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8 무식한 맷집 vs 쓰레기 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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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라는 길드는 굉장히 유명하다. 중원의 9대문파와 5대세가, 판타리아의 12마탑길드 등 유명한 길드와는 사뭇 다른 의미로 유명했다.
최약체 전투클래스의 집단이고 현캐 유일의 길드전 신청 길드라는 것이 유명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하나 있다. 바로 건 오퍼인 김윤석의 존재다. 호크는 김윤석이 없으면 존속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호크 중 한 명을 처리한다고 한다면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할 것이 바로 윤석이다. 윤석부터 죽여야한다.
FuckTeryy가 그 것을 아는 건 아니었다. 그냥 우연이었다. FuckTerry의 거대한 몽둥이가 우연하게도 건오퍼인 김윤석에게 날아들었다.
해설자들도 흥분했다.
- 날아듭니다! 날아듭니다! 드디어 접근을 성공시킨 헤라클레스!!!
- 처음으로 공격을 성공시키나요!!!
그리고.
" 으아아아앗!!! 아름다운!!! "
괴성을 내지르며 몽둥이를 휘두르던 FuckTeryy가 풀썩 쓰러졌다.
-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FuckTerry의 몽둥이가 김윤석과 닿지 일보직전에 FuckTerry가 쓰러졌고 동시에 헤라클레스 한 명이 또다시 쓰러졌다.
- 아!!! 스나이퍼의 저격이군요!!!
- 맞습니다! 오! 현캐 대단합니다! 역시 현캐라 이건가요!
- 그렇습니다! 얼핏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길드전에도 온갖 심리전과 머리싸움이 들어가 있죠! 능력치가 월등히 낮은 현캐는 전략을 많이 준비해올 수 밖에 없죠!
- 예! 첫번째 저격에도, 두 번째 저격에도 쓰러진 건 단 한명뿐이었죠!
- 그 말은! 스나이퍼들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전력을 쏟지 않고 대기를 하던 중이었단 뜻이 되는 건가요!
- 예! 지금 그렇게밖에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첫번째 저격, 두번째 저격에서 즉살이 뜬 건 오로지 한 명씩이다. 그런데 스나이퍼는 두 명이다.
그러니까 현캐측에선 일부러 스나이퍼 한 명을 미리 대기시키고 한 명을 끌어들여 가깝게 오게 만든 다음 한 번의 공격으로 사살해버렸다.
" 오! 현캐! 좀 하는데! "
사실 여태까지의 길드전은 조금 단순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헤라클레스처럼 특이하게 힐러 없이 전사만으로 구성된 길드가 있기는 있짐나 대부분은 힐러, 마법사, 전사가 적절하게 조합된 길드였다. 그건 중원도 마찬가지였다. 회복술사, 진법가, 검사 -혹은 창술사, 혹은 궁수 등 - 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에따라 힘대힘으로 맞부딪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스킬로 상대의 발을 묶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을 유인한 다음 사살하는 것. 비록 복잡한 전략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 것을 이루어낸 것이 워낙에 약체라고 평가되는 호크여서 더욱 그랬다.
" 올! 잘한다 호크! 최약체면 머리라도 써야지! "
" 그래그래! 그렇게 하는거야! "
이제 남은 헤라클레스 길드원은 7명. 호크의 사격은 멈추지 않았고 7명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설사 움직일 수 있다하더라도.
- 움직일 수 있다고 혼자 나서지 마!
- 최소 두 명 이상 같이 움직여야 돼!
함부로 움직이면 FuckTerry 꼴이 날 수도 있다. 호크에 대해서 잘 모르기에 이런 소리가 나온거다. 움직일 수 있을 때 무조건 달려서 후려치면 끝난다. 어떻게든 달려서 윤석만 죽이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호크에 대해서 모른다.
헤라클레스가 움직임을 자제한 덕분에 호크들은 오히려 헤라클레스를 상대하기 쉬워졌다.
" 헤라클레스가 좀 쫀 거 같은데? 왜 접근을 안 해? "
" 한꺼번에 접근하려고 기다리나보지. "
" 한 명이라도 접근해서 후드려패는게 낫지 않아? "
" 그랬다가 아까처럼 혼자 죽잖아. "
" 아 그래도 내 생각엔 그냥 달려가서 족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저 봐. 지금 계속 데미지 누적되고 있잖아. "
다시금 포병의 포격이 떨어져내렸다. 방어구가 완전히 손상되어버린 헤라클레스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 현캐 유일의 길드전 신청 길드! 호크! 호크가 승기를 잡은 듯 합니다!
- 어디있을지 모르게 은신한 스나이퍼가 미간을 노리고 있고 포병이 스턴과 광역공격을 퍼부으며 소총수가 움직임을 막습니다! 저 콤비 좀 괜찮은 것 같은데요!
- 약체들도 모이면 할 수 있다! 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2차전까지는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헤라클레스의 길드장 삼손은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이대로면 패배가 확실했다.
' 젠장... 벌써 꺼내들어야 하나... '
수십번을 고민했다.
삼손은 히든클래스다. 닉네임도 '삼손'이고 클래스도 '삼손'이다. 어쨌든 그는 삼손클래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중요한건 혼자만 '삼손'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거다. 히든클래스인 삼손을 얻게되는 방법을 친구 셋과 공유했고 그 친구 셋은 모두 '삼손'클래스를 얻었다.
- 빌어먹을... 아무래도 써야겠는데...
- 벌써 쓰자고?
- 어쩔 수 없잖아. 너무 방심했어 우리가.
- 아 그래도 겨우 2차전에서 쓰기엔 좀 그렇지 않냐?
한 서버에서 하루- 유토피아 시간 기준으로- 에 2천번의 길드전이 열린다. 현실시간으로는 하루에 6천번의 길드전이 열린다는 뜻이다. 길드전이 열리는 시간 역시 복불복이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다보니 새벽이 될 수도 있고 낮이 될 수도 있다. 아프거나 출근해야 한다거나 학교에 간다거나 하는 것 모두 핑계가 되지 않는다.
한 서버에 50만개의 길드가 길드전 신청을 했다. 한 서버 길드전 인원만 도합 650만명. 10개 서버에 6천 5백만명이 길드전에 참여한다. 토너먼트 시스템에 따라 각팀은 7번의 토너먼트를 거치게 된다.( 유토피아에선 과도한 경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킹슬레이'라는 특수한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토너먼트 시스템에 대해선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서술하도록 한다. )
하여튼 2차전에서 승리한다하더라도 무려 5번의 대전이 남게 된다. 그래서 조금 아껴놓으려고 했었다.
- 어쩔 수 없어. 아끼다가 여기서 탈락하는 것보단 밑천 까발리는게 낫지.
- 하... 현캐를 상대로 이게 무슨 망신이야... 아오...
마검사 길드 Ray는 판타리아의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사실 마검사는 키우기도 어렵고 컨트롤하기도 힘들지만 PVP에선 두각을 드러내는 클래스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마검사길드가 힐러까지 셋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캐길드에게 깨졌다. 그냥 깨진 것도 아니고 완패했다. 호크에선 사상자가 아무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피가 1깎인 유저도 없었다.
- Ray꼴 나느니 그냥 밑천까발리는 게 나을 것 같다.
- 오케이. 그냥 쓰자.
- 씨팔. 겨우 현캐따위한테 이걸 드러내다니.
삼손은 히든클래스다.
['역전의 용사'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부상을 치유합니다. 모든 상태이상을 치유합니다. ]
[모든 능력치가 100퍼센트 향상됩니다. 시동어를 외치시면 '역전의용사'가 발동됩니다. ]
삼손클래스를 받은 세 명이 괴성을 질러댔다. 얼굴이 좀 붉어지긴 했다.
" 우끼끼끼! 나는야 역전의 용사 1!!! "
" 우끼끼끼! 나는야 역전의 용사 2!!! "
" 우끼끼끼! 나는야 역전의 용사 3!!! "
삼손에는 각기 할당된 칭호에따른 시동어가 있다. 일종의 페널티라면 페널티다.
- 앗! 헤라클레스! 무언가 이상한 괴성을 질러댑니다!
- 정말 이상합니다! 얼굴도 붉어졌습니다!
- 그런데 몸이 노란색으로 빛나는데요? 무언가 특별한 스킬을 사용한 듯 합니다!
- 우,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빠, 빠르게 접근! 여지껏 움직이지 못했는데! 갑자기 빨라졌습니다! 세, 세명이나 움직임이 가능해졌습니다!
역전의 용사1과 용사2와 용사3이 성난 황소처럼 앞으로 내달렸다.
* * *
" 수희야. 야. 이 기집애야. 너 너무 얼빠져 있는 거 아냐? "
수희는 22살. 어리다면 어리고 늙었다면 늙은 - 적어도 학교 내에선 중상급 서열이다 - 나이의 김수희는 동기인 민서에게 핀잔을 들었다.
" 어? 응? 민서. 너 방금 뭐라고 했어? "
" 너 그렇게 집중하는 모습 처음봐. 도대체 뭘 보는거야? "
공부를 한답시고 같이 까페에 와서는 책을 본지 겨우 10분쯤 지났을 때 수희는 꼭 봐야할 것이 있다면서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DMB를 틀어 무언가를 뚫어져라쳐다봤다. 대학교시절 지난 2년간, 민서가 지켜봐왔던 수희의 모습 중 단연 최고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 으, 응. 이거 그 유토피아 길드전 영상인데... "
" 그거 24시간 내내 계속 하잖아. "
" 그게... 지금은 좀 중요한 길드전이거든. "
" 뭔데? "
" 호크길... "
수희는 또다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부릅뜬 채 핸드폰을 주시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눈이 시뻘겋게 충혈됐다.
" 너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 처음 봐. 도대체 뭔데 그래? "
민서는 수희 옆자리로 옮겨 화면을 들여다봤다.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던 남자 하나가 풀썩 쓰러짐과 동시에, 수희가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민서가 쿡쿡 웃었다.
" 너 혹시 저 현캐길드 응원하는거야? "
" 응. "
" 와! 내 주위에도 있었구나. 저 허접한 길드 응원하는 사람이. "
" 허접한 길드 아냐. 1차전도 통과했잖아. "
" 너 왜 발끈하고그래? 이거 수상한데. "
" 따, 딱히 발끈한 건 아냐. "
민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뭔가 있다고 봤다. 예를들어 남자친구가 호크에 속해있다거나 절친한 친구나 가족이 호크에 속해있다거나.
" 호크에 아는 사람 있어? "
" 아, 아니. 확실한 건 아... "
수희는 또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금 유토피아의 생중계현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빠져들고나선 헤어나오질 못했다. 너도 참... 중증이다, 하고 민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요즘은 어딜가도 유토피아 얘기다.
지금 한번 주위를 살펴봐도, 열 테이블 중 두세 테이블은 유토피아 얘기를 하고 있을 정도다. 조금 집중해서 들어보니.
" 이야~. 얘네 머리도 쓸 줄 아네. 일종의 유인책인가? "
" 그러게. 근데 뭐... 약해빠졌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이라도 써야하는 거 아니겠냐? "
" 물론 그렇긴 한데... 묘하게 응원하게 된단 말야."
" 2차전 올라온 것만해도 기적인데 뭘. 여기서 완전 개박살날걸. 내가 헤라클레스 중에 한 명이랑 PK뜬 적 있는데 걔네 장난 아냐. 데미지가 안박혀. 근데 쟤네 총알이 박히겠냐? "
" 저게 다 돈이라던데 진짜 아깝긴하다. "
화려하긴 화려했다. 이펙트를 풀로 가동한 소총수의 총질은 그 어느 마법보다도 화려한 빛을 내뿜으며 매캐한 화약내를 피워올렸고 콜로세움을 총성으로 가득채워버렸다. 그러나 화려한 것에 비해 실속이 너무 없었다.
" 왜 현캐만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패널티 걸어버렸나몰라. "
" 그 왜 다 그러잖아. 판타리아랑 중원만 넣기 뭐하니까 어거지로 끼워넣은 거라고. "
" 하긴... 진짜 그럴 수도 있... 와! 얘네 움직인다! 뭐 새로 썼나봐! "
수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찌나 주먹을 세게 쥐었는지 치맛자락이 완전히 구겨져버렸다. 침을 꿀꺽 삼켰다.
수희는 히든클래스 삼손에 대해서 안다. 그리고 지금 쓴 기술도 뭔지 안다. 모든 상태이상을 치료하고 부상을 완전회복시키는, 일종의 부활기술이다. 게다가 능력치도 100퍼센트 향상된다. 그야말로 히든클래스의 히든버프인 셈이다. 그리고 '히든'답게 그 효과도 대단히 뛰어났다.
'밸런스를 파괴해버리는 무지막지한 기술' 이라고 할 수도 있다. 목숨이 여벌로 하나 더 있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유토피아엔 무조건적인 메리트따윈 없었다. 페널티가 있으면 메리트도 있고 -현캐는 논외로 친다. 전투클래스인 현캐는 페널티만 있다고 알려졌다.- 메리트가 있으면 페널티도 있다.
' 내가 약점 알려줬으니까 어떻게든 힘 내! '
수희는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
헤라클레스의 중추 세 명.
히든클래스 삼손들이 총잡이들을 향해 짓쳐들어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제 취미는 절단이 아닙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길드전'은 주된 소재가 아닙니다. 36편정도부터 본격적으로( 뭐가? ) 시작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