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9화 (29/244)

00029  무식한 맷집 vs 쓰레기 길드  =========================================================================

* * *

역전의 용사. 모든 상태이상을 회복시키고 H/P와 M/P를 절대량의 최대치까지 회복시켜주며 모든 능력치가 100퍼센트나 증가하는 히든 클래스의 히든 버프 스킬이다. 괜히 히든 버프가 아니다. '역전의 용사'를 사용하면 죽음 직전에서도 피를 풀로 채워준다. 또 하나의 여벌 목숨을 갖고 다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역전의 용사를 사용한 헤라클레스의 세 명이 빠른 속도로 호크에게 접근해갔고.

윤석이 외쳤다.

- 드디어 나왔다!!!

몰랐으면 아마 당황했을거다.

'역전의 용사'는 히든 스킬이고, 알려지지 않은 스킬이었으니까. 몰랐다면 분명 당황했을 거다. 그리고 그 잠깐 당황하는 틈에 헤라클레스가 접근했을 거고 그렇게되면 남은 것은 시체가 되어버리는 일 뿐이었을거다.

총잡이는, 일단 접근을 허용하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최약체 클래스였으니까.

- 스나이퍼 준비 됐어?

- 됐어요.

- 준비 완료!

윤석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예상하고 있었다고해도 긴장은 된다.

' 헤라클레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

동생인 수희로부터 귀뜸을 들었다. 수희가 과연 눈치를 챈 건지 아니면 그냥 자기 주위에 히든클래스가 있다고 자랑한건지는 모르겠지만.

' 일단은 도움이 많이 됐어. 고맙다 동생아. '

히든스킬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히 유리한 상태다. 그런데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민혁과 주랑에게만 말해준 건오퍼의 고유스킬.

배틀필드내에서 유저를 선택하여 딱 한번, 쿨타임을 0으로 만들어주는 건오퍼 특유의 스킬인 '노딜레이'다.

사실 호크의 다른 길드원들에게 말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들 윤석과 주랑, 민혁이 원래부터 -현실에서- 친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고 그렇다보니 민혁과 주랑에게 특혜를 주는 건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10명이 넘게 모인 곳이다. 아주 사소한 일로도 감정싸움이 일어나고 불화가 생길수도 있다.

누가봐도 스나이퍼에게 '노딜레이'를 써주는 게 맞긴하다. 그런데 그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특혜를 준다고, 그렇게 배배꼬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윤석과 주랑, 민혁은 애초에 그런 가능성 자체를 차단시켜버렸다. 이 스킬은 당분간 셋만 알고 있기로 했다. 이건 주랑의 아이디어였다. 어차피 이 스킬은 스나이퍼에게 쓰는 것이 가장 유용하니까 스나이퍼와 건오퍼만 알고 있자고 했다. 괜히 잡음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을 아예 막아버렸다. 그녀는 윤석이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줬다.

어쨌든 스나이퍼의 저격에 쿨타임을 한 번 없애버릴 수 있다는 건 비장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민혁과 주랑에게 알림음이 들렸다.

[ 헬파이어를 설정했습니다. ]

[ 헬파이어를 설정했습니다. ]

민혁에게도,

[ 스나이핑모드를 설정했습니다.]

[ 명중률이 95퍼센트로 상향 조정 됩니다.]

[ 숨을 쉴 수 없습니다. ]

[ 움직일 수 없습니다. 움직이는 순간 스나이핑모드는 해제 됩니다. ]

그리고 주랑에게도,

[ 스나이핑모드를 설정했습니다.]

[ 명중률이 95퍼센트로 상향 조정 됩니다.]

[ 숨을 쉴 수 없습니다. ]

[ 움직일 수 없습니다. 움직이는 순간 스나이핑모드는 해제 됩니다. ]

스나이핑모드가 되면 움직일 수도 없다. 숨도 쉬지 못한다. 민혁과 주랑이 사전에 연습한대로 차분하게 조준을 하는 동안.

배틀필드 내의 포병이 다시금 플레임을 발사했다. 시선을 끌기 위해서다.

- 플레임 발사!!!

72mm대구경 포탄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달려드는 세 명이 아니라, 뒷쪽의 다른 헤라클레스들에게 발포했다.

크아악! 빌어먹을!

히든클래스 삼손을 제외한 다른 유저들은 이내.

- 최약체 전투클래스 총잡이! 그 총잡이들의 조합! 근거리 전투클래스의 전사들을 쓰러뜨립니다!

- 아... 이걸 뭐라고 봐야할까요? 소총수들이 움직임을 막고! 포병이 스턴효과와 더불어 장비를 손상시킨 다음! 다시금 소총수의 공격으로 피를 야금야금 깎으면서 스나이퍼가 일격필살!

사람들은 건오퍼가 제공하는 특수탄을 잘 모른다.

- 포이즈너 효과 좋은데!

- 피가 생각보다 많이 깎여!

당연히 포이즈너도 모른다. 소총수의 총알은 데미지가 매우 약하다. 방어력이 뛰어나지 않은 마검사들에게도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전사들에게 그 데미지가 먹힐 리 없다. 그러나 전사들 역시 H/P가 꾸준히 감소했다. 그게 바로 포이즈너의 힘이다.

소총수의 극악한 데미지를 보완해주는, 소총수들의 특수탄인 셈이다. 비록 적은 량이지만 꾸준하게 피를 깎아내린다. 일종의 독탄이다.

소총수들이 마비탄과 포이즈너를 적절히 섞어서 발포함으로써 헤라클레스들을 피를 야금야금 갉아먹었고 포병이 마무리했다.

그리고 삼손들이 접근에 성공했다. 그에따라 윤석은 다급해졌다.

- 스나이퍼! 아직 멀었어?!

* * *

주랑은 차분하게 조준했다. 저번엔 실수로 빚맞췄다. 하지만 이번엔 절대로 실패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스나이핑모드를 사용했고 헬파이어를 장착했다.

여태까지는 맞추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항상 소총수의 마비탄과 포병의 스턴효과가 적용된, 그러니까 가만히 있는 상대만 노렸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다. 모든 상태이상을 치료하고 달려드는 삼손을 향해 발포하는 거다.

숨을 들이마셨다.

' 난 할 수 있어. '

그녀는 윤석이 이제 이 유토피아에 얼마나 열심인 지 안다. 회사에 사표까지 냈다. 이 유토피아를 또다른 직장으로 삼고 있다는 걸 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윤석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녀에게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윤석만 중요하다.

' 그러니까 난 절대로 실패하면 안 돼. '

이번 길드전은 총잡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을거다. 어쩌면 총잡이가 많아질 수도 있다. 그렇게되면 그렇게 될수록 윤석의 힘과 권리도 커질거다. 총잡이는 많은데 건오퍼는 단 한명 뿐이니까.

와이투리스를 잡으면서 움직이는 생물을 맞추는 연습을 많이 했다.

' 할 수 있어! '

헬파이어를 발사했다. 건오퍼가 제작한 특수탄환. 헬파이어가 처음으로 유토피아에 공개됐다. 물론 총알이 날아가는 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 으아악!! "

그 효과는 확실히 드러났다. 헬파이어가 적중된 이마로부터 시작하여 불이 붙기 시작했다. 사람 몸에 불이 붙는 장면은 그리 끔찍하지 않았다. 이 곳은 현실이 아니다. 몸에 불이 붙어도 H/P가 깎이는 것, 몸이 좀 따끔따끔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마법을 한 대 얻어맞은 것과 다를 게 없다.

헬파이어는 적중된 지점 반경 1미터를 불지옥으로 만드는 탄이다. 물론 설명이 불지옥이라는 뜻이고 실제로 불지옥은 아니다 위력은 포이즈너와 비슷하다. 데미지가 엄청나게 강한 건 아니다. 그러나 포이즈너와는 다른 효과가 하나 있다. 주변의 물체를 불태운다는 거다.

- 삼손! 많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아! 어째서 저러는거죠!

- 고통 체감수치를 최대한으로 올렸다해도 그렇게 아플리는 없을 텐데요!

해설자들과 관중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크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삼손들의 모습이 뭔가 석연찮아보였다. 몸이 불에 탄다고해서 그리 아플 리 없다. 이 곳은 유토피아다. 그리고 유토피아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게임이다. 게임에서마저 극도의 고통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고, 게임은 사람들의 편의를 많이 봐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 빌어먹을!

- 이게 뭐야 씨발!!!

[ 비명을 지르세요. 괴로움을 표현하세요. 비명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히든클래스 삼손의 선택이 취소됩니다. ]

크아아악! 크아아아아악! 아아악! 우에에엑!!!

[ 비명을 지르세요. 괴로움을 표현하세요. 비명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히든클래스 삼손의 선택이 취소됩니다. ]

으히이이익! 우캬아악! 나는 엄청나게 괴롭다!!!

나는 괴롭다! 죽을 것 같다! 힘들다! 고통스럽다!! 으아아악!!

열심히 비명을 질렀다.

[ 할당량 7/10 ]

[ 할당량 8/10 ]

[ 할당량 9/10 ]

알림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머리카락이 타본적이 없으니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열심히 비명을 질러댔다. 정말로 고통스러운 것 처럼 괴성을 질렀다.

[ 비명의 할당량을 모두 채웠습니다. 힘이 모두 소진되어 기절합니다. ]

[ 머리카락을 소중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

[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

열심히 비명을 지르던 남자 셋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신은 말똥말똥한데 눈이 감겼고 바닥에 풀썩 쓰러진거다.

까페에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수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미안해 경수야. '

경수한테 조금 미안한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삼손의 약점을 알려줘버렸다. 아마 사람들은 이제 '삼손'이란 클래스에 대해서 알게 될 거고 그 클래스의 약점도 파악해버리고 말 거다.

유토피아에는 무조건적인 메리트도 없고 무조건적인 페널티도 없다. 그게 원칙이다. 삼손은 분명 훌륭한 히든캐릭터지만 머리카락이 최대의 약점이다.

모든 상태이상 치유. 빈사상태에서도 H/P와 M/P를 풀로 채워주며 모든 능력치를 2배나 높여주는 그 엄청난 스킬에 대한 대가로, 그들은 머리카락이라는 약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스나이퍼는 상대의 약점을 노리는 원거리 저격수다. 확실한 약점만 있다면 일격필살이 가능한 (비록 쓰레기지만)클래스.

' 이번에도 이겼어! '

수희는 남몰래 미소지었다. 옆에서 타박이 들려왔다.

" 너 자꾸 히죽히죽 웃었다가 막 미안하다는 듯 울상지었다가 그러지마. 보기 흉해. "

어쨌든 2차전도 이기긴 이겼다. 더이상의 길드전 속행이 불가한 헤라클레스를 상대로, 호크가 이겼다. 넷상에선 난리가 났다. 1차전에서 당연히 질 줄 알았던 호크가 어찌어찌 2차전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이건 하나의 센세이션이었다.

- 극약 데미지의 소총수! 몸빵의 헤라클레스를 잡다!

- 최약체들의 반란! 과연 이들의 반란은 어디서 깨질까!

- 3차전 상대는 중원의 불기둥!!! 호크! 이번에도 과연 이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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