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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플레이어-48화 (48/244)

00048  별이 보인다  =========================================================================

* * *

민혁은 대안으로써 '입군'을 제안했다. 생각해보니 민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 어차피 우린 NPC들... 그것도 얼스의 군과는 한 배를 탄 사이니까. "

그런데 주랑이 우려를 표했다.

"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니까 오빠를 군에 소속시켜버리게 되면... "

민혁의 제안은 이러했다. 바로 윤석이 군에 소속되는 것. 완전히 소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명예직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군 상부를 잘만 어떻게 하면 명예직 중령이나 대령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고 그렇게 되면 NPC 스나이퍼 몇 명 쯤 고용하는 건 일도 아닐거라고 봤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명예직이라는 감투를 쓰기는 하지만 분명 군에서는 윤석을 완전히 영입하려고 할거다. 그렇게되면 '사업'이 아니라 '봉사'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 그게 제일 문제야. 사실 스나이퍼가 한 명 빠지게 되면 엄청난 전략 약화지. 길드전에서의 승리는 저만치 멀어지는거고... "

길드전에서의 승리를 위해 군에 몸을 맡기느냐, 아니면 그냥 길드전에 참여를 하느냐.

결국은 그 선택이다.

" 아니면... 새로운 유저를 이쪽에 끌어들여도 되고. "

이래저래 생각할 것이 많았다. 선택지를 좁혀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1. 군으로부터 명예직을 받아 일시적이라도 군 통솔권을 얻음.

2. 이대로 길드전에 참여.

3. 스나이퍼 한 명을 고용.

주랑이 말했다.

" 제 생각에는... 그냥 유저 중에 한 명 스나이퍼를 고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 그게 좀 안전한 방법이긴 해. "

" 뭐... 다른 생각 있으신 거에요? "

" 난 군으로부터 명예직을 받는 것도 그리 나쁘게 보는 편이 아니어서. "

주랑도 고개를 끄덕였다.

" 오빠가 가진 능력이 워낙 대단하니까... 협상만 잘 벌이면... "

확실히 현재 군의 힘은 엄청나다. 유저들 사이에서 현캐 전투클래스는 쓰레기라 불리지만 NPC는 아니다. 판타리아와 중원의 모든 NPC와 유저가 힘을 합쳐야 겨우 얼스의 NPC와 비등비등하다고 평가될 정도다.

전쟁억제제로 평가되는 판타리아의 드래곤 및 정령왕들. 그리고 중원의 무신 휘하 4방신 외 12지천, 신선들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쓸어버려도 쓸어버릴 수 있을 만큼, 얼스 NPC들의 전투력은 압도적이었다.

' 그 힘을 잘만 이용할 수 있다면... '

게다가 윤석이 입군에 대해 그리 회의적이지 않은 건 바로, 타 대륙의 현 상황과도 관련 있었다.

판타리아.

그 곳에는 12마탑이 있다. 지금은 길드처럼 인식되고는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길드들은 애초에 유저들이 만든 길드는 아니었다. 원래부터 판타리아에 있던 일종의 마법기관이었다. 어떠한 계기, 혹은 어떠한 방법 - 그 '어떠한'이라는 건 굉장히 어려움을 뜻한다 - 을 통해 12마탑에 속하게 되고, 12마탑에 속하게 된 유저들은 일반 유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스킬들을 습득하고 많은 메리트를 받게 된다.

중원도 마찬가지다.

9대문파와 5대세가. 그 곳 역시 유저들이 만든 곳이 아니다. 9대 문파와 5대세가에 어떠한 방식으로 -역시 '페널티' 라고 해도 좋을만큼 어렵게- 그 곳에 속하게 되고 그 곳의 특별한 무술과 비기를 익히게 되어 다른 유저들보다 훨씬 강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따지면 얼스도 마찬가지 일거다. 다만 여지껏 아무도 군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 현대 전투클래스의 수도 비율로 따지자면 거의 0이나 다름없는데다가, 입군하는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상당히 힘들거다. 다른 것 - 12마탑, 9대문파, 5대세가 등- 들에 들어가는 조건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의 메리트가 있기 위해, 엄청난 페널티를 극복해냈다 정도 밖에는 모른다.

' 페널티 극복이야... 이 쪽 전문이고. '

생각에 빠져든 윤석을 보면서, 주랑이 말했다.

" 저는... "

잠깐 말꼬리를 흐린 주랑은 배시시 웃고는 윤석에게 팔짱을 꼈다.

" 부창부수니까요. "

무조건 따라갈게요, 하고 말하고 배시시 웃는 주랑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진 윤석은 주랑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주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살며시 떴다. 윤석의 얼굴은 이미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짧은 키스였다.

오랫동안 눈을 감았다가 뜬 주랑의 표정이 조금 안 좋아졌다. 하지만 윤석과 눈이 마주쳤을 때 얼른 다시 예쁘게 웃었다.

* * *

다수정예회. 이번에 건오퍼인 김윤석과 군과의 거래를 중개하게되면서 막대한 중간수익을 올리게 된 신흥 거대 유니온이다. 군과의 긴밀한 거래체계를 구축하고 그 힘을 뒤에 업고서 -대신 군수품은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공급했다 - 각종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유니온의 조합장 훌팬이 말했다.

" 그렇게만 된다면야 우리 쪽에선 환영할만한 일이죠. 문제는... 아예 군인으로 귀속되어버리는 수가 있어서... "

아예 군인이 되어버리면 곤란하다. 군인은 상부에서 까라면 까는 직업이다. 개개인의 인권보다는 명령이 더 중요한 특수단체다. 군 상부에서 군인이 된 윤석에게 네 능력을 공짜로 제공해라. 대신 월급을 주겠다. 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게 되어 버리는 거다.

" 저희 유니온 측에서도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

하지만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군의 명예직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미 머릿속에 계획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 것을 바로 입 밖으로 꺼낼만큼 그는 어수룩하지 않았다.

' 거래를 할 때... 신중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

윤석이 말했다.

"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있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확답은 드리지 못하겠군요. 기한은... 3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 "

" 3일이면 늦습니다. "

거기까지 말하고서 윤석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게임시간으로 3일. 그러니까 현실시간으로 1일 뒤면 호크의 3차 길드전이 열리는 날이다.

3일이면 늦는다는 말은, 3일 전까지 어떻게든 결과를 이끌어내야만하는 어떠한 일이 있다는 거고. '그 어떠한 일'과 '길드전'을 연관시켜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간파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다행히 훌팬은 그 것에 대해 달리 눈치를 채거나 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 그냥 제 발 저린건가... '

훌팬이 말했다.

" 알겠습니다. 긴급 회의를 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저희쪽에서 방법을 한 번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

* * *

" 역시 우리의 생각이 맞았어. "

다수정예회의 간부들을 긴급소집한 훌팬이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안졸리냐졸려는 특수한 클래스의 총잡이라는 가정이 거의 확실시 됐다. "

" 역시 그렇습니까? "

사실 생각해보면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스킬포토를 찍어냈는데, 그 스킬포토가 군에서 매우 반기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물건이 납품됨과 동시에 총알산업이 확 죽어버렸다. 군수품을 관리하게 된 다수정예회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말은 즉, 안졸리냐졸려가 파는 스킬포토의 내용은 값싼 총알 혹은 성능이 뛰어난 총알을 만들어내거나하는 그러한 스킬일 것이 분명하다는 소리였다.

" 그리고... 그가 3일이면 늦다는 말을 꺼냈어. 모두 알다시피 호크의 길드전이 3일 뒤에 열리지. "

" 역시 호크의 일원이겠군요. "

호크는 길드전에 참여할 때 모두 복장을 통일하고 베레모를 쓰고, 썬글라스를 끼고 위장크림까지 바른다. 따라서 누가누군지 제대로 구분이 안 된다.

" 맞아. 호크의 일원이란 건 거의 확실해. 그 중에서도 아마 리더일거야. 특수한 클래스를 가진... "

" 저희들을 소집한 게 그 것 때문입니까? "

그들은 상인이다. 안졸리냐졸려가 특수한 클래스를 가졌는지 가지지 않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흥미가 가는 얘기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얘기 자체로 돈이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 아니. 사실 우리 중에 군과 계약을 맺을 사람을 선출하기 위해서야. "

" 군과의... 계약 말입니까? "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다수정예회가 다른 유니온들을 한꺼번에 눌러버리고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바로 군수품 거래를 따내게 되면서였다.

그런데 또 군과의 계약이라니.

" 아아. 그렇다고 이번처럼 큰 거래라거나 큰 이익이 떨어지는 건 아냐. 다만... "

훌팬은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이득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을거다.

" 아마 그 계약을 성사시키게 되면... 안졸리냐졸려와의 개인적 인맥 혹은 친분을 쌓을 수도 있지. 물론 군과도 마찬가지고. "

훌팬은 대강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안졸리냐졸려가 군에 잠깐 몸을 맡기고 군을 통솔할 수 있는 지휘권을 얻게 하는 것이 그 중심내용이었다.

"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느냐... 그게 가장 큰 문제가 되겠지. "

" 맞습니다. 계약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

다수정예회의 상인들은 모두가 고수다. 고용과 관련된 계약 경험도 많고 계약 자체는 어렵지 않을거라고 봤다. 중요한 건 계약 내용이다.

" 아이디어가 필요해. 안졸리냐졸려와 군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이. "

* * *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훌팬을 비롯해 다수정예회의 간부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었다. 군과 안졸리냐졸려를 이어주는 다수정예회로써는 두 입장을 충분히 검토하고 두 입장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조건을 내걸어서 계약서를 내밀어야 했다.

그러나 '맛있는섹시팬티'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수희의 친구였고 다른 어른들처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부딪치고 봤다. 그녀는 별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오빠! 이거 제가 작성한 훌륭한 계약서거든요. "

맛팬이 보여준 계약서를 살펴봤다.

< 계약서 >

군은 '안졸리냐졸려'를 고용할 수 있당. ^^ 직급은 아마 대령이나 준장정도면(이거 맞나?; ^^) 괜찮을 꺼 같다. 안졸리냐졸려가 고용된 동안 스킬포토는 무상으로 제공한다. ㅎㅎ대신 안졸리냐졸려는 군으로써의 힘을 쪼끔 사용할 수 있다. 매우 훌륭한 계약조건이다. 그치?

윤석은 어이가 없다 못해 허탈해져서 허허- 웃고 말았다.

" 맞춤법은 좀 맞추던가... "

아니 애초에 아무리 게임의 계약서라지만 이건 너무했다. 계약이란건 조건을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술해야만 한다. 그래야 분쟁이 줄어든다. '군으로써의 힘을 쪼끔 사용한다'와 같은 추상적인 조건은 애초에 자격박탈이다.

" 네 마음대로 해라 어디... "

윤석은 맛팬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몇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군 상부에선 그 계약서를 받아들였다. 더욱 세세하고 좋은 조건을 붙여서. 핵심내용. 그러니까 '안졸리냐졸려의 입군'이라는 전제를 통해 세세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과연 게임시스템이라 할 만 했다.

어이없는 계약서를 작성했던 맛팬은 방긋방긋 웃었다.

" 그냥 부딪치면 시스템이 알아서 해준다니까요? "

윤석이 혀를 내두르며 계약서를 다시 살펴봤다.

계약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안졸리냐졸려'를 명예직 준장에 임명한다.

2. '안졸리냐졸려'는 한 달 간 1억개의 ' ㅇㅇㅇㅇ' 와 10억개의 'ㅇㅇㅇㅇ'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3. '안졸리냐졸려'는 준장으로써의 권한을 가진다.

계약서에는 '배틀필드' 와 '탄 생성' 스킬포토그래프가 ㅇㅇㅇㅇ 로 표기되었지만 윤석은 어렵잖게 그 내용을 간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알림음이 들려왔다.

[ 띠링. 직업퀘스트 발동. 퀘스트 조건을 만족하면 히든 클래스. 군인을 획득하게 됩니다. ]

============================ 작품 후기 ============================

< 계약서 >

군은 '안졸리냐졸려'를 고용할 수 있당. ^^ 직급은 아마 대령이나 준장정도면(이거 맞나?; ^^) 괜찮을 꺼 같다. 안졸리냐졸려가 고용된 동안 스킬포토는 무상으로 제공한다. ㅎㅎ대신 안졸리냐졸려는 군으로써의 힘을 쪼끔 사용할 수 있다. 매우 훌륭한 계약조건이다. 그치?

....... 어처구니 없는 계약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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