 아니면 이벤트 형식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를들어 전쟁 승리국가에게는 1주일간 경험치나 아이템 드롭확률을 높여주는 식으로. 그러나 아무리 전쟁이 나더라도 어느 한 대륙이 완전히 망하는 일은 없을 거다. 세 개의 대륙은 유토피아가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대전제니까.
어쨌든 상관 없다. 전쟁발발시 무조건적인 참여, 그리고 비상사태 발령시 무조건적인 소집. 그게 바로 군인 클래스가 가지는 의무인데 그렇게 크게 신경쓸 문제는 아닌 듯 했다.
' 전쟁 발발시 내 휘하 부대가 7천명. '
그 것들을 -NPC들- 이끌고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 아니, 참여해야만 한다. 영웅 슐터의 말을 빌리자면 목숨을 걸고, 군인의 명예를 걸고서, 결단코 적을 응징해야만 한단다.
' 그리고 평시에 내 개인 사병이 3명이라. '
한 번 킥, 웃었다. 군에 소속된다고 해서 능력치가 갑자기 월등해지거나 무지막지한 히든스킬이 생기거나 엄청난 아이템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 개인 사병이라... '
킥킥 웃었다. 일이 잘 풀려간다. 보아하니, 판타리아의 가디언이나 수호정령. 혹은 중원의 호위무사와 비슷한 역할의 NPC인 것 같다.
참고적으로 설명하면 가디언, 정령, 테이밍된 몬스터 혹은 조련된 동물(뱀,벌레 등)등은 시스템상 모두 '귀속 NPC'로 분류된다. 귀속 NPC란 유저에게 소속되는 NPC를 말하며 NPC의 성격에 따라 소환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정령이 그렇다. 정령은 유토피아 내의 또 다른 세계. 그러니까 정령계라는 곳에서 계약을 통해 이쪽 대륙으로 소환한다는 설정인데, 소환된 정령 역시 귀속 NPC다. 소환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 테이밍된 몬스터의 경우가 그랬다. 판타리아에는 테이머라는 클래스가 있고, 테이머는 몬스터를 스킬로 묶어서 자신의 휘하에 두고 부리는 클래스를 뜻한다. 몬스터를 자신에게 속하게 만드는 행위를 '테이밍'이라고 하는데 그 테이밍당한 몬스터 역시 테이밍된 순간부터는 귀속NPC로 분류가 된다. 그 외에도 돈을 주고 NPC를 사는 경우가 있다. 일시적 계약이든 장기 계약이든 혹은 평생 계약이든, 어쨌든 계약기간 동안에는 귀속 NPC로 분류가 된다.
이번에 윤석이 갖게된 세 개의 -윤석은 NPC를 보통 '명'이 아니라 '개'라고 표현한다.- NPC 역시 귀속 NPC. 사실 군인이라는 특수한 클래스를 통해 계약을 맺든 협조를 구하든 어떤식으로든 NPC를 구해보려고 했었는데 오히려 잘된 셈이다. 윤석은 별로 고심하지 않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 이름을 너무 대충 지었나? '
그런데 이름을 짓고 보니 조금 미안한 감이 들기도 했다. 확실히 대충 짓긴 했다.
하나는 소총.
하나는 포.
하나는 스나다.
사실 NPC들인지라 기본적으로 소총, 포, 저격총. 그 외에도 각종 무기들을 다룰 수 있었지만 그래도 각기 무기에 특화된 특전사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이름을 하나는 소총. 하나는 포. 하나는 스나. 라고 알기 쉽게 지어버렸다. 사실 처음엔 스나이퍼로 세개를 설정 하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스나이퍼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근접 호위에는 소총수가 유리하고, 광역공격에는 포병이 유리하다.
' 군인이라... 역시 좋아. '
판타리아의 12마탑. 중원의 9대문파 혹은 5대세가. 그 곳과 비교했을 때 '월등하다'정도의 조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은 마음에 들었다.
휘하에 직속 NPC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일단 가장 큰 혜택이었고 그 외에도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멀리 이동해야할 때면 헬기를 탈 수 있다는 점 등.
위기상황 발발시 즉시 참여해야한다는 의무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바로 예상했던대로 '중복클래스'라는 점이다. 현실에서 군인은 영리사업이 제한 된다. 그러나 게임 속에선 아니었다. 그 말은 즉, 건오퍼로써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스킬포토를 생성 및 판매 -판매는 다수정예회가 하지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총잡이를 선택하여 그 말도 안 되는 페널티를 극복해온 것에 대한 '진짜 보상'이 도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히죽 한 번 웃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
주랑이었다.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보드랍고 달콤한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으로부터 윤석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 오빠. 뭐 해요?
" 네 생각. "
사실 주랑의 생각이 아니라 유토피아 생각하고 있었다. 이 번에 군 클래스를 획득하게 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잠시 명상 -명상이라 쓰고 잡생각이라 읽는다- 을 하던 중이었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윤석은 어느덧 선의의 거짓말에 익숙해진 상태고 주랑은 그 선의의 거짓말을 무척 기꺼워했다. 무척 기분 좋은 듯 했다. 핸드폰을 통해 그녀의 웃음소리가 전해지고, 그 웃음소리는 이내 윤석의 귀를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와 배시시 웃는 아리따운 모습을 그려내주었다.
- 사실 저도 오빠 생각 맨날맨날 해요.
주랑은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 오빠.
" 엉? "
- 저... 이번에 3차 길드전에는 참여 못할 거 같아요. 일이 밀려버렸어요.
윤석은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책상에 한 손을 얹고 몸을 비스듬히 기대어 섰다.
" 주랑아. "
- 네?
" 길드전에 참여 못하는 건 상관 없어. 이제 길드전은 둘째 문제야. "
정말이다. 이제 길드전에 그렇게 목 매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호크의 길원들이 들으면 미안할 말이지만, S등급 악세서리가 주랑의 건강보다 중요하진 않다. 길드전에서 이기면 그 외에도 경험치 증가등 몇 가지 혜택이 있기는 했는데 역시 주랑의 건강보다 중요할 리 없었다.
호크의 홍보를 통해 현캐 총잡이 수를 늘리겠다는 당초의 생각도 지금은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비록 NPC들이지만 총잡이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지금이야 3명밖에 부릴 수 없다 치더라도 나중 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또 유저 총잡이를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생각은 해놓은 상태다. 그러니까 이제 길드전은 그에게 있어서 높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 그런데 너 너무 무리하지마. 말했잖아. 인원 대거 고용해도 상관없다고. 인건비 많이 들어도 괜찮으니까 몸 좀 챙겨. "
- 그래도 오빠 일이니까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하고 싶어요. 걱정 말아요. 저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거에요. 앗. 조금 있다가 전화 할게요. 조금 있다 봐요. 사랑해요.
전화가 끊어졌다. 윤석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아무래도...'
주랑에게 맡겨 놓으면, 주랑은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킬 것 같다. 수를 찾기로 했다.
' 내가 도와주는게 제일 좋겠지만... '
그럴 수는 없다. 건 오퍼인 윤석은 게임에 접속해 있어야만 한다.
' 방법을 찾아야겠어. '
거실로 나갔다. 수희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와 속옷만 입은 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던 중이었다.
" 깜짝이야! 나보곤 맨날 노크하라며! "
수희는 별로 깜짝 놀라지 않은 듯한 모양새로, 입으로만 깜짝 놀랐다고 말하고선 눈만 힐끗 돌려 윤석을 쳐다봤다.
" 수희야. "
" 왜? "
" 민서 번호 좀 알려줘. "
수희의 눈이 가늘어졌다. 흐음... 하고 턱을 조금 들고서 윤석을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봤다.
" 오빠 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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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해도 정말 훌륭한 네이밍센스인듯. 이 얼마나 알기쉬운 이름인가. 소총. 포. 스나. 파일이름에 아주 적당ㅎ...
" 지x. 그냥 이름 짓기 귀찮았다고 말해. 어디서 이빨을 까 ㅡㅡ"
"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