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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플레이어-2화 (2/244)

00002  히든 클래스는 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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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게임 유토피아는 크게 세 가지 세계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흔히들 말하는 판타지 세계. 또 하나는 무협 세계. 다른 하나는 현대의 세계다. 판타지세계를 판타리아라고 했고 그 곳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을 속칭 '판캐'라고 불렀다. 또 무협세계를 중원이라고 했고 그 곳의 플레이어를 '무캐'라고 불렀다. 마지막으로 현대세계를 얼스라고 불렀으며 그 곳의 플레이어를 '현캐'라고 불렀다.

명칭은 그랬고 각 세계의 플레이어들은 클래스와 종족특성, 자연환경, 특화된 능력, 기술, 언어 등에 있어서 많은 차이점을 보였다.

요점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판타지는 마법을 사용하고 정령을 부리는 마법계통 클래스와 체력과 근력으로 밀어붙이는 전사클래스가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 그 외에도 셀 수도 없이 많은 직업이 있었다 - 무협은 기(내공 혹은 M/P)를 활용한 근접 전투 클래스가 주를 이루었다. 현대는 육체적 능력은 딸리지만 과학기술로 무장한 클래스가 주였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이 현대를 배경으로한  '얼스' 에서 시작하기를 꺼려했다. 꺼려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생각도 안했다. '현캐'의 경우는 일단 돈도 많이 들 뿐더러 키우기도 어려웠으니까. 초반에 키우기 어려우면 나중에라도 보상이 있어야하는데, 그 것도 아니었다.

체력은 딸리고, 맷집도 약하고 근력도 별로고 그렇다고 지능도 그리 높지 않은데다가 장비를 맞추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데, 맞춰봐야 별로 세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말로 모험심이 투철한 사람이 아닌 바에야 '현캐'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됐다.

그래도 동시 접속자가 5억이 넘던 유토피아답게, 현캐가 있기는 있었는데 그 들 대부분은 두가지로 나뉘었다. 상인을 선택해서 돈 벌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과 '픽업 아티스트'라고 해서 여자 NPC를 꼬셔서,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따먹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여튼 '현대인'을 선택한 사람들의 전투와 그다지 상관이 없는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현대인이 가질 수 있는 클래스 중에서 전투와 관련된 클래스는 바로 '총 잡이'다. 총잡이는 그 명칭처럼 말 그대로 총을 다루는 클래스이고, 총잡이는 그 안에서도 또 세 가지로 세분화 되었다.

근력에 스탯을 쏟아부은 포병.

민첩에 스탯을 쏟아부은 스나이퍼.

그 두가지를 적절하게 섞어 올린게 바로 소총수.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잡이는 쓰레기 중에서도 쓰레기 클래스였다.

일단 포병.

중화기나 유탄등을 다루는 병과다. 포병이 발사하는 포탄은 위력이 좀 강하긴 했다. 마법사들이 날려대는 파이어볼보다는 훨씬 강했고 현재까지 등장한 화염계 마법 중 가장 강한 화이어스톰보다는 약했다. 그런데 위력만 강해봤자 역시나 쓰레기 클래스는 쓰레기 클래스였다.

광역 공격이다. 위력도 좋다. 쿨타임 역시 마법에 비해선 훨씬 짧은 편이다. 일반 발사 시 마나 역시 소모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정거리도 마법보다 훨씬 길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바로 '돈'이다. 포탄 하나의 가격이 코드(게임 내 사용되는 화폐 단위) 로 1000코드 정도 하는데, 쉽게 따져보자면 그게 현금으로 1000원 정도다. 한 발에 천원이다. 사냥 한타임 뛰려면 십만원은 우습게 날아간다. 그렇다보니 포병을 하느니 그냥 마법사해서 파이어볼 수십방 날리는 게 훨씬 이득이다. 게다가 힘만 무턱대고 올려서 움직임이 느리다. 그렇다고 다른 스탯을 올리면 포를 못 든다. ( 무지막지하게 힘을 올려야만 포를 들 수 있다.) 하여튼 쓰레기 직업이다.

소총수.

그나마 괜찮다. 민첩함도 갖췄고 근력도 있고 그 나름대로는 데미지도 잘 나온다. 사냥할 때도 가장 유리한 게 바로 소총수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전부다 '나름대로'라는 것이 중요하다. 데미지도 그럭저럭. 민첩함도 그럭저럭. 명중률도 그럭저럭. 다 그럭저럭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무협이나 판타지쪽 캐릭터는 그 기본수치가 현대인보다 월등해서 그럭저럭 강한 소총수 하느니 그냥 3류 검사 하는 게 훨씬 낫다. 그러니까 이 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이 떠중이가 바로 소총수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총알도 무려 200코드. 그러니까 현금으로 200원 정도다. 오크 같이 저렙용 몬스터를 잡는데 급소를 맞추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최소한으로 잡아도 10발을 명중 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순식간에 2000원이 날아가는 거다. 오크 100마리를 잡으면 20만원이다. 레벨업 한번 하려면 수십만원을 갖다바칠 판이다. 그래서 소총수 역시 쓰레기.

하지만 포병과 소총수는 스나이퍼에 비하면 매우 훌륭한 클래스에 속한다.

포병은 광범위 공격이 가능하고 소총수는 그냥 현대 캐릭터 중 그냥저냥 아주 쓰레기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스나이퍼는 더욱 가관이다. 스나이퍼가 되려면 민첩을 죽자고 올려야 한다. 몸놀림은 빠르다. 그런데 체력이 후지다. 스나이퍼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분. 그 이후엔 지쳐서 못 움직인다. 레벨업을 해서 나중에 다른 스탯도 올리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처음 전직을 하게 될 때 조건이 바로 일정 스탯을 계속 올려줘야 한다는 건데 포병은 힘을, 소총수는 적절히 분배해서, 스나이퍼는 민첩을 올려야한다는 거다. 괜히 다른 거 올렸다간 안그래도 쓰레기 클래스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진다. 소총수가 소총을 못들거나 포병이 포를 못드는 뭐같은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스나이퍼는 약골 중의 약골이었는데, 심지어는 총알 발사 텀이 1분이 넘는다. 그리고 더더욱 기가 차는 건 스나이퍼는 목표물로부터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야 발사를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거지같은 클래스인데 더욱 얄짤없이 쓰레기로 만들었다. 어찌어찌 멀리 떨어졌다 치더라도 한 번 빗나가면 또 무작정 1분을 기다려야 헀고, 그 때면 몬스터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가버린 이후다. 스나이퍼는 체력이 약해서 제대로 쫓아가지도 못한다. 그리고 또다시 고질적인 문제가 터져나오는데, 역시 돈 문제다.

스나이퍼 역시 총알이 비싸다. 심지어 이건 포탄보다도 더 비싸다.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설정인데 한 발에 무려 3000코드. 현금으로 따지자면 3000원이다. 뿐만 아니라 저격용 탄환은 구하기도 힘들다. 어느 구석을 살펴봐도 장점 따윈 없는 게 바로 스나이퍼였다.

모든 사람이 생각했다.

판타리아와 중원만 넣기는 뭐하니까 현대를 그냥 대충 아무렇게나 끼워 넣은 거라고. 페널티치고는 너무 극악한 페널티라 이건 정말 캐릭터도 아니라고 많이들 생각했다.

처음 현대인을 선택하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싶던 사람들이 거의 다 떨어져나갈 무렵. 김윤석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희망을 품고 현대인을 선택했다. 김윤석은 그 딴에는 게임의 고수였다. 운영진이 말 그대로 '병신'이 아닌 바에야 현대인을 이토록 쓰레기처럼 만들어 놓았을 리가 없다. 당연히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잡이를 골랐다.

' 그래도 난 행운의 사나이니까. 뭔가 히든캐릭터라도 얻어 걸리겠지. '

그건 오산이었다. 힘은 더럽게 약하고 H/P와 M/P모두 바닥을 기었다. 씨팔, 안그래도 차장놈이 지랄해서 짜증나 죽겠는데 이 놈의 게임은 더 스트레스 받게하네.

그 날. 윤석은 정차장에게 탈탈 털렸다. 이유인즉슨, 차장의 딸내미가 수강신청 하는 걸 제대로 못 도와줬다는 거였다. 그 다음 날, 헛개수 한 병을 마시고 더러워도 출근을 감행했던 김윤석은 집으로 돌아와 유토피아에 다시 접속했을 때, 이상한 알림음을 들었다.

< 히든 클래스. '건 오퍼' 로의 전직이 가능합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 Y/N >

============================ 작품 후기 ============================

설정은 차차 풀리겠지만, 미리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유토피아의 모토(?) 는

' 무조건적인 메리트도, 무조건적인 페널티도 없다. '

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보시면 차차 알게 되실겁니다. ㅡㅡㅋ

즉.

" 이참에 정주행 한 번 가시는 겁니다.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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