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6화 (26/244)

00026  무식한 맷집 vs 쓰레기 길드  =========================================================================

* * *

헤라클레스와의 길드전 D-2.

주랑이 윤석과 팔짱을 꼈다. 그리고선 떼를 쓰듯 윤석의 팔을 꽉 껴안았다. 이 곳에서는 안졸리냐졸려와 세인트.A.아리에나지만, 두 사람은 닉네임보다는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기를 선호했다.

" 오빠. 빨리 알려줘요. 뭐냐니까요? "

" 글쎄... 뭐더라... "

주랑은 윤석의 옆구리를 살짝 살짝 꼬집으면서 윤석에게 더욱더 들러붙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이러면 윤석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라도 한다고 생각하는 듯,

" 이래도 안 알려줘요? 이래도? 응? 응? "

하고 윤석을 보챘다. 더욱더 달라붙는다고해서 윤석에게 불이익이 될 리 없다. 오히려 주랑이 안겨드는 것은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껴안고 싶고 쓰다듬고 싶고, 이런 거 저런 거 까지. 하여튼 주랑을 가까이 두고 싶은 게 윤석의 솔직한 마음이다.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는커녕 되려 무척 흡족해진 윤석은, 이쯤이면 뜸을 꽤 많이 들였다 싶어 입을 열었다.

" 알았어. 말해줄게. "

" 정말요? "

" 엉. 정말로. "

어차피 윤석도 말해줄 생각이고 주랑도 어차피 윤석이 말해줄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서로 이런 사소한 걸로 티격태격했다. 그리고 어차피 알려줄 것도 알고 있었으면서 주랑은,

" 와! 신나요! 아싸뵹! "

하고 정말로 기쁜 듯 깡총 뛰어 윤석의 볼에 살짝 키스했다. 쪽 소리가 났다. 윤석은 6년만에 느끼는 이 요상한 느낌과 상황이 싫지만은 않았다.

" 배틀필드 말고... 필드가 하나 더 생겼어. "

" 필드요? "

" 그래. "

" 무슨 필드인데요? "

" 고스트 필드. "

" 그게 뭐에요? "

" 배틀필드 쿨타임의 약점을 어느정도는 커버해줄 수 있을 것 같아. "

" 그니까 그게 뭐냐니까요? "

" 스나이퍼의 은신이랑 비슷한 거야. 일종의 투명진? 하여튼 그 필드에 올라선 총잡이들을 은신시켜줘. 대신 공격을 하게 되면 바로 풀려. "

주랑은 고개를 갸웃했다.

" 좋은 거에요 그거? "

윤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 좋은거지. "

" 음... 좋은 거구나. "

" 그래 좋은거야. "

" 아하! "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일단은 수긍할게요, 라고 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주랑의 손을 꼭 붙잡고서 얼굴을 밀착시킨 윤석이 말했다.

" 그러니까 할래? "

" 여, 여기선 싫어요. "

" 난 가위바위보 말한건데. 뭘 생각했길래 여기선 싫대? "

주랑의 얼굴이 붉어졌다.

" 정말! "

주랑도 그렇고 윤석도 그렇고 게임 내에서의 섹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건 몰라도 뒷처리가 곤란하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그 중에서도 픽업아티스트들은- 는 게임캡슐에서 나올 때에 팬티가 흥건히 젖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요즘 성인용 기저귀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상하게도 생리대의 판매도 전보다 많이 늘었다. (장염환자나 여자의 수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

하여튼 게임내에서 섹스를 하려면 기저귀든 생리대든 흡수율이 좋은 무언가를 착용하고 하는 게 바람직했고, 윤석은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뭐... 네가 좋다면 여기서도 할 수... 주랑아. 어디가? "

" 몰라요! "

몰라도 어딜 가긴 가겠다는 듯 걸음을 옮기긴 옮겼다.

윤석은 피식 웃었다. 역시 건 오퍼에겐 무언가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초반의 페널티를 극복하고나면 분명히 무언가 있다.

차례차례 하나씩 약점이 보완되는게 느껴진다.

' 이번 길드전은... 이걸로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길드전이 시작되었다.

* * *

[ 고스트 필드 ]

필드내의 총잡이를 은신상태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필드. 모든 총잡이가 은신상태에 접어들며 공격을 개시하는 순간, 고스트 필드는 깨지게 된다.

필요M/P: 3000

소모M.P: 10/S

쿨타임: 10분

[ 고스트 필드를 사용했습니다. ]

[ 고스트 필드의 총잡이. 시전자를 포함 도합 13명이 은신에 성공합니다. ]

[ 고스트 필드가 시전되어 초당 10씩 M/P가 소모됩니다. ]

[ 고스트 필드 내의 총잡이가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 고스트 필드가 해제됩니다. ]

고스트 필드. 총잡이들 모두를 은신시킨다. 필요 M/P는 3000. 그러나 유지시키는데 M/P가 많이 들어간다. 1초에 10씩. 10초가 지나면 100이고 1분40초가 지나면 1000이 깎여나간다. 그리고 배틀필드를 펼치는데 다시 소모 M/P가 20000이 든다.

그리고 배틀필드를 펼치고서 유지를 못한다면 말짱 황이다. 배틀필드를 유지하려면 고스트 필드를 전개하고 유지한 뒤, 배틀필드를 펼친 다음에도 최소 10000 이상의 여유 M/P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현재 '안졸리냐졸려'의 총 M/P는 5만에 육박한다. 판타리아의 마법사보다도 높은 수치다. 건오퍼라는 것이 마냥 쓰레기 클래스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세세한 부분 덕분이기도 했다.

- 모두 뒷걸음질쳐서 거리를 벌려!

- 최대한 빨리 빨리!

일부러 7초의 시간을 설정했다. 더 길게 하면 배틀필드를 펼치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렇다고 더 짧게 하면 거리를 벌리지 못한다. 민혁을 비롯한 길드원들과 협의해서 정한 시간이 바로 7초였다.

" 어라? "

삼손을 비롯한 헤라클레스의 길드원들은 순간 당황했다. 그들은 마검사 길드인 Ray가 당하는 걸 봤었다. 그래서 거리를 미리 좁혀놓으려고 했다.

해설자들도 흥분했다.

- 이럴수가! 갑자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 단체 텔레포트인가요? 아니! 텔레포트라면 어딘가 다시 나타났어야하는데요! 이건 지금 도대체 뭐죠?

- 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무슨 스킬이죠!

눈 앞에서 호크가 사라졌다. 대단위 워프도 아니다. 워프는 사라졌다해도 어디선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관중들이 웅성웅성거렸다.

" 이거 도대체 뭐야? "

" 나도 몰라. "

" 총잡이 스킬 중에 은신 같은 거 있는 거 아냐? "

" 그건 스나이퍼한테만 있다던데? "

저희들끼리 떠들어댔지만 건 오퍼의 고스트 필드를 알 리 없다. 건 오퍼의 존재는 오로지 호크의 길드원들만 알고 있다.

윤석이 다급히 길챗으로 외쳤다.

- 빨리 빨리! 소총수 앞으로 빠지고 포병 뒤로! 이제 바로 배틀펼테니까 스나이퍼 바로 빠져! 시간 없어!!!

7초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호크들에게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윤석의 명령에 따라 소총수들이 앞으로 모이고 포병 둘이 뒤로 빠졌다. 5초가 지나고.

이제 2초 남았다.

[ 배틀필드를 사용했습니다. ]

[ 배틀필드의 효과가 적용되어 모든 능력치가 5퍼센트 향상 됩니다. ]

[ 배틀필드가 시전되어 초당 10씩 M/P가 소모됩니다. ]

알림음이 들려오고. 배틀필드 내의 소총수들과 포병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방아쇠울에 손을 넣고서 일제사격을 준비했다. 미리 약속된 포인트가 있고 방향이 있다. 그대로 화망사격을 펼쳐 정해진 특수효과를 통해 헤라클레스의 발을 묶어버려야 한다. 그게 소총수의 역할이고, 그게 없으면 이어지는 포격도 저격도 없다.

소총수가 일단 제 역할을 해주어야만 한다. 소총수의 화망사격이 승리의 열쇠가 된다면, 승리의 깃발을 꽂는 것은 바로 스나이퍼가 될 것이다. 스나이퍼는 이번 작전의 핵심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윤석이 다시 한번 외쳤다.

- 스나이퍼!  헬파이어 두 발씩 포함해서 장전하고 자리 잡아! 일단 헬파이어는 아끼고!

7초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배틀필드를 펼쳤고, 헤라클레스와의 거리를 벌린 소총수들이.

- 이제 길드전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호크는 어디... 아! 나타났습니다!

- 나타나자마자! 엄청난 공세! 이야! 엄청납니다! 엄청난 연사속도의 소총수! 서브머신건을 사정없이 쏘아댑니다!

투다다다다닷─!!!

서브머신건을 쐈다. 배틀필드의 이펙트는 꺼버렸다. 그러나 눈속임과 화려함을 위해 서브머신건의 이펙트는 최대한으로 높여놨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총구가 불을 뿜을 때마다 번쩍 번쩍 빛이 나고 매캐한 화약내가 콜로세움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거리를 좁혀 호크를 순식간에 일망타진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눈 앞에서 사라지는가 싶더니 저만치 멀어져있다.

- 젠장! 거리를 좁혀!

- 나도 알아! 근데 거리를 좁힐 수가 없다고!

앞으로 몸이 나아가질 않는다.

- 당황하지마! 포격 날아오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 피 거의 안깎여나가고 있으니까 침착하자고!

- 침착해! 아직 괜찮아!

그리고 삼손이 말했다.

- '바디 아머'쓰고 뚫고 가자.

- 그걸 벌써 써? 2차전인데?

- 어차피 히든스킬도 아니잖아. 그냥 뚫고 가!

- 오케이!

소총수가 화려하게 쏘아대는 총알은 그 화려함에 비해 데미지는 거의 없었다. 움직임이 제약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피해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곧 포격과 저격이 있을거다. 그러니까 지금 빨리 이 화망을 뚫고 접근해야만 한다.

그래서 바디 아머를 쓰기로 했다. 일시적으로 물리적 공격을 일정수준까지 무시해버리는 전사특유의 스킬이다.

그리고 소총수가 쏘아대는 총알의 데미지는 바디아머가 충분히 무시할 수 있을만큼 미비한 수준이었다.

- 바디 아머!

[ 바디 아머를 사용했습니다.]

[ 10초간 일정 수준의 물리적 공격을 무시합니다. ]

[ 7초간 일정 수준의 물리적 공격을 무시합니다. ]

[ 23초간 일정 수준의 물리적 공격을 무시합니다. ]

모두가 바디 아머를 썼다. 시전되는 시간은 레벨과 스킬숙련도에 따라 모두가 달랐다. 그러나 중요한 건 바로 바디아머라는 스킬의 특성이다. 물리적 공격을 무시하는 스킬. 소총수의 총알따윈 두렵지도 가렵지도 않다. 그냥 허공에 버리는 아까운 돈일 뿐이다.

이젠 거리를 좁히는 일만 남았다.

삼손이 외쳤다.

- 3차전 향해 가자!

============================ 작품 후기 ============================

제목 추천 좀 해주세요.

'~ 간다!' 시리즈로 ' 윤석이가 간다! ' 도 생각 중 이긴 한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