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40화 (40/244)

00040  사업도 슬슬 시작해야지  =========================================================================

* * *

유토피아는 클래스별로 그 능력이 한정되어 있다. 건오퍼인 윤석이 훌륭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도 거래를 제대로 트지 못한 것은 그가 건오퍼이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사냥한 몬스터로부터 고기를 수거하려면 특별한 클래스의 유저, 혹은 NPC가 필요하다. 그래서 민혁과 윤석은 NPC 하나를 포섭했다.

사실 처음엔 무척 힘들었다.

모든 NPC가 판타리아로 넘어가길 꺼려했다. NPC는 유저와 다르다. 유저들 역시 살인 당하는 걸 즐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NPC보다는 죽음에 훨씬 여유롭다. 유저는 죽어도 괜찮다. 1주일 접속 제한과 경험치가 떨어지는 것만 제외하면 언제든 다시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NPC는 아니다. NPC는 한 번 죽으면 땡이다. 물론 프로그램에 의해 다시 복구되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NPC의 입장에선 죽음이 굉장히 무섭다.

그래서 대부분의 NPC들이 윤석의 제안을 거부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목숨보다 돈이 좋은 NPC는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다른 곳도 아니고 판타리아로 간다니. 수락하는 NPC가 없었다.

얼스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결국. 찾았다. 찾긴 찾았는데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린 소년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난데없이 가업을 이어받았단다. 그래서 아직 실력이 부족하긴한데, 데려가준다면 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 것 까지는 괜찮다. 어차피 NPC고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가정사나 성장 배경 같은 건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 프로그램의 성격이다.

" 이야. 두근두근거립니다! "

현실의 나이로 치자면 대략 10대 중반이나 중후반쯤 되는 것 같다. 직접 나이를 물어보니 17살이란다.

" 판타리아로 넘어가게 되다니! "

그 17살은,

" 과연 17살에 판타리아를 경험한 남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

조금 수다스러웠고,

" 그 곳에도 여자라는 하등한 생물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

남성 우월주의에 찌들어 있는,

" 하하! 전 남자로써 전혀 부끄럽지 않은 푸줏간주인이 되고야 말겁니다. 이 것은 그 위대한 행보의 첫 시작이 되겠군요! "

그런 NPC였다. 그리고.

" 이 두 쪽 불알과 고추에대고 맹세하도록 하죠! "

주랑 앞에서도 언어선택을 제대로 못하면서도 남자다움을 계속해서 강조하려드는 약간 어처구니없는 성격을 가졌다. 그 어처구니 없는 성격을 가진 NPC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높였다. NPC인지라 언어순화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다.

" 흥! 넌 도대체 왜 얼굴이 빨개져? 두 쪽 불알의 위대함을 알긴 알아? 앙? 기집년 주제에! "

결국 듣다듣다 못한 윤석이 소년 NPC의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았다.

" 임마. 너 이 씨. 기어 오를데를 기어 올라야지. 너 확 짤라버린다. "

그 말에 소년은 자신의 중요한 그 곳을 두 손으로 가리면서,

" 아니. 이 것 만은 안 되올시다! "

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또 하는 말이.

" 나의 순결을 시샘하지 마세요! "

였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윤석은 정말로 이 놈을 짤라버리고 좀 제대로 된 NPC를 고용하고 싶어졌다만 이미 계약은 체결한 상태. ( 계약은 다수정예 유니온에서 파견나온 상인 한 명이 대신 진행해주었다. 참고적으로 설명하자면 와이투리스 사냥건은 절대 비밀로 붙여달라는 조건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로 다수정예회에서도 최대한 비밀리에 와이투리스를 매각하겠다고 했다. )

주랑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 진짜 남자라면 남자를 낳아준 여자를 소중히 대해줄텐데요... 그렇죠 오빠? "

소년 NPC는 발끈했다.

" 시끄러워 계집! 여자는 남자의 씨를 받기위한 도구에 불과해! "

결국 듣다 못한 민혁이 저격총을 꺼내들었다. 저격총은 거리가 가까우면 조준자체가 안 된다. 그래도 생긴 건 무섭게 생겼다. 일반총보다 훨씬 크고 스코프까지 달려있어 일반인(NPC)의 기를 죽이는데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

" 아진짜 이거 시끄러운데 그냥 죽여버릴까? 죽이면 그냥 무효되는거지 계약? 뭐 이딴 NPC가 다 있어? "

총구를 소년 NPC의 머리에 들이댔다. 소년 NPC. 유니버셜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 지, 진정한 남자는 겨우 그런 자, 장난감 따, 따위엔 저, 저, 전혀 굴복하지... "

민혁이 총구를 더욱 가까이 들이밀자 유니버셜은 침을 꿀꺽 삼키고.

" 하, 하지...만 타인을 배려해 조금 조용히해줄 수 있는 아량을 베, 베풀 수 있는 넓은 마음... 흐익! "

결국 유니버셜은 얼굴이 허옇게 질린 채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선 자신은 절대 겁먹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듯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댔다.

" 아이고, 또 관절염이 도졌네. "

주랑은 빙그레 웃고선,

" 킹왕짱무대뽀오빠. 우리 일하러 가야죠. 백수잖아요? "

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민혁을 자제시키고서 윤석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포탈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 이 요망한 계집! 그런 풍만한 가슴따위로 날 유혹하려 들지마라! 그런 수박따윈 내 취향이 아냐! "

소년 NPC 유니버셜은 포탈게이트의 NPC인 헬렌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덕분에 윤석일행은 헬렌에게 점수를 잃었다. 원래대로라면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시 한 번 생각해주세요, 저 쪽으로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라면서 걱정어린 표정을 지어야 하건만.

" 안녕히 가세요. 이용료는 30만코드입니다. "

안녕히 가세요만 말했다. 다시 돌아오라는 소리를 안했다. 윤석과 민혁은 괜히 찝찝해졌다. 포탈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아름답고 뇌쇄적인 헬렌의 걱정어린 인사와 눈물기 어린 눈망울을 보는 것은 두 남자의 가슴을 묘하게 흔들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포탈게이트 이용로도 10만코드나 더 높게 책정 됐다. 저쪽에서 가격이 그렇다는데 어쩌랴. 프로그램이 30만코드라고 말하면 30만 코드인 거다. 흥정의 여지가 없다.

" 아오 이걸 진짜 그냥 콱. "

민혁은 이를 갈았다. 이 꼬맹이를 어떻게 요리해야되나 생각하고 있는데 유니버셜이 자랑스레 입을 열었다.

" 그 암코양이 같은 년의 콧대를 눌러줬으니 나야말로 진정한 남자죠. 남자 중의 남자! 상남자! 사실은 그 수박덩이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싶었는데. 건방지게 어디서 수박을 달고 다녀! "

민혁이 말했다.

" 포탈게이트 안에서 사람 알라뷰해도 되냐? "

짜증이 치민 윤석도 대충 대답했다.

" 몰라. 알라뷰 하든지. "

" 그럴까? "

" 그러자. 알라뷰 해버리자. "

그나마 주랑만 유니버셜의 편을 들어줬다.

" 그, 그 말은 너무 끔찍해요. "

윤석은 유니버셜을 보고서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힘들게 힘들게 구한 NPC다. 일단 푸줏간을 하는 유저는 찾아볼 수도 없고, 윤석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유저보다 NPC쪽이 편했다. 그런데.

' 이 것도... 일종의 페널티냐... '

아무래도 페널티 같다는 기분이 든다. 정말 진지하게, 시끄러운 NPC만 판타리아로 데려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페널티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어떻게 제어가 안 되는 NPC였다.

* * *

와이투리스를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동안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고 스나이핑모드가 생긴 민혁과 주랑은 와이투리스의 배꼽( 배와 꼬리사이 부근에 있는 붉은 보석 )을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었고 '도축 NPC'인 유니버셜이 사체로부터 고기를 추출해낼 수 있었다.

와이투리스 사냥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 우와! 이 놈이 정녕 와이투리스란 말인가! 으하하! "

고기를 발라내면서 유니버셜이 계속해서 수다를 떨고 웃음을 빙자한 괴성을 질러댔다.

" 인마! 조용하지 못해! "

민혁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혹시라도 판캐에게 걸리면 끝이다.

" 으하하! 이로써 나는 진정한 남자가 되었다! 이 괴물은 찢어진 그거냐 튀어나온 그거냐! "

이 곳은 와이투리스의 절벽. 판타리아다. 그런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 야! 김윤석! 누가 온다!

이 쪽을 발견한 것 같다.

" *$%#%%^# !!! "

목소리가 들려왔고 민혁과 마찬가지로 한 껏 긴장했던 윤석은 긴장을 풀었다. 여차하면 고스트필드라도 펼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야! 김윤석! 고스트필드 피라고! 내 말 안들려?!

- 괜찮아. 김수희야.

- 뭐?

- 내 동생 수희라고.

- 이런 아름다운!!! 그니까 펼쳐야할 거 아냐!

아 맞다. 옛날에 너네 둘이 사귀었었지. 하고 윤석은 피식 웃었다. 10년전 일이다. 윤석이 18살, 수희는 12살. 그 당시에 윤석은 너무 화가 나서 (심지어 수희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민혁과 대판 싸웠던 기억이 있다. 그때야 그랬고.

윤석이 킥킥대고 웃었다.

- 아직도 불편하냐? 그 뭐 애기일 때 일로 무슨.

배가 아픈지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한참이나 웃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 이참에 잘 좀 지내봐. 게임도 같이 하겠다 뭐.

- 에이씨 모르겠다.

민혁은 스나이퍼의 은신스킬을 펼쳤다. 그마저도 안심이 안 되는지 살살 걸음을 옮겨 나무 뒤에 숨어버렸다.

" [email protected]$&*@%$%! "

윤석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 왔냐. 멍충아. "

물론 수희에겐 제대로 안 들린다. 수희도 말했다.

" 야. 야야. 멍충아. 누나 왔는데 허리 숙여 인사하지 못하겠어? "

어쨌든 둘에겐 의미전달이 안 됐다. 표정만 매우 밝게해서 적의가 없음을 드러내 주었다. 수희는 허리를 숙여 주랑에게 예쁘게 인사했다. 주랑도 허리를 숙였다. 다만, 유니버셜이 삿대질을 하면서.

" 만났다! 이 판타리아의 계집년! 네 그 찢어진 물건을 꽁꽁 싸매주마! 위대한 남자에게 복종해라 이 계집년! "

하고 외쳐댔다. 윤석이 품 안에서 총잡이의 기본총을 꺼내들었다. 판캐나 무캐가 보면 그것도 무기냐고 한번 쏴보라고 무시할 법한 기본총이지만서도, 유니버셜을 겁주기엔 충분했다. 윤석은 좀 화났다. 동생에게 '찢어진 물건'이니 '남자에게 복종해라' 라느니 '계집년'이라고 지껄이면 당연히 화가 난다. 게다가 상대는 NPC다. 프로그램 삭제한다고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 운영자가 직접 만든 NPC는 아니겠지. '

아마도, 시스템 자체에서 만들어낸 NPC라 판단 된다. 대책이 없어도 너무 대책 없는 NPC다. 운영자가 직접 만들었는데 저런 성격이면, 그 운영자는 벌써 성희롱으로 고소 당했다.

윤석은 정색하고서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니버셜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간만에 정말로 화났다. 사냥이고 뭐고, 하마터면 정말로 방아쇠를 당길 뻔 했다. 정말로 당기려던 찰나, 주랑이 말렸다.

" 참아요 오빠. "

귓가에 속삭였다.

" 잘 받으면 2억 이래요. "

윤석은 참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프로그램 삭제한다고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 '아비게일' 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파일을 삭제할 때는 좀 가책(?)을 느낄 수도. 무슨 말인지 아실 분만 아실 겁니다ㅋ

* * *

와이투리스 고기건은 여러모로 논란의 여지가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설정이 좀 허술했던 모양입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쓰는 재주도 별로인데 머리까지 안 좋으니 노력이라도 해야겠지요 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