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4화 (24/244)

00024  무식한 맷집 vs 쓰레기 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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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텐. 민혁과 윤석이 굉장히 자주가는 술집이다. 그 곳의 알바생인 김우현은 민혁과 윤석의 얼굴을 잘 안다.

김우현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허공을 응시했다. 그 모습을 보며 우현보다 2살위의 여직원인 김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 야. 우현아. 진짜... 장난 아니더라. "

가영이 말했지만 우현은 여전히 허공만 응시할 뿐이었다. 야! 누나가 말하는데 자꾸 어딜 쳐다보는거야? 라는 호통이 터져나왔고 우현은 그제서야 응? 하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 뭐. 뭐가? "

" 너... 그 여자 포기해. "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우현이 펄쩍 뛰었다.

" 절대 안 돼요! "

김우현은 사랑에 빠졌다면서 자신은 그 여자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영이 보기엔 김우현은 헛짓거리하고 있는 거다.

" 너 못 봤어? 수표 막 아무렇게나 꺼내는거? 내가 지나가면서 얼핏 봤는데 천만원 아니면 1억짜리더라. 확실히 100만원은 아니었어. 그걸 막 주겠다느니 필요없다느니. 그런 사람들이라고. 알바생 주제에 쨉이 되겠어? "

20살 청년, 군대도 아직 가지 않은 청년 김우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사랑은 돈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

" 꼴깝떨고 앉았네. "

김가영은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허- 숨을 내쉬었다. 김우현의 나이 20살. 알 건 다 알 나이인데 아직 사랑이면 모든 게 다 된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20살은 많이 어린 나이인가보다, 생각하는데 김우현이 또 헛소리를 해댔다.

" 저도 조금 있으면 4천만원 정도는 쉽게... "

" 너 졸업하면 몇 살이야? "

" 2...26살? "

" 휴학 한 번 한다치면 27살이야. 너 학자금은 다 준비해놨어? "

준비해 놨을 리 없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1년도 안 됐다.

" 뭐... 대출 받아야죠. "

" 그럼 3년은 뼈빠지게 빚 갚아야지. 그럼 30살인데, 그 때부터 돈 어떻게 모을래? 결혼하려면 전세자금 마련해야되지, 차도 사야 되지. 너 30살때 천 만원짜리 수표 몇 번이나 만져볼 것 같아? "

김가영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김우현의 헛된 망상을 지적해주었지만 우현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 그래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대요. "

결국 가영은 백기를 들었다.

" 퍽이나. 열심히 해봐라 어디 한번. "

" 전 정말로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진정어린 사랑. 러브. "

가영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 군대 갔다와야 정신을 차리지. "

우현은 제딴에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 고백하고 군대가면... 2년 정도는... 기다려 주겠죠? "

가영이 예쁘게 웃으면서 말했다.

" 응. 불꽃싸다구 맞고 싶다고? "

* * *

건오퍼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유토피아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운 좋게 특수한 클래스가 얻어걸리는 경우, 혹은 컨트롤 실력이 매우 뛰어나 PK나 몬스터 사냥등에 능한 경우 등. 그런 경우는 돈을 굉장히 쉽고 빠르게 벌 수 있었다. 게임내 화폐인 코드와 현실의 돈의 교환비율이 거의 1:1이다. 게임의 화폐와 현실의 돈의 교환비율이 똑같다는건, 게임돈이 현실돈에 준한다는 말이고 그건 그만큼 코드의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했다.

유토피아의 게임개발자들이 멍청할 리 없다. 전세계적 붐을 일으켰고 동시접속자 5억이 넘는 가상현실게임을 개발한 사람들이고 그들을 다른 말로 천재라고 부른다. 각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천재들이 모여 만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현대 캐릭터를 키우는 것에 무지막지한 페널티를 부과했다. 분명히 괜히 페널티를 부과한 게 아닐거란 확신이 든다. '건 오퍼'라는 것을 몰랐다면 모를까 지금은 확신이다. 분명히 뭔가 있다.

지금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것을 잘만 활용하면 남들이 다들 바라는 '일확천금'도 마냥 꿈은 아닐거란 확신이 든다. 가깝게로는 이번 길드전의 우승이 있다. 우승을 하게되면 S등급의 악세서리를 받게 된다. 그것만해도 일확천금이다. A+ 등급 악세서리가 4억에 거래됐었으니까.

민혁이 말했다.

"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우리가 현캐 유일의 전투집단이라는거야."

너무 광범위한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윤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뭐? "

" 이번 길드전이 열리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멍청아. 머리가 안 돌아가냐? "

길드전이 열리는 취지. 물론 일회성 이벤트고 홍보효과도 노리고 있다. 게다가 광고수익까지 어마어마하게 얻을 수 있었다. 동시접속자 5억. 그리고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길드전현장에 광고를 하기 위해 광고주들은 엄청난 경쟁을 해야만 했다. TV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10초에 10억이 들어간다면 유토피아의 콜로세움에 홍보를 내보내려면 10초에 20억이 들어간다. 그러니까 유토피아측에도 어마어마한 수익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 외에도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유토피아 세계에대한 유저의 영향력 획득' 정도가 되겠다. 아직까지 유저의 힘은 NPC들에게 미치지 못한다. 판타리아에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황제와 귀족들이 있고 그들 밑으론 수십억의 병세가 있다. 중원에는 무림맹주, 사황성주, 마교주등이 있고 또 그들 밑에도 수십억의 부하들이 있다. 대부분이 유저보다 훨씬 강한 NPC들이다. 모든 대륙은 현재 대치상황에 있다는 설정이니만큼 군사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현대는 더욱 심각하다. NPC중 단연 최강을 뽑자면 바로 현대의 NPC다. 유저들은 꿈도 꾸지 못하지만, 현대에는 전투기도 있고 폭격기도 있고 탱크도 있다. 그리고 그 것들을 통솔하는 지휘권이 바로 대통령에게 있다. 물론 대통령 역시 NPC다.

" 어쨌든 길드전을 통해 길드체제를 더욱 공고히하고, 후에 유저들간의 단합을 통해 NPC들에게 넘어가 있는 유토피아에 대한 통치권을 조금씩 유저들에게 넘긴다는게 바로 길드전의 가장 기본적 취지란 말이지. 그리고 현대에서 이렇다할 전투길드는 바로 우리 호크밖에 없는거고. "

상인 길드도 있고 -그들은 유니온이라 불리며 일반적 길드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픽업 아티스트들의 길드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까지 집중조명된 적이 없다. 현캐가 만든 길드중에서 주목받은 건 총잡이 길드인 호크뿐이다.

" 생각해봐. 짜릿하지 않겠냐? 막말로 네가 대통령이 됐다쳐봐. 폭격기 몇 대만 끌고 나가서 판타리아든 중원이든 휩쓸어버릴 수도 있다는 거야. "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다. 현재 판타리아, 중원, 얼스는 오로지 포탈게이트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포탈게이트는 사람만 통과를 시킨다. 탱크나 전투기 같이 덩치큰 물건은 통과하지 못한다.

" 뭐... 말이 그렇다는거지. 걔네도 뭔가 비장의 수들이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건 굉장히 중요해. 우린 알려진 바로 현캐 최초의 전투길드고, 나름 유명해진  길드니까. "

민혁은 윤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 그런 의미에서 나도 사업 때려쳤다. "

" 뭐? "

" 유토피아 사업 한 번 시작해보려고. "

" 아 무슨 행복같은 소리야! 너 잘 나갔잖아! 이 사랑아! "

개가 행복으로 표현됐고 새끼가 사랑으로 표현됐다. 단어는 순화되었지만 어쨌든 의미전달은 대충 됐다. 윤석은 화를 내고 있었다. 민혁이 사업을 그만뒀단다. 윤석이 보기에 민혁은 탄탄대로를 걸어갈 놈이었다.

윤석이 화를내자 민혁이 인상을 찡그렸다. 침을 퉤 뱉었다.

" 착각하지마 멍청아. 내가 널 위해서 그만 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난 날 위해서 그만둔거거든. 내가 보기에... 이 유토피아는 내게 훨씬 더 큰 사업장이 될 거 같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

민혁이 씨익 웃었다. 오른손을 내밀었다.

" 반갑다. 현재 백수. 동업자 친구. "

* * *

2차 길드전 상대는 헤라클레스다. 뛰어난 맷집과 근력을 바탕으로 우직하게 밀고 들어가는 길드. 총잡이들에겐 상극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쉬울 수도 있는 상대다. 데미지가 제대로 먹히기만 한다면야 가장 쉬운상대가 될 거고, 데미지가 안 먹히면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 거다.

" 오빠. 나 드디어 스나이핑모드 생겼어요! "

주랑이 뛸 듯이 기뻐했다. 스나이핑 모드. 명중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탄착하는 시간과 조준하는 시간, 그리고 재장전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일단 급소에 맞추면 일격필살을 보여줄 수 있는 클래스가 바로 스나이퍼다.

" 좋아. "

주랑의 레벨 50. 40에서 50까지 올리는데 걸린시간이 불과 3일이었다. 은신모드를 펼치고, 조준하는 과정 모두가 레벨업의 일환이었다. ( 스나이퍼 역시 보조클래스처럼 스킬사용에 따른 경험치를 얻는 클래스다. ) 물론 60레벨대의 와이투리스를 사냥하는 것도 큰 경험치가 되었다.

그리고 그 3일동안 윤석은 쉴새없이 탄을 만들어 배틀필드에 저장시켰다. 탄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바로 레벨업 과정이었고 그건 여타 다른클래스와는 비교 자체를 불허할 정도로 빠른 과정이었다.

노멀탄의 쿨타임이 겨우 2초다. 마력탄 역시 2초다. 플레임같은 경우는 3초, 헬파이어도 3초다. 결국 몇 가지 탄을 한꺼번에 찍어내면 쿨타임없이 계속해서 경험치를 쌓는게 가능했다.

지금은 회사에 사표까지 냈다.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집 안에서 윤석을 터치하는 사람이라곤 동생인 수희밖에 없는데 그래봤자 윤석은 수희 말을 잘 안 듣는다. 어머니가 게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냐, 하고 걱정하시긴 했지만 윤석은 미래를 위한 사업이라고 어머니를 다독이며 게임에만 매진했다. 과거 같았으면 미친놈이라고 욕을 먹어도 수백번을 먹을 행동이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게임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한국에만 50만을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윤석은 레벨을 80까지 올려버렸다. 레벨업속도로만  따지자면 아마 전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급성장일 것이다.

" 선배님은 뭐 없... 아차. 오빠는 뭐 없어요? "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워낙에 익숙했는지 주랑은 자신의 머리를 살짝 때리고선 헤헤- 웃었다.

" 나? 나도 있어. "

윤석이 어깨를 으쓱했다.

" 뭔데요? "

" 나중에 밝힐게. "

" 에이~ 빨리 말해요. 길드원 전부에게 말하고 전략을 짜야하잖아요. "

" 아냐. 이건... 너랑 민혁이한테만 말할거야. "

사실 지금 말해줘도 상관 없다. 그런데.

" 뽀뽀해주면 지금 말해주고. "

속셈은 따로 있었다.

" 응큼해요. "

말은 그렇게 해도 주랑은 싫단 소리는 안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참 잘 어울리는 -민혁의 말을 따르자면- 커플이었다. 심지어 주랑은 한 술 더 떴다.

" 저, 저희집에... 보일러가 고장났지 뭐에요? "

윤석이 흐음... 하고 쳐다보자 주랑의 얼굴이 빨개졌다.

" 진짜에요! 고, 고장이 났어요! 그, 그래서 집에서 자면 완전 추울 거 같아요. "

윤석과 만나기로한 주랑은 캡슐에서 나왔다. 윤석이 집 앞까지 오기전에 얼른 씻고 화장도 해야하고 옷도 차려입어야하고 할 게 많다. 화장실 앞에서 옷을 벗으면서 중얼거렸다.

" 아이 더워... 보일러를 너무 세게 틀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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