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5 소소한 복수에 성공한 주랑은 방긋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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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랑은 의외로 돈을 쓰는 것에 인색했다.
' 그러고보니 그 흔한 명품백 하나 없지 주랑이는. '
조만간 명품백이라도 하나 장만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랑에게 쓰는 돈은 얼마가 되더라도 아깝지 않았다.
' 그리고 4천 만원의 빚도 갚아야하고. '
엄밀히 말하자면 그 4천 만원은 이미 갚았다. 그러나 그때의 고마움은 아직 다 갚지 못했다. 주랑에게는 뭐든지 다 해주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도 할 게 많다. 아버지 병실도 VVIP룸으로 옮겨드려야하고, 승합차 아닌 진짜 My car도 사야하고- 주랑 몰래라도 사고 싶다- 집도 사야하고 수희 떡볶이집도 하나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게 바로 유토피아였다.
새롭게 시작한 아이템중개사업은 날이 가면 갈수록 입소문을 타고 발전하고 있다. 아직까지 아주 유명하진 않았으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수수료없이 코드를 현금과 1:1로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으니까.
게다가 자유무역지대인 바람신전에 사업장이 위치하고 있어 판캐든 무캐든 현캐든 모두가 이용 가능했다. 그래서 코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현금과 교환됐다.
코드가 쌓이는 속도보다는 조금 느렸다. 현실시간으로 한 달에 1조 5000억이 넘는 코드가 쌓인다.
현재 하루에 거래되는 코드의 양은 대략 1~5억 코드. 그러나 거래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월 수백억을 거래하게 되는 것도-어떤 사람은 무려 3억원을 코드로 교환했다- 먼 미래가 아니라고 예측했다.
지금 당장만해도 월 매출 30~150 억의 신흥 기업이 되어버렸다. 사이트의 이름은 '유토매니아'.
' 앞으로 더 바빠지겠어... '
지금은 한 서버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나중에 좀 더 사업이 확장되고 하면, 유토피아측에 건의를 넣을 생각이다. 상거래가 가능한 통합서버를 만들어 서버간의 격차를 줄이는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을 거다.
지금 이 추세대로 간다면 현재 '안졸리냐졸려'가 속한 1서버는 고수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타나게 될 거다. 지금이야 하루 1~5억 가량이 거래되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후에 군과 재협상을 벌이고, 군의 힘을 등에 업은 채 몇가지 사업을 벌려서 코드의 획득속도를 높일 생각이다. 전세계인이 빠져든 유토피아다. 동시접속자가 5억명이고 그 5억명이 한달에 만원씩만 현질을 해도 그 금액은 조 단위로 넘어간다.
' 한 번 현질하면... 또 하고 싶은 게 인간 마음이지. '
윤석은 자신 있었다. 유토피아는 한 번 현질로 끝낼 수 있는 그냥 그런 게임이 아니었다. 한 번 욕심이 계속해서 욕심을 낳을거고 코드거래는 계속 활발하게 이루어질거다. 그렇게 되면 거래량은 늘어나고 유저들이 코드를 많이 갖게 된다.
즉, 고수가 많아진다는 소리다. 또한 1서버로 사람이 쏠리게 될 수도 있다. 고수가 많다는 소리는 그만큼 공략된 곳도 많고 알려진 것도 많은 데다가 플레이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으니까. 고수들을 따라 플레이하는 초보유저들도 많을거라 예상됐다.
' 그런 병폐를 막으려면... 통합 서버를 하나 운영하긴 해야 할 거야. '
또 하나 남는 문제는 바로 코드의 지속적인 소모.
' 어차피 대부분의 돈은 NPC에게 넘어가. '
윤석이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이 NPC에게 흘러들어간다. 그건 지속적인 소모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했다.
' 하지만... 또 다른 방법도 강구해야겠지. '
그러니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1. 통합서버 신설.
2. 코드의 지속적인 소모 방안 강구.
정도가 되겠다.
' 여러모로... 바빠지겠어. '
그 때. 빵!!! 클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었는데 출발을 안해서 그렇다.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던 윤석은 얼른 차를 출발시켰다. 경차! 똑바로 운전 못 해! 라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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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에 앉은 주랑이 손뼉을 짧게 한 번 치고는 방긋 웃었다.
" 와! 도착이에요. "
윤석은 주랑과의 외식을 즐기러 VIPS에 들렀다. 간만의 외식이라 한 껏 들떴는데, 주랑이 목소리를 작게 낮추어 조심스레 얘기했다.
" 오빠. "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 샐러드바에서 가져왔지만 온통 고기류를 담아왔다 - 테이블에 내려놓고서 윤석은 움찔 했다. 뭔가 불길한 기분이다.
" 저기, 저기. "
주랑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고 윤석의 목이 고장난 로봇처럼 천천히 돌아갔다. 주랑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정차장이 있었다. 정차장도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즐기러 나온 듯 했다.
그 이후부터는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싫은 사람과 한 자리에서 밥을 먹으면 그 밥이 맛 있을 리 없다.
" 조용히 먹고... 자리 옮기자. "
주랑도 고개를 끄덕였다. 윤석이 정차장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어서, 그냥 다른 데 갈까요? 하고 물었으나 윤석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내가 내 돈 주고 밥 먹겠다는데 내가 왜. 라는 쥐꼬리만한 자존심이 고개를 치켜세웠다. 이대로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주랑은 그러한 윤석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러나. VIPS는 뷔페식이다. 계속해서 음식을 갖다 먹어야 한다. 결국 정차장과 한 번 얼굴을 맞닥뜨렸다.
" 오! 김대리 아냐! 아니 이젠 김윤석 씨인가? "
마주치기 싫은 사람과 마주치게 된 윤석은 억지미소를 띄우고서 아... 예, 정차장님... 하고 인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시도 아닌 애매한 인사를 건넸다.
" 이야~ 요즘 잘 지내? 자네가 나간 뒤로 얼마나 고생했는 지 알아? 난 아직도 자네가 왜 나갔는지 이해가 안 돼. "
너 때문이다, 이 새끼야! 라는 말은 삼켰다. 사실 따지고보면 정차장때문은 아니다. 그랬으면 진작에 나갔다. 유토피아 사업때문에 나간 거다. 그러나 정차장의 말이라면 일단 발끈부터 하게 됐다. 지난 4년간 당한게 너무 많아서 그랬다.
" 안녕하세요, 정차장님. "
어느새 주랑이 다가와 윤석 옆에 다소곳이 서서 인사했다. 윤석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음을 깨닫고 일부러 앞으로 나섰다. 그녀도 정차장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 어라? 둘이 같이 온 거야? 오~ 둘이 저녁도 같이 먹고 그런 사이였어? "
주랑은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선 윤석에게 팔짱을 꼈다.
" 네. 모르셨나봐요? "
" 나야 몰랐지. 어쨌든 축하해. 김대리는 정말 과분한 애인을 얻었구만! "
그리고선 과장된 태도로 하하하! 웃는데 윤석은 괜히 배알이 뒤틀렸다. 주랑이 자신에게 과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정차장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주랑은 여전히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 저한테 너무 과분한 사람인걸요. "
" 그래? "
하하하 웃는데,
"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꼴랑 연봉 7천만원으로 엄청 유세 떠는 사람 있거든요. 아랫사람한테 함부로 대하고 할 말 못할 말 안가리고 막 하는 그런 사람이요. 그런 사람에 비하면 윤석오빠는 저한텐 천사나 다름 없어요. "
사실 정차장의 연봉이 7천만원이다. 윤석은 옆에서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주랑은 사람을 판단할 때 연봉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예전 이니셀에 다녔을때 이런식으로 주랑과 엮일 일도 없었을 거다.
연봉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주랑이, 여전히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 그리고 조금 어설퍼 보이긴 해도... 연봉 7천만원 따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 사람이거든요. "
연봉이 아니라 월봉 1500억-비록 모두 현금화 했을 때의 이야기지만-이다. 그리고 굳이 연봉으로 안따져도 지난 10일간 번 돈도 10억이 훨씬 넘는다.
주랑은 배시시 웃다가 멈칫하고선, 차장님 안색이 조금... 안좋으신 것 같은데 어디 편찮으세요? 하고 물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착하기 그지없는 천사 같아서 정차장은 아, 아냐, 아무것도...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빠? 이 사람들 누구야? "
정차장의 딸인 정은미였다.
" 아아... 아빠 회사 옛날 부하직원들. "
" 아 그렇구나. 안녕하세요? 아빠 딸 정은미에요. 대학생이구요. "
윤석과 주랑도 인사했다.
" 아아, 안녕하세요. "
윤석은 어서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정차장이 싫다보니 그 딸도 예뻐 보일 리가 없다. 그런데 주랑이 말했다. 윤석이 말릴 새도 없었다.
" 괜찮으시면... 식사 같이 할까요 차장님? "
정차장은 은미를 쳐다봤고 은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자리 옮길게요, 하고 주랑과 윤석은 자리를 옮겼다.
짐을 챙기면서 주랑이 미안한 듯 말했다.
" 죄송해요 오빠. 제 멋대로 결정해버려서... "
" 아냐... 괜찮아. "
주랑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윤석이다.
" 그 사람이 자꾸 오빠 무시하는 것 같아서 갑자기 너무 화가 나서 제 멋대로 결정해버렸어요. 잘못했어요. 다음번엔 안 그럴테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 응? "
주랑은 정말 미안했는지 콧소리를 잔뜩 섞어 애교를 부렸다. 원래부터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았던 윤석은 저도 모르게 허- 하고 웃고 말았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 가족 앞이니까... 그냥 밥이나 대충 먹자. "
주랑이 생긋 웃었다.
" 조금만 복수하기로 해요. "
응? 응? 하고 윤석을 보챘다.
' 어차피 주랑이 성격에 심한 짓을 할 리도 없고... '
가족들끼리 왔는데 괜히 가서 분위기를 초치고 싶지는 않았다. 정차장이 꼴 보기 싫은 것과 그 가족이 싫은 건 어느정도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 뭐... 괜찮겠지. '
사실 주랑이 옆에서 자꾸 응? 응? 응? 응? 응? 하고 보채서 마음이 풀어져버렸다는 게 큰 이유였다. 고개를 끄덕였다.
" 마음대로 해. "
주랑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복수다짐은 그리 거창하진 않았다.
" 우리오빠 대놓고 자랑해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