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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플레이어-43화 (43/244)

00043  사업도 슬슬 시작해야지  =========================================================================

* * *

주랑은 언제나처럼 생글생글 웃으면서 윤석에게 팔짱을 꼈다. 윤석이 오겠다고 말한 건 정말 별 이유 없었다. 그냥 보고 싶어서 왔단다. 비록 어이없을지 몰라도 주랑은 그 말이 정말 좋았다.

윤석은 보폭을 맞추어,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주랑과 함께 걸었다. 시원함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고, 그 바람은 이내 주랑의 체취를 함께 머금어 윤석의 코를 간지럽혔다. 콧구멍은 그 달콤함에 벌렁벌렁 자꾸만 덩치를 불렸고, 귓가엔 주랑의 달콤한 음성이 파고들었다.

" 부러워요. 저도 수희같은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 그래? "

" 네. 예쁘고 귀엽고 착하고 상냥하고... "

윤석이 피식 웃었다.

" 착하고 상냥하다는 건 좀 빼자. "

" 네? 그럼 오빠는 수희가 착하고 상냥하다는 거 불인정? "

" 너... 수희한테 점수 좀 땄나보네. "

주랑은 배시시 웃었다. 헤헤- 웃으면서,

" 너무 티 났어요? "

하고 어깨를 움츠렸다.

" 엉. "

" 오빠 가족한테 잘 보이고 싶은데 수희한테는 잘 보인 거 같아요. "

" 너라면 아마 울 엄니 아부지도 엄청 좋아하실거야. "

" 그랬으면 좋겠어요. "

윤석의 팔을 더욱 꽉 안았다.

" 그리고... 말 안하고 꾹 참아줘서 고마워요. "

" 안 그래도 입이 완전 근질근질하긴 하더라. 내가 생각해도 좀 미친 것 같긴 해. "

가만히 있다가 덩실덩실 춤을 추질 않나 만세삼창을 하질 않나 노래를 부르질 않나. 하여튼 스스로 생각해도 좀 미친 것 같다.

" 자랑하고 싶은 이 걸 억누르는게 엄청 힘들다고? "

" 그래서 고맙다는 거에요. 가까운 사람들한테 말 안하는 거 엄청 힘들잖아요. 분명 혼자서 덩실덩실 춤 추고 그러죠? "

윤석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쳤던, 그 전래동화속 남자의 심정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 저도 보고싶은데. "

" 뭘? "

" 혼자 춤추는 모습이요. "

" 수희가 그러는데 영락없이 미친놈이래. "

" 전 그런 모습도 좋아요. "

주랑은 윤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주랑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윤석의 코를 간지럽혔다. 윤석은 주랑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올려 주랑의 머리에 얹었다.

" 그리고 나같은 놈한테 너는 너무 과분하다는데? "

" 절대 그렇지 않아요! "

" 둘이 나 몰래 만난 거 아니야? "

" 그 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여자 둘이 만나서 오빠 흉 볼게 많을테니까요. "

주랑은 예쁘게 웃고서 윤석에 옆에 착 달라붙었다. 흉 볼게 많다는 그 말과는 달리, 윤석의 장점을 쫑알쫑알 쉴새없이 떠들어댔는데 그 결론을 말해보자면.

" 그냥 난 오빠가 내 옆에 있다는 것 자체로 너무 행복한걸요. "

였다. 윤석은 그 말에 피식 웃고선, 나도 그래. 하고 솔직한 마음을 한 번 표현해봤다. 6년만에 느끼는 감정이지만서도, 이젠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매일매일이 새롭다. 항상 보는 주랑의 얼굴이지만 매일매일이 달랐다.

" 왜 내가 굳이 내가 나오겠다고 한거냐면... "

윤석은 조금 뜸을 들이다가 차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너도 좀 삐까뻔쩍한 차를 타고 다니는게 좋지 않겠어? 하고 물었다.

그랬다가 주랑에게 혼났다.

" 아아. 알았어. 알았어. 2주는 묵혀둘게. "

주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저는 오빠가 꼭 바꾸겠다면 그걸 막을 권리는 없어요. 그럴 생각도 없구요. "

" 알아 알아. "

윤석은 조금 참기로 했다. 주랑의  논리는 이러했다. 꽁돈이나 다름없는 돈이 한꺼번에 생기면 그 돈을 다룰 수 있는 절제력이나 능력이 뒤떨어지게 된다. 그러니까 그 돈을 잠시 잠깐, 2주 정도 내버려두란다.

그 2주동안에 그 돈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어느 자기 계발서에서 읽었고 이미 효과를 본 방법이라고 했다.

그게 진짜 입증된 방법이든 아니든, 윤석은 별로 상관이 없었다. 2주 참는다고 2억이 어디로 날아가버리는 건 아니다.

" 2주만 참을게. "

주랑은 한껏 미안한 표정으로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하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표현하고는 윤석의 허리를 한 번 꼭 껴안았다.

" 억지 부리는 것 같아 죄송해요. 그리고 그 억지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

사실 따지고보면 주랑은 윤석의 돈에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 결혼한 것도 아니니까. 엄연히 윤석의 돈이다. 그래서 주랑은 굉장히 미안해했다.

7일 후.

윤석은 주랑이 자신을 잡아준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하게 됐다. 7일간 윤석은 갑자기 생긴 2억을 쓰지 않고- 그동안에 또 모은 돈이 1억가량 모아서 총 3억이 됐다- 꽁꽁 쟁여만 놨다. 사실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이것 저것 함부로 써대면서 우월감을 표출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흥분이 가라앉고 수중에 들어온 돈에 대해서 머리를 굴리다 보니,

" 야 민혁아. 유토피아 사업도 사업인데...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우리가 만드는게 어떻겠냐? "

새로운 사업아이템이 떠올랐다.

아이템 중개 사이트에서 수수료로 떼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게임내의 세금과 현실의 세금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중개 사이트에서 떼어가는 수수료 10퍼센트는 줄일 수 있는 돈이었다.

" 어... 네가 그런 생각도 할 줄 아냐? "

" 아니면... 좀 더 돈을 모아서 사이트를 사는 방법도 괜찮고. "

" 아니. 새로 만드는 게 나을거야. 대신... 성공하려면... 초반에 이벤트도 많이 벌이고 자본을 엄청 때려박아야할텐데... "

" 자본은... "

윤석이 씨익 웃었다. 민혁도 씨익 웃었다.

" 이제... 곧 그날이냐? "

" 어. 이제 곧이다. "

게임 내에서 한 달 후, 군에서 돈을 지급한다. 그 때 들어오는 돈이 대략 5000억 쯤 된다.

" 자본 때려박고... 그리고 우리한텐 다른 사람한테 없는 무기가 있잖아? "

민혁이 윤석의 뒷통수를 한 대 후려쳤다. 퍽! 소리가 났다. 그러나 맞은 윤석도 별로 기분 나쁜 모습은 아니었다.

두 남자가 으하하하하-,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었다. 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게임내의 화폐를 5000억씩 벌어들인다 하더라도 이 것을 다시 현금으로 바꾸려면 수수료가 떼이고 세금도 많이 떼인다( 아직은 떼지 않지만 곧 법률이 개정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리고 또 그 5000억을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거다. 한 두푼도 아니고 5000억이니까.

그런데.

" 벌어들이는 코드로...다른 게임에서 유토피아로의 전환시 10퍼센트를 더 얹어준다. 이런 느낌으로가면 대박날 것 같은데. "

코드는 엄청나게 들어올 거다. 그건 확실했다. 유토피아가 망하지 않는한 절대로 망하지 않을 얼스의 군과 계약을 맺었다. 애초에 유토피아라는 세계가 3개 대륙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얼스나 판타리아, 중원. 한 곳을 골라 플레이한다. 비록 설정은 전쟁중이지만 어느 한 곳이 망할 염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됐다. 어느 한 곳엔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이 있으니까.

판타리아가 망하면 판타리아의 유저들이 들고 일어난다. 얼스가 망하면 얼스의 유저들이 일어난다. 중원이 망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유토피아측에선 어느 한 곳을 망하게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고정적이면서도 천문학적인 수익이 생긴다는 뜻이다. 현금화 할 수 없을 만큼의 천문학적인 코드가.

" 우리한텐 처치곤란한 코드로 덤을 얹어주면서... "

" 타게임에서 유토피아로 전향하는 유저들도 많게 하고... "

" 그래. 우린 주력상품을 유토피아로 미는거지. 타게임 화폐를 유토피아쪽으로 돌리고 싶은 사람 많을거야. "

민혁과 윤석은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이건 된다. 확실했다. 하루에도 100만씩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고, 또 하나의 세계라고까지 불리는 유토피아다.

둘이 생각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판매자가 타게임의 화폐를 판매한다.

2. 판매한 금액은 마일리지화되는데 그 것을 현금으로 찾게되면 판매수수료 10퍼센트가 부과된다.

3. 판매한 금액을 현금으로 찾지 않고 유토피아의 코드로 변환하게 될 시,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예) 타게임의 돈을 100만원 팔아서 아이디에 100만 마일리지가 저장되었을 시.

현금으로 받으면 9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유토피아의 코드로 변환하게되면 100만코드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혹은 [email protected] 를 해줄 수도 있다.)

4. 그 외의 부분은 다른 중개사이트와 똑같이 한다.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는 이용자의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조건이다. 다른 중개사이트를 이용하면 판매수수료를 뗸다. 그러나 민혁과 윤석이 생각해낸 조건에 따라, 유토피아에 다시 '현질'을 하게 되면 수수료의 부담이 전혀 없다. 100만원을 팔았으면 100만원을 그대로 코드화할 수 있다.

" 거기에 이용실적이 높은 사람은 아예 코드를 더 쳐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고... "

" 어차피 코드는 넘쳐날 테니까. "

현실시간으로 한 달에 1조 5천억이 생긴다.

" 아이템을 팔아서 번 돈에 세금을 높게 때릴거라며. 그것도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

" 우린 아이템을 판 게 아니라 중개를 해준거니까. "

중개사이트로써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거다. 직접적으로 아이템을 파는 건 아니었다.

민혁이 씨익 웃었다.

" 법이란 것도 귀에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잖냐? "

두 명은 손을 맞잡았다.

" 잘해보자. "

그리고, 방금 전까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은 민혁이 말했다.

"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냐. "

" 알아. 인플레나 코드가치 하락떄문에 걱정하고 있는 거 아니냐?"

그 말에 민혁이, 하. 짜식. 뭐냐 너? 뭐 잘 못 먹었냐? 돈 좀 만지더니 뇌가 좀 스마트해진거냐? 하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 안 그래도 훌팬이 얘기해주더라. "

" 하긴. 네 녀석 머리에서 나올 얘기는 아니었지. "

" 야. 이래봬도 내가 너보다 중 3 기말고사 평균 2점이나 높았다고? "

그땐 컨닝을 참 열심히 했었다. 덕분에 꼴등은 면했다. 그 시험날 너무 아파서 제대로 시험을 치지 못한 민혁은 윤석의 말을 끊어버렸다.

" 시끄럽고. 훌팬이 뭐라디? "

" 걱정하지 않아도 된대."

민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누가 봐도 걱정할만 한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

" 근거는? "

" 규모. "

" 규모? "

윤석도 잘은 모르겠다는 듯 콧잔등을 매만지면서 별로 자신 없는 태도로 말했다.

" 군이 우리한테 지급하는 코드가 얼만지 알지? "

" 세금떼고 뭐하고 결국 너한테 가는 건 대충 5000억. "

" 오케이. 그럼 일단 다른 문제로 넘어가서, 미국 군인 수는 몇 명인지 아냐? "

" 몰라 새꺄. "

윤석이 조금 자신만만해졌다.

" 그것도 모르냐? 대충 140만. "

" 근데? "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 너 미국 국방비가 1년에 얼마 들어가는지 아냐? "

대답은 즉각적으로 튀어나왔다.

" 한국돈으로 약 700조. "

" 병신. 그니까 내가 너보다 똑똑 하.. 엥? 너 어떻게 아냐?"

당연히 모를 줄 알았다.

' 젠장... 밀덕새끼. '

패배다. 이 친구놈이 밀리터리 오타쿠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젠 반대로 민혁이 턱을 치켜들고서 매우 자신만만한 눈으로 윤석을 쳐다봤다. 18살때나 28살때나, 유치하긴 매한가지인 듯 했다. 윤석이 인상을 찡그리고서 다시 물었다.

" 그럼 얼스의 국방비는 얼만지 알아? "

" 내가 어떻게 알아 멍청한 놈아. "

" 진짜 몰라? "

" 얼만데? "

" 그게 얼마냐면... "

윤석이 씨익 웃었다.

" 사실 나도 몰라. "

그 말에 민혁은 윤석의 뒷통수를 한 대 후려칠 뻔 했다. 민혁이 움찔하자 재미있어진 윤석은 킥킥 웃다가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 근데 얼스 군인이 60억이다. 감이 오냐? "

미국의 총 병력이 약 1,400,000. 그리고 1년에 쓰는 국방비가 700조다.

얼스의 총 병력은 약 6,000,000,000. 미국의 약 4000 배다. 그리고 1년에 쓰는 국방비는.

" 나도 몰라 얼마로 설정되었는 지는. 근데 확실한 건... "

" 그래서 규모 얘기가 나온거냐? "

" 얼스만해도 그 정도 규모다. 판타리아와 중원까지 치면 더 엄청나겠지. 세 대륙은 공통적으로 코드를 사용하니까. 게다가 우리가 판매한 코드는 다시 대부분이 NPC에게 들어갈거야. "

제대로 된 아이템을 파는 건 대부분이 NPC다. 유저들은 보조클래스를 선호하지 않았다. 정말 제대로 된 검, 지팡이등을 만들 수 있는 건 거의 NPC뿐이었고.

" 그렇게 NPC의 손으로 되돌아간 코드는... 어차피 0이나 1로 이뤄진 숫자...에 그니까... NPC한테 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했을 때, 코드는 더 이상 코드가 아니게 되는거지... 씨팔 내가 말하면서도 헷갈리네. "

민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 NPC들 손에 되돌아간 코드는 코드가 아니다? "

" 컴퓨터가 돈 가진다고 그게 돈이냐? NPC는 프로그램이고, 인간사회처럼 돈을 쓰고 뭐하고 그러는 게 아냐. 그냥 컴퓨터에 의해 관리되는 일종의 데이터가 되는거래. "

윤석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 뭐...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래. 진짜 중요한 건 경제 규모. 어쨌든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경제규모를 가진 곳이 바로 유토피아고...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 재벌들이 합심해서 덤벼들어 코드를 마구잡이로 사대도... 겨우 한달 1, 2조 가지고는 그쪽 세계에선 티도 안날 정도의 금액 밖에는 안 된다는거야. "

윤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 씨댕... 근데 나도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고, 정 모르겠으면 그냥 바다 생각하라던데. 바다에서 물 몇 바가지 퍼내고 넣고 해도 어차피 티도 안난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 하여튼 그렇대. 자세한 건 훌팬한테 물어보던가. "

============================ 작품 후기 ============================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연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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