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4 쓰레기 클래스도 길드전에 참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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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전은 말 그대로 길드끼리의 전쟁을 의미한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유토피아의 길드전 현황은 스포츠신문 1면에서도 다뤄질 정도로 그 인기와 관심이 드높다.
민혁이 말했다.
" 일단 길드전의 지형 자체는 우리한테 유리할 수 밖에 없어. "
길드전은 로마의 콜로세움과 비슷한 검투장에서 치뤄지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길드전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단순한 만큼 길드의 순수한 무력으로만 결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여러가지 맵이나 장치들이 있다면 그 것을 십분 활용한 싸움이 가능해진다. 단순한 예로, 엄폐물이 하나만 있다치더라도 궁수나 마법사가 포함된 길드는 상당히 유리해진다. 그런데 그 엄폐물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가 되면 은신이 가능한 플레이어들에게 더욱 훌륭한 조건이 되고 원거리 광역공격에 능한 유저들에게 역시 좋은 조건이 된다.
사실 길드전이 벌어지는 '필드'에 대한 논란과 얘기가 많이 나오기는 했다. 동시접속자 5억이 넘는 대형게임답게 하루에 올라오는 의견만 해도 수천만개였다.
일정한 구역에서 M/P와 H/P가 빨리 회복되는 필드를 만들면 어떻겠느냐. 자신의 구역 내에선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높아지는 일종의 버프구간을 만들면 어떻겠느냐, 워프 구간을 만들어서 전사들의 기동성을 높인 싸움을 벌이면 어떻겠느냐. 고층 건물이나 미로형식의 필드를 추가해 복잡한 싸움을 하는건 어떻겠느냐. 곳곳에 장애물 - 이를테면 M/P를 깎거나 H/P를 깎는- 이 설치된 필드는 어떻겠느냐. 기타 등등.
수많은 의견이 올라왔고 운영진은 그 많은 의견들 중에서도 결국, 가장 정공법을 선택한 셈이다. 가장 쉽고 단순한 길드전형태를 채택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과도 같은 콜로세움 내에서 길드전을 펼칠 두 길드가 대치 한다. 길드전이 시작된 상태에서는 대략 3분간 상대를 공격할 수 없다. 3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준비시간이고 그 준비시간 내에 각자 길드 특성에 맞는 진을 짜고 공격을 준비해야만 한다.
3분이 지나면 서로간 공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형태의 길드전은 너무 무캐에게 유리한 조건이 아니겠느냐, 하는 비판도 있었다. '무캐'는 기본적으로 빠르다. 판캐의 전사가 우직한 힘을 바탕으로하는 무거운 무술위주라면 무캐는 빠르고 화려한, 민첩함과 테크닉을 주무기로 한다. 그렇다보니 한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전술로는 단일무력이 가장 강한 무캐가 가장 유리할거라고 많이들 말했다.
하지만 운영진 측에서 ' 이번 길드전의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다음 길드전은 다른 형태로 진행될 것.' 이라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콜로세움 형태의 필드방식을 고수했고 온갖 길드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전략을 짜고 진을 짜는데 주력했다.
그런데 정작 고수들은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중수 혹은 초보들은 이 전투방식이 한쪽에 너무 유리하지 않겠냐고, 전략이 너무 한정되어 있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고수들이 보기엔 그렇지도 않았다.
예로부터 전술이란 하늘(기후나 날씨등). 땅(지형). 인간(병력)을 두루 살펴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이끄는 기술을 의미해왔다. 길드전에 있어서 기후와 날씨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운영진이 임의대로 날씨를 조정할 수 있다. ( 이에대해 운영진은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대낮에, 선선한 날씨에서 시행될 거란게 기정사실이었다. )
지형은 모두 똑같다. 그러나 똑같다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이 평평한 지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똑같이 생긴 방을 쓰더라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전쟁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길드전을 치르는 길드원들의 구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 똑같은 지형에 어떤 클래스의 유저가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그러니까 언뜻보면 단순해보이기만 하는 콜로세움내의 길드전 역시 수천 수만가지의 복합요소가 숨어들어있다는 뜻이다..
민혁이 다시한번 힘주어 말했다.
" 우린 무조건 밀집대형을 유지해야된다는 거. 알고 있지? 거리도 최대한 벌려야 하고. "
" 알아. "
" 그리고 문제는... 2차전때 부터야. "
총잡이는 건오퍼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돈이 많아서 일반총알을 산다치더라도 그건 건오퍼가 제공하는 총알에 비해서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건오퍼가 제공하는 총알은 일반총알과는 다르게 특수효과가 많이 붙어있다. 가령 마나가 H/P보다 소중한 마법사의 M/P를 깎아버린다거나 움직임이 중요한 근접전투클래스의 공격속도를 느리게 만든다거나. 적절히만 사용하면 상대를 무던히도 괴롭힐 수 있는 총알들이 상당히 많았다.
" 2차전때... 근접전투클래스들은 무조건 우리한테 가까이 붙으려고 할거야. 3분이란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원거리 전투클래스인 총잡이들을 도륙하겠지. "
그게 문제다. 처음 1차전은 괜찮다. 밀집대형으로 모인 뒤 난사하면 그 어떤 캐릭터들의 조합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2차전때부턴 다르다. 아무리 멀어지려고 해도 근접전투캐릭터들이 가까이 붙을거라는건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 일단 1차전은 무조건 승리인데.. 2차전때부터가 문제지. 우린 널 주위로 뭉치지 못하면 끝이니까. 그도 아니면 1차전때 화려하고 빠르게 끝내버리고 기권해버려도 되고. 아쉽지만 이번엔 우리를 각인시키기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
호크 내에서도 아직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 자랑스런 내 밀덕친구야. 방법을 생각해봐. 일단 우린 1차전부터 들어갈테니까. "
" 뭘 맨날 나보고 생각하래. "
" 주랑이 친구 소개시켜준다. 너도 알지? 예쁜애들은 예쁜애들끼리 노는 거. "
민혁이 말했다.
" 열심히 생각해본다. 사랑한다 친구야. "
물론 지금은 게임 속이 아니다. '새끼'가 '사랑'이란 단어로 변하지는 않는다. 사랑한다는 건 민혁의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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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의 길드전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이벤트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각 서버마다 길드전이 벌어지는데 길드전에서 승리한 길드의 길드원은 다음 길드전이 있을때까지 경험치가 무려 2배다. 그리고 길드전에 참여한 길드원들에겐 능력치가 공개되지 않은 S등급의 악세서리가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아이템의 가치는 현금으로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악세서리의 등급은 D,C,B,A,A+,S,SS,SS+ 순으로 나뉘어지는데 A이상은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드랍률도 극악하고 일단 드랍된다하더라도 그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다.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게 바로 A이상급 악세서리다.
현재 아이템거래 사이트에서 최고가로 거래된 물품이 바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A+악세서리인데 그 가격이 무려 4억 2천만원. 아이템 하나의 가격이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A+만해도 그런데 S등급의 악세서리란다. 그것도 길드전에 참여한 길드원 전부에게 주어진다. 개수로 따지자면 10개 가량. 현재 전 서버에서를 통틀어서 몇 개 없는 S등급의 악세서리가 10개나 풀리는 셈이지만 그건 시세변동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전세계 동시접속자가 무려 5억이다. 5억명중 10명이 S등급의 악세서리를 가진다고해도 비율로 따지자면 겨우 1/50,000,000이다.
주랑이 말했다.
" 선배님. 우리 꼭 우승해요. "
" 응? "
" 아마존의 눈물이 몇 억원이었대요. 그럼 이번에 주어지는 보상이벤트는... "
그녀는 생각만해도 벅찬지 뜨하- 하고 입을 벌렸다. 하품을 할 때처럼 커진 그녀의 입에 윤석이 검지손가락을 살짝 넣었다가 빼려는데, 그녀가 윤석의 손가락을 앙! 깨물었다. 윤석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상태라 당연히 발음이 제대로 안 됐다.
" 헌해힘. (선배님.) "
" 엉? "
" 하효. (짜요.) "
" 뭐라는거야? 이거 놓고 말해. "
이주랑이 도리질쳤다.
" 이언 헌해힘 할옷이헤효. ( 이건 선배님 잘못이에요. ) "
그와 동시에 윤석이 으악! 아악! 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수그렸고 이주랑은 깜짝 놀라 얼른 윤석의 손가락을 놓고서 선배님! 괘, 괜찮으세요? 하고 주랑도 얼른 몸을 수그려서 걱정스런 얼굴로 윤석을 쳐다봤다.
그러자 윤석이,
" 우왕!! "
소리치며 주랑의 어깨를 덥썩 잡았고 이번에 주랑이 으악! 비명을 질렀다. 얼굴이 핼쓱해졌다. 주랑은 토라져버렸다.
" 너, 너무해요! "
윤석은 하하하 웃었다. 뭐랄까 분명 유치하긴한데 이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오히려 좋다. 재미있고 즐겁다. 이주랑과 함께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 그니까 왜 남의 손가락을 깨물고 안 놔? "
" 어, 엄청 걱정했단 말이에요. "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손가락 이로 조금 꺠물었다고 잘려나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주랑이 그렇게 세게 문 것도 아닌데다 이주랑의 치아에 독이 발라져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랑은 정말로 걱정했던 듯 해서, 윤석은 괜히 미안해졌다.
" 바보냐? 그런 걸로 일일히 걱정하지마. "
" 선배님에 관한거면 그냥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단 말이에요. "
윤석은 킥킥대고 웃다가 주랑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 말했다.
" 그 뭐냐... 1등하면 너랑 나랑 부자 되겠네. "
주랑은 윤석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서 어깨를 움츠리고 배시시 웃었다.
" 우리라고 해주세요. 우. 리. "
너랑 나나, 우리나 어차피 의미하는 바는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은 한다만 주랑의 표정이 워낙에 결연해보여서 윤석은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우리'라는 말을 집어넣었다.
" 그래. 우리 부자 되겠네. "
" 꼭 이에요. 우리 꼭 1등해요. "
그리고 윤석의 귀에 속삭였다.
" 정차장님 길드랑 싸웠으면 좋겠어요. "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혀 짧은 소리를 냈다.
" 부숴 버리꺼야! 척살! "
그 혀 짧은 소리에 윤석은 주랑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히죽 웃었는데 주랑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 저 완전 무서웠죠? 그쵸(그렇죠)? 저 무서운 여자에요. 쾅! 부숴버리꺼야.(부숴버릴거야.) "
윤석 앞에 있다보니, 저절로 혀 짧은 소리가 났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그걸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다.
" 제 무시무시함을 보여주게써여! (보여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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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알지? 예쁜애들은 예쁜애들끼리 노는 거. "
" 사랑한다 친구야. "
참 아름다운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