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33화 (33/244)

00033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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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탄은 배틀필드에 저장된다. 주랑을 통해 한 가지는 확인했다. 모든 사람이 배틀필드를 함께 공유하는 건 아니었다. 각자 사람에게 할당된 배틀필드는 모두 독립적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 사람당 하나의 배틀필드를 갖고 그 곳에 자신이 원하는 탄을 저장하며 12명을 포함한 배틀필드를 펼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 그 말은 즉, 소대 단위의 부대가 무한에 가까운 탄을 소지할 수 있다는 뜻이죠. 스킬포토는 얼마 무겁지도 않을 뿐더러 소대 단위의 12명이 각자의 배틀필드를 펼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가격도 쌉니다. "

얼스의 '군'과 직접 거래한다고 알려진 무기상점 주인 윌에게 협상을 걸었다.

동시접속자가 무려 5억에 이르는 거대한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주도권은 NPC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다. 그 말은 NPC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고, NPC의 수가 유저의 수를 훨씬 상회한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했다.

어찌됐든 NPC는 수가 많다. 당연히 얼스에도 많은 NPC가 있다. 그리고 군인도 굉장히 많다. 알려진 군인의 수가 무려 60억이다. 상상도 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숫자다.  또 그 군인들은 항상 사격훈련을 한다. (지상탄 뿐만 아니라 미사일, 폭탄 등의 실사격 훈련을 포함한다.) 하루에 소비되는 총알의 양만해도 엄청나다는 설정이다.

" 전략적으로도 엄청난 이점을 차지할 수 있게되는 겁니다. 군장의 무게가 줄어들고 다양한 탄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데다가 배틀필드의 효과로 몇 가지 버프까지 얻게 되니까요. "

" 흐음... "

윤석은 상대가 일반 NPC여서 마음놓고 배틀필드와 탄생성에 관한 것을 곧이 곧대로 말했다. 상점의 일반 NPC는 NPC들 중에서도 굉장히 단순하고 유저의 정보를 유출시키지 않는다.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건오퍼의 밑천을 다 까발릴 수 있었다.

또한 NPC는 감정적인 사고는 잘 하지 못한다. 프로그램이니까. 그러나 이성적 영역의 사고는 -프로그래밍된 바에 따라- 한다. 상점의 주인은 이 거래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유리하지 않은지를 판단하고 거래를 수락하거나 수락하지 않거나를 선택하게 된다.

윌은 이 거래에 관심을 보였다.

일반탄보다 가격이 '훨씬' 싼데다가, 이 마력탄이란 물건은 판타리아인에게 꽤나 치명적일거란 계산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얼스의 적은 판타리아와 중원인데, 그 중에서 판타리아에게 치명적인 마력탄은 높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을 거라고, 윤석이 윌에게 다시 한번 장점을 어필했다.

그러나 윌은 결국 거부의사를 내비췄다.

" 아직 이방인의 물건을 사 본적이 없어서... "

윤석은 속으로 외쳤다.

' 개소리!!! '

이방인의 물건을 사본적이 없다고? 지금 장난하냐? 너 무기상점 NPC잖아. 잡테이든 뭐든 처리 하러 오는 유저들이 있을텐데 없다고?

열불이 터졌다.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벌써 세 번째로 찾아온 무기상점인데, NPC들이 생각외로 순순히 거래를 받아들이질 않았다. 받아들일 듯 하다가 이내 핑계를 대는 것이다. 분명 NPC의 태도를 보면 거래가 성사될 것도 같은데 뭔가 조금 부족한 게 있는 듯 했다.

' 결국 쉬운 일이란 건 없는건가. '

답답한 NPC새끼들. 생각이란 게 있으면 좀 해봐라. 어떻게 살펴봐도 이득인 거래 아니겠냐? 이건 진짜 대박 상품이라고!  괜스레 속으로 욕을 내뱉은 윤석은 도대체 뭐가 부족한건지 골머리를 싸매야만 했다.

누가봐도 완벽한 조건이다.

배틀필드와 탄을 소지하게 됨으로써 휴대할 수 있는 총알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군장의 무게가 줄어든다는 것 만해도 일단 굉장한 거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배틀필드는 총잡이들을 위한 버프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M/P 운용을 어렵게 만드는 마력탄은 판타리아의 마법사들에게 치명적이기까지 한 물건이다.

' 아오... 그런데 왜 안 받아들이는거냐? '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데 받아들이질 않는다. 뭔가 놓치고 있는게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쐬려 로그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굉장한 사업아이템을 얻었다고 생각해서 부푼 마음으로 도전했건만 제대로 되질 않았다. 유토피아 자체를 하나의 직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윤석에게는 생각보다 꽤 큰 문제로 다가왔다. 밖으로 나왔는데,

" 오빠. 왜 똥 먹은 표정이야? "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김수희와 마주쳤다.

" 보통은 똥 씹은 표정이라고 하지 않냐? "

" 그거나 그거나. "

" 느낌이 달라. "

" 어쨌든 입 안에 있는 건 똑같잖아. "

" 아 그럼 그런가보지. "

윤석의 무성의한 대답에 김수희는 입술을 조금 앞으로 내밀고 윤석을 쳐다봤다. 윤석이 오른쪽으로 한 발자국 옮기자 수희도 옆으로 한 발자국 옮기며 윤석의 진행방향을 막아섰다. 왼쪽으로 옮기자 수희도 또 움직였다. 수희가 왜 이러고 있는지 알고 있는 윤석은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서 말했다.

" 별 일 없어. 그냥 바람 좀 쐬려고. "

" 바람은 무슨. 오빠. 나 배고파. "

" 집 가서 밥 먹어. "

" 싫어. "

" 그럼 어쩌라고? "

" 떡볶이 사주라. "

떡볶이를 내놔. 난 지금 그것이 매우 먹고 싶으니까. 나의 바람을 무시해버리면 넌 내 오빠도 아니야. 난 열심히 공부하고 왔으니까 내 몸에 칭찬할 의무와 권리가 있단 말이야.

그 길고도 긴 말은,

" 공부 열심히 할게. 응? "

이라는 말로 압축되었다. 윤석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피식 웃고선 알았다며 수희와 함께 길거리로 걸어나갔다.

밤거리는 제법 쌀쌀했다. 이제 곧 겨울이 온다. 사실, 체감하는 계절은 이미 겨울이었다.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선 하얀김이 폭폭 새어나오고 수희의 귓볼과 콧잔등은 이미 빨개져 있었다. 수희는 아, 춥다, 추워. 하고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목을 움츠려서 입까지 점퍼 안으로 쏙 집어넣고선 문득 말했다.

" 오빠. 근데 진짜 별 일 없는 거지? "

" 그렇다니까. "

" 정말 레알이지? "

" 어. "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게가 하나 있었다. 길거리에서 떡볶이와 순대, 어묵을 파는  작은 가게 -포장마차라고 하기엔 턱없이 작은- 였다. 수희는 떡볶이와 어묵을 참 맛있게도 먹었다.

" 으하, 매워. 매워, 매워. "

윤석이 느끼기엔 그렇게 맵지 않은데 수희에겐 많이 매웠다.

" 나 등에 땀나. 완전 덥고 완전 매워. "

" 샤워 꼭 해라. 냄새나니까. "

" 나 맨날 맨날 하거든? "

" 뻥 치지마. 너 가끔 나는 공부때문에 너무 힘드니까 오늘은 씻지 않을래! 이러면서 옷도 안 벗고 그냥 자고 그러잖아. "

수희는 어묵국물을 종이컵에 따라 홀짝거리다말고 캑캑댔다. 떡볶이를 팔고있는 아줌마의 눈치를 아주 살짝 보고나서 보이지 않게 윤석의 발등을 밟았다.

" 내가 언제! "

" 아오... 아프잖아. 너 내가 더 심한거 다 터뜨려? "

수희는 인상을 찡그리고 헹! 코웃음 쳤다.

" 난 퓨어하고 아름다운 여자라 더 심한 거 따윈 있을 수 없어. 하지만 난 오빠랑 그런 얘기보다는 좀 더 건설적이고 건전하며 미래지향적인 얘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물론 내가 난 티 한 점 없이 깨끗해서 전혀 찔리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절대로 화제를 돌리는 게 아니지만 말이야. "

그녀는 '나는 지금 매우 찔리고 있는 상태입니다'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굉장히 어색한 태도로, 국어책을 읽듯 말을 이어갔고 윤석은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 야. "

" 왜. "

" 너 NPC랑 거래튼 적 있냐? "

" 응. "

너무나 당연한 듯 말하는 수희의 태도에 윤석은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 뭐?! "

목소리를 높였다.

" 앗!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

" NPC랑 거래 튼 적 있냐니까? "

" 있다니까? 내가 마나물약을 어디서 산다고 생각하는거야? "

윤석이 그럼 그렇지 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거래와 수희가 생각하는 거래는 그 내용이 달랐다.

" 아니... 그런 거 말고. "

" 그럼 뭐? "

" 네 물건 판 적 있냐고. "

" 당연하지. 사냥하다 주운 거 중에 잡템팔고 필요 없는 거 팔고... "

" 아 됐다. 말을 말자. "

수희는 입술을 깨물고 매우 불만인 듯한 표정으로 윤석을 노려보면서 아줌마의 눈엔 보이지 않도록 윤석의 발을 다시 한번 밟았다.

" 말을 똑바로 하시던가! "

" 말하면 뭘 알긴 알겠냐 네가? "

" 당연하지! 내가 오빠보다 훨씬 고수인데! 꼬우면 PK뜰까! "

와이투리스를 한 방에 보내버리는 화염계 법사다. 그것도 공격 위주로 스킬트리를 짠 공격법사. 메테오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하위등급의 파이어 애로우만 맞아도 건오퍼는 즉사할지도 모른다. 건오퍼란 그렇게 약골인 클래스니까. 괜히 최약체가 아니다.

하지만 윤석은 허세를 부렸다.

" 너 내가 진짜 맘 먹고 PK뜨면 순삭이야. "

" 거, 거짓말! "

" 진짜거든. 넌 내가 무슨 클래스인지도 모르잖아. "

" 총잡이잖아. "

윤석이 피식 웃었다. 겨우? 라고 비웃는 듯한 그 태도에 수희의 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

" 오빠. 혹시 히든클래스야? 응? 그런거야? 아!! 그래서 회사도 그만두고... "

윤석은 아무말도 않고 다시 한번 피식 웃었다. 그래. 그렇게 실컷 애타해라. 비웃는 듯한 윤석의 미소에 김수희는 정말로 애타했다.

"  뭐야  오빠? 알려줘. 알려줘. 알려줘. 역시 총잡이한테 뭔가 있을 것 같긴 했어. "

윤석은 계속해서 약올리듯 피식피식 웃으면서 조건을 걸었다.

" NPC를 설득해서 거래를 유치하는 방법을 알아오면 알려주지. "

수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짜증을 내버렸다.

" 에이씽. 진짜로 몰라서 묻는거야? 아니면 그냥 나 약올리는거야? 왜 그 당연한 걸 자꾸 물어? 무슨 속셈이 있는거지? 그치? "

============================ 작품 후기 ============================

" 너 내가 진짜 맘 먹고 PK뜨면 순삭이야. "

허세남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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