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2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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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마법사들이 마법을 미리 저장하여 놓는 일종의 마법도구다. 스크롤 같은 경우는 종이를 찢기만하면 마법이 발동되는 까닭에 부지런한 마법사들은 스크롤을 미리미리 준비해놓아 위급한 순간에 위기에서 벗어나곤 했다.
스크롤의 좋은점은 '마법사 전용'이 아니라는 거다. 스크롤에는 레벨제한을 제외하면 그 어떤 제약도 없다. 레벨 높고, 돈 많으면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크롤이다. 다만 문제라면 그 가격이다. 마법사들은 돈이 급한 경우가 아니면 스크롤을 잘 팔지 않는다. 제가 쓰기에도 바쁘다. 판타리아의 특성상 스크롤은 오로지 마법사가 수작업을해서 만들어야하고 그렇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가격이 매우 비쌌다.
어쨌든 스크롤은 판타리아에서 굉장히 고가의 아이템이며면서 상당히 편리한 아이템이기도 했다.그리고 얼스에도, 판타리아의 스크롤과 거의 똑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있다.
아이템 명칭은 스킬 포토 .
물론 스크롤과 차이점은 있다. 스크롤은 마법사가 직접 제작한다. 그러나 얼스는 '스킬 포토그래퍼'라는 NPC가 의뢰비를 받고 제작해준다. 제작비는 스킬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스크롤'에 비하면 훨씬 싸다.
얼스는 과학기술력이 엄청나게 발전한 대륙이라는 설정이다. '스킬포토그래퍼'는 디지털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 대량으로 '스킬포토'를 인화한다. 당연히 수작업을 해야하는 스크롤보다 훨씬 싸다.
스킬포토그래퍼인 '한스'는 윤석을 보고서 고개를 갸웃했다.
" 음? 너는 픽업 아티스트가 아니잖아? "
" 픽업 아티스트의 스킬만 찍을 수 있어요? 그 유명한 한스인데? "
NPC는 프로그램이다. 인간처럼 다양한 언어구사를 하거나 한 번에 여러가지가 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서 반응 역시 인간에 비해서는 훨씬 단순한 편이다.
그 유명한 한스인데, 스킬 포토를 만들지 못하느냐는 듯한 '안졸리냐졸려'의 태도에 한스는 발끈했다.
" 누가 못 만든댔나! 그냥 물어본 거지! 나는 세상에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스킬 포토 그래퍼라고! 나의 사진 기술은 내가 알고 네가 알고 땅이 알고 하늘이 알지. 나의 유명한 이름은 판타리아와 중원에까지 널리 퍼져있다고! "
" 사실 그래서 찾아온 겁니다. 그 유명한 한스님이라. "
발끈했던 한스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하하하! 크게 웃으며 윤석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NPC는 원래 유저에 비해 단순한 편이지만 한스는 그 NPC들 중에서도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 했다.
" 하하하! 사람 한번 제대로 찾아왔군. 그래. 넌 도대체 어떤 클래스지? 비리비리해 보이는 것이 전투클래스는 아닌 것 같고. "
" 일단 찍어 보시죠. "
스킬 포토 그래퍼 한스는 NPC다. 그리고 그 NPC는 스킬 포토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저가 스킬포토를 만들어 달라는데, 거부할 수는 없다.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NPC란 프로그램의 일부일 뿐이니까.
" 일단 자세부터 잡아야지! "
" 자세요? "
" 자. 자. 이렇게. "
조금 민망한 자세다. 왼 손가락과 오른 손가락을 서로 붙여 둥글게 만든 뒤 성기에 댔다. 성기를 강조하는 듯한 모양새다.
" 자자! 거기서 허리를 앞으로 쭉 빼고! 요렇게! 요렇게! 팍! 팍! 찌르는 듯한 모양새로 그래그래! 그렇게! "
사진을 찍었다.
[ 스킬포토로 전환할 스킬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하고 있다보니 눈 앞에 창이 하나 떴다.
[ 배틀필드 소환 ]
배틀 필드를 펼친다.
필요 M/P: 20000.
소모 M/P: 10/S
쿨타임: 10분.
[ 노멀탄 생성 ]
건 오퍼의 기본기술. 마나를 사용해 5.56mm일반 탄환을 만든다. 생성된 탄환은 배틀필드에 저장된다.
필요 M/P: 10
쿨타임 :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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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필드]
필드내의 총잡이를 은신상태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필드. 모든 총잡이가 은신상태에 접어들며 공격을 개시하는 순간, 고스트 필드는 깨지게 된다.
필요M/P: 3000
소모M.P: 10/S
쿨타임: 10분
그 외에도 실버큐레이브, 플레임, 포이즈너, 헬파이어와 같은 특수탄들이 나타났다.
윤석은 그 중에서 배틀필드와 노멀탄, 그리고 이제 어느정도 간파당한 마력탄과 마비탄까지 선택했다. 마검사길드인 Ray는 마력탄에, 전사타입의 헤라클레스는 마비탄에 속수무책- 적어도 사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 으로 당했다.
" 이게 뭐꼬? 배틀필드? 노멀탄생성? 뭐꼬 이게. 완전히 쓰레기잖아! "
NPC인 한스는 스킬의 평가를 '쓰레기'로 내려버렸다. 왜냐하면 한스가 평가하는 스킬은, 스킬의 습득레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배틀필드와 노멀탄은 윤석이 건오퍼로 전직한 직후에 얻게된 스킬이고 그 건 겨우 레벨 10 때의 일이다. 마찬가지로 마력탄과 마비탄도 겨우 레벨 15와 20때 얻은 스킬이다.
한스는 스킬의 내용보다는 스킬의 레벨제한을 훨씬 중요시하는 듯 했다.
" 나 참... 이런 쓰레기를 스킬포토로 간직하려는 놈도 있다니. "
윤석은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스킬 포토크래퍼에 대해 많이 알아봤다. 다행히 스킬 포토그래퍼에 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얼스에 전투클래스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픽업아티스트들은 많았고 그들은 스킬 포토그래퍼에 대한 정보를 많이들 갖고 있었으며, 스킬 포토그래퍼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는 상태였다.
윤석이 괜히 한스를 찾아온 게 아니었다.
" 훌륭한 예술이군요. 이런 쓰레기조차도 예술로 탈바꿈시키셨네요. 정말 멋지십니다! "
계속해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한스의 얼굴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 오케이. 이걸로 10퍼센트 절감. '
NPC인 한스를 공략하는 방법이다. 일단 완성된 것을 보고 무조건 극찬하기. 그리고.
" 옆동네 둘스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이십니다. "
다른 NPC인 둘스와 비교해서 또 칭찬해주기. 이렇게만 되면 제작비용이 20퍼센트나 절감된다.
' 오케이. 이걸로 또 10퍼센트 절감. '
이른바 넷상에 널리 퍼진 한스 공략법이다. 한스 공략법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역시 픽업아티스트들의 힘이 컸다. 현캐들의 '스킬포토'는 판타리아의 스크롤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비싼 스킬포토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악마의 유혹'이라는 픽업 아티스트의 스킬포토였다. 레벨제한이 일단 60이고 13만코드정도에 거래된다.
픽업아티스트의 스킬포토를 구입하는 건 보통 상인 유저들이고, 상인유저는 대부분 고레벨이다. (상인은 레벨업이 별로 어렵지 않다.) 따라서 악마의 유혹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악마의 유혹은 일반 NPC - 잡화상점, 방어구 상점, 빵집, 꽃집 등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NPC -를 90퍼센트 확률로 꼬셔낼 수 있는 픽업아티스트의 기술이었다. 쉽게 말해 대부분이 미녀인 유토피아의 NPC를 스킬로 꼬셔내서 섹스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악마의 유혹'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쨌든 '악마의 유혹'을 비롯하여 몇 가지 스킬들이 스킬포토화되어 자주 거래됐는데 그러다 보니 넷상엔 '한스 공략법'이라는 NPC공략법이 떠돌았다.
칭찬으로 10퍼센트 비용 절감. 라이벌인 둘스와의 비교를 통해 다시금 10퍼센트 비용 절감. 안 그래도 별로 비싸지 않은 스킬포토인데 더욱 싸졌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곳이니만큼, 스킬포토 제작은 역시 어렵지 않았다. 대량생산도 어렵지 않을 듯 했다.
' 이젠... 이걸 납품하러 가면 되나. '
윤석이 씨익 웃었다. 눈을 조금 돌려봤다. 현캐 총잡이는 분명 판캐와 무캐의 다른 클래스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약해빠진 캐릭터다.
그러나 총잡이를, 다른 현캐들과 비교한다면 그렇게 약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 여긴 내... 직장이다. '
이 곳은 얼스다.
' 분명... 총잡이엔 뭔가 있어. 무지막지한 페널티를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의 무언가가! '
이젠 NPC와의 거래를 트면 된다. 길드전이 열리는 것 역시 NPC위주의 세상에서 유저 위주의 세상으로 조금씩 바꿔가기 위한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말을 반대로 말하자면, 아직까지 이 세계는 NPC위주의 세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현대의 NPC들은, 이 건 오퍼의 특수탄을 반길거다. 일반탄에 비해 가격도 '훨씬' 쌀테고 그 효과도 무척 좋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 이 곳 얼스엔 군인이 엄청나게 많아! '
게임의 설정때문이다. 판타리아에도, 중원에도, 얼스에도 군인이 많다. 이 세 개의 대륙은 적대관계다. 전쟁 중이라는 설정이다.
유저들과 달리, NPC세계에서의 전투력을 살펴보자면 얼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투기와 폭격기, 조기경보기. 온갖 폭탄과 미사일, 무기까지 구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얼스의 NPC들이다.
그렇다고 중원과 판타리아를 동시에 정복할만한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중원과 판타리아의 저력역시 만만치 않았고 얼스도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1:1에선 무조건 이길테지만, 1:1의 전쟁이 끝난 뒤에 또다른 1에게 먹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개의 대륙은 이토록 미묘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어쨌든 얼스에는 군인들이 많았고, 그 중에서도 육군의 수가 가장 많았다.
' 먼저... 육군에게 배틀필드와 탄을 보급하는거다! '
이젠 진짜로 사업시작이다.
참고로 얼스에는 60억의 군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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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잘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