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38화 (38/244)

00038  사업도 슬슬 시작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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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유니온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이번 계약이 만료되면 주거래 유니온을 바꾸겠단다. 그것도 이번에 새로이 등장한 다수정예회와 거래를 트겠다고 했다.

1004의 젊은 조합장 Endless는 이를 갈았다.

" 이 아름다운 NPC들이... "

Endless의 분노표출은 언어 순화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순화되었다.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 도대체 어떤 수를 쓴거냐... 뭘로 NPC들을 꼬신 거지?"

인간은 판단을 내릴 때, 이성만 가지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성보다는 감성이 훨씬 더 많은 작용을 한다. 상대의 어투, 표정, 몸에서 전달하는 무의식적 메세지( 무의식적 바디랭귀지)등이 영향을 많이 미치고 그 것은 이성과는 별개의 감성적인 영역으로의 확장이 이루어져 인간으로하여금 판단을 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NPC는 다르다.

물론 NPC역시 '감정 비슷한 것'을 갖고는 있다. 가령, '무시당한 상황'에 맞닥뜨리게되면 프로그래밍된대로 화를 내게 된다. 그러나 인간만큼 복잡하기 그지없는 - 말 한마디에 기분이 바뀔 수 있는- 사고체계를 거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NPC는 '이성'에 기초한 판단을 기본으로 한다. 이 것이 내게 이득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따진다. 물론 2차원적인 생각만 한다는 건 아니다. 컴퓨터 역시 복잡한 시스템의 산물이고, 수많은 계산을 거쳐서 반응이 결정된다. NPC의 사고 역시 아주 단순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어쨌든 인간에 비하면 훨씬 단순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인간보다는 구슬리기도 쉽고 협상을 이끌어가기도 쉽다. 적어도 상대 앞에서 다리를 꼬았다고해서 거래가 파토나거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간혹 사람 중에는 다리를 꼬는 행위가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와 동일시해서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지만 상식이 진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 )

" 도대체 뭘 미끼로 내걸었지? 다수정예회가? "

다수정예회는 신생 유니온이다. 리더가 꽤 능력이 있는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덩치를 불리고 있었는데 솔직히 이번 건은 의외다.

신생 유니온은 기존의 거대 유니온과는 그 조건이 약간 다르다. 기존의 유니온은 이미 각자 나름대로 유통체계도 갖추었고 1004, 비상,삼국지 등 몇몇 유니온끼리는 협력시스템을 구축하여 시너지효과를 일구고 있는 중이다.

대량 생산시스템을 잘 갖추어놓은 비상에서 군수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내면 유통시스템이 좋은 1004에서 그것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등. 사업상 파트너로써 대형 유니온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높이고 힘을 키우는 중이었다.

그러나 신생 유니온인 다수정예회는 다르다. 아직 독자적인 유통망도 없고 인맥도 그리 넓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군 NPC와의 거래를 텄다는 건.

" 분명히... 분명히 뭔가 획기적인 게 있어. "

부조합장인 Limit도 인상을 팍 찡그렸다.

" 가격으로는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어요. 가격만큼은 우리를 따라올 수가 없죠. 그건 확실해요. "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인데 Endless와 Limit는 '현질'의 선두주자였다. 참고적으로 Endless와 Limit는 각각, 해외에 기반을 둔 거대기업 Mem City의 아들과 Rich Gold의 아들이었고 돈은 썩어 넘칠만큼 많았다. 그리고 둘의 공통점은 둘 다 돈이 많다는 것과 둘 모두 그리 유능하다는 평가를 듣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Endless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 엄청난 뇌물을 뿌렸다거나... "

" 사실 군 NPC들은 뇌물에 별로 약한 편은 아니죠. "

물론 뇌물을 밝히는 NPC도 있긴 있다. 그러나 그보다 정상적인 '군인' NPC가 훨씬 많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서 그렇다. 괜히 '진짜 군인'NPC에게 뇌물을 줬다가, 군인의 명예를 더럽혔다면서 그 자리에서 총살을 저지를 수도 있는 NPC들이 널리고 널렸다.

" 그렇다면 결국 남는거라곤 군에서 눈독 들일만한... 그런 획기적인 아이템을 선보였다는 말인데... "

" 그거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되죠. 그 아이템을 미끼로해서 다른 거래를 유치해냈다고밖에는 설명이 안 돼요. "

" NPC들을 현혹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역시 군수품이거나... 어쨌든 전쟁과 관련된 상품이어야해. "

" 싼 단가를 포기할 수 있을만큼의 아이템이라면... 역시... "

" 역시... ?

Endless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주위를 한 번 살펴봤다. 부조합장 Limit는 조합장이 뭔가 알아내긴 알아냈다보다싶어 괜스레 긴장했다. Endless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역시 모르겠군. "

괜스레 긴장했던 Limit의 목소리가 퉁명스러워졌다.

" 그럴줄 알았습니다. 아 행복하다. "

인상을 찡그린 채, 한마디 덧붙였다.

" 욕한 거 아닙니다. 행복하다고 말한 겁니다. 요즘 애인이 바가지를 안 긁거든요."

Endless는 괜히 찝찝해졌다. 그리고서 말했다.

" 하여튼 대책을 강구해야해. "

" 맞습니다. 뭔가 수를 세워야 합니다. "

군수품 납품자체는 그렇게 큰 이득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군에 납품을 하고 있다'라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있는 유니온'이라는 광고가 되고 군과의 '관계성'자체가 유니온에게 큰 이득이 된다. 전쟁중인 대륙이니만큼 군의 힘이 어마어마했고 그 위세가 대단했으니까.

" 그래. 수를 세워야지. "

" 맞습니다. 수를 세워야합니다. "

" 다수정예회를 압박하면서 군에서 눈이 번쩍 뜨일만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해. "

" 맞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

Endless가 인상을 찡그렸다.

" 그래. 대책이 필요하다고! "

Limit도 목소리를 높였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물론 입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

Endless는 화가 났다.

" 그니까 그 대책이 뭔데? "

대답은 한참이나 있다가 들려왔다.

" 하, 하여튼 대책이 필요한 건 확실합니다. "

* * *

다수정예회는 신생 유니온이다. 신생이라고는하지만 그건 다른 거대 유니온들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소리고, 사실 갓 시작한 유니온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신생 유니온이라는 말 보다는 '유명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유니온'정도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다수정예회를 이끄는 인물은 바로 '훌륭한섹시팬티.' 줄여서 훌팬으로 불리는 그는 윤석과 한 고급레스토랑에 앉았다.

" 각종 버프를 걸어주는 최고급 음식점입니다. "

" 예... 뭐... 분위기만 봐도 그렇네요. "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NPC들이 단정한 태도로 손님을 맞이하고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단아한 미소를 짓고 배꼽인사를 하면서 이 것이 바로 기품이다. 라고 주장하는 듯한 매우 불편한 모습으로 걸음을 옮기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황금빛 샹들리에가 천장에 달려, 대리석바닥을 향해 입맞춤하듯 그 빛을 찬란히 빛내고 있었고 대리석 바닥은 그 입맞춤에 응하기라도 하듯 열렬히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최고급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이테가 새겨진 테이블과 물소가죽에 정교한 무늬를 덧씌운 쇼파 비슷한 의자는 앉기에 황송할 정도로 푹신하고 고귀해보였다. 하여튼 고급품이라는 소리다.

게다가 이 곳에 모인 손님들 역시 모두 정장차림, 혹은 드레스차림이며 윤석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상류층의 기품과 교양있는 말씨등 온갖 예의범절로 뒤범벅된.

" 야이 개새끼야! "

온갖 예의범절로 뒤범벅된 개새끼야가 들려왔다. ( 욕이 순화되지 않고 그대로 들린다는 건 욕을 하는 사람이 NPC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

그랬다가 남자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음을 인지하고 주위를 향해 고개와 허리를 숙여보이며 사과를 한 뒤 자리에 다시 앉았다.

" 이 곳에 군인도 많이 오다보니 험한 욕설도 자주 들리곤 합니다. "

" 예... 뭐... "

어차피 NPC들이다. 그냥 그런가보다했다. 그건 그런데 메뉴판을 보고서 윤석은 저도 모르게 이런 씨팔! 하고 욕을 할 뻔 했다.

< 카스리프 캐비어 >

카스리프 해안에서만 잡히는, 오직 LV.72 암컷 스틸죠스의 알을 엄선하여 만든 캐비어. 달달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가격 : 40만 코드. (VAT별도)

효과 :

1. 아이템 드롭 확률 + 20%

2. 민첩 + 10

지속시간: 24시간. (중복적용 불가)

< 아이스 모스퀴토 아이즈 >

LV 87의 모스퀴토의 눈알을 영하 30도의 석빙고에서 얼린 뒤 특별한 소스와 양념을 묻혀 달콤한 맛과 와작 씹히는 맛이 어우러진 최고급 요리.

가격 : 62만 8000코드 (VAT별도)

효과 :

1. 회피 확률 + 15%

2. 스태미너 + 20

지속시간 : 24시간. (중복적용 불가)

코드는 현실의 통화와 1:1로 교환된다. 요즘은 아예 1:1을 넘어서서 0.9:1 정도로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현실의 돈보다 유토피아의 돈이 더 가치있다는 건,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반증이 되었다.

그런데 음식 하나의 가격이 수십만 코드다. 이건 미쳤다. 이걸 쳐먹느니 우리 동생년 등록금을 대주고 말지! 속으로 욕을 삼켰다. 여기엔 군인도 많다 했다. 이런 미친 음식을 먹는 작자들은, 장차 상대해야할 놈들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야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 와 이라비앙 투 리포 스티아 >

판타리아의 와이투리스 계곡에서만 서식하는 LV 63 와이투리스의 고기를 특별한 방식으로 양념하여 오븐에 쩌낸 요리. 씹히는 맛이 일품이며 전 세계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음식이다.

가격 : 72만 3600코드 (VAT별도)

효과 :

1. 포만감 + 100 %

2. 움직임 둔화 10 %

지속시간 : 24시간. (중복적용 불가)

이상한 것도 있었다. 판타리아의 와이투리스 계곡에서만 서식하는 와이투리스의 고기로 만든 요리란다. 심지어는 72만코드나 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비해 효과는 오히려 저주였다. 포만감이 늘어나는 것 그렇다쳐도 움직임이 10퍼센트나 둔화 된단다. 현캐가 쓰레기 클래스라면 이 음식 역시 쓰레기 음식일 것이 분명했다.

윤석은 약간 어이가 없어 얼떨떨해하며 물었다.

" 와이투리스가... 식재료... 였습니까? "

" 얼스의 미식가들이 환장하는 고기죠. 와이투리스는... "

윤석은 메뉴판 훑어보기를 중단하고, 아예 메뉴판을 덮어버린 채 훌팬을 쳐다봤다.

" 뭐... 하실 말씀이라도...? "

" 와이투리스의 고기. 구할 수 있다면... 바로 판매가 가능 할까요? "

" 물론이죠. 아마... 상당한 값에 거래 될 겁니다. 한 마리에 대략 1억이 넘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참치 한 마리가 1억 8천만원에 팔렸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싼 값이지만요. "

뭐... 어차피 와이투리스의 고기를 얻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이나 다름없어서... 하고 훌팬은 어꺠를 으쓱했다.

사실 현캐. 그러니까 얼스의 유저들 중에서 와이투리스를 사냥할 수 있는 유저는 없다고 보는 게 기본적 상식이었다. 일단 감히 무모하게 판타리아로 넘어갈 유저들도 없었다. 괜히 갔다가 개죽음 당하기 쉽상이니까. 그리고 갔다치더라도 레벨 60이 넘는 와이투리스를 잡을 수 있는 현대 전투캐릭터가 있을 리 없었다.

" 어쩌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주 어쩌면요. "

어쩌면이 아니다. 이미 윤석은 와이투리스를 몇 번이나 사냥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잡기 힘들겠지만 와이투리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몬스터고, 그런 몬스터는 스나이퍼가 한 방에 사살할 수 있는 종류의 몬스터였다.

" 예? "

" 어쩌면 구할 수도 있다구요. "

훌팬이 허허, 웃었다. 그냥 농담이겠거니 했다. 얼스에서 판타리아로 넘어갈 유저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으며 또 거기서 와이투리스를 사냥할 수 있는 유저가 누가 있겠나 싶다. 만약 있었으면 진작에 소문이 났을 거다. 현캐의 최강 플레이어라고.

그런데 아무래도.

" 진심... 이십니까? "

진심같다. 훌팬의 질문에 윤석이 대답했다.

" 진심입니다. 아마... 구할 수 있을 거에요. 만약 구한다면... "

훌팬이 말했다. 흥분한 듯 목소리가 약간 커져 있었다. 꽤나 밝은 미소를 지었다.

" 물론입니다! 다수 정예회에서 그 물품을 최고로 싼 수수료에, 최고의 대우로 모시겠습니다. "

오늘 훌팬과의 만남에서 윤석은,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한 번 해봤다. 씨익 웃었다.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어디 한 번... 갈 데 까지 가보자. '

============================ 작품 후기 ============================

이 글은 개그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Endless와 Limit도 제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자면 개그캐릭터입니다...

예. 맞아요. 죄송해요. 현실성은 별로 없는 캐릭터죠 ㅡㅡ;

" 주절주절 떠들지 말고 연참이나 해. "

" 제목 좀 추천해주세요. "

" 시x 말 돌리지 마라. "

" 아니; 어떻게 알았지;;; "

ㅡㅡ;

왜 이러냐구요? 회사에서 회식하고 와서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딱히 제목이 생각나지 않으신다면 추천 한번씩만 눌러주세요 ㅡㅡㅋ추천 하나 코멘트 하나에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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