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 프롤로그 =========================================================================
< 프롤로그 1 >
김윤석은 한 조그마한 중소기업의 대리였다.
입사한 지 4년 정도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사무실의 막내고, 덕분에 이것저것 잡다한 심부름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오늘은 어지간히도 심기가 불편했는지 친구인 민혁과 포장마차에서 만나 오뎅탕 한 그릇을 시켜놓고 소주를 쉴 새 없이 비워댔다.
소주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김윤석의 입이 걸어졌다. 씨발은 기본이고 개새끼니 좆 같은 새끼니 미친새끼니. 술에 취하면 입이 험악해져 중고등학교 시절의 말버릇이 나오는 게 김윤석의 주사였다.
김윤석이 소주잔을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놨다.
" 하... 씨봐알! 서러워서 살겠냐? 앙? 아오오오! 그 정차장 그 개... "
" 그만 먹어라. 너 많이 취했다. "
" 씨발 이게 말이 돼? 내가 씨발 그 새끼 따까리야? 그 새끼가 내 월급 주냐? 아오 씨발 진짜. "
윤석은 다시 한번 소주를 들이마셨다. 민혁은 완전히 술에 취해 남이 듣건 말건 큰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는 윤석을 바라보며 " 아... 이 새끼 이거... 완전히 취했네. " 하고 반쯤은 짜증 섞이고 반의반쯤은 연민이 섞이고 또 반의반쯤은 창피함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인마. 너 그만 마셔. "
민혁이 윤석의 소주잔을 빼앗았다.
" 씨발로마! 너어도 또~옥 같은 쉐끼야. 딸딸이 같은 새뀌...씨파알... 너 씨바알...좀 잘나간다고 아래새끼한테 씨바알! 유치원 딸내미 유치원 등록 시키는 게 요즘 조오온나 어렵다매! 씌파아알 그렇다고 그딴거 아래새끼한테 시키쥐는 말어라 이 팔불출 새뀌야아! "
오늘 김윤석은 정차장에게 특명을 받았었다.
딸내미가 이번에 대학 수강신청을 하는데, 그걸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정차장은 김윤석에게 꼭 시간에 맞춰서 수강신청을 하라고 해놨고, 말단 대리인 김윤석은 열심히 그 지시를 따랐다. 정차장이 준 번호는 두 개. 이 번호를 입력해서 수강신청을 두개 완료하면 된다고 했다.
윤석이 9시가 되기 전부터 미리 창을 켜놓고 스탑워치까지 준비해서 긴장해가며 준비한 덕분에 그 중 하나는 깔끔하게 성공했다만, 하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반타작한 게 어디냐, 하고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 아니. 왜 이걸 했어? 이걸 먼저 했어야지! "
" 예? "
" 아. 이 아래 번호가 딸 건데, 왜 위에 걸 먼저 했어? "
그 때, 김윤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속으로 폭풍 욕설을 내뱉었다. 그럼 씨발 더 중요한 걸 위에 처놓던가. 더더욱 열받게 하는 건, 그 때 정차장은 컴퓨터로 고스톱을 치고 있던 중이었다는 거다.
" 아 저 그게... 위에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서... 먼저 하고 하려고 했는데요. 워낙에 신청자가 몰리다보니... "
" 김대리. 지금 핑계대나? "
" 죄송합니다. "
" 아 것참 어떡하지. 왜 이것만 해가지고 어휴, 아예 하질 말던가. "
" ....... "
" 아... 이걸 진짜 어떻게 말해야 하지? 아... 되는 게 없네 정말. "
김윤석은 울분을 꾹꾹 눌러 참았다.
안그래도 정차장에게 쌓여있던 것이 많던 윤석이다. 가령, 점심에 사무실이 좀 드러워보여서 점심시간을 헌납하고 청소를 하던 도중 먼지를 한 곳에 모아놓고 쓰레기통을 가지러간 잠깐 사이,
" 김대리. 이 거 안 보여? 더러워 죽겠네. "
김윤석이 하도 어이가 없어 정차장을 잠깐 쳐다본 적이 있었다. 상황을 보면 누가봐도 청소를 하다가 잠깐 자리를 비웠던 상황이다. 먼지가 어지러이 널려있는 것도 아니고 한 곳에, 그것도 구석에 모여 있던데다가 자신은 쓰레기통까지 들고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딱 몇 초. 3초정도만 기다렸어도 어련히 알아서 치웠을 거다. 그런데 그 3초를 못참고 옆에서 종알종알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가슴속에 참을인을 수십번씩 새겨가며 김윤석이 말했었다.
" 지금 치울게요. "
" 내가 말하기 전에 미리미리 좀 치우도록 해. 청소하면서 더 더럽히지 말고. "
" 예. "
어쨌거나 이런저런 일로 김윤석은 정차장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오늘 그 '딸내미 수강신청' 을 하려는 덕분에 본 업무가 늦어져 버렸는데, 거기다대고 김차장이 혀를 쯔쯧 차면서.
" 쯔쯧, 젊은 사람이 그렇게 굼떠서야. 빨리 빨리 해야지. 사람도 별로 없는 회사인데 젊은 김대리가 두 사람 몫을 해야지 않겠어? "
하고 말해서 김윤석의 속을 뒤집어 놓았었다.
김윤석이 다시 소주잔을 탁! 내려놓았다.
" 씨바알... 내가 명심해 이 쉐끼야아... 유치원 등록 시킨다고 씌발... 아래새끼 유치원 보내서 추첨하게 하지마러라 씨발놈아... 그리고 추첨하다 안됐다고 지랄하지 말어라. 그건 진짜 개같은 새끼나 하는 짓이야. 알어 이 쉐꺄?! "
" 아오 시끄러워. 그만 먹으라고 했잖아. 어린애마냥 뭐하는 짓이야? 너 자꾸 이러면 버리고 간다. "
" 그뤠! 가라! 가! 가 이 씨파아알놈아! 아오 이 조오옷 같은 새끼! "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민혁은,
" 계산은 내가 하고 간다. "
라는 말과 함께 정말로 가버렸다.
" 에이... 씨팔새끼... "
혼자서 소주 한 병을 더 뱃속에 집어 넣은 윤석은 집으로 돌아와 요즘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유토피아에 접속했다.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인해 사냥불가와 현재 상태에 따른 30분 접속제한이라는 문구가 떴지만 윤석은 신경쓰지 않았다.
" 씨파아알! 이 망캐 좆같은 캐릭도 지워버려야지! "
되는 일이 없다. 유토피아에서도 잘만하면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웬만해선 하지 않는 현대인을 선택해 키운 게 오산이었다.
" 씨팔! 머리나 똑똑해져라 이 좆망캐야. "
[ Int 가 1 올랐습니다.]
[ Int 가 1 올랐습니다.]
[ Int 가 1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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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 가 1 올랐습니다.]
[ Int 가 1 올랐습니다.]
[ Int 가 1 올랐습니다.]
[ Int 가 1 올랐습니다.]
전직 후 민첩에 투자하기 위해 모아놓았던 스탯을 한꺼번에 인트에 부어버렸다. 참고적으로 인트는 현재 윤석의 클래스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어떤 사람도 투자하지 않는, 절대로 투자해서는 안되는 스탯이었다.
술취한 김윤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 으하하하하! 씨파아아아알! 나는 조오오오온나 똑똑하다! 인트왕이다!!! "
그리고 접속이 제한됐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기억이 흐릿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고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숙취만 얻었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홍채인식입니다~ 캐릭터 누구누구~ 어쩌고저쩌고~빛이 쏴아~ 배경이 바뀌었다~
이런 묘사는 그냥 다 뺐습니다. 이름 스탯, H/P, M/P 등 별로 영양가 없이 용량 잡아먹는 설명 역시 최대한 빼겠습니다. 힘 얼마, 인트 얼마, 이런거 세세하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런거 좋아하신다면 이 글을 권하기가 어렵겠네요.
꽤 오래전에 썼던 글인데 슬슬 올려 봅니다. 즐독해주세요 ^^